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요양원에는 저를 아주
좋아해주시는 분이 몇 분 계십니다.
그분들과 나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도 있죠.^^
평소에는 저녁 7시쯤에 옷을 갈아입으시고,
그때쯤 연고를 바르시는 어르신인데,
내가 오후 4시경에 들어가서
옷도 갈아입혀 드리고 연고도 발랐다고 하면
다들 놀라죠.
자! 이쯤에서 아무도 궁금하지 않는
오스트리아 요양원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직원들은 다양한 시간대에 출, 퇴근을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아침 7시에 출근을 합니다.
출근해서 직원회의에는 철야근무를 한 직원에게
어르신들의 변동사항을 전해 듣고!
아침 식사를 각방의 어르신들에게 배달합니다.
(보통 7시 30분)
스스로 드시는 분들은
빵, 버터, 쨈과 커피를 갖다 드리고,마비가 있으신 분들은 빵에 버터, 쨈까지
발라서 먹기 좋게 잘라서 갖다드리고,와상환자이거나 식물 인간 상태인 경우는
커피에 흰 빵을 적셔 먹여드리죠.
아침 식사가 끝나면 간병을 시작합니다.
1주일에 한 번 정해진 목욕날이라
목욕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거동이 자유로우신 분들은 스스로
씻으시니 도움이 필요 없지만,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각 방에
딸린 목욕탕까지 모셔갑니다.
혼자 씻으시는 분들은
약간의 보조만 해 드리고,와상 환자 같은 경우는 대야에 물을 떠서
온 몸을 다 씻겨드려야 합니다.
보통 오전 8시에서 늦어도 11시 정도에는
모든 작업을 끝내야 합니다.
어르신중 혼자 씻으시는 분들은 제외해도
20분이 넘는 어르신을 직원 3~4명이
목욕 시켜드리고, 씻겨드리고,
옷 갈아 입혀드리고 등등을
이 시간안에 다 끝내야 합니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계시는 어르신들이라고,
하루종일 잠옷 입은 상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오전에 씻겨드리면서 셔츠 같은 걸로 바꿔드리고,
저녁에 다시 잠옷으로 입혀드립니다.
오전 11시 30분에는 점심식사가 나옵니다.
점심도 아침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드시는 분들은 음식만 갖다드리고,혼자 못 드시는 분들은 요양보호사들이
각자가 맡은 어르신에게 음식을 먹여드리죠.
점심이 끝나고 나면 어르신들이 낮잠을
주무실 수 있게 각방으로 모시고 가서,기저귀 등을 갈아 드린 후에
침대에 눕혀드립니다.
이렇게 대충 오전 근무가 끝나면
직원회의를 하면서..각자가 맡았던 어르신들이 신체변화나
특이사항등을 전달하게 되죠.
직원들이 점심시간이면서
휴식시간인 오후1시~2시.
끼리끼리 휴게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던가,
흡연실에서 보드게임 같은 걸 하기도 하지만,이 시간동안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직원도 있습니다.(접니다.^^)
오후 2시 근무가 다시 시작되면
점심 식사 후에 낮잠을 주무실 수 있게,각 방에 모시고 갔었던 어르신들을
다시 밖으로 모시고 나옵니다.
방에 모시고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항상 화장실을 들려야 합니다.
(기저귀 교환)
오후는 오전보다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복도의 테이블에 모여 앉으신 어르신들과
수다를 떨 때도 있고,한 여름에는 마당에 나가서
한여름 볕을 쬐기도 하죠.
한가한 오후라고 해도 호출 벨을 누르시면
각 방을 찾아가는 일은 수시로 있고,앉아계신 분들께는 커피나
음료는 수시로 갖다드리고,와상 환자 같은 경우는 더 자주
음료를 드실 수 있게 신경써야 합니다.
이렇게 약간의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4시가 되면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합니다.
오후 4시가 되면 각방에 계신 어르신들중
연고나 오일이 필요하신 분들을 찾아갑니다.
저녁식사가 5시에 나오고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하는 6시 전후로,어르신들을 잠자리에 모셔드려야 하니,
4시부터 부산을 떨어야 하죠.
4시부터 와상환자는 잠옷을 갈아입혀드리고
기저귀도 갈아서 침대에 눕혀드리고,연고나 오일이 필요하신 분들은 발라드리고,
잠옷도 갈아입혀 드리다 보면 저녁 5시.
저녁식사가 나오는 5시부터는
저녁을 어르신께 드리고,도움이 필요하신 어르신들은 먹여드리고,
저녁식사가 끝나는 5시 30분부터는
거동이 가능하신 어르신들 방으로 모시고 가서
잠옷 갈아 입혀드리고, 기저귀도 갈아드리고
하다보면 퇴근시간인 6시 전후가 됩니다.
