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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는 인기 있는 실습생

by 프라우지니 2016.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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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겁먹었던 “병원실습”중

내과 160시간 실습이 끝났습니다.

 

많이 물어보고, 많이 실수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고,

 

더불어 제가 꽤 인기 있는 인간형이라는 것도

알게 된 시간 이였습니다.^^

 

우선 제 성격을 분석 해 보자면..

 

삐딱한 눈으로 본다면..

‘조금 나대는 스타일입니다.
거기에 목소리는 크다 못해 우렁차죠!^^;

 

긍정적으로 보자면..

활기차고, 맡은 일에 똑 부러지게
해 내는 스타일입니다.
(자기 자랑?)

 

명랑, 쾌활, 발랄한 성격(= 캔디?) 답게
병동 내에서도 항상 티 나게 다녔죠.^^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런 성격은 고쳐보려 했지만,
집에서 거의 막내딸 (밑에 남동생이 더 어른스럽다는..^^;)로 큰지라,
이놈의 성격은 할머니가 되어도 변함없을 거 같습니다.^^;

 

 

 

 

나는 환자들과는 농담까지 곧잘 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근무인계”가 끝나면

제일 먼저 환자들에게 약을 나눠주러 가는데,

 

저는 실습생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되니

이 일을 맡아서 하게 됐습니다.

 

아직 환자들이 자고 있는 병실에

불을 켜면서 일단 큰소리를 인사를 합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는 환자들 사이를 다니면서

약을 나눠주는데..

 

그냥 나눠주면 섭섭하니

한마디씩 꼭 했죠!

 

“이건 내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아침 식사 후에 디저트로 드세요!”

 

물약을 받으시는 어르신들께는

조금 다른 멘트로 인사를 했습니다.

 

“아시죠? 이 칵테일은 특별히 어르신께만
드리는 선물이니 ”원 샷“ 하세요!”

 

제 독일어 발음은 오스트리아 사람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제 외모 또한 다르니 내가 외국인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아무도 제 발음에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가끔씩 제가 말하는 단어를 못 알아들으실 때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

 

 

 

제가 근무하는 날들이 늘어나고,

병원에 조금 오래 머무시는 환자들이 계시면서

 

환자분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들도

아주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타인에게 생전 처음 듣는 소리도 있었죠.

 

“내 liebling Schwester 리블링 슈베스터”

 

Liebling - 마음에 드는 사람 , 좋아하는 사람

Schwester - 자매, 누이, 수녀, 간호사

 

항상 절 “리블링 슈베스터(젤 좋아하는 간호사)”라고

부르시던 어른이 어느 날 제가 병실에 들어가니

한마디 하셨습니다.

 

“아이구~ 내 kleine Prinzessin 클라이네 프린쎄신 이 오네!”

 

Kleine - 작은, 사랑스런

Prinzessin 공주 , 왕자비 , 왕녀

 

이 말을 들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습니다.

울 아빠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 이였거든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녀한테

흔히 쓸 수 있는 말이니,

제가 예쁘다는 표현으로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90대 할아버지한테

저는 손녀뻘이니 말이죠.

 

한 아주머니는 제가 병실에 들어올 때마다

병실이 환해지는 거 같다며

 

저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Sonnenschein 존넨샤인 (아침 햇살)”

 

Sonnenschein - 일광 , 햇빛

 

 

 

 

참 어리버리한 실습생에게는

감사한 애칭이었습니다.

 

환자분들이 저에게 애칭만

주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팁도 심심치 않게 주셨죠.^^

 

샤워하는데 도와줬다고 2유로,

 

며칠 머물고 퇴원하시는 분이

그동안 칵테일(물약) 잘 챙겨주고,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5유로,

젤 친절했던 간호사에게 주시는 10유로.

 

이렇게 제 개인에게 주어진 팁은

다 받아다가 사무실에 갖다 줬습니다.

 

사무실에 환자들이 주시는 팁을 모아두는

금고인지 지갑인지가 있더라구요.

 

여기서 잠깐!

 

제가 학교에서 배운 “간호조무사 & 요양보호사 법”에는
팁이나 선물은 못 받게 되어있습니다. 

팁이나 선물을 받았다면
위법,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거죠.

 

하지만 법은 법일뿐,
실제로는 팁이나 선물을 받는 거 같았습니다.

 

 

 

 

제 실습요양원에도 가끔씩

우리병동 관리자가 “어느 분의 보호자가

50유로를 주고 갔다.”

가끔씩 빵을 사오기도 했고,

 

요양원에 계시는 분을 방문하러 오는

그분들의 자제분들이 이런저런 작은 초코렛 같은 것을

가지고 오는 것도 심심치 않게 봤으니 말이죠.

 

병원도 마찬가지로 퇴원을 하시는 환자분들이

병동에 간호사들에게 나오는 팁을

모아두는 팁박스가 있는 것도 알고 계신지라

 

적으면 10유로 많으면 20유로 정도를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주십니다.

 

저는 많은 것을 물어봐야하는 실습생인지라,

팁을 주시면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사양해야 하는지를

일단 물어봤었습니다.

 

“꼭 주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그래도 주시면 받아도 된다.“ 고 하니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다

사무실의 팁박스로 갖다 날랐습니다.

 

제 친절에 대한 감사를 하신거지만

저도 이곳에 있는 간호사들과 한 팀이니 말이죠.

 

 

 

 

언젠가 제 실습요양원에서

동료 직원에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습니다.

 

“넌 항상 행복해?”

“아니, 왜?”

 

뜬금없는 질문인지라 제가 반문을 했었죠.

 

“널 보면 항상 웃고 있고, 항상 즐거워 보여서!”

 

웃는다고 즐거운 것도 아니고,

행복한 것도 아닌데..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내가 여기서 10시간 근무를 하는데,
그 시간 내내 시무룩한 얼굴로 근무를 하면

10시간이 무지하게 더디게 가고,
나를 보는 어르신들도 짜증이 나시겠지만,

내가 즐겁게 일을 하면 웃는
내 얼굴을 보는 사람들도 즐겁고,

더불어 나도 즐거워지니 10시간 근무도
생각보다는 금방 가게 되지.”

“그런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기면 되는 거죠.

 

그리고 제게 병원실습은

“ 피 할 수 없는 상황”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160시간의 실습동안 저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 즐거운 나날 이였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는 “친절하고 활발한 간호사(환자분들께는) 혹은

실습생 (동료 직원들에게는)”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 첫 실습장을

가뿐히 퇴장했습니다.^^

 

첫 실습장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몇 회에 걸쳐서 수다로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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