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은 가끔씩 신문기사에 등장을 합니다.
몇 달 전에는 다른 병동에 있는 직원 중 하나가 요양원 어르신들의 물건(돈?)에 돈을 댄 것이 발각이 돼서 해고당한 사건이 신문에 났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또 다신 신문에 우리 요양원에 관한 기사가 나왔던 모양입니다.
경찰까지 출동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신문에 기사가 나간 것은 몰랐었습니다.
어제 시아버지가 뜬금없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가 어디에 근무하시는지 아시면서 왜 또 물으실까? 했었는데...
“신문에 네가 근무하는 요양원에서 일어난 폭력사건 기사가 났더라.”
“네?”
“직원 하나가 다쳤다는데 넌 모르냐?”
“제 동료가 당한 일인데 제가 모르다니요.
이미 며칠이 지난 일이라 신문에 난 것까지는 몰랐죠.”
사고를 당한 직원이 병원까지 실려 갔고, 구급차, 경찰차까지 출동!
한밤에 요양원 원장에, 사고를 친 할배의 따님도 불려왔었다고 합니다.
내가 들은 사건의 내역은 이렇습니다.
“약을 방에 갖다 주러 나오는데, 문 뒤에 있던 할배가 주먹으로 직원의 코 쪽을 가격했고, 직원의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다가 직원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일로 직원은 코피가 터지고, 가슴 쪽에도 문제가 있는듯해서 병원에 실려 갔고, 사고 친 할배는 쉽게 진정이 안 되서,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고, 신경(정신)쪽의 종합병원에 입원시켰다.
사고를 친 할배는 우리 요양원에 오신지 얼만 안 되신 치매 어르신입니다.
그동안 집에서 24시간 간병을 받다가 우리 요양원에 오신 건강하신 어르신이죠.
사고를 친 그 어르신은 저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그 어르신이 계신 층에 일을 했던지라, 저녁 7시쯤에 약은 나눠 드리느라 그 분이 계신 층에 내려가니 그분이 어디를 가시려고 방에서 나오십니다.
요양원에 오신지 얼마 안 된 치매어르신이시고, 며칠 전에도 밖에 나갔다가 누군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한밤에 다시 요양원에 돌아오신 경력이 있으신 분이여서 직원들의 요주의가 필요하신 분이죠.
"어디 가세요?“
“집에 가야지.”
“당신 댁은 여기인데 어디를 가시려구요?”
“아니야, 여기는 내 집이 아니야.”
“여기 보세요. 문 옆에 이름 있죠? 이 이름 어르신 것 맞죠?”
“응, 내 이름이 맞네.”
그 어르신을 모시고 어르신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보세요. 여기 있는 가구들 다 어르신 것 맞죠?”
“그러네. 우리 집에 있던 거네.”
“여기에 사시는 거 맞아요. 앞에 이름도 맞고, 안에 있는 가구들도 맞고. 그쵸?”
“그러네.”
“그러니 가실 필요 없으시고, 여기서 주무시면 되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어르신은 나에게 고맙다고 웃으시면서 당신의 방에 남으셨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어르신은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았는데..
그 어르신이 여직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셨다니요???
사고는 일어났고, 우리 요양원에서는 그 어르신을 다시는 받지 않겠다는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당장에 병원에서 퇴원하시면 어디로 가실지 그분의 따님에게는 커다란 숙제로 남았습니다.
솔직히 이런 어르신이 있으면 무섭죠.
언제 주먹이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죠.
인터넷에서 캡처
지금까지 내가 겪은 요양원 폭력이라고 해봐야, 힘 좋은 할배한테 손목 몇 번 잡혀봤습니다.
씻기 싫은데, 씻자고 하고, 기저귀 갈기 싫은데 기저귀 갈자고 하니 내 손목을 아프게 잡아서 저를 꼼짝 못하게 하시는 어르신이 계시죠. 연세가 드신 어르신인데 손힘은 청년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끔 성희롱 비스므리 한 것도 당하기는 합니다.
방에 들어가서 어르신들 바지를 내리고 씻겨드리거나 해야 하는데, 은근한 눈빛을 주시죠.
낮잠을 주무시라고 방에 모시고 가면 “같이 눕자!”고 유혹의 눈길을 보내십니다.^^;
물론 그럴 때는 정색을 하고 한마디로 딱 잘라서 말하죠.
“저 남편 있는 여자예요!”
솔직히 말하면 요양원 폭력의 주범은 어르신일 경우보다 직원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르신을 씻겨드리러 들어간 직원이 어르신을 때리거나, 더러운 (떵?) 부분을 제대로 씻겨드리지 않아서 피부가 짓무르고 상하는 것도 사실은 폭력의 한 종류거든요.
단지 그것이 밝혀지지 않아서 모를 뿐이죠.
처음에는 직원을 때려눕힌 어르신이 다시 요양원에 안 오신다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직원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 사실일까? 하는 의심도 듭니다.
