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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알뜰한 시아버지의 생신잔치

by 프라우지니 2017.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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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부모님을 평생 알뜰하게 살아오신 분들이십니다.

 

그 알뜰함은 연세가 드신 지금도 여전하시구요.^^

 

시어머니는 가정주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남편이 하는 사업의 직원으로 사시면서도,

주말이나 일이 없는 휴가기간에는 시아버지를 따라다니시면서 집도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육체적으로 힘들게 사시는 바람에 허리디스크 수술도 하셨지요.^^;

 

16년을 투자해서 두 분이 하나둘 벽돌을 쌓아올린 집은 두 분이 함께 사셨던 시할머니 댁에서 분가할 집으로 지으셨었지만, 그러는 동안에 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시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물려받은지라 두 분은 당신들이 지으신 집에서 살 기회를 얻지 못하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물려 받았다”는 건 사실 진실이 아니구요.

 

시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게된 집은 시아버지가 당신의 형제들에게 집값에 해당하는 금액의 1/N 로 나눠준 후에야 시아버지 집이 됐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장남한테 집을 물려주는 경우가 있지만, 여기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그 재산을 분배해서 같이 나눠 갖는다고 합니다. 아들이건 딸이건 말이죠.

 

그러니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한 자식이 갖겠다고 하면 다른 형제들에게 그 집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눠줘야 합니다.

 

부모님이 사실 목적으로 16년동안 지으신 집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신 분에게만 알려드리자면..

 

아들 몫(제 남편이죠^^)으로 주시려고 하셨지만, 아들 또한 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안한지라...

지어놓고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은 빈집 4년차에 결국 팔았다고 합니다.

집을 판 그 돈은 어디쯤에 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에는 새로 지은 집은 아들인 남편 몫으로, 시부모님이 사시던 이 집은 딸인 시누이 몫으로 주시려고 하셨지만, 그 집을 팔아버리는 바람에 시부모님이 사시는 이 집에 딸린 2개의 건물중 하나는 남편 몫으로 나머지 하나는 시누이 몫으로 남기시겠다는 것이 두 분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아니, 시부모님이 알뜰하시다는 말을 하다가 왜 삼천포로 가는 것인지..^^;

 

외식은 정말 잘 안하는 우리 집!

며늘이 외식을 가자고 해도 왠만하면 응하지 않으시는 시부모님.

 

그런 시아버지가 외식을 가자고 하십니다.

 

무슨 날인데 시부모님이 외식을 가자고 하냐구요?

 

 

 

오늘이 바로 시아버지의 생신이십니다.^^

 

아빠가 좋아하시는 맥주를 선물로!

평소에는 저렴한 맥주를 드시는 아빠이신지라 생신때는 조금 비싼 맥주를 준비했습니다.

거기에 선물 잘못 사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 상품권으로 준비했습니다.

 

우리 집이 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집안이 아닌 관계로..

상품권 50유로에 조금 값나가는 20유로짜리 맥주 한 병!

 

시아버지가 당신의 생일에 밖에서 한 끼 먹자고 하니 이럴 때는 얼른 따라나서야 하는 거죠.^^

 

어떤 식당으로 가시나.. 기대를 하고 따라 나섰는디..

시아버지가 우리를 데리고 가신 곳은..

 

슈퍼마켓에 딸린 레스토랑!

 

 

 



 

이곳에 있는 메뉴 중에 난 생선을, 남편은 슈니츨(돈까스)을 골랐습니다.

전 추가로 샐러드를 가지고 왔습니다.

 

 

 

 

시어머니는 닭구이를, 시아버지는 그날의 메뉴중에 하나 고르신 거 같습니다.

 

함께 나란히 앉아서 한 끼를 먹었는데..

이렇게 간만에 식사를 하면서도 저는 조금 불만이였습니다.

 

“아니, 왜 시아버지는 당신의 생신날 조금 더 근사한 레스토랑이 아닌 슈퍼마켓에 딸린 식당에 오셨을까?”

 

 

 

 

슈퍼마켓에 딸린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가격 그리 싸지도 않습니다.

 

물론 일반 레스토랑에 비해서는 조금 저렴하기는 하지만, 메뉴에 음료 시키고 거기에 샐러드까지 추가하면 사실 가격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셀프서비스이니 서빙하는 직원에게 팁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정도일뿐!

 

음식은 맛이 있었고, 아빠도 당신 생신이신지라 기분좋게 한끼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집에 와서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습니다.

 

“아빠 생신인데 장남이 돼서는 밥 값 한 번 내지 그것이 힘들어서 아빠가 돈낼 때 눈을 질끈 감았남?그리고 이왕이면 슈퍼에 딸린 레스토랑 말고 다른 레스토랑에 가도 좋았잖아.

 

아빠 살아계실 때 잘해라! 나중에 돌아가신 다음에 후회하지 말고!”

 

마눌의 잔소리에 남편은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당신 생신이라고 아들이 식사초대를 했다고 해서 응하실 두 분도 아니시긴 합니다.

 

일 년에 많아봤자 서너번 하게 되는 외식인데..

두 분은 항상 슈퍼마켓에 딸린 레스토랑을 이용하십니다.

 

이제 70을 바라보시는 두 분이 오래 사셔도 20년 남짓인데, 지금쯤은 당신들의 시간을 즐기시고, 맛있는 것을 찾아 다니시면서 드셨으면 하는 것이 며느리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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