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에 살 때, 남이 사주는 것도 잘 얻어먹었지만, 저도 곧잘 사고는 했습니다.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밥값을 내겠다고 하면 굳이 사양하지 않고 "그래, 니가 내!" 했습니다.
"다음에는 내가 살께!"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기회가 오면 내가 사게 되는 것이니 말이죠.
한국에서는 이래도(얻어먹어도) 좋고, 저래도(내가 사도) 좋은 인간 관계였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 사는 지금은 이렇게 다 좋은 성격으로는 살아가기가 조금 힘들죠.
우리와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만들어 놓은 저만의 인간관계가 있습니다.
첫째, 신세를 졌다면 반드시 갚는다.
둘째, 절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다.
셋째, 나를 보이지 않는다. (개인생활)
다 그런 것은 아닌거 같은데, 자기네들은 경제적으로 더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 현지인들이 "외국인"하면 돈도 없고 현지인들에게 신세나 지는 그런 "하류인간"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
특히 카리타스 학교의 우리반 사람들이 그런 경향을 조금 보이기 시작했었습니다. 사실 카리타스학교의 우리반 사람들중에 절반은 다 저처럼 노동청의 지원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노동청의 (실업자)지원이란?
하루에 정해진 금액 (저 같은 경우는 하루에 23유로, 많이 받는 사람들은 하루에 40유로/전에 얼마를 벌었냐에 따라서 금액의 차이가 납니다.)을 받고, 슈탐하임에서 월 200유로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말씀인거죠. 물론 노동청의 지원비도 아이의 숫자에 따라 금액의 차이가 납니다. 아이 넷 가진 아낙은 아이의 머릿수대로 수당이 나오니 아이들 수당만으로도 한달 생활비가 가능한 금액입니다.
이렇게 서민(혹은 영세민)들이 모인 우리반 사람들이 은근히 외국인들을 "없는 사람"취급을 합니다. 물론 제가 당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외국인으로서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인거죠.
아침 등굣길. 전차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면 3~4 정거장거리의 약간 언덕에 위치한 우리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걷는 시간도 필요한지라 저는 그냥 전차에서 내려면 학교까지 걸어옵니다. 15분 거리인지라 아침 운동도 되고 상쾌한 아침공기도 나쁘지 않고 말이죠.
아침 등굣길인지라 학교쪽으로 올라가는 차(학생 혹은 강사)들이 곧잘 제 앞에 서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사양을 합니다.
걷는 것이 건강에도 좋지만, 굳이 남의 신세를 지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말이죠.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걸어내려 가면 같은 시간에 끝나고 내려가는 우리반 사람들의 차가 제 옆에 와서 섭니다. "타라" 고, 하지만 저는 거절을 합니다.
제가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이고, 시간인데 이런 사소한 것에 남의 신세를 지고 싶지도 않고, 나중에 내가 정말로 도움이 필요 할 때를 위해 남겨둘 심산으로 말이죠.
제 옆의 인도아낙은 항상 누군가의 차를 얻어타고 내려가는데, 저는 그것도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차을 얻어타기 위해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것이 매번 반복되다 보면 차를 태워주는 사람과는 동등한 관계가 아닌 사이가 될테니 말이죠.
(물론 이건 전적으로 저의 생각입니다.)
구글 지도
우리학교가 입학식을 하고 바로 1박2일의 MT를 갔었습니다. 저는 한국식으로 "학교에서 버스를 대절했나부다."했었는데.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다 알아서 MT장소로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들임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내 옆(인도아낙)의 옆에 앉은 오스트리아 아낙에게 부탁을 했었습니다. 저도 그녀의 차에 같이 타고 갈수 있는지.. 다행히 그녀는 승낙을 했고, 저는 린츠에서 한 시간 거리의 그곳까지 그녀의 차로 왕복을 했습니다.
그녀의 차에는 저 말고도 3명의 동승자가 있었습니다. MT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내 옆에 앉는 동승자에게 "우리가 차를 이용했으니 기름값이라도 줘야하는 것이 아닐까?"했더니만, 바로 앞의 운전자에게 "우리가 너에게 얼마는 주면 되지?" 이렇게 묻는데, 돈 달라고 할 사람은 없죠?^^; "돈은 무슨 돈! 됐어~" 운전자는 예상한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출발 전에 그녀에게 줄 기름값을 결정했었습니다.