맞아서 나가떨어진 직원은 저도 아주 잘하는 직원입니다.
내가 실습생 시절에도 별로 배울 것은 없는 동료였죠.
어떤 직원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한참 전에 어르신 중 한분이 한 직원을 때리려고 한 일도 있었습니다.
다른 직원에게는 그렇게 공격적이지 않으신 분이 유난히 한 직원에게만 그랬죠.
직원들의 성격이 다 다르듯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제 각각입니다.
그중에 유난히 깐족거리면서 어르신을 약 올리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또 떵 쌌어? 밥 먹고 하는 일이 이거지?”
가령 지나가면서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면 열 받을 만 하겠죠?
M도 스타일로 보자면 “깐족거리는 직원”입니다.
일을 마음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하는 직원이죠.
요양원이 (치매) 어르신들은 아이들 같으십니다.
“누가 나를 좋아하고, 누가 나를 무시하고, 누가 나를 싫어하는지”느낌으로 아십니다.
화가 나도 아무에게나 다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죠.
우리 요양원에 다른 어르신들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할배가 계십니다.
화나 가면 눈빛부터 달라지시는 어르신지요.
사실 공격이라고 해봐야 앞에 있는 컵에 주스를 직원들에게 뿌리거나, 바닥에 버리시는 등의 행동을 하십니다.
가끔 휠체어에서 일어나시는데, 그러다 낙상하실까봐 직원들이 다시 앉혀드리려고 하다 보니 가끔 직원과의 충돌도 있습니다.
이 어르신은 사무실 바로 앞의 테이블에 하루 종일 앉아 계신지라, 사무실을 오가면서 제가 많이 웃어드리죠.
무표정한 얼굴로 있다가 내가 씩 웃으면 덩달아 웃으시는 아주 귀여운 분이십니다.
가끔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실 때면 가서 살짝 물어봅니다.
“어르신 화났어요?”
“아니”
“근데 왜 무섭게 쳐다봐요. 웃어봐요.”
그러면 웃는 내 얼굴을 보며 씩 웃으시지만!!
정말로 화가 나셨을 때도 있습니다.
“어르신, 화났어요?”
“응.”
이럴 때는 한동안 말을 걸지 않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시니 말이죠.
처음에는 직원이 맞은 사건을 들리는 소문 그대로 받아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말로 그 직원이 말한 그것이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매 할배의 증언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증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직원의 말만 100%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약만 놓고 나오는데 문 뒤에 숨어있던 할배가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면 할배가 방의 어디쯤에 있는지 파악이 될을텐데..
(직원 중에 어르신들의 방에 들어갈 때 노크를 안하고 그냥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똑똑” 2번 두드리고는 상대방이 대답할 시간도 안 주고 문을 열어버립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할매는 노크소리로 문 쪽을 돌아보지 않아도 저인 것을 아셨습니다.
“똑똑똑“
3번 두드리고는 약간의 시간을 두고 문을 열면 문 쪽이 아닌 창문 쪽을 바라보시면서도..
“지니?”하면서 제 이름을 부르시던 할매.
“어떻게 안보고 저 인줄 아세요?”
“노크를 3번 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크도 안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약을 놓고 나오는데, “내방의 침입자”라고 생각한 어르신이 주먹을 휘두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어르신께 “깐족”대면서 말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직원도 아닌 M이라면 가능한 일이니..
요양원에 오신지 얼마 안 되신 치매 어르신은 모든 상황이 다 두렵습니다.
치매라도 “내 집”에 살 때는 마음 편했지만, “요양원 입주”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어르신들의 “요양원 입주”는 “배우자를 잃는 심리적 충격”과 동급이라고 합니다.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도 있고, 나 혼자 라는 생각에 더 웅크려지죠.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집(방)에 들어오고, 내 옷을 벗기고, 내 입에 뭔가(약)를 먹이고..”하는 상황들이 하루 이틀에 적응되는 것은 아니죠. 그러니 밤마다 집에 가겠다고 요양원이 나가는 것이구요.
요양원내에 CCTV같은 시설은 없으니 어떻게 사건이 전개됐는지는 당사자들만 알뿐이죠.
내가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M이 노크를 하고 방에 들어가서 약은 놓고 나오는데, 어르신이 갑자기 주먹질을 한 것이라면 다른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 요양원에서 거절 하는 것이 맞지만,
노크도 없이 그냥 방문을 열고 들어갔었고, “침입자”라고 생각한 어르신이 방어를 위해서 주먹을 휘둘렀다면 이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치매 어르신이 (이유 없이) 갑자기 공격한 사건은 아니니 말이죠.
만약 이것이 진실이라면 요양원에서 쫓겨나서 갈 곳이 없어진 할배와 그 할배를 모실 곳을 찾아야 하는 따님에게는 조금 억울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우리 요양원을 포함한 11개의 다른 요양원에서는 이 할배를 받지 않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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