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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애증의 김밥과 한 3일

by 프라우지니 201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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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요리는 소소하게 시작합니다.

 

냉장고에 당근이 넉넉하네?

 

냉장고에 처리 해야 할 당근이 있는 거죠.

 

이걸로 뭘 하면 좋을까?

 

잠시 생각 끝에 집에 있는 재료를 확인해봅니다.

 

당근도 있고, 쌀도 있고, 김도 있고,

냉동실에 불고기 양념해서 얼려놓은 (돼지)고기도 있고,

지하실에 여름에 수박껍질로 만들어 놓은 피클도 있으니..

 

시금치 대신에 샐러리 잎으로 색을 맞추면 될 거 같고,

거기에 마당에 약 오른 고추까지 넣으면 김밥완성입니다.^^

 

 

첫 단계로 마당에서 샐러리 잎과 고추를 색깔대로 따왔습니다.

냉장고에서 며칠 됐지만 아직도 싱싱한 당근과 색도 맞아 떨어집니다

 

샐러리가 들어가서 김밥의 맛이 어떻게 다를지는 모르지만, 일단 비주얼을 합격!

 

아! 여기서 잠깐.

제가 전에 샐러리는 뿌리를 먹는 것과, 줄기를 먹는 것, 두 종류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야 두 샐러리의 비교사진을 준비했습니다.^^

 

 

 

이건 우리가 흔히 보는 줄기를 먹는 샐러리입니다.

씻어서 겉껍질을 벗겨서 스틱으로 썰어놓으면 오가면서 먹기 편한 간식이 되죠.

 

당근 스틱과 함께 만들어 놓으면 남편도 잘 먹고, 저도 잘 먹는 간식 중에 하나랍니다.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은 건강식이죠.

 

그 외는 송송 썰어서 샐러드에 넣어도 되고, 저는 된장국에도 자주 넣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요리재료죠. 바로 뿌리를 먹는 샐러리입니다.

 

시아버지가 우리 집 마당에 심은 것이 바로 이 뿌리를 먹는 샐러리입니다.

원래는 뿌리를 먹지만, 우리 마당은 유기농이니 저는 잎을 뜯어다가 먹습니다.

 

뿌리샐러리의 잎은 줄기를 먹는 샐러리에 비해서 향이 더 진합니다.

 

뿌리 샐러리를 요리하는 방법은 감자랑 푹 끓여서 도깨비 방망이로 갈아서 크림 스프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시어머니는 이걸 껍질 벗겨 통째로 삶아서 굵게 썰어  샐러드도 만드십니다.  향긋한 향이 나는 부드러운 샐러드가 완성되죠.

 

 

 

우리 집 마당의 뿌리샐러리입니다.

이렇게 보니 줄기를 먹는 샐러리랑 조금 다르게 보이시나요?

 

잎은 안 먹는 우리 집에서 내가 요리할 때 색감 내는 용으로 자주 뜯어갑니다.

옆마당,뒷마당에 심어놓은 것이 꽤 되는지라 자주 뜯어다 먹어도 넉넉한 샐러리 잎입니다.

 

뿌리를 먹는다면 뿌리는 어디있누? 싶으시죠?

 

그래서 준비한 뿌리부분입니다.

 

 

 

뿌리만 먹는 샐러리라 생각하시는 시아버지는 다 버리시는 줄기를 알뜰하게 챙겨먹는 며느리입니다.

 

원래 잘 크면 복수박정도의 크기까지 가능한데,

올해는 샐러리를 너무 촘촘하게 심으셔서 성인 주먹만 한 우리 집 샐러리입니다.

 

자! 김밥이야기를 하다가 샐러리로 빠졌던 이야기를 다시 챙겨서...

 

 

 

당근하나 없애려고 시작한 김밥인데 공사가 많이 커졌습니다.^^;

 

당근 볶고, 달걀지단에 매운 고추도 썰어서 살짝 볶고.

냉동된 고기 꺼내서 잘게 썰어 볶고, 노란 수박피클에 샐러리 잎까지!

모아놓은 색감은 대충 김밥 비주얼입니다.

 

내가 해놓은 밥은 호밀 밥인지라, 시부모님용으로 쌀밥을 새로 했습니다.

쌀밥이 김밥 안의 내용물들을 더 돋보이게 하는지 이번에 알았습니다.

 

호밀 밥으로 말아놓은 김밥은, 김밥 특유의 맛을 못 느끼겠습니다.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재료들의 맛을 호밀 밥이 잡아먹는다고 할까요?

 

오전에 장보러 가면서 마당에 계신 아빠가 딱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 점심은 내가 해 드릴 테니 엄마보고 하지 말라고 하세요.”

“너희엄마가 오늘은 Apfelstrudel 압펠스튜르델(사과파이) 한다고 했었는데..”

“그럼 그건 디저트로 드시면 되겠네요.”

 

시어머니는 하루 전에 당신이 음식을 하시니 먹으러 오라고 하시지만,

며느리는 음식을 하기로 결정한 후에 알려드려서 항상 이렇게 당일에 알립니다.

 

여기서 잠깐!

 

뭔 점심을 달달한 사과파이를 먹어? 하실 수도 있는데..

 

오스트리아에서는 Apfelstrudel 압펠스튜르델(사과파이)이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합니다.

