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 조심해야해” 는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친구나 친척 혹은 부모님께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외국에서 내 나라사람 만나서 서로 정 쌓고 사는 것이 아니고, 서로 경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통념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엊그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집 근처에 사는 태국아낙을 만났습니다.
노동청에서 해주는 무료 독일어코스 3강의나 듣고, 이제는 직업교육을 받을 차례인 그녀는 아직 뭘 해야할지 결정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것보다 사실은 5살짜리 딸 때문에 시간 내기도 힘든거 같기도 했구요.
이날도 요즘 딸이 배우기 시작했다는 발레학원에 데려갔다가 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둘이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습니다.
(사실은 가끔씩 스치듯이 만나는 사이라 그녀의 딸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딸은 나를 기억하고는 대뜸 “지니!!”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먹던 빵을 작은 조각내서 나에게 나누어줍니다.
저번에 만났을 때는 나만 안 주더니만, 그래도 자기딴에는 이제 친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남편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하는 작은 사업을 하는데, 지금은 시엄니가 남편을 도와서 일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경리일을 배워서 남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할까 생각중이라고 하길레, “잘됐네! 남편이랑 같이 일하면 (딸 때문에 내야하는)시간 내기도 편하고, 너도 편하고! 작은 회사에서 별로 할일도 없는데, 여직원하나 두는 것도 웃기고 말이야!” 했더니만 그녀의 대답은 “그치! 다른여자 만나서 바람날 염려도 없고 말이야!” 합니다. 갑자기 왠 바람이야기를???
그녀는 그 사건이후로 태국(그녀와 같은나라)사람 만나는 걸 꺼린다고 합니다.
사연인즉 태국에서 오스트리아 남자 만나서 시집오는 한 태국아낙이 23살 먹은 딸내미도 같이 데려온 모양인데,
이 딸내미는 여기서 일을 할 수 없는 비자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불법으로 할 일을 찾고 있는 중이라 카롤리네엄마(내가 만나서 지금 수다 떨고있는 아낙)가 남편의 회사에 취직을 시켰답니다.
남편한테 부탁까지 해서요!
그렇게 일 잘하고 있는 줄 알았었는데...
그 23살 먹은 처녀와 아낙의 남편(오스트리아인)이 바람이 났었답니다.
만난지 2~3달 후부터 그렇게 됐던 모양이라고 하면서 그 둘이 2년이 넘도록 불륜관계를 유지했는데, 자기만 몰랐었다고 하면서 가슴속 얘기를 합니다. (버스 정류장서 독일어로 떠드니 아마도 옆에 있는 사람들도 다 들었겠죠?^^;)
그 후에는 같은 나라사람인 태국인은 절대 집에 들이기도 않을뿐더러 만나는 것도 꺼린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이렇게 도와주려고 했던 일이 뒤통수 치는 일로 결과가 나오면 정말 속 뒤집어지죠!!
그녀는 남편과 그 당시에 이혼하려고 했답니다.
(사실 국제결혼해서 남편의 나라에서 사는 아낙은 남편하나만 바라보고 사는데, 이런 사건이 터지면 오갈 데 없는 고아가 되는거죠!!)
그런데 시엄니가 말리더랍니다.
“니가 이혼하면 남편 뒤에 그녀(23살짜리)가 남편과 결혼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 그러면 니가 지는 것이여!” 하면서 그녀를 다독여주고, 챙겨주었던 모양입니다.
그 일이 벌써 2년 전의 이야기라고 그녀는 털어놓았습니다.
이런일 당하고 나면 정말 나 같아도 내나라 사람들 멀리 멀리 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만 외국에 살게 되면 서로 거리를 두고, 혹은 아는 척 안 하면서 사는 줄 알았는데,
여러나라에서 온 사람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이것이 굳이 우리나라 얘기만은 아닌거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만 다른 사람의 뒤에서 그 사람을 깍아 내리는 혹은 뒷담화 심하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살다보니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독일어 학원에서 한 몽골남자를 만났더랬습니다. 아시지만 몽골의 일반적인 얼굴이 한국사람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이 남자분 눈이 심하게 올라갔고, 작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말 사나운 인상의 남자분이였는데, 그분은 오스트리아인 부인을 두고 있더라구요.
본인은 몽골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했다고 하면서.. 저는 그분이 통역으로 일하다가 부인을 만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다른 강의에서 다른 몽골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만난 몽골인에게 “ 나 몽골사람 아는데, 혹시 그 사람 알아? 오스트리아 부인을 두고 있다던데..”했더니만,
대뜸 “아~ 그 사람? 잘 알지! 여기에 난민으로 들어와서리 오스트리아 여자 잡아서 결혼했지?” 하는 답변을 줍니다.
여기서 잠깐! 난민으로 들어왔다고 다 이곳에서 정착하고 살 수 있는 비자를 주지는 않습니다.
