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는 이민여성들이 오스트리아의 직업세계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해주는 "건강,사회복지쪽 직업을 선택하는 이민여성들을 위한 준비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올해로 10년째 맞이하고 있다는 이 강좌에 저는 10기생중에 한명입니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오스트리아에서 살게된 저의 동기생들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학벌도 출신 나라도 나이도 다양하지만 같은 직업(건강,사회복지)쪽으로 가겠다는 같은 목적을 가진 이민여성들이죠!
처음에는 17명이 출발을 했는데,2명은 첫날만 얼굴을 보여 주는가 했더니 행방불명!
나머지는 결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늦게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얼굴을 보여주는 사람은 열명이 조금 넘습니다.
제 동기생중에 젤 고령자는 45살의 이집트 출신 아줌마, 마롤라입니다.
이집트에서 간호대 4년에 실습1년 총 5년을 간호사 공부에 투자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오스트리아에 온 후 집에서 아이 4명(18,14,10,8살)을 키우면서 20년을 보낸 후에 이제야 직업을 가져 볼 목적으로 왔습니다. 남편이 피자집 사장님이여서 가끔씩 피자를 들고 오기도 하는 아직은 독일어가 서툰 동기생입니다. 이곳에 온 이유도 독일어를 배울 목적과 함께 이집트의 “(간호사)학위”를 오스트리아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다시 이곳에서 “간호사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그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제 동기생중에 동갑인 동기생이 3명이나 있습니다. 나와 동갑인 티키와 마리아.
네, 마롤라보다 한 살 어린 44살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마리아는 오스트리아인과 결혼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서 이곳에서 3년째 살고 있는데, 6개월 전에 결혼을 했다고 해서 저를 조금 놀라게 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다른 서양의 나라처럼 “파트너” 뭐 이런 류의 비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었거든요. 외국여성이 이곳에서 비자를 받으려면 “결혼”하는 방법뿐인지라 그녀가 어떻게 결혼도 안 하고 이곳에 2년6개월을 머물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산골에서 목장 일을 하면서 빵도 직접 만들어먹고, 치즈도 젓소에서 짠 우유로 만들어 먹으며 살았다고 하는 마리아는 참 활동적입니다.
“와! 대단하다. 어떻게 젓소에서 직접 짠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했어?”
“완전 두메산골이라 가게가 없어서 야채도 키우고, 치즈,빵도 다 만들어서 먹어야 하는 자급자족해야 하는 생활이였거든.”
정말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같은 마리아입니다.
3년째 이곳에서 불법(혼인신고 전에는 일하면 안 되는 신분이라 불법으로 청소 일을 했고, 지금은 합법적으로 일할수도 있지만, 3년간 청소를 해오던 곳이라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고 하더라구요.)으로 청소를 하러 다닌다는 그녀는 항상 작은 배낭에 쉬는 시간에 동기생들과 나눠먹을 여러 가지 과자를 가지고 오는 항상 웃는 입매를 가진 저보다 훨씬 더 젋어보이는 동기생입니다.
저의 또 다른 동갑인 티키는 태국에서 왔습니다. 덩치도 초등생처럼 작고, 아직 말도 어눌한 편인데, 발음 또한 안 좋은지라 그녀가 뭔가를 질문하면 동기생들이 다 “뭐래?”하는 표정입니다.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서 결혼 2년차에 들어가고 있는 신혼입니다.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해서 태국에서 장애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쳤다는 티키는 “장애우 보호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늦으막히 오스트리아 남자를 만나서 결혼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살짝 물어봤더니..
“어느 날 광고 이멜을 받았는데, 태국여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서양남자들의 정보들이 들어있더라. 내 남편이 그중에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사람이여서 이멜을 보내서 서로 알게됐고, 그 다음에는 남편이 휴가를 태국으로 와서 만나서 그렇게 서로 연애를 시작했어.”
아직 그녀의 독일어가 어눌해서 제대로 된 대화는 하기 힘든 사이이지만 솔직한 그녀는 맘에 듭니다.
잘 살아보겠다고 외국에 간 남편을 20년 동안이나 기다린 끝에 오스트리아 정착한 남편이 부름으로 이곳에 오게된 아프샤는 파키스탄에서 온 무슬림 아낙입니다.
올해 38살이니 18살 때 남편을 떠나 보냈었네요.
파키스탄을 떠난 남편은 유럽으로 오는 길에 여러 나라에서 일도 했었는데, 오스트리아에 난민으로 들어와서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져서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는데 딱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나마 잘된 경우죠! 10년을 기다린 끝에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해서 파키스탄에 있는 가족들을 불러들였으니 말이죠.
여기서 잠깐!
유럽으로 와서 살겠다고 무작정 유럽으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동남아, 러시아 사람들때문에 유럽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난민 신청을 해 온 사람의 이유가 타당할 경우는 오스트리아 입국 10개월만에도 오스트리아 국적을 주지만, 그것이 아닌 경우는 몇 년 혹은 십년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구요.나이가 어릴수록 국적 취득하는 것도 수월하다고 합니다.
