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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준 차표로 즐긴 소확행

by 프라우지니 202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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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유럽의 교통비.

 

유럽의 도시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터무니 없이 비싼

교통비 때문이라는 말도 있죠?

 

그 말은 맞습니다.

 

나 또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족이죠.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다니는 날

스포티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자전거가 내 유일한 교통수단이거든..”

 

자전거 말고도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자전거 타다가 걸으려면

너무 느려서리..ㅠㅠ

 

 

나의 30살 넘은 할배 자전거

 

우리 집에서 가까운 도시인

린츠의 중앙역까지 전차를 타면

20분이 걸리지만,

내가 자전거 페달을 한 30분쯤 밟으면

도착하니 나름 달려 볼만한 거리죠.

 

전차를 타면 20분 거리의 중앙역까지

2.70유로가 들지만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내 다리와 내 심장은 더 튼튼해지니

전차를 타는 대신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마눌이 간만에 철야 근무를

들어가는 날 저녁.

 

평소보다 조금 늦게 퇴근한

남편이 뜬금없이 한마디 합니다.

 

나 린츠 가!”

 

친구를 만나서 테니스를 치는 것이

유일한 사교 활동이라

뭔 일인가 싶어 묻는 마눌에게

남편이 씩 웃으며 한마디.

 

한국의 거래 회사 사람들이

출장을 왔는데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어.”

 

남편이 한국 회사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죠.

 

 

 

지난번에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한 이야기도 있고 해서

남편을 꼬셔본 적도 있었습니다.

 

남편, 우리 한국에서 몇 년 살아볼까?

당신 회사는 한국에 지사도 있고,

지금은 한국 회사랑 프로젝트도

진행하니 한번 신청해봐.

한국에 살면서 아시아 여기저기

여행 다니면 좋잖아.”

 

남편은 오래 전에 한국지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신청을

한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같은 회사지만

남편이 조금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고 엉뚱하게도

인터뷰가서

6개월만 일 할거다.”라고

해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죠.

 

인간아, 6개월 뒤에 장기 휴가를

갈 거라면 누가 뽑아주냐?”했지만,

그 당시 2년 장기 휴가를 내놓은 상태라

사실 6개월 근무를 숨길 수도 없었으니

그때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한국에서 온 사람들과 하는

저녁식사에 함께 하게 된 것이

한국인 마눌 때문인지 아니면

실무자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 3명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현지인 2명중 1명에 당첨이 됐다네요.

 

 

 

남편은 타인에게는 겁나게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

저녁시간 내내 상대방이 지루하지는

않았지 싶습니다.

 

남자들은 여자들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면서도 몇시간을 수다 떠는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얼마나 개인적인 일을 모르냐 하면..

 

우리 결혼 증인이기도 하고

남편과 가장 친한 우리의 지인

A에게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는 것을

남편은 마눌을 통해서 알았죠.

 

도대체 얼마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안 하면 20년 넘게 친구라는

사람의 가족관계를 모를까..ㅠㅠ

 

이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만……

 

한국 사람들과의 식사를 한다니

맥주 한잔이라도 마시지 싶어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차는 가져가지 마, 전차 타고 가!”

 

 

2023년 현재 린츠 24시간 승차권 가격은 5.40유로

 

안 듣는 척 하면서도

마눌 말은 잘 새겨듣는 남편이

마눌이 시키는 대로 전차를 타고

시내를 다녀왔다며 철야 근무하는

마눌에게 방해가 될까 전화 대신에

문자를 보냈었죠.

 

마눌의 퇴근보다 조금 더 이른

출근하면서 남편은 전날 사용한

교통카드는 마눌에게 사용하라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놨네요.

 

유럽의 교통카드는

1일권이 아니라 24시간권.

 

사실 편도 티켓이 2,70유로이고,

왕복은 5.40유로인데,

편도로 2번 사느니 24시간

티켓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죠.

 

오늘 오후 1시에 샀으면

내일 오후 1259분까지

차표가 유효 하거든요.

