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몇 달동안 저는 매일 집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한 청년을 만났었습니다.
늦은 오후시간, 그 청년도 집으로 돌아가는 모양인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항상 이상한 행동을 하는지라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대충 짐작했지만, 그렇다고 장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어떤 날은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무도 없는데 자기 앞의 누군가를 항해서 웃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개처럼 “왕왕” 짖으면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면서 즐거워 하던 청년!
내가 집에 가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청년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의외의 장소와 너무나 의젓한 그 청년을 보고는 그냥 혼자서 씩 웃었습니다.
거리에서 본 그 청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느낌을 주는 이상항 행동은 했었는데,(사실은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갑자기 그 청년이 내 앞에 와서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다시 본 청년은 한사람의 직업인으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만났는데, 이리 놀라냐고요?
바로 우리학교 구내식당의 주방에서 그 청년을 다시 만났습니다.
날 알아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나 반가우면서도 주방에서 자기 몫의 일을 하는 그 청년을 한동안 바라봤습니다.^^
아마도 자폐를 가진 것이 아닌가 이때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일을 할 때는 자기를 들어내지 않고 조용히 있지만, 집에 가는 길에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전에 TV에서 본 장애우와 비슷한거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날 몰라보던 그 청년도 며칠이 지나면서 절 알아 보는 듯 했습니다. 내 앞에 다른 사람들이 서 있는데도 샐러드 접시를 내 앞에 가지고 와서 내 손에 쥐어주는걸 보면 말이죠.
(원래 앞에 서있는 순서대로 샐러드를 받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날,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서 집에 가는 길에 그 청년을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은 신나는 날이 있는지 갑자기 “왈~“ 하고는 크게 한번 짖고는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다가 아무도 안 쳐다보면 다시 ”왈~“하고 짖으면서 즐거워 하는 청년.
나도 그를 봤고, 그도 나를 봤지만 살짝 서로 웃어주는 것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나도 어떻게 그 청년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고, 그 청년 또한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 모를 수도 있을 거 같고 말이죠.
다시 한번 세상은 좁다는 걸 실감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조금 더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대하고, 인간관계를 맺어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막 대했던 사람을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아무로 모르니 말이죠. 우물 물 안 마시겠다고 침밷고 떠났던 사람이 다시 돌아와서 그 우물물을 마시는 것보다 더 우둔한 행동은 없으니 말이죠.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청년이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열심히 살고 있어서 참 고마운 것은 제가 오지랖넓은 아낙이여서 일까요?
상대가 누구이던, 나랑 상관이 있건 없건 간에 열심히 살고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은 참 감동적이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는거 같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고 싶고, 또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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