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회사에 출퇴근을 할 때는
집에서 남편을 위한 요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남편은 아침은 빵이나, 뮤슬리를 먹고,
점심은 샌드위치 종류로 싸가고,
저녁에 퇴근해서도 가볍게 저녁을 먹으니
마눌이 요리하는 부담은 별로 없었죠.
남편이 집에서 세끼를 먹는 주말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요리 할 일이 없으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마눌은
따로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것들을
해 먹으며 살았었죠.
결혼은 했지만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야하는 부담감없이
잘 살아온 인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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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세상에 창궐하면서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불편함을 겪고있죠.
어떤 이는 일을 할 수가 없어서
경제적인 곤궁함에 빠졌고,
어떤 이는 가족을 만나지 못해
가슴 아픈 시간들을 보내고 있죠.
코로나 때문에 내가 겪은 불편함은
위에 두 가지보다는 훨씬 더
가벼운 정도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삼식이 남편의
세끼를 챙기는 것이 나에게는
꽤 큰 과제였죠.
한국인 마눌이 오스트리아 남편에게
해 주는 음식들은 국경을 넘나듭니다.
어떤 날은 한국 음식인 잡채,
어떤 날은 오스트리아 음식인 슈니첼,
어떤 날은 이태리 음식인 파스타,
또 어떤 날은 미국 음식인
햄버거를 만들기도 하고!
마눌이 어떤 음식을 해도
남편은 항상 못마땅해 합니다.
마눌이 만들어내는 음식이
맛이 있기는 한데, 문제는
국경을 왔다리 갔다리 한다는 것!
남편은 요리를 해도 레시피에 적힌
재료와 정확한 정량을 넣지만,
마눌은 레시피에 없는 재료를
넣기도 하고, 적혀있는 재료를
안 넣기도 하고 완전 제 맘이죠.
그래서 마눌을 음식 솜씨를
잘 믿지 못하는 남편이
심심하면 하는 말!
“이거 레시피 좀 보여줘.”
남편이 이렇게 물어오면
마눌은 내밀 것이 없습니다.
혹시나 레시피를 보고 한 음식이라고 해도
대충 휘리릭~ 보는 정도라 요리는 항상
내 마음대로 만들어내거든요.
남편이 소시지를 구워서 "보스나"라는
소시지 샌드위치를 해먹은 날,
나는 동량의 소시지로
다른걸 했었습니다.
냉동실에 넣어 놨던 밀가루 반죽을
해치울 요량으로 토마토 소스에
야채와 소시지, 치즈를 넣어서
피자 만두를 해 먹을 예정이었죠.
그랬다가 해동을 기다려야 하는
반죽 대신에 냉동실에 있던
바게트를 업어와서는
소시지에 각종 야채 때려놓고
소시지 야채 볶음을 한 다음에
그걸 바게트 위에 올리고
치즈로 이불을 덮어서 구웠죠.
피자 위에 다양한 재료를
올려서 먹는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피자 위에 몇 가지의 재료만 올라갑니다.
보통 제일 흔한 것이 피자 마가레타.
토마토 소스에 치즈랑 바질만 들어가는
아주 심플한 피자부터 시작해서
다른 이름의 피자들을 봐도
피자 반죽 위에 올라가는 재료가
5개 내외를 넘지 않는 것이
유럽의 피자.
내가 피자 집에서 자주 먹는
참치 피자의 예를 들어보자면..
밀가루 반죽 위에
토마토 소스와 참치,
양파 그리고 치즈.
마눌이 소시지로 만들었다는
바게트 피자를 보니 일단
들어간 재료가 5가지가 넘습니다.
냉장고에 노는 야채들을 몽땅
출동 시켰더니만, 남편이 아는
“5가지 내외의 토핑이 올라가는”
일반 피자는 아닙니다.
그러니 “레시피” 운운하는 거죠.
레시피를 내밀 수 없는 요리를
만드는 마눌은 한결 같은 마음이죠.
“맛있으면 장땡이지!”
소시지 피자를 만들어 먹고,
다음 날에는 삶아놓은 고구마가 있길레
다시 바게트 고구마 피자로 승화를 시켰습니다.
바게트 위에 삶은 고구마를 올리고,
그 위에 치즈 두 종류를 올려 구워서
나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날 보며 남편이 하는 말!
“그거 레시피도 없는 거지?”
음식이라는 것이 항상
레시피가 필요한 건 아니죠.
먹고 싶은 (혹은 처리해야 하는)
재료들을 몽땅 넣어서
내가 의도했던 모양은 아니라고 해도
맛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가령 찌게를 생각했는데
만들어 보니 국이 되는 경우도 있고!
볶음 요리를 만들려고 했는데,
만들어보니 찌게가 되는 경우도 있죠.
고구마가 흔치 않은 유럽이라
피자 집의 메뉴에서도
고구마가 들어간 피자는 없고,
그런 피자를 본적이 없는 남편의 눈에
마눌이 만들어 먹는 “고구마 피자”도
마눌이 만들어 내는 (레시피 없는)
짬뽕 요리인 줄 알죠.
“세상에 고구마를 피자에
넣는 사람이 어디 있어?”
“한국은 있거든, 한국에서는
피자에 고구마 토핑도 있고,
피자의 테두리에 고구마 무스가
들어간 피자도 있거든!”
본적이 없으니 마눌이 이야기를 해도
고구마 피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
“나중에 한국에 가면 내가
고구마 왕창 올라오는 피자 사줄께!
그때까지 기다려!”
한국에 살아본 적이 없는 남편이라
마눌이 만들어내는 요리는
레시피도 없는 짬뽕요리인줄 압니다.
가끔은 짬뽕을 만들 때도 있지만,
나도 본적이 있고,
먹어본 적이 있는걸 만들어 낸다는 걸
남편은 모르는 것인지..
남편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건 “한국에서 살아보기”인데..
한국에서 잠깐이나마 살기는
언제쯤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이니
그때까지는 남편이 “짬뽕 요리”라고
우기는 마눌의 요리를
계속 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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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이태리 리조또쌀로 해먹은 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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