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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62 - 주고받는 길 위의 인정,

by 프라우지니 2016.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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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남편은 요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20년 넘게 혼자 자취한 경험에서 나오는 요리법이지만,

대충하는 법이 없이 항상 제대로 요리를 합니다.

대충하는 마눌의 요리하고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이 나는 요리죠!

 

오늘 남편이 요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어제까지는 홈페이지 디자인이 안 풀린다고 성질을 내는 가 했는데..

오늘은 생각 외로 잘 풀린다고 기분도 좋아서는 요리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슈퍼에서 샀던 99센트짜리 호박으로 하는 남편의 요리, 호박죽!

 

남편이 자주 하는 스프 중에 하나로 그 맛이 훌륭합니다.

날씨도 흐리고 춥기까지 한 날 먹기 딱 좋은 메뉴죠.^^

 

 

 

 

요리를 시작한 남편이 칼춤을 추십니다.

 

호박 껍질이 딱딱해서 이렇게 칼로 도끼질을 해야만 호박이 썰어지는지라...^^

 

남편이 뭔가를 시작하면 마눌은 그냥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지켜봅니다.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혼자서도 잘해요” 모드거든.

 

오늘이 딱 그날입니다.^^

 

 

 

작게 썬 호박껍질을 벗기고, 감자를 까고, 양파를 까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간단히 남편의 호박죽 레시피를 소개하자면..

일단 잘게 썬 양파를 기름에 볶다가 설탕을 넣어서 캐러멜 화를 시킵니다.

 

거기에 감자랑 양파를 넣고, 물을 붓고 끓이다가 나중에 도깨비 방망이로 갈면 끝입니다.

 

남편이 넣은 허브가 있는데, 회향의 일종인 ‘Caraway 캐러웨이'를 항상 넣습니다.

 

호박 한 통을 만든 호박은 한 들통!

 

이렇게 호박죽을 하면 통에 얼려서 나중에 한 두 끼를 더 먹을 분량입니다.

 

 

 

어차피 호박죽도 넘쳐나는 저녁 식사.

 

홀리데이파크에서 같이 살고 있는 아르헨티나 청년, 가스통을 우리의 저녁에 초대했습니다.

 

주방의 창으로 밖을 보니 비 오는데, 가스통이 자신의 자전거를 고치고 있습니다.

조금 안쓰러운 마음에 남편에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남편, 우리 가스통이랑 같이 저녁 먹을까?”

“누구?”

“어, 자전거 여행하는 아르헨티나 청년인데 여기서 하루 2시간 청소 해 주는 대가로 무료로 살고 있는 사람. 한가할 땐 서핑하러도 다니고, 엄청 부지런해!”

“근데 초대하면 온대?”

“올걸? 아끼면서 여행을 하는데, 누군가 음식을 해서 초대 해 주면 고맙지.”

“그럼 그러던가..”

 

 

하루 종일 노트북에 코박고 있는 남편보다 이리저리 안팎을 누비고 다니는 마눌의 인맥이 더 넓어서 남편은 마눌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남편이 만든 호박죽에 오스트리아에서 직송해온 호박씨 기름을 살짝 뿌려주면 환상의 조합입니다. 조금 짭짤한 호박죽은 토스트 빵이랑 함께 먹으면 간도 딱 맞고 말이죠.

 

오늘 우리부부의 손님인 가스통도 접시에 2번이나 더 덜어다 먹은걸 보니 맛있는 스프였나 봅니다.

 

어제 누군가 두고 가서 마눌이 얼른 챙긴 “햄, 치즈”도 오늘 저녁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호박스프와 빵으로는 조금 빈약하니 햄, 치즈를 준비했고,

마눌은 여기서 무료 제공하는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곁들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니 가스통의 우리부부를 불렀습니다.

저녁은 우리에게 얻어먹었으니 디저트는 자기가 책임진다고 말이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료로 만든 최고의 디저트입니다.

 

초코 뮤슬리에 바나나를 썰어 넣어서 준비한 가스통의 디져트.

달달한 이런 종류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가스통이 만들어준 성의를 생각해서 다 먹었습니다.

 

주고받는 사람간의 인정은 국적을 초월한다는 걸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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