버스로 MT장소를 갈 경우 왕복 교통비가 13유로라는 걸 전날 버스회사에 가서 알아봤었거든요.
버스를 타고 갈 경우에는 버스를 내려서도 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따라서 20여분 걸어가야 있다는 MT 장소까지 아침 8시 30분 도착이 힘든지라, 차는 얻어 타지만 기름값은 준비를 했습니다.
왕복이면 10유로정도주면 저도 고맙고(버스비보다 싸니), 그녀도 고마운(기름 값에 도움이 되니) 결과라고 생각을 한지라 손에 10유로를 쥐고 있다가 차에서 내려면서 고맙다고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살짝꿍 돈을 쥐어줬습니다. 내 손이 떠나고 그녀의 손에는 10유로나 남겨지니 그녀는 놀라는 눈치로 "됐어!"를 외쳤지만, 저는 웃으면서 "태워줘서 고마웠어. 기름값에 보태!"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었습니다.
정말로 받을 의향이 없다면 다음 날 돈을 돌려 줄테고, 그럼 그 돈으로 학교 식당의 점심쿠폰을 사서 주겠다고 계획까지 세웠었지만, 그녀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돈을 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말한대로 기름값에 보탰던 모양입니다.^^
마눌은 항상 저녁에 남편 앞에서 오늘 무슨 일이 있었고, 내 생각은 이랬노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마눌이 어떤 상황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도 손바닥안의 손금처럼 빤하죠!
"나는 한국인여서 이곳에서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해!
나는 남에게 신세를 지면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하고!
가령 MT는 너무 멀어서 남의 신세를 져야했지만, 내 방식으로 그 신세를 갚았어.
매일 학교를 오가는 길에 차를 얻어 타지 않는 이유는 내가 걸어가도 충분하니 그런 것이고, 매일 차를 얻어타고 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은 날 "차나 얻어 타고 다니는 인간"으로 분류를 한 후에 날 우습게 보기 시작할꺼야.
나에게 뭔가를 부탁했는데, 내가 거절하면 "내차는 맨날 얻어타고 다니는 주제에 니가 감히 내 부탁을 거절해?"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그렇게 되면 사이가 틀어지는 건 순식간이고! 차를 얻어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운전자와 차를 얻어 타는 자는 동등한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내가 운전을 하는 차에 누군가가 한두번이 아닌
매일 구걸하듯이 내 차를 타러 오는 것이 나도 별로 유쾌할거 같지는 않더든!"
내말을 듣고있던 남편이 무심하게 한마디를 합니다.
"당신 말이 맞아.
당신이 생각하는 동등한 관계는 이미 차를 얻어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성립이 안되지."
아하^^ 오스트리아인이고 나랑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남편도 마눌의 생각에 동의를 하는걸 보니 사람 사는 법은 문화를 초월해서 비슷한거 같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했던 3가지중에 "개인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그렇게 해야 서로의 수준이 들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먹고 살기 힘들어서 휴가도 못가는 사람 앞에서 "지난주에 남편이랑 노르딕스키 타러 갔다왔어. 호헨타우언에는 아직도 눈이 수북한 것이 스키타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 라고 주절거린다면 내말을 들으면서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하겠죠.
"지금 돈 없어서 빵도 못 사먹는 내 앞에서 니가 잘 산다고 자랑하냐?"
한국에서야 아는 사람들끼리 같이 밥 먹으러 가는 일도 흔하지만, 이곳에서는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해도 정말로 수중에 돈이 없어서 못 간다는 사람들도 있는지라, 그 사람 앞에서 내가 어떻게 살고, 어디로 휴가를 갔으면 주말에는 뭘 하고 놀았는지 말하는 것을 조심하게 되고, 어느 순간부터는 입을 다물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친구를 만나는 것이 더 힘든 거 같기도 합니다.
나와 같은 (생활)수준과 취미과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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