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스트리아에서의 직업교육을 꿈꾸면서 교육에 필요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직업교육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 “2년 동안 풀타임(하루 8시간씩)으로 달리게 될 직업교육이라는 차”에 동승하려고 지금은 달리는 중입니다.
직업교육에 필요한 교육기관 입학시험을 필기와 면접을 보고 일단 합격이 됐습니다.
그래서 한고비를 넘었는가..했더니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고개!
40시간의 실습!
하루 10시간씩 4일 동안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실습을 마쳤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실습생인 나를 감시하는 눈들이 많았던지라 그냥 나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항상 밝은 기분으로 생활(=일)하는 나의 모습을!
40시간 실습 후에 Stammheim슈탐하임 (2년간의 직업교육 동안 최소 6개월 이상은 1주일에 40시간을 실습(=일)을 하게 될 곳)을 결정하게 되는 문제도 있는지라, 일단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줬더니만, 다행이 실습이 끝난 후에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저는 이렇게 한국어로 길게 설명하지만, 그곳의 반응은 딱 한마디였습니다.
Wir sind begeistert
우리는 begeistert 베가이스터트 했다는 말인거죠!
여기서 잠깐 단어의 뜻을 잠시 보실께요.^^
begeistert < Adj. > (1) 감격한 , 고무된 , 영감을 받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았고, 마지막 날은 “이곳을 슈탐하임으로 정해도 좋다”는 2층 관리자인 간호사님의 말씀도 들었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효하는 줄 알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입으로만 성사되는 어떤 일도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죠.
40시간의 실습평가서를 직업교육기관에 제출하니 그곳에서 묻습니다.
“슈탐하임을 하겠다는 실습지원서를 제출했나요?”
엥?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실습하고 싶은 곳에 지원서를 내야한다니.
“간호사님이 슈탐하임으로 정해도 좋다고 하시면서, 제 이멜주소, 전화번호, 사회보장(보험)번호를 물어오셔서 가르쳐드렸는데, 그것으로 끝이 아니였나요?”
“아니예요. 그렇게 말로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단 거기서 원하는 서류를 다 첨부해서 그 요양원에 지원서를 넣으면 요양원 원장이 보고, 승낙을 하게 되면 그 서류를 지역요양원을 관리하는 더 큰 지역(=센터)으로 보내죠. 그러니까 최종 슈탐하임의 승인은 더 큰 지역(=센터)에서 하게 되는거죠.”
“아하~그러니까 저를 요양원 2층을 담당하시는 간호사님이 OK 해야하고, 원장님이 OK 해야하고, 최종적으로 큰지역(=센터)에서 OK해야 제가 공식적으로 슈탐하임을 갖게되는 거군요.”
“그렇죠! 일단 서류를 요양원에 넣으면 아마도 요양원장이 인터뷰를 하자는 연락을 해 올꺼예요.원장이 면접을 한후에 합격이 되면 서류가 위로 올라가게 되는거죠!”
참 쉬운거 하나도 없습니다. 다시 요양원장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게된다니..
쉬운 말로 설명해놔도 될 것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독일어로 써있는 지원서는 저에게는 너무도 버거운 작업인지라 부득이하게 남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해야하는 서류는 아래와 같습니다.
1.사진이 부착된 지원서
2.출생증명서
3.비자(이곳에서 합법적으로 머물고 일할 수 있다는)
4.혼인증명서(혹은 이혼증명서)
5.이력서
6.학력증명서
7.남자의 경우 병역증명
8.근무평가서(전에 일했던 직장에서의)
무슨 놈의 나라가 “서류준비”하면 항상 출생증명서가 나옵니다.
신분증에 생년월일이 나오는 걸로 부족한 것인지..
출생증명서에 엄마,아빠 이름이 적혀있는걸 확인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도 독일어로 된 출생증명서가 있습니다.
뒤에 증빙서류로 따라오는 서류가 더 두껍기는 하지만 말이죠.^^;
1번을 제외한 나머지 서류는 다 준비가 끝났는디..
이 지원서가 생각보다 작성이 어렵습니다.
내 지원서인데 왜 남편의 직업과 근무처를 써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졸업년도”하면 될 것을 왜 길게 설명해놔서 오히려 더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인지..
엊저녁에 우리 집에서는 전쟁 아닌 전쟁이 났었습니다.
“남편, 이거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읽어봐!”
“Schulbidung mit Angabe des Tages der Abschlusspruefung(Studienrichtung)"
"무슨 뜻인거 같아?“
“학교를 쓰라는거 같은데?”
“다시 읽어!”
"무슨 뜻이야?“
여기 대학교 학과도 쓰라는거 같고.”
“다시 읽어”
“Schul~~~"
"뭐래?“
“날짜를 쓰라는건 알겠는데, 여기에 고졸을 쓰는지, 대학교 학과를 써야하는지 모르겠어.”
“독일어 공부는 요새 안 해?”
이쯤되면 마눌이 열받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노트북을 던지고 싶지만 그럼 안되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합니다.
“나 안 해! 당신 도움 필요없어. 됐어!”
쪼매 자상하게 그냥 가르쳐주면 좋으련만,왜 마눌한테 호랑이 훈육을 하는 것인지..
이렇게 마눌이 뒤로 훌러덩 뒤집어져야 남편이 쪼매 부드러워집니다.
“고졸 날짜쓰고.”
“우쒸! 애초에 그렇게 가르쳐주면 좋잖아.”
“대학교 졸업날짜랑 학과도 써.”
“알았어.”
이렇게 전쟁아닌 전쟁을 한후에야 지원서 작성이 끝났습니다.
내일쯤 요양원에 준비된 서류랑 지원서를 갖다낼까하고 있었는데..
오늘 요양원에서 간호사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우리 요양원을 슈탐하임으로 정하려면 지원서 내야하는거 알고있죠?”
참 친절하신 분이십니다. 실습생에게 일부러 전화까지 하셔서 알려주시는걸 보니 말이죠.
“아 네~안그래도 내일쯤 서류 들고 찾아뵈려고 했었는데..낼 근무하시죠?”
전 내일 서류를 안고 요양원을 갈 예정입니다. 전에 실습할 때 뵈었던 어르신들의 얼굴도 볼수 있어서 좋긴한데, 제가 살균된 근무복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상태로 그분들을 안아드려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길고 높게 보이는 직업교육으로 가는 길이지만, 직업교육이 시작되는 2015년 2월2일은 금방 오지 싶습니다. 저는 지금 “오스트리아에서의 직업교육”이라는 차를 타기위해 정류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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