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꽤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습니다.
남편이 마시는 종류로는 히비스커스, 민트 차,
카모마일에 다양한 종류의 과일차가 있고,
마눌이 마시는 종류는 녹차, 홍차, 쟈스민차,
우롱차등에 말려 놓은 다양한 종류의 허브들도
물만 부으면 허브 차가 가능하니
이것도 차 종류로 분류할 수가 있겠고!
이렇게 다양한 차들이 집에 있으니
커피는 안 마실 거 같지만..
커피도 시시때때로 마십니다.
집에만 있을 때는 커피는
1년에 한두 번 마실까 말까 였는데,
요즘은 꽤 자주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조금 우습게 들리지만..
먹어 치워야 하는 원두 커피가 있어서!
선물로 주는데 “나는 커피를 (거의)
안 마신다”하면서 거절하기 거시기 하니
그냥 받아 왔었죠.
그렇게 받아온 원두를 동네 슈퍼에서
갈아왔는데 이것도 가능한 빠른 시일에
처리해야 하니
모카포트도 있겠다 나름 신선한
원두커피를 끓이지만 남편은
인스턴트 커피인 네스카페를 마시죠.
남편에게 모카포트에 직접 내린
“에스프레소”에 우유 듬뿍 넣어서
카페라테를 만들어 바쳐봤지만,
남편 입맛에는 원두커피에
탄 냄새가 난다나요?
“아, 이 사람아! 커피콩을 볶아야
커피가 되니 당연히 탄냄새는 나는 거지!”
나름 당연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남편에게 커피를 먹여보려 했지만 실패.
그래서 모카포트에 내린 에스프레소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 잔뜩 부어서
마눌용 아메리카 커피로 이용하고 있죠.
요즘 마시고 있는 건 꽃차!
이건 티백 제품이 아니라 내가 직접 꽃들을
모아서 말리는 수고를 한 것들입니다.
마당에 자라는 미니 데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잔디 사이로
끊임없이 올라오는데,
그것이 식용인 것은 알았지만
뭘 할 생각은 전혀 안 했었죠.
여기서 잠깐!
미니 데이지 꽃은 독일어로
Gänseblümchen 겐제블륌현.
겐제블륌현을 직역하면
“Gänse”겐제 (거위)와
blümchen블륌현(작은 꽃)
거위들이 먹는 꽃이라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꽃 이름으로 생각해 본 저의 생각이죠.^^
잔디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작은 꽃으로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발 아래 채이는 예쁜 잡초죠.
그러다 인터넷에서
미니 데이지 제품을 보게 됐습니다.
꽃만 말린 것이 아니고 줄기까지 따서
말린 제품인데 100g의 가격이 8유로라니..
이것이 이리 비싼 제품이었어?
하는 마음에 나도 집에서 미니
데이지 꽃차를 마셔 보기로 했습니다.
마당에 가위를 들고 나가서 쪼맨한 꽃들을
따와서는 찜기에 2분정도 찐 후에
창가에 바짝 말린 후에
뜨거운 물을 부어보니
말랐던 꽃들이 물기를 머금으며
내 찻잔에서 예쁜 꽃들을 피웠습니다.
마당에서 딴 꽃들이니
당연히 유기농에 또 공짜.
내가 꽃들을 따고, 다듬고, 씻어서
찌고 말리는 약간의 수고를 하니
얻어지는 결과라 더 기분이
좋은 꽃차 한잔이었죠.
보기는 참 예쁜데 맛을 물어보신다면..
연한 카모마일 향이 났던 것도 같고,
맛있다는 느낌은 안 드는
연한 차였습니다.
이런 꽃차는 사실 맛보다는
눈으로 마시는 차죠.
미니 데이지 꽃차를 만들도 난 후
만든 것은 민들레 꽃차.
우리 집 마당에 나오는 민들레는
나오는 족족 시아버지가 뿌리까지 다 파내시는
수고를 하시는 덕에 우리 집 마당에서는
채취가 힘들어 산책하는 중에 공터에
자라는 꽃이 풍성한 것들로 따왔습니다.
함께 산책을 하는 남편이
궁시렁 거리거나 말거나
민들레가 있는 곳까지 가기는 했는데,
“조금만 따라!”니 그냥 한두 번
해 먹을 만큼의 분량만 해왔습니다.
