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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풍성한 가을! 행복한가을!

by 프라우지니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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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니 나는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회사마당(주차장)을 아침마다 쓸면서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을 낙엽을 쓸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더구나 돈까지 받으면서 낙엽을 쓰는 낭만까지 맛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마당을 쓸면서 떨어진 호두는 덤 인거죠!

(하긴 이 나무의 호두는 다 내차지입니다.^^)

 

떨어지는 사과 줍고, (서양자두는 때를 놓쳐서 이번에는 잼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서양자두를 거의 12시간정도 다리듯이 한 잼일 남편이 좋아하는디..^^;)

 

호두도 줍고,(주은 호두의 반은 시댁으로 보내드립니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는디..

 

어제 친구가 전화를 해왔습니다. 밤 주으러 오겠다고..

 

아직은 밤이 떨어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오겠다는 친구에게 일단은 라!고 했죠!

내가 주어놓은 호두라도 나눠줄 심산이였습니다.

 

남들은 비싼 호두라고 하고, 유기농은 더 비싸다고 하는디..

나에게는 넘치는 것이 호두인지라 그냥 주게 되는 거죠!!

 

임신 7개월의 배를 안고서 친구가 왔습니다.

 

집에서 걸어오니 40분이 걸리더랍니다.

개까지 끌고서 참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침 따끈하게 구어놓은 사과파이가 있어서 한조각이랑 차를 주고는..

같이 슬슬 밤나무가 있는 뒷동네로 갔습니다.

 

아직 밤이 떨어지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벌써 알밤들이 먹음직 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제 떨어지기 시작했나봅니다.

아직 밤송이들이 많지 않은 걸 보니 말입니다.

 

둘이서 열심히 알밤을 주어 담고,

아직 밤송이에 들어있는 밤은 열심히 까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가 주은 것 중에서 친구에게 수북하게 세 주먹을 얹어줬습니다.

 

사양하는 그 친구에게

“나는 이 동네에 사니 자주 올수 있지만, 너는 아니잖아!”하면서 말이죠.

 

 

 

 

어제 주어온 밤입니다. 

 

작은 것도 있고, 벌레가 있는 것도 있지만, 햇밤이니 맛있겠죠?

오른쪽에는 구으려고 칼집을 넣었습니다.

 

 

 

우리 집 전기렌즈 위에 호일을 깔고 그 위에서 구었습니다.

오븐에 구어 봤는데, 별로 신통한 방법이 아니여서요..

 

사실은 이 밤만 보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답니다.

 

우리가 결혼식 올리기 전에 내가 그라츠에 놀러왔었는데..  주말에 같이 시외에 나들이가서 주어온 밤을 퇴근하는 남편(그 당시 남친)에게 구워주려고 전기렌즈 위에 밤을 구었습니다.

 

왜 연기는 그리 심하게 나는지.(그때는 밤을 그냥 올렸습니다. 호일없이)

온 집안이 연기로 자욱할 때 쯤 남편이 퇴근했습니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집주인이 불난 줄 알고, 소방서에 신고하겠다! 얼른 창문 열어!”하더니만..

 

그 후에 한동안 혼자서 독일어로 궁시렁거리면서 집안의 연기를 진공청소기로 잡겠다고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독일어도 하나도 못 알아듣던 때였지만..

 

남편이 혼자서 궁시렁대는 독일어가 나를 참 많이 서럽게 했습니다.^^;

 

그 후 2시간동안 구석에 짱 박혀서 울었더랬습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2시간을 그렇게 울어 본 적도 사실 처음이였답니다.

 

내 느낌상 남편은 그때 “아이구 내가 못살아! 회사에서 피곤하게 일하고 집에 와서 좀 쉬려고 했더니만,  왜 이리 사고를 치고 난리야~ 가만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여!” 하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자기 주려고 밤 구우려고 한 것은 전혀 알아주지 않고,

온 집안 연기 자욱한 것만 따지는 것 같아서 내내 속상했었답니다.

 

오늘은 퇴근하는 남편에게 미리 구어 놓은 밤을 내밀며 물어볼 생각입니다. 

 

“당신 생각나? 우리 결혼 하기 전에 ..

내가 당신주려고  밤 구우려다가 2시간 동안 펑펑 운 거?”

 

이렇게 물어보면 남편은 뭐라고 대답할까요?

 

(이상해! 제목은 풍성한 가을이라며 왜 얘기가 이상한 쪽으로 가고있는겨???)

 

걸어서 10분만 가면 항상 주어올수 있는 밤나무가 있고, 걸어서 3분이면 호두가 지천이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사과, 모과를 주어올 수 있는 가을이니 풍성하고 행복한 가을입니다.

 

(지금 뭐여? 자랑이여? 밤나무, 호두나무 많고, 과일나무 많다고 자랑인겨?)

 

하지만, 여기서는 주어가는 사람이 없어서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호두를 으깨고, 

마당을 지나치면서 사과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탓일까요?

나는 그들이 지나치는 것을 주어 모읍니다.

 

가을은.. 나에게는 참 풍성한 계절입니다.

덕분에 바쁘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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