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간 푼수끼가 있는 며느리입니다.
시부모님께도 시시때때로 “사랑해요~”를 난발하고 말이죠.
사실을 말하자면..
제가 시부모님을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지하게 좋아하기는 합니다.
저를 딸같이 대해 주시는 시부모님을 어찌 싫어할 수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제가 딸같이 느끼게 대해주시냐구요?
아빠는 제가 남긴 모든 음식을 다 챙겨서 드십니다.
닭요리에 나오는 껍질도 며느리의 접시 한쪽에 밀어놓으면..
“너 그거 안 먹냐? 나한테 다오.”
햄 한쪽에 붙어있는 비계도 한쪽에 잘라 놓으면 얼른 집어가십니다.
내 자식이 아닌 다음에야 남이 남긴 것을 먹기는 사실 그렇죠!
아빠가 제가 남기는 음식을 다 드시는 것을 봐서는 저도 자식으로 생각 하시는거 같습니다.
집에서 만든 쥬스를 처음으로 맛 보실 때,
컵에 따르신 후에는 저에게 젤 먼저 맛을 보라고 주십니다.
그리고는 제가 마셨던 그 컵을 받아서 당신도 드십니다.
부모님 모시고 쇼핑몰에 가서 아이스크림이라고 사는 날에는..
서로 다른 맛을 사서, 맛 보라도 내민답니다.
내 것과 다른 맛의 엄마아이스크림, 아빠아이스크림을 한입씩 골고루 맛보게 되죠!
대부분의 서양인 가족들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같은 찌게에 수저를 넣고 함께 식사를 하니, 내가 먹던거 상대방이 먹는 것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식사방식인거죠!
심할 경우는 더럽게 생각 할 수도 있고 말이죠!
제가 시댁의 식구처럼 느끼는 것이 식탁에서의 아버지의 행동 때문인거 같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엣 살 때는 특정한 날에만 시댁에를 갔고, 시부모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도 별로 없었었는데...
시댁에 한달씩 혼자서 머물다 보니 자연히 시부모님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덕에 두분과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듭니다.
(위 사진은 글의 내용과는 상관이 없는 린츠공항입니다.^^;)
다시 오스트리아를 떠나는 날!
짐을 들고 나오면서 엄마를 꼭 안아드리면서 말했습니다.
“엄마 다시 만날 때 까지,아프지 마시고, 운동도 하시고, 살도 빼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엄마 사랑해요!“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며느리의 등 뒤에서 엄마가 한마디 하셨습니다.
“잘 다녀와! 나도 널 사랑한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처음으로 엄마께 듣는 사랑한다는 말이였습니다.
그 동안은 제가 “사랑해요~”를 날려도 괜히 딴데를 쳐다보시면서 대답을 회피하셨는데..
(안 사랑하면서 사랑한다고는 못하니..^^;)
이번에는 며느리의 눈을 똑바로 보시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를 사랑한다고 말이죠!
비엔나로 가는 기차안에서 며느리는 혼자 울었습니다.
시부모님의 사랑이 너무도 감사하고, 감사해서 말이죠!
외국인 며느리가 사투리를 쓰면 못 알아들으니 표준어를 써 주시고,
(전라도나 경상도 사시는 어르신이 서울말 쓰시는 것 같은..^^;)
며느리가 못 알아듣는 단어 같은 경우는 설명도 해 주시고,
며느리의 발음이 새면 몇 번이나 제대로 발음을 할 때까지 수정해 주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더 며느리를 인정 해 주시고 사랑 해 주시니..
이제는 며느리가 아닌 딸이 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저희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면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습니다.
세상에 저만큼 사랑받는 며느리는 없을거 같습니다.
제가 복 받은 며느리인거 맞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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