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60 - 백인 남편, 아시안 아내 그리고 남편이 해주는 카레,

by 프라우지니 2016. 9. 21.
반응형

 

길을 떠나면 여행기가 되는 것이고, 한 곳에 머물면 생활기가 되는 것이 제 글인지라..

 

뉴질랜드 여행기인 것도 같고, 그냥 해외에 사는 아낙의 생활기인 것도 같은 것이..

제가 쓰는 이 여행기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으니 따져보면 여행기가 아닌 생활기이지만..

 

전체적으로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는 여행기인 관계로 읽다보면 분명히 여행기가 아님에도 여행기로 분류되는 분류의 오류도 일어나는 것이 제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뉴질랜드 북섬, 나인티마일 비치가 시작되는 곳, 아히파라 홀리데이파크에 살면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

 

남편은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는 하루 종일 노트북에 머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가끔씩 해변으로 조깅을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홀리데이파크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반면 마눌은 남편처럼 하루 종일 다소곳하게 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특징이 있죠.

 

여행기를 쓰는가 싶으면, 글을 올리고 있고, 글을 올리나 싶으면 남편 먹일 음식을 준비하고 있고, 주방에서 뭘 하고 있나 싶으면 해변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있죠.

 

 

나인티마일 비치의 시작점인 아히파라 비치

 

물론 해변에 나갈 때는 남편에게 보고를 해야 합니다.

 

내 언어가 통하는 나라도 아니고, 하늘과 땅 사이에 믿을 곳이라고는 달랑 남편과 마눌 뿐인지라 서로가 서로를 잘 보살피고, 신경 써야 하는 길 위의 삶이니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마눌의 행방을 잘 알아놔야 하는 것도 아빠 같은 남편의 본분이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조심하는 것이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무리 친한 척해도 절대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죠.

 

방심하는 사이에 내가 먹는 음료에 약을 탈수도 있는 일이고, 내 돈을 털어갈 수도 있으니, 당한 후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저 처음부터 조심하는 것이 최고의 방어입니다.

그래서 부부는 그저 둘만 믿고 사는 것이 길 위의 생활입니다.

 

홀리데이파크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 이틀이 지나가면서 하루정도 묵어가는 여행자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물론 저는 이곳의 젊은 사장, 사장의 어머니, 그 외 직원과도 친분을 튼 상태이고 말이죠.^^

 

 

 

오늘도 변함없이 커다란 홀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내 눈에 띄는 한 커플이 있었습니다.

 

백인 남자와 동양(말레이시아)여자 커플.

 

남자는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그사이 여자는 열심히 음식을 해다 바치고, 다 먹으면 얼른 설거지를 하고, 하루 종일 여자는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꼭 남편과 저를 보는듯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백인 남편에 아시안(한국) 아낙, 그리고 평소에 아낙은 아내의 본분을 지키느라 일하는 남편의 끼니를 열심히 챙기는 것이니 말이죠.

 

백인, 말레이시아 커플을 보면서 사람들 눈에 비치는 우리부부의 모습도 비슷할꺼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제 남편은 마눌이 해다가 주는 것만 먹고 손 하나 까닥 안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가끔씩 설거지도 하고, 직접 요리도 하죠.

그럴 때마다 얼마나 요란을 떠는지 마눌의 핀잔을 받았었죠.

 

남들이 보면 당신이 당신 마눌 하루 세끼를 다 해서 먹이는 줄 알겠어.

 

얼핏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내가 가끔 설거지를 하고, 요리를 하는 건 남들 눈을 의식해서야.

웃기네, 왜 남의 눈을 의식해서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면서 요리를 하남?

 그냥 하지 말지.

 

이렇게 핀잔을 줬었는데..

남편이 한 이 말뜻을 백인/말레이시아 커플의 보고 이해를 했습니다.

 

남편은 남들 눈에 비치는 백인 남편은 손 하나 까닥 안하고 동양인 아내가 열심히 음식을 해다가 바치는 그런 모습 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음식이라고 한번 할라치면 그렇게 동네방네 방송을 하면서 했던 모양입니다.

 

이 날도 남편은 마눌에게 요리를 해주겠다고 하길레 마눌이 두 손 들어 반대를 했습니다.

 

안 해 줘도 돼. 그냥 하던 일이나 계속하지. 정 하고 싶으면 그냥 혼자 해서 먹어.

나는 내가 알아서 해 먹을게

 

이렇게 만류한다고 말을 듣는 남편도 아니고, 해 준다는 카와이(고등어 사촌) 카레를 포기할 남편도 아닌지라, 저는 약간의 희망사항을 이야기 했습니다.

 

내 카레는 감자랑 당근을 많이 넣어서 해줘!

 

 

 

 

남편이 하는 요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 카레가 아닌, 인도식으로 기름 넉넉하게 넣고 주재료만 넣고 볶아서 완성하는 야채는 거의 안 들어간 카레입니다.

 

이날은 마늘향이 나는 파를 많이 넣었네요.

 

그래도 야채 좋아하는 마눌에게는 부족한 양인지라..

마눌의 요청에 따라서 남편은 따로 감자, 당근을 썰어 물에 삶아서 준비했습니다.

 

 

 

이렇게 남편이 한 카와이 (생선)카레가 완성됐습니다.

마눌 카레에는 따로 감자, 야채를 추가해서 조금 더 색감 있는 카레가 됐네요.

 

남편은 요리를 잘하는 편입니다.

가끔은 맛없다고 마눌의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나는 요리를 잘 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인간형인지라, 남이 맛 없다고 해도 본인이 맛있으면 그만입니다.

 

이 날 남편은 주방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카와이 카레를 해서 마눌을 먹이고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한 참 멋있는 남편이였던 날입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용 이였지만 말이죠.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