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남편이 근무하는 시간에 회사로 전화를 했습니다.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는 한마디 했죠.
“나 지금 쇼핑몰에 왔는데..하드 저장소 샀고,
쇼핑몰도 한 바뀌 돌았고, 이제 집에 가려고..”
“집에 가려고?”
“응, 이제 슬슬 집으로 가야지.”
“나 30분 있으면 끝나는데 거기서 기다릴래?”
“왜?”
“같이 집에 가면 좋잖아. 당신이 저녁은 살 거지?”
“당근이지!”
마눌한테 가끔 저녁을 사라는 남편이지만 한 번도 거절한 적은 없습니다.
나는 외식을 좋아하는 아낙이고, 우리 집의 외식은 정말 손꼽을 정도로 뜸하거든요.
그날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뜬금없는 광고 전단지를 보여줬었습니다.
“남편! 이거 봐! 4TB짜리 하드 저장소가 99,99유로야!
나 찍어놓은 영상들 때문에 조금 더 큰 저장소 필요했는데 오늘 사러가야 겠어.”
“몇 개나 사려고?”
“뭘 몇 개를 사? 한 개만 있으면 되지!”
“왜? 살 때 두어 개 더 사놓지?”
남편은 지금 마눌을 비꼬는 중입니다.
마눌이 뭔가를 살 때마다 자기 돈도 아니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더니만..
요새는 전술을 조금 바꾸신 것인지!
마눌이 초보 유튜브라 영상을 자주 찍으니 용량이 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무튼 하나만 필요한 마눌에게 살 때 몇 개 사라는 진심이 의심스러운 말을 하곤 출근했었죠.
남편이 30분 내에 오겠다니 일단 도로에 세워놓은 자전거를 쇼핑몰 옆의 이케아로 옮겨놓고는 바로 이케아로 입장을 했습니다.
이케아에 특별히 살 것이 있는 거 아니었지만, 시누이한테 받았던 이케아 상품권이 있어서 뭔가 살만한 것이 있나 한번 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뭔가 살 것이 있으면 사고, 살 것이 없으면 상품권으로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죠.
이케아에서 저녁을 먹으면 20유로정도면 충분하니 말이죠.^^
한국에도 이케아가 있으니 아시겠지만, 이케아에서 먹는 한 끼도 사실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케아의 메뉴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753
이케아에서 해결한 두 끼
그렇게 이케아를 아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떡하지? 나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아!”
“괜찮아, 일보고 천천히 와도 돼!”
남편한테 전화하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갈걸. 괜히 전화했나 잠시 후회도 했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이미 한 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한 바퀴 돌면서 쪼맨한 소품 몇 가지 골라서 가방에 담은 후라 더 이상 살 것은 없었지만,
남편을 기다려서 이케아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 옆 건물인 쇼핑몰로 넘어가지 않고 그냥 이케아 매장을 또 돌았습니다.
한 30분쯤 지나니 남편에게 또 전화가 옵니다.
“지금 가는 중인데 길이 막혀서 시간이 걸릴 거 같아.”
“괜찮아. 천천히 와도 되니까 너무 급하게 운전하지 말고 와!”
“알았어.”
이케아 매장을 돌고 또 돌다보니 시간은 흘러갔고!
드디어 남편과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이케아에서 파는 냉동식품으로 조리한 것이 특징이 이케아 레스토랑의 음식들이죠.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저녁메뉴는 “연어구이”와 “미트볼”
미트볼보다는 “연어구이”가 더 건강한 한 끼이니 남편에게 연어구이를 권했습니다.
연어구이가 8유로니 둘이면 16유로에 무한리필되는 음료까지 시키면 2유로면 충분!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하려고 하니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우리 그냥 아래로 내려가서 핫도그 먹자!”
마눌보고 밥 사라고 하더니...
이왕이면 비싼 거 얻어먹지 1유로짜리 핫도그를 고르시는 남편.
연어를 먹으라고 우겨봤지만, 간단하게 핫도그 하나면 된다는 남편!
남편이 주문한건 핫도그에 감자튀김과 음료.
핫도그를 시키면 덤으로 먹을 수 있는 오이피클, 양파튀김과 나란히 진열되어있던 비트와 양배추가 섞인 피클까지 소복하게 떠다나 남편 앞에 갖다 줬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핫도그 앞에 나란히 앉아서 저렴하고 가벼운 저녁 한 끼를 먹었습니다.
남편이 연어구이 대신에 핫도그를 선택한 것이 마눌의 주머니를 걱정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정말로 핫도그가 먹고 싶어서 그랬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이케아를 한 바퀴 돌고, 나란히 앉아서 저녁을 먹고 내 자전거를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좋았습니다. 간만에 밖에서 만나서 데이트 한 느낌 같았죠.
외식이 꼭 럭셔리한 레스토랑에 가야만 하는 건 아니죠.
언젠가 남편에게 나의 “외식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나는 공원에 앉아서 2유로짜리 케밥을 먹어도 그것이 외식이라고 생각해.
외식이라고 꼭 식당에서 먹으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야.”
오늘 우리부부의 저녁 외식은 5.70유로짜리었지만,
간만에 부부가 보낸 시간은 57유로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밖에 나가서 남편을 불러내봐야겠습니다.
그때마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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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미 한번 업어온적이 있는 이케아의 훈제연어 아침메뉴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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