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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내가 만난 매맞고 산 아내들

by 프라우지니 2015.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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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복판인 오스트리아에도 매맞고 사는 아내들이 있다는 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게 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다른 외국인들(특히 무슬림)들이 여자를 때리는 것이지 오스트리이남자들은 그러지 않는다.”라는 걸 믿었던 모양입니다.

 

맞고사는 여성들이 이야기가 궁금하신분들은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377

유럽에도 맞고 사는 여성들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니 문화는 달라도 일어나는 사건인 비슷할 터인데, 제가 당하지 않는 일이니 남들도 다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카리타스 학교 수업시간에 “외부강사” 초청이 있었습니다.

 

강사가 우리에게 나눠준 전단지에는 직업에 필요한 것이 아닌 “부부, 파트너(동거), 가족간의 문제를 상담”하는 상담소의 직원으로 상담소의 위치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으니 아무 때나 전화나 방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우리에게 했습니다.

 

“어? 우리는 부부문제를 상담하러 상담소에 갈일이 없는데, 왜 이런 것을 나눠주나?”

 

이런 생각을 할 때쯤에 우리 반 반장인 디아나가 “엄마가 젊었을 때 새아빠에게 맞고 살았고, 가정폭력에 대해서, 맞고 산 엄마에 대해서, 엄마가 맞는 걸 지켜봐야했던 어렸던 자신"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이야기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디아나가 가정폭력이야기를 시작하니 알콜중독자 남편에게 맞고 살았던 알렉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항상 맞고 살았는데, 너무 심하게 때린 날은 잠옷만 입고서 도망 나와야 했고, 그날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야만 했고, 병원에 3주 입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지라 자연스럽게 전남편과 이혼을 했노라고 그녀의 과거를 이야기 했습니다.

 

 

 

디아나의 이야기를 알렉스가 받아서 이야기 하니, 뒤이어 스테파니가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는 마약중독자 남편에게 5년동안 맞고 살았다고, 맞고 살다가 지쳐서 이혼하는 과정임에도 판결은 그녀의 편이 아니였더라고! “아내는 아이 셋을 데리고 남편 소유의 집을 정해진 날짜까지 떠나라!”하는 판결이였던지라, 아이 셋을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에 30유로도 채 안 되는 돈으로 아이들 먹이느라 그녀는 하루에 빵 한 쪽 제대로 먹지 못한 날이 많아서 100kg가 넘었던 살이 5개월 만에 50킬로를 빠졌다고!

 

가난 때문에 못 먹어서 저절로 된 그녀의 다이어트 이야기도 했습니다.^^;

 

다이어트, 확실히 살을 쫙~ 빼는 방법은 모든 여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비밀인데, 먹지 못해서 살이 빠졌노라는 그녀의 이야기는 사실 슬프고도 참 착찹한 심정이였습니다.^^;

 

남편과 이혼하면서 아이 셋을 데리고 못 먹고 살았지만, 26살에 처음으로 자신을 찾았었노라고!! 자신의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 했습니다. (다행히 그녀는 착한 (안 때리는?)동거남과의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이 셋과 양녀 하나를 키우고 있는 29살의 아낙입니다.)

 

이렇게 맞고산 이야기가 이어지니 가만히 있던 미리암(42살)이 불쑥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알콜중독자여서, 마약중독자여서 때린 것은 이해가 가는데, 자기는 왜 멀쩡한 정신을 가진 남편에게 맞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때리는 남편 옆에서 15년을 살았어요.

 

내가 맞아서 눈탱이 퍼래진 눈으로 밖을 못 나가니 남편이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식료품 쇼핑까지 다니면서 밖에서는 ”착한 남편“ 코스프레하는 남편에 대해 사람들은 ”정말 남편 잘 만났다!“하는 이야기를 들을때 마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전에 미리암과 잠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그녀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빼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결혼 15년동안 바보처럼 일만 했었다. 돈은 다 남편이 관리 했던터라 15년 동안 돈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그저 일꾼처럼 일만 했다. 15년되니 지치더라, 남편도 그런거 같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혼을 하게 됐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그녀의)부모님에게 물려받았던 가업은 남편에게 넘겨주고 나는 아이들과 나왔다.”

 

15년동안 일만 열심히 하고, 월급도 못 받는 착실한 일꾼일뿐 아니라, 그녀는 15년동안 남편이 열 받으면 분풀이를 하는 샌드백으로 살았으니 참 지칠만도 했을 인생입니다.

 

 

 

개강하기 전 MT 갔을 때, 자신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 그때가 자신의 인생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였다고,

 

그래서 그 시절의 그림을 그렸노라고...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던 미리암!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한 어린 시절이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조부모님과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는 그녀를 보면서 참 안됐다는 생각을 했었었는데..

 

 

 

그렇게 슬픈 인생이 결혼으로 이어져서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니, 참 인생이 비딱해도 너무나 삐딱하게 흘러 간거 갔습니다.^^

 

맞고 살았다고 우리반 사람 앞에서 당당히 밝혔던 이 세 아낙들은 지금 모두 행복 모드에 있습니다.^^

 

알렉스도 새로운 동거남과 살면서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미리암도 새로 만난 남자 사이에 아이를 낳아 이제 2살된 아이를 키우면서 바쁜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스테파니는 올 여름 동거남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맞고 살았으니 남자한테 이가 갈릴 만도 한데, 그래도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다시 자리를 잡고 행복을 찾아가는걸 보면 그들은 천상 여자이지 싶습니다.

 

아! 여기서 한 가지!

이곳 사람들도 남편한테 맞았다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렉스 같은 경우는 너무 심하게 맞아서 병원에 입원 해야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의 개입이 있었지만, 미리암이나 스테파니는 맞고 살면서도 경찰에 한 번도 신고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초청강사는 “꼭 경찰에 신고를 해야한다!”고 강조를 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는거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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