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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의 인연,레나테

by 프라우지니 201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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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거주민들은 대부분 Dememz 데멘즈 증상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잠시 사전의 뜻을 찾아보자면..

독일어 : Demenz ◎ (의학) (후천성의) 정신 박약, 치매(癡簞)

영어 : dementia [diménʃiə] 〖의학〗 치매(癡呆).

 

네, 한마디로 치매 어르신들입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치매를 가지신 분들은 기저귀는 기본적으로 차고 생활하시는 분들입니다.

 

생각이 자주 외출하시는 분들이다 보니 화장실을 제때에 가는 것도 힘들거니와 자신의 배설물로 낙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기저귀도 앞에서 벗지기 못하게 뒤쪽에서 벗기는 식으로 착용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치매 어르신이고 혼자서 활동이 가능하시거나 보조를 받아서 낮에는 밖에 나와 계시는데, 유난히 한 방에 있는 어르신(?)은 항상 침대에만 누워 계셨습니다.

 

그 방에서 호출벨이 울리면 누군가가 항상 번개같이 뛰어다녔고 말이죠. 왔다갔다 하면서 문 뜸으로 그 방에 누워있는 어르신(?)을 살짝 보기는 했지만, 제대로 보지는 못했었습니다.

 

7시에 출근해서 18시에 퇴근하던 길에 찍은  요양원

 

실습 이틀째, 이날 목욕 하실 어르신 5분! 일단 훈련된 조교 (내짝꿍 직원)의 실습을 한번보고 난후에 그후 나머지 어르신들은 제가 다 목욕시켜드렸습니다.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인데, 왜 나는 그리 땀이 많이 나던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그나마 약간의 움직임은 가능해서 의자에 앉힌후에 (전동)의자를 욕조 안에 넣어서 욕조 안에서 목욕시켜 드렸는데, 마지막 어르신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 욕조가 아닌 이동식 침대에서 목욕을 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가면서 문뜸으로만 보던 그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다른 어르신에 비해 훨씬 젊지만 약간 어눌한 말씨! 누워있기는 하지만 제 정신인 거주민!

오후에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서 목욕을 시켜드리면서 이 어르신(?)을 알게됐습니다.

 

“난 Sie(지/존칭) 하는 거 싫으니까 나한테는 그냥 Du(두/너) 해도 돼!”

하면서 그녀는 자기 이름이 Lenate레나테라고 했습니다.

 

목욕을 시키면서 이런저런 대화중에 “나는 실습중이고, 여기서 슈탐하임 승인이 떨어지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만, “너는 친절하고 부지런하고 일도 잘하니 이곳을 슈탐하임으로 갖게 될꺼야!”하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던 참 다정한 레나테!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그녀의 방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힘들다”고 하던 그녀는 갑자기 발작을 시작했고, 저의 짝꿍인 사비나가 날보고 외치는 말!

 

“빨리 간호사 불러!”

 

얼떨결에 뛰어가서 간호사를 부르니, 이미 준비나 한듯이 캡슐약 몇 개를 가지고 뛰어옵니다.

 

얼른 발작하는 그녀의 입속에 캡슐속의 물약을 넣어주고, 그 사이에도 사비나는 발작하는 그녀의 손을 힘주어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를 20여분! 그녀는 안정되는 듯 보였는지라, 사비나가 손을 놓고 나가려고 하니 다시 시작하는 발작! 이번에는 제가 그녀의 두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너무 놀란 나에게 사비나가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발작을 하면 자기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린다고 합니다. 머리, 얼굴, 코등을 사정없이 때리게 되니 코피도 나고, 상처도 많이 입는지라 발작을 할 때는 꼭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그녀가 꼭 쥐고 있던 주먹을 손으로 살짝 푸니 힘없이 풀리길레 발작이 끝난 것을 알았고, 그녀의 방을 나왔습니다. 그후에도 사비나와 제가 번갈아 가면서 그녀의 방을 들여다봤죠.

혹시나 다시 발작이 시작됐는지, 아님 발작후 피곤해서 계속 자고 있는 상태인지..

 

그녀는 한동안 자는 듯 보여서 저희는 다시 다른 일을 했습니다.

저녁시간이니 저녁을 나눠드리고, 레나테의 방에도 치즈가 발린 빵 한 조각이 배달 되었습니다.

 

평소에는 손을 떨면서도 혼자서 잘 먹는 레나테인데 그날은 발작도 심했고, 저녁을 먹을 당시도 빵을 든 손이 심하게 떨어서 입이 아닌 머리 쪽으로 빵이 갔습니다. 보나못한 사비나가 나에게 레나테의 저녁을 먹여주라고 해서 그녀 옆에 앉았습니다.

 

그녀에게 빵 한쪽을 먹이면서 앉아있으니 레나테가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나, XXX 병이야, 이 병이 발작이 심하고, 발작할 때는 내가 나를 때려!”

 

그녀가 먼저 나에게 그녀의 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니 고마웠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 옆에 핸드폰이 울리고,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는 레나테가 웃으면서 “내 남편”하더니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기야, 잘 지내고 있지? 나도 잘 있어. 지금 저녁 먹는 중이야.~~~”

 

통화를 끝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레나테가 말을 했습니다.

 

“올해가 우리 결혼 42주년이야.”

 

그녀가 너무 어려 보였던지라 그녀의 나이가 궁금해서 물었더니 “64살”이라고 합니다.

 

“난 너가 이제 50살 된 줄 알았어. 니가 64살이라니 믿을 수 없어!”

 

내말이 농담처럼 들렸는지 웃던 레나테가 어눌한 말로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 남편은 파킨슨 병이야, 지금 병원에 있는데, 암도 발견됐다네!”

 

마눌은 요양원에 남편은 병원에 이 무슨 하늘의 조화인 것인지... 그래도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눌에게 전화를 하는 것을 보니 42년 익은 사랑은 정말 제대로 인가 봅니다.

 

이날 레나테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제가 레나테를 목욕시켰고, 발작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저녁을 먹여주었고, 그녀의 병과 그녀의 남편의 병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내 직업교육에 대해서도 “다 잘될꺼야. 걱정하지마!”로 용기를 주고, “너가 좋아”로 날 칭찬해주던 레나테. “여기서 슈탐하임 승인이 떨어지면 나 다시 여기로 올수 있어. 그럼 우리 맨날 볼 수 있다!”라는 나의 말에 “다 잘돼서 너를 또 봤음 좋겠다”던 그녀의 바람대로 저는 이곳을 슈탐하임(실습요양원)으로 정해도 된다는 승인을 얻어냈죠!

 

슈탐하임 승인을 얻은 후에, 퇴근하기 전에 레나테의 방에 들렸습니다.

 

“나, 슈탐하임 승인 떨어졌어. 2월23일 카리타스 학교 개강하고 한 달이 지나면 여기로 실습 나올꺼야. 그럼 우리 또 볼 수 있어. 잘 됐지?”

 

저보다 더 많이 기뻐해주며 레나테는 나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우리가 다시 볼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뻐. 사랑해!”

 

그녀는 오늘 하루 본 저를 사랑한다 했고, 저도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하루 만에 무슨 사랑이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정말로 저에게 그녀는 특별한 인연입니다.  제가 다시 실습을 나가서 그녀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게 그녀가 건강하게 있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인연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만나지는 거 같습니다. 요양보호사 실습생과 요양원 거주민! 이것이 겉으로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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