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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413-애처로운 낚시꾼 남편의 뒷모습

by 프라우지니 201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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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남편이 가끔씩은 정말로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10분만..잠시 낚시대만 담궈 보고 오겠다고 해 놓고는 그곳에서 하루를 보낼 때!”

 

(아예 처음부터 오래 있겠다고 하면 성질이 안 나는데,10분 해놓고 자꾸 시간을 미루다 보면.. “이 인간이 이제는 마누라한테 사기를 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열 받습니다.^^;)

 

하루 종일 낚시를 했는데, 아무것도 못 잡은 날에는...

은근슬쩍 마누라한테 시비를 걸어옵니다. 본인의 스트레스를 마누라한테 풀려는 거죠!

 

(이런 경우는 용서 못합니다. 내가 시켜서 하루종일 낚시 한 것도 아닌디..

나한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다니..)

 

낚시꾼 출입구 잘 안보여서 그냥 지나친 걸, “그것도 못 보고 뭐 했냐”고 궁시렁 거릴때..

 

(저는 안타깝게도 눈이 2개뿐입니다. 남편처럼 4개(안경포함)였다면 좀 더 쉬웠을 것을..^^)

 

그 외에서 하루 종일 24시간을 몇 달씩 붙어 다니다 보니..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퇴근하던 일상생활을 할 때보다 무지하게 많이 부딪힙니다.

 

 

요즘은 하루 24시간을 전투중으로 살고있는 부부입니다.

 

특히 마눌은 항상 전투태세로 살고 있습니다.

갑자기 뒤통수 맞는 일이 많은 관계로..^^:

 

(컴퓨터)엔지니어인 남편은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모든 것이 설명,정리합니다만,

(한 마디로 모든 움직임을 본인이 계획한 대로 하는거죠!)

 

이론보다는 즉흥적, 감정적인 마눌에게는 남편이 참 벅찬 상대입니다.^^;

 

뒤통수를 맞을 만큼 맞은 지금은 나름 준비한다고 하긴 하는데..

남편에게는“ 세발의 피”인 상대 일뿐이죠!

 

그래서 남편이 마눌은 딸처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뭘 하려고 아둥거리기는 하는데, 아직도 발끝에서 버둥거리는..^^;

 

자! 이런 수다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마눌이 하고자 하는 말은...남편은 이기기 힘든 상대라는 얘기죠!

 

그렇게 이기기 힘든 남편이고, 아주 얄밉고 미울때가 많은 남편임에도..

남편의 뒷모습이 아주 애처러워보일 때가 가끔씩 있답니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와이타키 강어귀!

 

아침 일찍 나간 남편은..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올 줄을 모릅니다.

 

하루 종일을 지켜보면..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강어귀에 나가서 두 어시간 있다가는 이내 돌아옵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두 어시간 나가는 정도이지,

남편처럼 미련하게 하루 종일 나가있지는 않죠!

 

이날 일기를 보니..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에 강어귀에 가서..저녁 10시가 넘어서 귀가를 했습니다.

 

 

 

끼니보다도 물도 안 가지고 간 남편인지라 물이랑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서 강어귀에 나갔습니다. 강어귀에는 남편말고 2명의 낚시꾼들이 더 있었군요.

 

상황을 보니 2명의 낚시꾼들은 뭔가를 잡은 모양이고..

남편은 그걸 옆에서 구경하고 있습니다.

 

이때 남편의 얼굴표정을 보면 얼굴에 부러움이 가득합니다.

“이 사람들은 잡는데, 왜 나는 못 잡지?”하는 아쉬움도 보이는거 같구요.

 

나중에 남편한테 들어보니 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고기들은 잡았다가 다 놔주었다고 합니다.

 

제가 볼 당시에는 이곳에서 커다란 광어(물론 자연산이죠!)를 잡았는데,

그냥 놔주고 있었던 상황인거죠!

 

놔 주려면 저 주세요!”하지 그랬어?“

 

낚시꾼의 자존심상 남이 잡은걸 달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제 광어도 잡힌다는 걸 알았으니..

 

남편이 좋아하는 (사실은 젤 쉽게 잡는) Kahawai 카와이 보다 광어를 잡는 것이 부부의 식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도 됐습니다.^^

 

 

 

늦은 오후에 같이 광어 낚시을 하자고 해서 다시 강어귀에 갔더니만..

남편은 강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광어 낚시 하자며? 우리 광어 잡아서 회로 먹자!

“안돼! 오늘은 낚시를 못 할 거 같아!”

“왜? 늦은 오후가 낚시하기 좋은 시간이라며?”

“위에 댐에서 물을 방류해서 강이 많이 불은 상태라..낚시를 해도 고기가 안 잡혀!”

“그럼, 같이 가자! 고기도 안 잡힌다며 여기서 뭐하려고?”

“아니야! 당신 먼저 가! 난 여기 더 있어보고..낚시 조금 더 해보고 갈께!”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연어들은 강물이 불었다고 오던 길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니..)

 

 

 

그렇게 남편을 강어귀에 놓고 마눌은 차로 돌아왔습니다.

 

저렇게 아무도 없는 강어귀에 남편을 혼자두고 발걸음을 돌릴 때는..

유치원에 아이를 넣어놓고, 뒤돌아오는 엄마의 마음 같답니다.

 

괜히 마음이 짠해지고, 남편이 애처롭고, 잘 해줘야지~ 싶고..^^;

남편은 아마도 마눌의 이런 마음을 절대 모를겁니다.

 

 

 

그리고 해도 졌습니다.

 

해가 지고, 어두운데도 돌아오지 않던 남편은..

행복한 얼굴로, 광어 5마리를 잡아서 귀가했습니다.

 

강어귀가 아닌 라군의 모퉁이에서 낚시를 했던 모양인데..

광어가 쉽게 잘 잡힌 모양입니다.^^

 

너무 늦어서 제대로 다듬지 못 했으니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내려가서 다듬기로 하고,

건너편 캠핑장에 머물고 있는 일본 친구들한테도 문자를 넣었습니다.

 

“광어 잡았다. 가지러 오니라~”

 

일본에서 온 친구들은 당연히 해산물에 열광을 하니 반가운 뉴스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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