 

사과를 넣어서 돌돌 말아놓은 오스트리아식 사과파이에 바닐라 소스가 함께 곁들여 나오기도 하는 한 끼 식사로 가정에서만 이렇게 먹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도 판매가 되는 “오늘의 점심메뉴”입니다.

 

 

 

아빠께 “점심은 12시에 며느리가 배달 해 드린다.“고 했었는데..

생각했던 2시간이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어서 마지막에는 서둘러야 했습니다.

 

부모님께 배달한 점심 한상입니다.

된장국과 김밥 2줄. 그리고 반찬으로 새콤한 노란 양배추 피클.

 

며느리가 음식을 할 때는 두 분의 기호나 취향은 묻지 않고 맘대로 합니다.

김밥을 드시니 국물도 필요할거 같아서 된장국을 했죠.

 

된장국도 자기 취향대로 싱겁게 끓입니다.

갖다드리면서 딱 한마디하고 나왔네요.

 

“아빠, 된장국에 소금은 안 넣었어요. 싱거우면 소금 넣어서 드세요.

근디 매운 고추 넣어서 조금 얼큰한 것이 나름 드실 만 할 거.“

 

 

 

시부모님을 위해서는 쌀밥 김밥을 만들었고,

나는 해 놓았던 호밀 밥을 데워서 김밥을 했습니다.

 

이곳의 수박껍질은 대부분 얇은데, 한번 꽤 두툼한 수박 껍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껍질을 까서 피클로 승화를 시켰었죠.

 

피클을 만들면서 쿠쿠마(카레)를 넣었더니, 딱 노란 단무지입니다.

마당에서 뜯어온 샐러리 잎도 맛은 시금치랑 다르지만 비주얼은 합격!

 

이래저래 비주얼만 완벽한 김밥이 됐습니다.^^

 

 

 

이날 저는 뚱땡이 김밥 4줄을 만들었습니다.

2줄은 시부모님께 썰어다 갖다드리고 나머지 2줄을 만들어서 배부르고 먹었죠.

 

네! 저 2줄 점심때 혼자 다 먹고 저녁때까지 소화시켰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김밥재료들은 냉장고에 잘 넣어뒀죠.

혹시나 남편의 도시락으로 싸줄까 싶어서 말이죠.

 

근디 남편인 이번 김밥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양만 했습니다.

 

“저녁으로 김밥싸줄까? 오늘 김밥 했는데?”

“싫어, 금방 한 거 아니잖아.”

“아까 낮에 해서 재료들 다 냉장고에 넣어놨어.”

“싫어.”

 

 

다음날도 출근하는 남편에게 또 한마디.

 

“김밥 싸줄까? 점심으로 가지고 가서 먹을래?”

“싫어.”

 

하긴 사무실에서 김밥을 먹으면 냄새가 조금 나겠다 싶어서 더 권하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하루는 내가 근무를 했던지라 김밥재료는 그대로 냉장고에서 하룻밤을 보냈죠.

그리고 내가 쉬는 날 나머지 김밥재료로 다 김밥을 말았습니다.

 

나머지 재료를 빵빵하게 넣어서 말아보니 뚱땡이 김밥 4줄.

2줄은 썰어서 통에 중간에 예쁜 것만 통에 담았습니다.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달걀 입혀서 구우면...

따끈한 김밥구이로 한 끼 해결이 가능하니 말이죠.

 

그리고 나머지는 이날 점심, 저녁으로 두 번에 나눠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썰어서 냉동 해 놨던 김밥은 그 다음날 바로 해치웠습니다.

 

며칠 나뒀다가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 같았지만,

미어터지는 냉동실인지라 바로 먹어야 했습니다.^^

 

신 김치에 된장국 그리고 따끈한 김밥구이.

 

나름 근사한 한 끼였는데 전날 점심, 저녁도 김밥을 먹었던지라..

마지못해서 먹은 한 끼였습니다.

 

김밥 한번하면 이렇게 혼자서 2박3일 혹은 3박4일 매끼니 김밥을 먹어야 하니,

먹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지겨운 음식”으로 보입니다.

 

식구가 많으면 온가족이 맛있게 먹는 한 끼 분량인데 (뚱땡이 김밥 8줄이?)..

가끔은 혼자여서 처량해질 때도 있는 한식입니다.^^;

 

 

 

이번에 김밥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노하우 하나!

 

칼에 참기름을 발라서 김밥을 써는데 칼이 무뎌서 무지하게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발견한 칼 하나 (빵용인지 스테이크용인지..)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칼에 기름을 안 발라도  너무 잘 썰리고, 또 칼에 묻어나지도 않고!

 

이건 세상에 알려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공유합니다.

김밥은 이런 칼로 썰면 대박입니다.^^

 

먹고 싶었던 김밥도 이렇게 며칠에 걸쳐서 먹고 나면 한동안 잊습니다.

 

처음에는 당근을 처리할 마음으로, 그 다음에는 간만에 김밥을 먹어볼 요량으로 시작했던 김밥인데. 지금은 김밥을 너무 먹어서 질려버렸습니다.

 

몇 달이 지나면 또 생각이 날 테고, 또 이 같은 결과의 반복이겠죠.

내가 혼자여서 이런 처량한 결과를 낳는 것일까요?

 

보통 때는 혼자서도 참 잘 노는 아낙인데,

이럴 때는 함께 김밥을 먹어줄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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