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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954-백패커에서 만났던 통가출신 의대생

by 프라우지니 201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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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 위에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여행 중인지라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은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었지만,

그중에는 뉴질랜드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우리가 투랑기의 백패커에 한 달 넘게 살 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여행자이면서 장기 투숙하는 사람들이었지만,

이곳에 여행자도 아니면서 사는 청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투랑기의 보건서(에 해당하는 기관)에 근무를 나왔다고 했던 의대생.

 

아직 의사는 아니지만, 의대생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의대생과 전문의 사이의 어떤 지점에 있던 청년이었죠.

 

우리가 주차한 바로 앞방에 머물렀던 청년은 말도 거의 없는지라 초반에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아침 일찍 보건소에 근무 나가서 저녁에 돌아오면 (백패커의 주방이 여행자로 버글거릴 때) 얼른 자기가 먹을 음식을 데워서는 자기 방으로 사라졌던 지라 거의 투명인간 같았습니다.

 

투랑기 백패커의 유일한 25불짜리 싱글 룸에 6개월 장기거주 하고 있다던 그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졌습니다.

 

키위(뉴질랜드 사람)이 아니면서 뉴질랜드 의대를 다니던 통가 출신의 청년.

 

전문의가 되면 당연히 뉴질랜드에서 살 거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다시 통가로 돌아갈 계획을 이야기했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들(전문인?)이 다 통가를 떠나게 되면 나중에는 늙은사람들만 섬에 남게 될 텐데..나라도 공부가 끝나면 다시 내 나라로 돌아갈 생각이야.”

 

덩치도 산 만한지라 듬직한 남동생같이 느껴지던 20대 중반의 청년이었지만,

생각하는 것은 보통의 20대랑은 조금 다른지라 관심을 갖게 됐죠.^^

 

뉴질랜드에서 남태평양 출신들이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게 정부차원에서 보조를 해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키위처럼 대해주지는 않으니 통가사람도 뉴질랜드에서는 외국인입니다.

(내 생각에.)

 

뉴질랜드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통가 출신 학생.

정부에서 학자금을 대출해서 공부하고 있다니 과연 그 금액이 얼마인지 궁금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외국 문화에 경우 돈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월급은 얼마?”, “집은 얼마주고 샀어?” 뭐 이런 이야기는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것이 우리 문화이니..

 

저는 항상 돈에 대한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 문화”에 대해서 설명을 하죠.

 

그리고 난후에 “돈 이야기“을 하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매너 없는 행동“은 아니라는 걸 아셨음 합니다.

 

이 청년이 의대를 다니는 6년 동안 빌린 학자금은 150,000 뉴질랜드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졸업 후에는 열심히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의대 6년 후에, 전문의가 될 때까지는 필요한 시간 다시 6년.

도합 12년을 투자해야 하는데 자신을 그 반을 해냈다고 스스로 대견 해 하던 청년.

 

이곳에서 6개월 근무가 끝나면 다시 의대가 있는 도시로 돌아갈 수 있으니, 지금은 싫어도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라, 근무가 끝나면 유일한 안식처인 자기 방에 처박힌다고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친해지니 우리부부가 거실에 있을 테는 우리 곁에 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봤자 말을 시켜야 대답하는 정도였지만 말이죠.

 

지금은 일주일에 150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다던 청년.

 

근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 밖에 나와서 사람들이랑 대화라고 하지 도대체 방에 틀어박혀서 뭘 하냐고 물어보니 자기의 유일한 취미생활이 “영화”인지라 그것이 들어있는 “외장하드”을 끼고 산다는.

 

몇 백편의 영화가 들어있다던 외장하드를 어느 날은 나에게도 내밀었습니다.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다운받으라고 말이죠.

 

자기 딴에는 나름 친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공부가 끝나면 통가로 돌아가서 통가 아가씨랑 결혼해서 살고 싶다고 했었는데..

아직 뉴질랜드에 있는걸 보니 그의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그곳을 떠난 이후로 저는 가끔 이 청년의 얼굴을 페이스북에서 만날 뿐입니다.

 

우리가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원하던 일을 이룬 사람도 있었고, 이루기 위해 그 중간 어디쯤에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었고, 무엇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전혀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만난 통가청년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제대로 알고 열심히 달려가던 인간형이었는데..

그 청년이 원하던 그 종점에 제대로 도착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멀리서나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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