난민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기간이 보통 5년이 넘습니다.
심사결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합당한 이유가 안 되면 다시 본국으로 돌려보낸답니다.
그래서 난민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이곳에서 평생 살수 있는 것이 아닌거죠!
비자가 나올때까지 매일 매일이 피 말리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그 기간에 현지인을 만나서 결혼하면 난민자격이 아닌 가족관계 비자를 받게되는거죠!
“일(불법으로)도 한다고 하던데, 몇 채의 아파트 관리하는 일도 한다고 하던데..” 하니 바로 또 다른 답변이 옵니다.
“아~ 그건 그 사람 현지인 아내가 관리(일)하는 건물이야! 그 사람 그 여자랑 말도 잘 안 통한다고 하던데..” 하는 답변에..
“엥? 이건 무슨 이야기?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우째 결혼을 했누?” 했더니만,
“몰랐어? 여기에 난민신청하고 들어온 사람들 다 말(아직 독일어가 서투르니) 안 통해도 눈 하나로 연얘하고 결혼 하는디..”
라는 답변을 줍니다. 나는 몰라도 될 뻔한 얘기를 다 듣고 말았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다 자기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별로 긍정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얘기해주면 좋으련만...
외국에서 살게 되면 멀쩡한 사람 사기꾼 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랍니다.
한국에서 살던 사람이 재산을 정리해서 동남아의 한나라로 갔습니다.
그 사람은 현지어도 안 되고, 현지사정도 하나도 모르니 당연히 현지에서 오래 산 교포의 도움이 필요하겠죠?
그렇게 해서 현지교포와 한국에서 들어간 사람은 같이 동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지에서 오래산 사람은 통역과 기타 현지 정보등 혹은 사업아이템(예를 들어서 노래방, 비디오방, 혹은 PC방)을 제공하고,
한국에서 들어간 사람은 자본을 대서 같이 사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시작은 자알 해서 사업이 잘되면 둘 다에게 좋으련만... 사업이 잘 안됐습니다.
현지교포는 투자한 돈이 없으니 손만 털고 나서면 되지만, 한국에서 재산 다 정리하고 들어간 사람에게는 이렇게 손실 본 돈이 전재산일수도 있는거죠!
이렇게 재산을 탕진한 사람은 현지교포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내 재산을 다 털어먹은 사기꾼!” 이라고!!
외국에서 정말 한국인을 상대로 전문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외국에서 오래 산 모든 사람들이 다 사기꾼은 아니라는 얘기죠!
저도 이곳에 와서 한 동안은 한국 사람들과 교류를 했었드랬습니다.
한국인 교회도 찾아다니고, 한국인이 만나는 자리가 있음 같이 참석도 하고!
그런데.. 외국에서 말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안 해도 되는 말을 자꾸 하게 됩니다.
내가 말한 것이 와전되서 상대방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나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기도 하고, 날 슬프게 하는건, 내가 한번이라도 만났던 사람들의 뒷소문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별 일없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실생활 혹은 그 사람의 변태적인 삶이나 행동등에 대한 애기를 듣게 되기도 하고(정말 안 들어도 되는 얘기인데..)
무엇보다 날 슬프게 했던 것은 우리 집에 놀러 온 아낙이 나에게 “언니는 알고 (이용)당하는 거예요? 모르고 (이용)당하는 거예요? 하는 질문을 해왔을 때였습니다.
(이때 알았습니다. 남들 눈에는 멍청해서 이용당해도 모르는 아낙을 보일 수 있다는걸)
여러 사람 만나다 보면 별별 유형의 인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같이 모여도 일 안 하고 뒤로 살짝 빠지는 인간들!
저는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사람마다 달란트가 다르니, 저 사람은 사람들 모은 것으로 자기본분 다 한더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일을 그냥 했었는데, 그것이 나이어린 그녀가 볼 때는 내가 바보같이 이용 당 한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람들을 다 필요에 의해서 인간관계를 맺게 되는데 말입니다.
나에 대한 실망감(말을 많이 하다보니 안 해도 되는 말을 하게 되는 것)도 나에게는 꽤나 실망이 컸던지라 더 이상 한국사람 만나서 한국어를 말하는 걸 꺼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블로그에 수다로 풀어내도 있는 중입니다.)
혹시나 만나게 되도 말조심 하려고 노력하고 말이죠!
사람들은 그런거 같습니다.
외로운 타향살이 하다보니 말 통하는 내나라 사람 만나면 내 속사정 다 얘기해놓고,
내 사정 너무나 잘하는 상대방이 내 뒤에서 내말을 하게 되면 상처가 더 크게 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경제적인 타격으로 오는 것도 큰 충격이지만,
정신적으로 받는 충격도 사실 만만치 않기에 서로 멀리멀리 떨어져서 쳐다보는 걸로 만족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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