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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 가족을 위한 선물

by 프라우지니 201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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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로 시집와서 7년이 지났지만, 제 가족은 여전히 한국에 있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내 형제들이 저에게는 가족입니다.

 

"시집왔으니 시부모님과 남편이 가족이여야 하지 않냐"고요?

 

제가 한국어로 "가족"이라 한다면 한국에 있는 내 가족입니다.

제가 독일어로 "meine Familie 마이네 파밀리에" 한다면 이곳의 가족이 되겠지만..

독일어로는 " mein Mann 마인 만(내 남편), meine Schwigereltern 마이네 슈비거엘턴(내 시부모님)이라고 부르지 싶습니다.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를 묶어서 "가족"이라고는 하지 않거든요.

 

남편과 저를 묶어서도 "가족"이라고는 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아내인 나는 "내 남편"이라고 부르고, 남편은 저를 "내 아내"라고 부르니 말이죠.

"우리 가족" 뭐 이런 개념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저에게 있어 가족은 한국에 있는 내 식구들입니다.

 

제가 아무리 한국에 있는 가족이 내게 있어 진정한 가족이라고 하지만, 마음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며느리로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시시때때로 선물이나 여러 가지 행사를 챙겨야 하는 가족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남편을 포함한 시댁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며느리는 벌써 시부모님과 시누이에게 줄 크리스마스 준비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필요한지 모르니 적당한 선물을 고르는것도 이때하는 피곤한 일중에 하나입니다.

 

진정한 가족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라고 못 박아도, 크리스마스때나 가족의 생일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선물? 뭐 이런거 보낸 적도 없습니다. 마음만 진정한 가족이라는 이야기인거죠^^;

 

시부모님과 함께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네 3박4일 다니러 갔을때, 비엔나에서 정말로 내 가족을 위한 선물을 샀습니다. 비도 오는 추운 날씨에, 기념품 가게에 들어간 마눌은 한동안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눌은 십여분 그렇게 기념품 가게에서 시간을 보낸 모양입니다.

비닐봉투 한 개를 들고 나오는 마눌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완전히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의 마눌에게 돈쓰면 (마눌의 돈이라도) 잔소리 하는 남편인데,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입 다물고 마눌이 쏭알거리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남편, 이거봐라! 셔츠랑 가방이랑 샀어. 이거 한국에 보내 줄꺼야!^^"

 

 

"이건 큰 언니꺼고, 이건 작은 언니, 남동생 것은 큰 걸로 샀어. 이 셔츠랑 가방은 조카몫이야.

저렴하게 세일까지 해서 잘 샀어. 예쁘지. 히히히히히"

 

 

의무처럼 시부모님의 선물을 사고, 포장을 하던 마눌이였는데.. 오늘은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누구 몫인지 하나하나 설명하니 남편의 마음이 짠했던걸까요?

 

돈 내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무뚝뚝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 말 안 들으면 나중에 돈(내가 가족선물 산 돈) 안 준다!"(=내가 처가선물 살께)

 

 

"그리고 한국으로 보내는 건 당신 돈으로 보내!" (=이것도 말 잘 들으면 내가 낼게)

 

어째 우리부부는 대화가 좀 그렇습니다.^^;

남편이 15달이나 연상인 마눌한테 "말 잘들으라"니!

그래도 돈줄은 남편이니 말을 잘 들어야하기는 합니다.^^

 

내 가족을 위해서 선물을 사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처가를 위해서 셔츠 값는 내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약간 반어적으로 말을 하는지라 잘 새겨듣지 않으면 싸움이 난답니다.

 

"G랄, 누가 돈 내달라고 했어?

내 돈 쓰는데 잔소리나 하지 마시고, 너나 마눌 말 잘 들으세요~"

 

처음에는 뭐 이렇게 싸움도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이해를 합니다.

 

"아하~ 남편, 니가 내 가족 선물을 사주고 싶으세요?"

 

올해는 의무적으로 챙기는 선물외에 한국에 있는 내가족의 선물까지 챙겨서 더 신나는 크리스마스입니다. 언제 보낼지는 아직 정하지 않는지라 선물은 잘 모셔두고 있습니다.

 

물론 내 가족은 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크리스마스가 훨씬 지나고, 새해가 훨씬 지난 다음에 받게 되겠지만, (여름 셔츠니까 가을 전에만 도착하면 되겠죠?^^) 내 가족에게 보낼 뭔가를 샀다는 사실에 선물을 볼 때마다 행복하고 흐뭇합니다.

 

멀리있어 더 애뜻하고, 더 눈물나게 보고싶은 내 가족을 위해서 올해 처음 선물을 샀습니다.

비싸지 않는 셔츠 몇 개이지만, 내 가족을 위해서 정성스럽게 골랐습니다.

 

돈쓰면서도 행복한 이런 느낌은 처음인거 같습니다.^^

이런 마음 이해되시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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