 

남편이  어제 저녁 6 9분에 산 티켓이니

오늘 저녁 68분까지는

유효한 교통카드.

 

철야근무를 해서 피곤하지만

간만에 생긴 교통카드를 버리면

아까우니 린츠를 가볼까?

 

우리 집은 교통카드를 사면

여러 명이 사용하기도 하죠.

 

https://jinny1970.tistory.com/2160

 

알뜰한 우리식구가 차표를 이용하는 방법

저녁에 남편이 뜬금없는 말을 했습니다. “내일 린츠에 갈래?” “왜 갑자기 린츠를 가래? 난 시내에 나갈 일 없는데..” 직업교육이 끝난 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린츠에 나간일은 거의 없었습니

jinny1970.tistory.com

 

페이스북에서 캡처한 쇼핑몰의 광고

 

사실 린츠를 나가볼까?”하는

생각을 낮에 하기는 했었습니다.

 

린츠에 있는 쇼핑몰에서 25유로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제시하면

로레알 화장품 세트를

무료 증정 하겠다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세트는 최저 가격이 14유로.

 

25유로짜리 물건 사고

14유로짜리 공짜로 얻으면

거의 50%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어

자전거 타고 한번 나가봐?”

싶었지만 철야근무하고

퇴근하면 피곤하고 또 낮에는

해도 뜨거우니 공짜도 좋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려고 했었죠.

 

다음 기회로 미루려던

나의 계획이 남편의 교통카드

나눔으로 현실이 됐습니다.

 

 

 

로레알세트를 준다고 하는데

미니어처로 주는 건 아닐까?”

하셨나요?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행용을 주는 건 아닐까..

 

그래서 쇼핑몰에 가서는 선물을

나눠준다는 안내데스크에 들려서

영수증을 제시하고 선물을 받는

사람이 있는지 일단 확인부터 했죠.

 

잠깐 서있었는데

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서는 영수증을 제시하고,

정품 로레알 세트는

받고는 사라집니다.

 

물건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쇼핑몰 안의 가게에서

뭔가를 사야하죠.

 

쇼핑몰에는 다양한 옷 가게는

물론 슈퍼마켓에서

식당까지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전자기기 가게.

 

 

 

처음에는 이곳에 전자기기

매장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서

필요도 없는 옷을 사야하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쇼핑몰의 위층까지 올라갔다가

전자기기 매장을 발견하게 됐죠.

 

뉴질랜드에 놓고 온 우리 캠핑카는

앞 뒤로 카메라가 있어서

메모리 카드만 넣으면

주행 중 앞뒤의 도로를

다 녹화 할 수 있어 조금 큰 용량의

SD카드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구매하는 걸로!

 

SD카드가 32유로라니

물건을 받을 수 있는

25유로이상의 영수증 획득.

 

저는 그렇게 필요했던

SD카드도 사고,

공짜 화장품을 들고 귀가했죠.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내가 남편의 교통카드로

뭘 업어왔는지 보여주며

자랑을 했죠.

 

 

 

남편의 교통카드 나눔 덕에

얻게 된 공짜 화장품이니

일단 남편이 생색을 제대로

낼 수 있게 티나게 감사하기.

 

사실 화장품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그 물건을 얻기 위해

나름 내 머리를 굴리고,

또 나는 발품을 팔았으니

나에게는 소확행.

 

사실 화장품 얻겠다고

자전거 타고 린츠까지

갈 생각도 없었고,

 

교통카드를 사서 린츠에

갈 생각은 더더욱 없었지만

그래도 기회가 되어 공짜를 얻으니

또 즐거움이 있었죠.

 

남편은 자신이 나눈 교통 카드 덕에

얻은 물건을 보여주고 신이나서

수다를 떨어대는  마눌을 봤으니

다음 번에도 남편의 교통카드

나눔은 이어지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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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는 전차로 가는 린츠시내

 

https://youtu.be/7JsIG1Um5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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