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는 남편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오클랜드의 에어비엔비 숙소 주인과
수다 떠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눌에게는 참을성도 없고,
독일어 단어 하나 틀리면
면박을 주는 인간이, 숙소 주인인
중국인 아줌마랑 이야기 하면서는
참을성도 넘치고, 숙소 주인이 영어문장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 쉽게 단어를 풀어서
설명까지 해가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숙소 주인은 매주 한번 교회에서 하는
영어교실을 다닌다고 하던데..
초보 수준의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숙소 주인과 이야기 하는 남편은
마치 그녀의 영어 선생 그것도
왕 친절한 태도를 갖춘 일등 선생입니다.
분명히 내 남편인데 참 낯선 놈.
집에서는 부모님과 거의 대화를 안하고,
마눌이 뭘 물어볼 때나 겨우 대답을
하는 정도로 말이 없는 인간형이라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 줄 알았었죠.
조용한 남편이 수다스러워질 때는
직장동료나 친구와 만났을 때,
이때는 쉴 새없이 말을 합니다.
남편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라 그때만 그런 것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남편은 집을 벗어나면
겁나게 수다스럽습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뭐 그리 할말이 많은지 기본 대화는 30분.
남편이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했다면
그곳이 거리이건, 가게이건
마눌이 한 30분 동안 없어져도
마눌이 없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죠.
낚시 전문점에서 물건을 사러 가서도
이태리에서 왔다는 직원과
낚시 이야기로 한 10여분.
카운터에서 계산을 도와주던
청년과도 10여분 수다를 떨었습니다.
카운터라고 해도 각 카운터마다
일렬로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한 줄로 서 있다가 비는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기는 하지만,
카운터 한 곳에서 손님이랑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계산을 기다리는 줄은
길어지고, 기다리는 사람은 짜증이 나겠죠.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남편의 허리를 툭툭 쳤습니다.
“그만하고 가지?
뒤에 사람들 기다리잖아.”
마눌이 눈치를 주는데도 카운터 청년과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남편.
물건을 사러 왔으면 물건을 산후에
계산하고 나오면 되는 것이
손님과 카운터의 관계인데,
남편은 카운터 청년과 청년이
다녀왔다는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한동안 이야기를 하고 나왔죠.
가게를 나오자마자 한마디 했습니다.
“왜 그래?
뒤에 사람들이 다 째려보던데 못 봤어?
왜 물건을 사러 와서는 낚시와는
상관없는 오스트리아 이야기를 하냐고?”
“그럼 그 청년이 말을 하는데 끊어?
그냥 들어야지?”
남편은 눈치가 빵점인데,
카운터 청년도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영업 차원에서 손님이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니 자기가 다녀온
오스트리아 도시들을 나열했던 것인지..
낮 동안은 마눌과 같이 캠핑카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마눌의 속을 몇 번이나
훌러덩 뒤집었던 남편.
한국인 마눌과 오스트리아인 남편이
함께 일을 하면 한국인 마눌은
답답해서 죽습니다.
한국인과 서양인은 모든 면에서
천지 차이를 보이거든요.
하나, 둘~하면 열을
이해하는 한국인 마눌이라면..
서양인 남편은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짚는다고 잘잘잘,
둘 하면 두부 장수 두부를 판다고 잘잘잘~”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읊어줘야 하죠.
이해력을 보자면
초등생과 대학생(물론 마눌이죠^^)
이해력 딸리는 초딩이 똑똑한
대딩의 말을 따라야 하는데,
마눌이 조금 더 쉽고 훨씬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는데도 딴에
고집은 있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려는 남편.
그렇게 낮 동안 같이 캠핑카 작업을 하면서
마눌이 열 받아서 소리까지
지르게 만들더니만, 저녁에는
숙소주인이랑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편이 오늘은 왜이리
꼴 보기 싫은 것인지..ㅠㅠ
밖에서 들리는 남편의 목소리 때문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상태인데,
싱글거리면서 방에 들어온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숙소 주인이 우리 캠핑카에
커튼 만드는 거 도와준데.”
남편은 숙소 주인과 수다를 떨면서
자기만의 영업(?)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숙소 주차장에 공업용 미싱이 있는걸 봤고,
숙소 주인이 10년간 미싱일을
했었다고 했었는데, 그걸 이용해서
우리가 커튼 만드는걸
도와주겠다고 했다나요?
남편의 처세술이 남다른 건 남
편의 오랜 동료에게 들어서 알고있고,
그동안 겪어봐서 나도 잘 알고 있죠.
남편은 그냥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뭔가 유용한
정보나 도움을 곧잘 받아냅니다.
마눌보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와
수다 떨면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남편에게 숙소 주인아주머니는
직접 만든 만두를 제공하셨습니다.
직접 만든 만두를 한끼 식사로
대접할 정도로 남편은 참 다정하고
괜찮은 사람인 거 같은데,
한 집에서 한 침대를 쓰는 마눌에게
남편으로는 빵점짜리 남자.
마눌한테는 같은 말이라도
밉게 하는 남편이 남의 아내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니
나는 그것이 심통이 나나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더 툴툴 거리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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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하루종일 같이 붙어있는 휴가날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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