저녁식사가 나온 후부터는 시간이 금방 가니
저녁식사 전에 가능한 많은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작업(?)등을 끝내야 합니다.
직원이 도움이 많이 필요하신 분들은
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작업(?)할 수 있는데,
그중 몇 분은 당신이 정해놓은 시간에
직원들의 작업(?)을 허락합니다.
그중에 저녁 7시가 되어야 잠옷을 갈아 입으시고,
허리에 연고를 바르는 어르신인데..
오후 4시에 내가 잠옷과 연고를 한 번에
해 드리고 나왔다니 놀라울 수밖에 없죠.
“설마, 그럴리가. 그 어르신은 7시 이전에 여쭤봐도 싫다고 하시는데..”
“오늘 내가 들어가서 ”해 드릴까?“여쭤보니 좋다고 하시더라.”
다른 직원들은 이 어르신이 왜 전에
안하던 행동을 하시는가? 싶겠지만,
저는 이 어르신께 딱 한마디만 했었습니다.
“어르신, 지금은 제가 시간이 있어서
연고를 발라 드릴 수 있는데,
나중에 하신다면 다른 직원이 들어올꺼에요.
어떻하실래요? 지금이요, 나중에요?“
나중에는 (내가 아닌) 다른 직원이 들어온다니..
내가 시간이 있는 지금이 좋다고 생각하신
어르신은 단번에 OK를 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이 자신들이 정해놓은 시간이
아님에도 나에게 만은 “허락”하시는 이유는..
바로 저만 가지고 있는 특별함 때문입니다.^^
우리 요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올리브 오일입니다.
하나는 통증오일이고 하나는 피부가
맞닿아 물러지는 곳에 바르는 오일.
올리브 오일에 라벤다를 기본으로 여러가지
허브를 넣어서 만든 마사지 오일이죠.
통증오일이라고 해서 그냥 바른다고
통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해 드리는 통증오일 마사지가 특별하다는 건
한 어르신 덕에 알았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통증 오일만 바르고는 그냥 나가버려,
당신처럼 성의있게 발라서 여러 번 문질려서
흡수시킬 때까지 마사지 해주는 직원은 없어.”
다른 분들도 비슷한 증언(?)들을 해주셨습니다.
“당신처럼 바르고 제대로 몸이 느낄 수 있게
제대로 마사지 해주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
통증에 바르는 오일이라는 것이 발라만
놓으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후에 피부 아래에 있는 근육이나 신경들도
자극이 되게 싹싹 문지르면서
마사지를 해줘야 하고,
등이 아프신 분들은 오일을 바른 후에
척추를 하나하나 훑으면서 마사지를 해야
통증이 조금 덜할 수 있거든요.
제가 배운 과목 중에 “마사지”라는 것이 없어
마사지를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척추 같은 경우는 척추 사이가 눌려서
아픈 것이니 그 사이를 늘여준다는 느낌으로!
허벅지나 무릎 혹은 어깨 같은 경우도
피부 아래 근육까지 함께 잡는다는 느낌으로!
뭐 이렇게 대충 내 맘 대로 생각해서
마사지를 했었는데..그것이 어르신들에게는
“딱 맞춤”이었던 모양입니다.
여러 어르신 분들이 “내가 최고!”라고 하시니 말이죠.^^
(물론 이 말을 100% 믿지는 않습니다.
방에 오는 직원마다 이런 말씀을 하실 수도 있으니..^^;)
보통 저녁 7시에 옷을 갈아입으시고,
연고를 바르시는 어르신을 내가 일찌감치
해 드린 이유는 나보다 더 오래 근무를 해야하는
동료의 일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직원 일이 많아 벅찬 것은
어르신들이 알바가 아니고..
어르신들은 당신들이 원하는 시간에
연고를 바르시려고 하지만..
다 퇴근하고 혼자 남는 직원이
그 일을 다 해내려면 벅차죠.
내가 해 드리는 “마사지가 최고“라 하시니
이왕이면 나에게 받으려는 어르신들은
신경써서 그 방에 들어갑니다.
다른 직원이 들어가게 둬도 되지만
내가 일부러 찾아 들어가는 이유는..
내가 오일을 발라서 열댓번 문질러 드리는 것을
”천국“이라 표현하는 분들때문입니다.
치매가 있으셔서 혹은 발음이 어려워서
내 이름은 모르시는 어르신들이지만,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 내 손길을 기억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특별한 존재이고!
다른 직원이 아닌 내가 들어가면
아무 때나 OK 하시는 이유가,
내가 가진 (마사지 잘하는?) 노하우 때문이라는 건
어르신들과 저만의 비밀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저의 자랑질을 읽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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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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