민들레도 마찬가지로 찜기에 2분정도 쪄서는
창가에도 말려보고, 날씨가 흐린 날에는
프라이팬에 낮은 열로 말리듯이 구웠죠.
민들레 차는 미니 데이지 차에
비해서 향이 더 깊었습니다.
내가 꽃을 많이 넣어서 맛과 향이
조금 진하지 않았나 싶기는 한데..
원래 민들레 꽃차의 맛을 모르고
꽃을 왕창 넣어서 마신 첫 맛은..
구수하다.
구수하다고 해도 누룽지 맛은 아니고
조금은 다른 구수함이었죠.
이렇게 시작한 꽃차의
도전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말로우꽃과
엉겅퀴꽃으로도 차를 마셔봤죠.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은 많아지는 것인지
“이 꽃은 차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
일단 시도해보고, 맛까지 봐야 하죠.
그것을 따고, 말리는 과정이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귀찮은 것이 아니라
나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니
이럴 때 귀찮은 건 무시가 됩니다.
지금까지 만들어본 꽃차 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말로우”꽃차.
우리나라에서는
“당아욱”으로 불리는 말로우.
말로우는 종류에 따라 꽃의 모양도 다르고,
색감도 조금씩 다른데,
내가 채취한 것은 보라색이 나는
커다란 커먼 혹은 블루 말로우꽃,
꽃을 따다가 중간에 꽃술만 제거하고는
씻어서 프라이팬에 낮은 불로
종이를 깔고 구웠습니다.
꽃잎이 얇아서 그런지 차를 만드는 시간이
다른 것들에 비해 참 짧았죠.
말려서 병에 담아 놓고는 그냥 잊고 있다가
생각이 나서 뜨거운 물을 부어봤는데..
처음 보는 꽃차이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푸른빛이 도는 꽃차이어서
조금은 신비로웠고, 맛도 지금까지
먹어본 것과는 조금 다른 맛이라
이 맛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약간의 시간도 필요했죠.
약간 떫은맛이라고 해야하나?
차를 마시면서 내내 “이 맛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말로우꽃차”의 맛은
이렇다 하고 정의는 못내릴거 같아요.
여기에 레몬을 넣으면 꽃차의 색이
분홍색으로 변한다니 아직 남은 말로우 꽃은
분홍색을 만들어서 마셔볼 생각입니다.
엉겅퀴 꽃차는 만들어 놓기만 했지,
아직 시음은 하지 않았습니다.
미니 데이지 꽃차도
민들레 꽃차도 호기심으로 만들어봤고,
“아 이런 맛이구나~”하는
정도로 끝이 났습니다.
계속해서 만들어 마실 정도로
나에게는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죠.
말로우꽃차는 맛도 색도 꽤 흥미가 있는
종류라 앞으로 더 만들 생각이 있는데
두고 봐야 할거 같고, 엉겅퀴꽃차도
일단 마셔보고 결정을 해야할 거 같습니다.
모든 꽃들이 자라는 철이 있어서
내가 더 마시고 싶다고 해도 꽃을
구하지 못해서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종류도 있겠지만,
저의 도전은 계속되지 싶습니다.
차를 만드실 분에게 약간의 조언을 드리자면..
미니 데이지나 민들레 꽃은
봄에 나오는 들이 꽃이
더 풍성하고 토실토실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자란다고 해도
봄이 지나고 올라오는 꽃들은
훌쭉하고 볼품이 없다라구요.
꽃차를 만드실 분은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업어온 영상은 오늘의 이야기와 밀접한 허브와 꽃차입니다.^^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아버지와 함께 만드는 점심 한끼, 슈니첼 (10) | 2021.09.10 |
---|---|
망가진 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 (2) | 2021.09.06 |
만족스러운 올해 시아버지 생신 선물, 볼프스킨 자켓 (16) | 2021.09.04 |
벼룩시장에서 공짜로 얻은 블루투스 이어폰 3개 (4) | 2021.09.02 |
치즈 회사에서 권장하는 치즈 써는 법, (6) | 2021.08.31 |
남편은 지금 1주일 휴가중 (4) | 2021.08.27 |
남들과 다른 나만의 주말 저녁, (8) | 2021.08.24 |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 (8) | 2021.08.22 |
TV로 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2021, 오페라 “돈 지오바니” (4) | 2021.08.20 |
공짜 관객의 양심 (1) | 2021.08.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