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엄마의 뒷담화를 하려는 의도는 없고,
이것 또한 뒷담화는 정말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쓰려고 했던 글인지라 쓰는 것이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저희 식구가 비엔나에 갔다가 거리에서 제가 화장품 선물주머니를 받는 행운이 있었습니다.
받은 선물중 반 정도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계획까지 세웠었는데..
제 선물을 기분 좋게 엄마 랑도 나누려고 했었는데..
엄마에 대한 저의 불편한 마음만 남아버렸습니다.^^;
제가 왜 속이 불편하고, 엄마에게 짜증이 나는지,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는지 판단 부탁드립니다.
아시죠? 제게 살아계신 엄마는 시엄마 한 분이랍니다.
울 엄마는 하늘나라에 계시거든요.^^
무슨 선물인디? 싶으신 분만 아래를 클릭하세요.^^
받은 선물을 그날 저녁에 시누이와 엄마 앞에 쫙 펼쳐놓고는 서로 갖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권했습니다. 시누이는 평소에 화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인지 자기는 필요 없다고 했지만, 엄마는 화장품만 유심히 살피시더라구요. 그러시더니만 한마디 하십니다.
“나중에 집(린츠)에 가서 다시 보자! 6색 샤도우는 맘에 든다.”
비엔나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고 다시 린츠, 일상으로 돌아온 뒤 선물가방을 들고 엄마한테 갔습니다.선물을 다 펼쳐놓고는 엄마가 선물을 고르기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제가 갖고 싶은 것이 딱 하나 있었지만,
일단 엄마가 고른 다음에 저도 챙길 생각이였죠.
엄마에게 이런저런 것을 설명 해 드렸습니다.
“엄마, 엄마가 갖고 싶으시다던 6색 새도우 하고요,
크림 볼터치는 엄마가 쓰셔도 될 거예요.”
( =엄마 연세(60대 중후반) 에 어울리는 것은 이것뿐이에요.)
립스틱이나 립글로스는 핑크색 종류여서 어린 사람들이나 어울리는 색이구요.
엄마는 아이라인이나 마스카라 안 쓰시니 필요 없으시고..
발가락에 끼우고 매니큐어 바르는 고무정도는 챙기셔도 되겠네요.“
며늘이 이미 엄마 몫의 선물을 골라(2가지?) 드렸는데도 엄마는 안 들리시는 척 계속 쳐다만 보고 계십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말씀이 없으셔서 제가 여쭤봤습니다.
“엄마, 이거 다 갖고 싶으세요?”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냐?”
“네(하나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고르고 나머지는 다 사람들 나눠줄꺼에요.”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 준다니 다시 화장품만 쳐다보고 계십니다.
“엄마, 이거 다 갖고 싶으세요? 엄마는 눈 화장(아이라인, 마스카라)도 안하시잖아요.
엄마 핑크색은 아이들이나 어울리는 색이예요.”
그래도 엄마는 대답을 안 하시고 화장품만 쳐다 보십니다.
아무래도 엄마는 다 갖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엄마, 이거 다 갖고 싶으세요?”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는 얼른 대답을 하십니다.
“ 핑크색 매니큐어랑 손톱에 부치는 스티커는 남 줘도 되겠다.”
헉^^; 조금 당황했습니다. 평소에 화장을 하시는 분이셨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엄마가 하는 화장이라고는 입술에 약간 색을 넣으시는 정도이시거든요.
“낼 모래 70을 바라보시는 할매가 평소에 안 하시는 아이라인, 마스카라 화장을 할리는 절대 없으신디.. 립스틱이고, 립글로스고 다 핑크색이라 할매한테 어울리는 색은 절대 아닌디.. 하이라이트(아이샤도우)는 어디에 쓰실 예정이시고, 볼터치 왕브러쉬는 어디에 쓰시려는지???”
선물을 다 털어드리고, 엄마한테 퇴짜 맞은 것들만 챙겨서 방으로 돌아오는데 마구 짜증이 몰려왔습니다.
(내가 갖고 싶었던 2색 샤도우는 3유로정도면 살 수 있으니 사면되지만)
남 준다는 말에 쓰시지도 않을 제품들을 몽땅 챙기시는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죠.
평소에 욕심을 과하게 부리시는 분이라면 “그러려니..”하겠지만,
안 그러신 분이 그러시니 더 이해도 안 되고 말이죠.
물론 그 화장품을 정말로 엄마가 쓰시려고 챙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들기는 하지만, 정말 아주 미약하게만 듭니다.
저는 매일 엄마 얼굴을 확인합니다.
엄마의 눈에서, 입술에서, 몽땅 챙겨 가신 그 선물의 흔적을 찾아서 말이죠.
정말 엄마에게서 흔적을 발견되면 그때쯤에는 내 불편한 마음이 편해질 거 같습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며느리에게 배우는 IKEA이케아 핫도그 (26) | 2015.02.12 |
---|---|
우리반 스캔들 (12) | 2015.02.08 |
인터넷보고 따라한 식빵호떡 (63) | 2015.01.29 |
시어머니와 함께 한 외출 (16) | 2015.01.25 |
내가 준비했던 재활용 선물 (6) | 2015.01.06 |
나는 자랑스러운 블로거 마눌 (27) | 2015.01.01 |
다시 시작한 요가 (5) | 2014.12.29 |
내 가족을 위한 선물 (12) | 2014.12.19 |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 (20) | 2014.12.17 |
시부모님께 처음한 식사대접 (14) | 2014.12.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