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어제 마눌이 뒤집어진 이야기를 읽으시면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이 부부는 어떻게 풀어갈까?“ 싶으셨겠죠?
제가 마음이 약한 편이기는 하지만.. 보복 조치는 바로 시행을 합니다.
최소한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상대방에게 알려야 하니 말이죠.
엊저녁 저는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도 편집하면서 새벽4시까지 주방서 놀았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낮잠이 아닌 저녁잠을 자서 잠이 오지 않는 것도 있었구요.^^)
오늘 아침 새벽 6시에 울리는 알람에도 나는 꿋꿋하게 잤습니다.
평소에는 싸운 후라 남편 아침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남편이 출근하는 시간에는 기본적으로 깨어있는 상태이고, 침대 위에서라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눈은 맞춰주는데, 오늘은 안했습니다.
출근하면서 “나 출근해! 얼굴보고 인사 좀 해!”하는 남편말도 맛있게 씹어 먹었습니다.
푹 자고 눈이 저절로 떠진 시간은 9시.
일어나기 싫어서 침대에서 삐쳤습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가 또 깜빡 잠도 자고!
평소에는 초인종도 안 누르고 문 따고 들어오시는 시엄마가 오늘은 웬일로 초인종을 누르십니다. 초인종도 겁나게 시끄러운 1950년대식이라 겁나게 시끄러운 “따르릉~”
초인종을 누르곤 대답할 사이도 없이 열쇠로 문 따실 거면서 왜 누르시는 것인지 원...
침대에 누워서 일부러 대답을 안 하고 눈 감고 있으니 하시는 말씀.
“자냐?”
자는 인간이 대답을 하면 안 되죠.
그냥 계속 눈 감고 있으니 방에 들어오십니다.
엊저녁에 걷어온 빨랫감을 집어던져서 방바닥에 나뒹구는 빨랫감을 보시면서 뭘 하러 방까지 오시는 것인지 원! 짜증나는 상황에는 이런 것들도 다 재수 없는 상황입니다.
얇은 벽하나 사이라 어제 아들네 집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것은 아실 텐데..
일부러 감시하러 오시는 것인지..
그렇게 중얼거리시더니만 다시 나가시는 듯 합니다. 엄마가 나가고 눈을 떠보니 우편물을 며느리가 자고 있는 바로 옆의 베개 위에 올려놓고 가셨습니다.
평소에는 밖의 계단에 놓고 가시더니만 뭘 그리 보고 싶으셔서 방까지 쳐들어 오셨는지..
그나저나 더러운 우편물을 왜 침대 위까지 올려놓은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며느리가 진짜 자는지 눈감고 자는 척하는 것인지 얼굴을 가까이대고 확인하신 것인지..
11시쯤 느긋하게 일어나서는 과일도 먹고, 인터넷에 어제 써놓은 글도 올리고, 지하실에 사다놓은 오렌지도 마르기 전에 껍질을 까서는 정리 해 놓고 나니 벌써 오후.
오늘 나의 계획은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나갈 생각이었습니다.
저녁에 연극관람이 있으니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서둘러 나가면 될 거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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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싸움의 대한 나의 보복 조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남편이 아침 먹고, 점심 싸간 흔적이 있는 테이블은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기.
2. 어제 걷어온 빨래 중에 남편 것만 개지 않고 두기.(자기 것은 개던가 말던가)
앞으로 3박 4일 정도는 기본적으로 말을 안 할 예정을 했습니다.
남편이 제일 무서워하는 조치죠.
수다스러운 인간이 입을 다무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세상에 없죠.
입으로 생각이나 속을 까발리던 사람이 그 속을 안 보여 주겠다니...
오늘은 기분도 꿀꿀해서 “연어초밥”을 먹으로 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는데..
이미 점심시간도 지났고, 며칠 동안 간혈적 다이어트를 해서 그나마 몸무게가 아주 조금 내려갔는데, 뷔페에 가서 폭식을 하면 다시 몸무게가 복구 될 테니...
내가 만든 된장 쌈장으로 만든 떡볶이
한국에서 공수 해 온 오뎅중 마지막 남은걸 먹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 내가 만든 된장쌈장을 넉넉하게 풀어서 떡국 떡볶이를 했습니다.
아무도 안 궁금해 할 나의 쌈장 떡볶이 레시피는 조만간 유튜브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있는 재료만으로 만드는 내 요리 노하우죠. ㅋㅋㅋ
남편의 아침상은 그대로 둔 채 그 옆에서 요새 보기 시작한 “호주노예”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무조건 반말로 말을 하는 청년인데 재밌습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니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그럼 이제 이혼녀 유튜버가 되나?
오스트리아에서 이혼 후 혼자 집 얻으면서 자립하는 영상을 찍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떡볶이까지 먹으면서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
누군가 열쇠로 문 여는 소리가 납니다.
엄마가 또 오시나 싶었지만 혹시나 싶어 잠깐 마당을 내다보니..
남편입니다.
일도 안하고 왜 오후에 집에는 오는 것인지..
남편 퇴근시간 오후 2시 30분.
회사에서 일도 안하고 오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오거나 말거나 주방에서 떡볶이 해 먹은거 설거지 하려고 하고 있으니..
주방까지 쫓아온 남편이 마눌 앞에서 마구 아양을 떱니다.
마눌을 안고, 뽀뽀를 하고, 자기 뺨에도 뽀뽀를 해 달라고 들이밀고! (이런 행동은 마눌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덩치 큰 남편이 하면 다 이루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너무 잘못했다고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합니다.
(마눌의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여우남편이죠.)
“나 방금 먹었어. 안 먹어.”
“그럼 내일 갈까?”
