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써놓고 보니 뭔가 의미심장합니다. 하지만 그걸 경험한 제게는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걸 알려주는 세계였으니 말이죠!^^;
저는 마흔이 넘은 중년여성입니다. 저보다 한 살 어린 보스니아 여성은 22살짜리 그녀의 딸을 시집 보냈다면서 그녀의 결혼식 사진까지 들이밀어서 저를 부럽게 했습니다. 저는 결혼을 늦게 했지만,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아이도 없습니다. 이 나이에 생겨도 곤란하겠지만 말이죠.^^
남들은 손자 볼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에 갑작스럽게 중학교 수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무신 팔자가 이리도 웃기는지..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중학교 수학이라니요~^^;
제가 받고 싶은 교육과정을 들어가는데, 입학시험이 있고, 시험과목은 독일어와 수학이랍니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이니 시험을 보는 건 필수입니다.
제가 무슨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호랑이 남편에게 배우는 면접 준비
위 포스팅의 결과를 알려드리자면..
저는 이 교육과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연락을 받았고, 남편과의 내기에서 이긴 관계로 100유로도 챙겼습니다. 이 돈으로는 시부모님 모시고 외식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남편은 인터넷에서 웹사이트 하나는 찾아주고는 수학연습문제를 풀라고 했습니다.
그런디..
독일어로 나오는 수학문제는 독일어를 이해하는것부터 무리가 있습니다.
독일어로는 더하기 문제의 =(는)과 빼기문제의 =(는) 과 곱하기, 나누기 문제의 =(는)이 제각기 다른 이름입니다. 뭔놈의 수학문제의 =(는)에 이렇게 많은 이름이 있는것인지 원^^;
위의 사진을 보면서 설명드리자면..
Summand + Sumnand = Summ(짤려서 넘어갑니다.^^)
“숫자 더하기 숫자는”에서 숫자들에도 명칭이 있습니다.
Minuend - Subtrahend = Differenz
빼기문제는 앞의 숫자와 뒤에 빠지는 숫자의 명칭이 다릅니다.^^;
아래의 곱하기는 우리나라의 x 이런 표시대신에 왠 점하나?
나누기는 제가 아는 ∻(대충 이런 모양^^;)이 아니고 왠 : 땡땡이 두 개!
참 산(수학)넘어 산(독일어)입니다.^^
마눌에게는 너무도 벅찬 인터넷 수학 문제풀기라고 생각한 남편은 서점에 가서 수학책을 쭉 한번 흟어보고 그중에서 한 권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시킨다고 고분고분 할 아낙은 아니죠!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인데 수학이 뭐 어렵게 나오겠어?
더하기,빼기,곱하기,나누기정도 아닐까?”
“그러다 떨어지면 어쩔건데?”
이렇게 나오면 얼른 서점에 가서 수학책을 봐야하는 거죠!
나중에 “내가 시키는 대로 안하니까 떨어졌잖아~”이런 소리 안 들으려면 말이죠!^^
그래서 서점에서 3시간 죽치고 앉아서 이런저런 수학책을 본 끝에 중학교2학년(우리나라로 치자면 교육 6년차(초교6)) 책을 한권 골라서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는 시험 날까지 딱 3일만 보고 다시 반납할 예정이니 손때 안 묻게 조심스럽게 수학문제를 풀어갔습니다.
이 과정 중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거죠!
저는 지금까지 “정신 넋 나갔냐?” 뭐 이런 소리가 그냥 쓰는 말이지 사람이 실제로 정신이 그렇게 나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뭔가를 집중해서 못 들었으면 모를까 말이죠!
앉아서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눈뜨고 잔 것도 아니고, 정신 멀쩡히 차리고 수학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푼 문제를 다시 보면 왠 엉뚱한 숫자들이 제가 푼 문제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 정신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정신 넋 나간 상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꾸 이런 현상이 반복되니 수학문제 풀기를 중단하고 곰곰이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왔다리~ 갔다리~하는 정신 줄을 챙겨가면서 눈이 빠져라 열심히 수학문제를 풀었습니다. 방정식까지 말이죠! 그러다가 몇 개 수학문제의 푸는 방식이 막히는 건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살다보니 중년부부가 중학교 수학문제를 머리를 맞대고 풀게되는 날도 오고 참 인생이 오묘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재밌는 사실.
나누기문제인데 저는 한국 식으로, 남편은 오스트리아 식으로 나누기를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등장한 남편의 손!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더하기를 배울 때 외에는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손을 수학을 잘해야 간다는 공대를 나온 남편이 수학문제를 푸는데 손가락을 사용합니다.ㅎㅎㅎㅎㅎ
완전 신기한 구경이였습니다. 중년의 아저씨가 나누기 문제를 푸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처음 더하기를 배울 때나 사용하는 손가락을 사용하다니요? 가만히 있을 마눌이 절대 아니죠!^^
“당신 지금 뭐해? 나누기 문제인데 왜 손가락이 등장을 해? 나는 초등학교때 더하기를 배울 때 빼고는 절대 사용해본 적이 없는 손가락을 지금 당신이 사용 하는겨?ㅋㅋㅋㅋㅋ”
물론 남편은 왜 마눌이 이런 반응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자기는 자기가 배운대로 셈을 했을테니 말이죠!
참 마흔이 넘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정신이 가출하는 경험(혹시 치매?)과 더불어 손가락을 세어가면서 셈하는 남편까지!^^
저는 이 열공한 수학문제를 무기로 필기시험을 치러 갔었습니다.
생각보다 수학문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초적인 산수문제였거든요.
웃기는 건 상식문제인지 뭐시기인지는 모르지만 이상한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 육 대륙의 이름을 쓰시오!
대충 기억나는 대로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까지만 썼습니다.(맞나?)
-오스트리아 주변국 이름을 쓰시오 ( 7개국인가요?)
헝가리,체코,독일,스위스,이탈리아, 리히텐슈타인,슬로베니아
-날 수 있는 포유동물의 이름을 쓰시오.
아시나요? 어떤 포유동물이 날 수 있는지? 박쥐가 날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포유동물Säugetier”의 단어를 몰랐던 관계로 이 문제는 안 풀고 패스했습니다.
뭐 대충 문제를 풀고 나오기는 했는데, 2주후에 있을 면접에 참석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재밌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는 요즘입니다. 가장 다행인 것은 수학문제는 앞으로 풀 일이 없을테니 정신이 더 이상 가출하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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