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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내가 주문한 교통반사 안전 팔찌

by 프라우지니 2014.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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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중급인 저는 이제 직업교육을 받으려고 준비중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문제없는 독일어실력이지만 제 독일어가 막힐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멜이나 문서를 작성할 때는 쪼매 답답합니다.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이지만 말로 하는거랑 문서로 작성하는 단어들은 조금씩 다르거든요.

 

얼마 전부터 남편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남편, 나 이거 받고 싶거든. 이멜을 쓰고 싶은데 같이 쓰자(=도와줘!)

 

이 말을 몇 번이나 했었지만 퇴근해서도 항상 자정이 넘어서까지 자기의 일을 하다가 잠을 자는 남편인지라 웬만큼 긴급하거나 중요한 일이 아니면 사실 도와줄 의지도 도와줄 시간도 없습니다.(남편이 뭘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제가 구독하고 있는 무료신문에 난 광고 하나!

 

겨울철이 되면서 일찍 해가 지니 오후 5시면 이미 깜깜해집니다. 겨울철 교통안전을 위해서 “교통안전 반사판”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광고인데, 주소가 있으면 찾아가겠구먼, 전화와 이멜 주소만 적혀있습니다.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지만, 우편으로 받게 되면 우송료를 내야할 수 도 있으니 일단은 문의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편이 도와줄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가고, 이 “교통안전 반사판”을 거의 잊고 있었는데, 다시 신문에 광고가 나왔습니다.

 

어차피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면 또 내가 쓴 독일어를 타박하고 가르쳐 준다는 이유로 마눌을 뒤로 훌러덩 넘어가게 만들 수 있는 남편인지라 그냥 저 혼자 이멜을 쓰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내 이름보면 내가 외국인인줄 알텐데, 독일어 문법이 약간 틀린다고 뭐라고 하겠어?”

 

(저는 여기서도 제 한국 이름을 사용합니다.

 결혼하면서 남편 성을 따르지 않고 그냥 제 성을 그대로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멜을 썼습니다. 내용은 필요한 수의 반사판을 달라는 것이였죠.

 

“저는 5명분의 교통안전 반사판이 필요합니다.

2개는 시부모님꺼, 2개는 남편과 내꺼,1개는 시누이꺼” 묻지도 않는 누가 쓰게 되는지까지 적어서 이멜을 보내고 잊고 있었는데..

 

 

 

 

이멜을 보내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교통안전 반사판이 집으로 우송됐습니다.

교통안전 반사판도 무료이고, 우송료도 무료였던 모양입니다.

 

5명분의 10개가 집에 도착하자 마자 얼른 시부모님께 2명분의 4개를 드렸습니다.

 

“엄마,아빠, 산책이나 자전거타고 슈퍼가실 때 꼭 하고 다니세요!”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의기양양하게 자랑도 했습니다.

 

“남편, 이것봐라~당신이 이멜 쓰는거 도와주지 않았지만 내가 혼자서 했어.

그리고 5명분 받았다. 부모님은 이미 드렸고, 당신꺼랑 내것도 있고, 한 세트는 도리스(시누이 이름) 줄꺼야! 잘했지?^^”

 

이럴 때마다 남편은 마눌을 대견한 듯이 쳐다봅니다. 마눌이 엉터리 문법으로 이멜을 썼을지언정 상대방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물건을 보냈으니 말이죠.^^

이렇게 마눌이 혼자서기를 해 나가는 모습이 이쁜 모양입니다.^^(마눌의 생각에는 말이죠!^^)

 

시누이 몫의 반사판은 시누이가 왔을때 그녀의 몫이라고 줬습니다.

비엔나에 사는 시누이는 퇴근 후에 “쉔부룬 궁전”의 정원을 가끔씩 달리거든요.

달릴 때 반사판을 팔이나 다리에 부착하고 달리면 조금 더 안전할테니 말이죠!

 

“마침 필요해서 사려고 했었는데 너무 잘됐다!^^ 고마워요~”

 

별거 아닌 물건이지만 필요했었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뿌듯했었습니다.

 

안전에 필요한 물건을 가족들을 위해서 주문하면서 내 독일어 실력도 쌓고, 조금씩 전에 해 보지 않는 새로운 일(무료 주문?)들을 하면서 저는 이렇게 조금씩 오스트리아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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