“안 가.”
밥은 안 먹겠다니 그럼 다른 방법을 생각한 모양입니다.
마눌 손을 끌고 방으로 데리고 가서는 마눌 손에 쥐어주는 돈, 10유로.
100유로를 줘도 풀리지 않을 화인데, 자기 딴에는 10유로짜리 화였나 봅니다.^^;
시내에 나가면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나요?
“나 아이스크림 안 먹어.”
(자주는 안 먹지만 가끔 먹기는 합니다.)
자기가 잘못한걸 알고 하는 행동 같은데 물어봐야죠.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응”
“첫 번째는 뭐야?”
“자는 당신 깨운 거!”
“두 번째는 뭐야?”
“자는 당신 깨운 거!”
“세 번째는 뭐야?”
“당신 또 깨운 거.”
잠자는 날 몇 번 깨웠고, 자는데 와서 치대고 하긴 했죠.
“네 번째는 뭐야?”
“당신 안 도와준 거!”
“다섯 번째는 뭐야?”
“당신한테 스트레스 푼거=심통”
자기가 한 짓을 알기는 아네요.
이 일과는 상관없지만 한마디 했습니다.
“나 뉴질랜드 안 가. 당신이랑 24시간 붙어있는 거 무서워.”
한번 겪어봐서 남편이 얼마나 G랄맞고, 히스테릭한지 이제는 알죠.
24시간이 무섭다니 그럼 반나절만 있겠다는 남편.
“거기는 뉴질랜드 비자 해결되면 가자.”
“나 뉴질랜드 워킹비자 받는 거 아니야?”
“맞아.”
웃겨, 거주비자도 아니고 워킹비자는 서류만 넣으면 2년짜리 나오는데 뭔 비자해결??
거주비자야 임시 비자가 나오고 뉴질랜드에 정해진 기간(1년 6개월) 거주해야 영구비자가 나오니 뉴질랜드에 머물러야 하지만 워킹비자(로 일 할 것도 아니지만) 머물러야 할 조건도 없는데..
글을 쓰면서 잠시 생각 해 보니..
호주에 간다고 여행을 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호주에서도 낚시를 하게 되면 난 또 지도에도 안 나오는 오지 귀퉁이에서 낚시 간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차를 지키는 “차 지킴이” 신세 일 테니 말이죠.^^;
우리부부가 뉴질랜드 길 위에서 4년 정도 살았다고 하면 사람들은 부러워합니다.
그 멋있는 나라 전국 방방곳곳을 다녔다고 말이죠.
그 멋진 나라 전국 방방곳곳을 오지까지 찾아다닌 것은 맞는데..
저는 그 멋진 나라의 한 귀퉁이에서 낚시 간 남편을 하루 종일 기다리는 과부로 살았고,원주민인 마오리들에게 우리 차가 털릴까봐 하루 종일 차를 지키는 “차 지킴이”였습니다.
그런대도 부러우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저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생각으로 살아온 시간이었으니 말이죠.
제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1일 1포스팅“ 하겠다는 일념으로 썼던 뉴질랜드 여행기와 낮잠 그리고 수도쿠와 여러 가지 책들이 있어서 가능했죠.
다시 뉴질랜드 가서 차 지켜야 하는 상황이 다시 되면 이번에는 블로그와 더불어 유튜브 영상까지 찍어야 하니 엄청 바쁠 거 같기는 합니다.^^;
옆으로 샌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남편은 진심어린 사과와 10유로로 마눌과 쇼부를 봤습니다.
하지만 마눌의 보복조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는 마눌이 차려주는 “아침&도시락”은 없습니다.
마눌의 아침은 다음 주부터 다시 제공이 될 예정입니다.
마눌이 착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
동네북처럼 쳐도 다 받아주니 이제는 만만한 콩떡이 된 것인지..
우리 방까지 쳐들어왔던 엄마 이야기도 남편에게 했습니다.
“엄마는 왜 그래? 며늘이 자면 자는가 부다 하고 우편물을 밖에다 놓던가 책상에 놓으시지. 왜 자는 며늘 눈 앞에 놓고 가시는데? 며늘이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하고 싶으셨남? 정말 짜증나!”
“....”
“가뜩이나 집도 코딱지만 해서 짜증이 나는데, 엄마 때문에 더 짜증이나.”
“....”
“내가 집 때문에 짜증나는데 그냥 견디고 있는 알아 몰라?”
“알아.”
“잘 좀 하자 우리! 응???”
“.....”
엄마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는 남편에게 바로 풀어버렸습니다.
시시때때로 아들내외 염탐하시는 엄마도 사실 부담일 때가 많거든요.
우리부부는 어제의 싸움을 이렇게 또 털고 갑니다.
마눌과 헤어질 생각도 없고, 혼자 살 생각도 전혀 없다는 남편.
나의 “이혼녀 유튜버의 홀로서기”는 접어둬야겠습니다.
오후에 일찍 와서 마눌을 달래준 남편은 자전거를 타러 갔습니다.
날씨가 풀렸으니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거든요.
마눌도 꼬셔서 데리고 나가려고 했지만..
마눌은 오늘부터 꼬박 4일 연속 저녁에 극장공연이 있는지라 이번 주는 힘들 거 같습니다.
이렇게 싸우고, 풀면서 우리부부가 성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해놓고 또 하는 남편을 보면 절대 성장하는 거 같지는 않는데..
부부가 함께 늙어가면서 마눌만 이해심이 깊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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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에 올라간 사진중에 있는 쌈장떡볶이 영상을 얼른 업어 왔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제가 요리를 워낙 얼렁뚱땅 해치우죠.
그 실체를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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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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