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전에 오스트리아에서 다녔던 직장의 직원은 전부 남자들이였습니다.
유일하게 한명이 여직원이 저였고, 외국인이였죠!
제가 처음 이 직장에 들어갈 때 남편이 반대를 했었습니다.
“당신은 기계나 전기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데.. 안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
하지만 회사의 사장님도 “배우면서 하면 되니 괜찮다”고 하시고..
마눌도 “한번 해 보지 뭐!”하고 신나서 나서니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남편이 기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마눌을 걱정하는 줄 알았었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남편은 남자들만 있는 곳에 독일어도 잘 못 알아 듣는 마눌이 일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던거 같습니다.
처음 이 직장에 들어갈 때 저도 걱정스러운 것이 있었습니다.
“독일어도 잘 모르는 나를 상대로 성(性)적인 농담을 하면 어쩌나?”
말로는 “잘 모르는건 배우면서 하면 된다니 나야 좋지!”했었지만.. 소심한 마눌은 취직을 앞두고 속으로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남자들 천국인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처음에는 내 뒤에서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고 합니다.
“독일어도 안 되고, 전기(조립)도 모르는 아낙인데.. 힘들텐데..”
그렇게 내 뒤에서 고개를 저어대는 직원들 사이에서 저는 한 달을 견디고,
두 달을 견디고, 세 달이 넘어가면서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들을 다 익혀갔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해가 넘어가면서 저는 그들의 동료가 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버벅이던 독일어도 동료들 사이에서 일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나중에는 개인적인 일로도 수다를 떨어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여자들이 아닌 남자들 사이에 일을 해서 제가 수월했던거 같습니다.
(여자들 사이에서 일도 해봤지만 남자들 사이에서 일하는 것처럼 마음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뒷담화도 심해서 마음고생도 조금 했었구요!)
직원들과의 수다가 늘어가면서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문화차이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했었습니다. 오늘은 떨었던 수다 중에 한 가지가 생각이 나서 글을 씁니다.^^
회사와 같은 건물에 살았던 저는 오전 근무만 했죠.
시간이 남는 오후 시간에는 빵이나 케잌, 혹은 피자를 구워서,
직장 동료들(8명)이 일하는 회사로 음식을 곧잘 갖다가 날랐습니다.
그들의 눈에 제가 완벽한 마눌로 보였나 봅니다.
음식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으니 말이죠!^^;
(이건 그들 눈에 비친 마눌의 모습입니다.)
주말을 지내고 출근한 월요일.
저랑 가장 친한 동료에게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보니..
“주말에 우리 마눌님이 하라고 했던 정원 청소도 하고..”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무심코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한국에서 남편들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디..”
(요즘 신세대는 집안 일도 잘 도와준다고 하지만.. 저는 구세대인지라, 남편들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보고 컸고, 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한국의 남편들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한다는 얘기에 동료직원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한국 남편들은 집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 해?”
동료의 표정이 완전 부러움 그 자체입니다.
자기는 퇴근하고 집에 가도 할 일이 많은데,
한국 남편들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한다니..
“엥? 남편들은 밖에서 돈을 벌고? 마눌은 돈을 안 버남?”
(요즘은 통장관리는 부부가 공동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시여? 내가 번 돈이 다 마눌한테 간다고?”
“아니지, 남편이 번 돈으로 마눌이 집에서 살림을 하는 거지.”
“그건 다 남편이 번 거 잖아! 한국 남편 불쌍한디..”
“그건 아니지. 남편이 번 돈으로 마눌이 집에서 알뜰하게 살림을 하는 거지.
마눌이 돈을 관리한다고 해도 사실 마눌은 옷 하나도 제대로 못 사 입어.
다 아이들이랑 남편을 위해서 쓰는 거지!”
동료의 귀에는 남편의 월급으로 마눌이 알뜰하게 살림을 한다는 뒤의 얘기는 하나도 안 들리고, 단지 남편의 월급을 마눌이 몽땅 가져간다는 것만 들린 모양입니다.
처음에 한국남편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니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던 내 동료!
남편의 월급을 마눌이 관리한다는 말에 그냥 오스트리아에서 살겠다고 합니다.
“내가 번 돈은 내가 관리해야지, 왜 마눌이 내 돈 관리를 해?”
오스트리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인 거죠!
오스트리아에서는 부부가 공동으로 계좌를 하나 만들고 각각의 계좌에서 얼마간을 송금 해서 그것을 가지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처리하거나!
저희 시부모님처럼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남자는 집에 관련된 세금이나 전기세 등을 내고, 마눌은 식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낸다고 합니다.
평생을 살아도 서로의 개인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서로 터놓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거죠!
한국 남편이 집에서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했을 때는 완전 부러웠는데..
한국 남편이 번 월급 전액이 다 마눌의 관리 아래 놓인다는 말을 하니,..
갑자기 한국 남편이 세상에서 젤 불쌍해졌습니다.
정말 제 동료의 생각처럼 한국 남편이 불쌍한걸까요?
(아닌거 같은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좌우충돌 문화충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리아인 연인에게 처음 받았던 선물 (8) | 2014.08.03 |
---|---|
나는 불친절한 한국인 친구 (16) | 2014.07.16 |
날 놀래킨 서양인의 뷔페식당 접시 사용법 (12) | 2014.07.11 |
서양인이 바라보는 문신이란? (26) | 2014.06.05 |
나에겐 너무나 어린 7살짜리 페이스북 친구 (4) | 2014.06.04 |
방귀 안 터주는 외국인 남편 (11) | 2014.05.19 |
외국인 남편의 한글 쓴 솜씨 (20) | 2014.05.09 |
나를 놀래킨 키위의 밥하는 방법 (20) | 2014.05.08 |
한국 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인인 내가 해준 조언 (8) | 2014.05.07 |
서양의 신생아는 모두 금발에 파란눈? (38) | 2014.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