제 옆에 앉는 티벳아가씨의 말을 빌리면..
“나랑 같이 오스트리아에 왔고, 나랑 같이 (이민국) 인터뷰 들어가서 둘 다 ”거절“ 당했는데, 며칠 후에 그 친구는 ”승인“을 받았더라구요. 그 친구는 어려서 쉽게 승인을 받은 거 같아.”
아무래도 나이 많은 사람이 거짓말을 할 확률이 높아서 그런걸까요?
아님 정말로 난민들이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는데 “운”이라는 것이 작용을 하는 걸까요?
난민생활 3년차인 머르시는 나이지리아에서 온 33살 아가씨입니다.
난민신분이라 일은 할 수가 없는지라 지금은 이곳에서 강좌를 들으면서 직업교육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두 번씩이나 요양원에 가서 테스트 실습을 마친 그녀는 “요양보호사”가 그녀의 천직이라고 말합니다. 전형적인 흑인답게 저보다 2배 큰 덩치를 자랑하지만 주말에는 “가스펠 부르는 세자매”의 하나로 사람들과 함께 가스펠송을 부르는 일을 하고 있는 신실한 종교인입니다.
내 바로 옆에 앉는 킨좀은 티벳에서 온 28살의 아가씨입니다.
오스트리아 생활 1년4개월 차에 들어가는 난민으로 자기랑 비슷한 혹은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은 다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하는데, 자기만 늦어지는 원인이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로로 오스트리아로 들어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그녀의 심플한 답변.
“나? 비행기타고 오스트리아에 들어와서 공항에서 난민신청했는데?”
“어... 난민은 신분증이 없이 오는거잖아. 어떻게 비행기를 여권없이 탈수가 있어?”
“티벳에서 네팔로 넘어간 다음에 네팔에서 가짜 여권을 사서 비행기를 탔어.”
아하~ 오는데 돈이 쪼금 많이 필요했던 경우입니다.
가짜여권도 사고, 항공권도 사야했으니..
티벳에서 학교를 다닌 적이 없었던 그녀는 내년 4월에 시작하는 “오스트리아 중학교 과정”에 이미 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1년과정의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난후에는 직업교육을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티벳에 있을때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했었다고 하는 그녀는 작은 마을에 살았었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이면 학교도 있었을 텐데 왜 안 다녔어?”하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습니다.“학교에 가면 중국어 배운다고 아빠가 학교에 안 보냈어.”
티벳 문화를 지키고 싶어한 아버지의 바람이였을까요?
킨좀은 중국인들이 가르치는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영어와 티벳어는 배웠다고 합니다.
학교는 아닌 곳에서 배웠을 영어인데 그녀의 영어는 꽤 수준급입니다.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저의 동기생들을 나이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24살의 할리마는 아프리카 대륙의 소말리아에서 왔습니다. 흑인이지만 검은 피부가 아닌 초코렛색을 가진 무슬림아낙입니다. 난민으로 오스트리아에 온지 3년 만에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했고, 지금은 본국에 있는 남편과 딸내미를 이곳으로 불러들일 일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본국에 남편과 딸을 두고 왔다고 해서 저를 조금 의아하게 했었습니다.
“온가족이 움직이면 힘도 들고 돈도 많이 들거든. 여자가 남자에 비해서 쉽게 나올 수 있어서 내가 나왔어.”
소말리아에서 4년제 간호대학을 2년 마치고 왔다는 그녀는 지금 간호사 직업교육을 꿈꾸고 있지만 쉽지 않을 수도 있는지라 여러 곳에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노동청의 승인” 있어야 직업교육이 가능한데, 노동청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1년 정도 일을 한 경우에만 직업교육을 지원 해 주거든요.
그녀같은 경우도 난민일 때는 나라에서 잠자리 주고, 식비 제공 해 줘서 살았고,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지금은 “사회복지 어쩌고” 해서 지금은 한 달에 860유로정도 받고 있습니다.
3년째 오스트리아에서 주는 돈으로만 살았는데, 다시 오스트리아 정부의 돈으로 직업교육을 받겠다고 하니 조금 버거운거죠.
노동청에서는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져서 국적을 취득한 난민들을 얼른 취업시킬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가지고 있는 난민들은 청소 같은 허드렛일보다는 제대로 직업교육을 받아서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하죠.
그렇게 되면 직업교육은 필수로 받아야하는데, 노동청에서는 “이곳에서 1년 정도 일을 해서 나라에 세금을 내라. 그래야만 너희도 직업교육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하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우회해서 직업교육을 받을 방법을 모색중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반에서 제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고,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라일라는 시리아에서 온 23살짜리 무슬림 아낙입니다. 18살에 오스트리아로 시집와서 아이 낳아 키우면서 집에만 있다가 직업교육 받겠다고 이제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낙입니다.
대학 졸업한 다른 아낙들은 가만히 있는데 툭하면 “마투라(고졸)”을 들먹이면서 자신이 배운 여성임을 들먹이는 조금은 거만하고 조금은 귀여운 아낙입니다.
철이 없어서인지 아님 다른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절대 배려 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수업시간에 목소리가 젤 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반장같은 동기생입니다.
동기생 중에 흑인 3명이 있는데, 그중에 한명은 케냐에서 온 21살의 아그네스입니다.
오스트리아에 “Au pair오페어”로 왔다가 케냐출신 남자친구를 만나서 함께 산지 1년 됐다는 그녀.
au pair 오페어-숙식 제공을 받는 대신 가사를 돕는 외국 여자
수업 중에도 당당하게 커피 타러 가는 아주 용감한 아가씨입니다.(남을 배려 안하는 것인지 아님 원래 그 나라에서는 수업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를 타러 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년 봄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그녀의 남친을 항상 “내 남편”이라고 칭하던 그녀!
최근에 남친한테 쫓겨나는 수난을 당했습니다. 1년동안 같이 살면서 남친의 독일어 시험을 도와서 합격하게까지 만들었는데..며칠 전에 남친이 어떤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는 “앞으로는 이 사람이랑 같이 살면서 집세도 반반씩 낼꺼야. 넌 나에게 보탬(경제적)이 안 되니 집에서 나가!” 했답니다.
그녀의 남친은 오스트리아 여자와 결혼해서 국적을 취득한 후에 이혼했다고 하더니만, 아그네스도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진 모양입니다.
당장에 잘곳도 없고, 그녀가 신청한 학생비자도 그녀 남친의 사인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라, 학생비자의 사인까지는 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당장 문제는 먹고 살아야 하니 잘곳과 돈을 벌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녀는 법적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일을 하면 안 되는 신분이지만 말이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 해 봤어?”하는 나의 질문에 “오스트리아가 케냐보다는 훨씬 더 기회가 많은 나라여서 이곳에 있어보려고..” 어떤 방법이던 그녀가 찾을수 있기를 바랍니다.
같은 동기생이면서도 가끔씩 수업시간에 얼굴을 내미는 돌마도 21살의 티벳아가씨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온지 1년 만에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했고, 본국에서는 유목민이였던지라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지금은 오스트리아 중학교과정을 공부중입니다.
내년 2월에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에 직업교육을 받겠다는 계획을 가진 정말 똘똘한 아가씨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온지 1년4개월된 아가씨임에도 동기생중에 젤 문법적으로 독일어를 잘합니다. 외국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두 문장을 연결해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드는 것인데, 그녀는 그것을 제대로 합니다. 숙어들도 제대로 숙지해서 사용하고 있구요.
어린 나이임에도 배울 점이 많은 동기생입니다.
어떻게 독일어를 배웠냐고 누군가가 물었더니만..
“남친한테 답안지를 준 다음에 자기에게 질문을 하게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매일 독일어 숙어도 반복해서 공부하면 정말로 제대로 내 단어가 되는거죠.
안타깝게도 저는 “답안지를 들고 저에게 물어봐 줄 사람”이 없습니다.
있다면 독일어가 팍팍 늘거 같은데 말이죠!^^ (이건 변명이야. 정말로~)
제 남편은 본인이 퇴근 후에도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일(웹사이트)이 있고, 두 번째로는 마눌이 두 번만 틀리게 대답하면 바로 한마디 해서 마눌 머리에 김나게 하는 재주가 있는지라..
사양합니다.^^;
제가 돌마를 처음 Maiz(제가 지금 Maiz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동기생들을 설명 중인거죠!) 인터뷰때 만났었는데, BFI(요양보호사 2년과정이 있는 단체)의 입학시험을 보는 곳에서도 또 만났었습니다.
그녀도 나와 같이 필기시험을 치고, 면접을 봤었는데, 그녀는 내년 2월에 들어가는 직업교육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노동청에서 “거절”했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저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내년이 되어봐야 아는 일이거든요.^^;)
노동청에서 하는 말은 항상 같지만, 제가 아는 아낙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일 한적 없었는데도 3년짜리 직업교육 잘만 받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거 같습니다.
제 동기생중에 막내는 기니에서 온 19살짜리 흑인아가씨입니다.
“수업시간에 제시간에 오자”라는 말에 “나는 내가 오고 싶을 때 올꺼야”해서 첫날 제대로 된 이미지를 확립한 친구로 아직 독일어는 딸리지만 오후에는 웨이츄레스로 8시간 근무하면서 착실하게 수업을 나오고 있습니다. 엄마가 간호사여서 자기도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친구로 동기생중에 유일하게 돈을 벌고 있는 생활력 강한 아가씨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수업에 꾸준하게 나오는 동기생들을 소개드렸습니다.
처음 17명으로 출발해서 교육 받은지 3주, 몇몇 빈자리는 “대기자명단”에 있는 순서대로 새로운 동기들이 들어온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어떤 개성을 가진 아낙들이 우리 동기가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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