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도 우리나라에서 나는
봄나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제대로 된 봄나물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코 Bärlauch 베어라우흐(명이나물)입니다.
일명 산마늘로 불리는 나물로
Bär 베어(곰) + lauch 라우흐 (파)의 합성어이죠.
산에서 나는 마늘냄새 물씬 풍기는 나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서만 나며
"명이나물"이라고도 불리죠.
작년에는 학교 뒤편에 흐드러지게 피는 명이나물을
엄청 뜯어다가 간장은 넣은 피클을 했었습니다.
명이나물 김치도 했었네요,
부추김치 같은 맛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뜯어온 잎을 하나하나 씻을 때는 정말 번거롭더니만,
만들어놓으니 생각보다 맛은 훌륭했습니다.
그중에 남편도 줄때마다
군소리 없이 먹었던 것은..
고기를 구워서 명이나물 피클에
둘둘 말아줬던 요리.
돼지고기, 닭고기 구분없이 일단 명이나물 피클에
둘둘 말아놓으면 맛이 납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명이나물이 있습니다.
시아버니가 숲에서 파다가 심으셨다는 명이나물.
이걸 뜯어봐야 양도 얼마 안 되니 그냥 보기만 했죠.
한 해가 지났다고 올해는 원래 있던 것 옆으로
작년에 뿌려진 씨들이 고개를 내밀고 나왔습니다.
집 근처에 어떤 숲으로 가야 명이나물을
만날 수 있는지 시아버지께 들었지만..
엄두는 나지 않았었습니다.
젝켄(살인 진드기)을 만날까 싶어서 말이죠.
보통은 여름에만 활동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른 봄부터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울(치고는 큰)의 다리에서
함께 낚시중인 남편과 친구아들
강 옆의 개울로 낚시를 몇 번 갔던 남편이
얼마 전에는 손등에 앉은 젝켄을 봤었다고 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고는 온몸 검사(젝켄이 있는지 없는지)를
한 후에 목욕을 했었습니다.
젝켄 예방주사는 맞았지만,
그렇다고 젝켄에 안 물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악성 젝켄에게 물리면
오랫동안 항생제를 먹어야 합니다.^^;
시아버지도 젝켄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하셨죠.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2016.07.05 -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 저렴하게 받은 진드기 예방접종, 젝켄주사
올해는 젝켄 때문에 숲에 갈 생각이 없어서
명이나물은 그냥 접어두었습니다.
사소한 것(명이나물) 때문에
건강까지 해칠 수는 없으니 말이죠.
그렇게 올해는 명이나물을 잊으려했었는데..
얼떨결에 명이나물을 뜯게 됐습니다.^^;
집에서 자전거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IKEA이케아에 쇼핑을 갔었습니다.
이케아에서 파는 전구를 사야했거든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강변도 나오고,
강변 옆으로는 숲도 있는디..
자전거를 타다가 길 옆의 숲에 잠시 눈을 돌리니..
명이나물들이 소복이 자라있는 것이 보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마음에 없던 봄나물인데,
보이니 마음이 동합니다.
그래서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이 순간은 젝켄이 생각이 안 났나 봅니다.^^;
이케아를 다녀오던 지라 비닐봉투가 없는 대신에
이케아 종이봉투만 있습니다.
비닐이 됐건, 종이가 됐건 일단
담을 때가 있으니 뜯기 시작했습니다.
봄에는 명이나물과 비슷한 독성이 있는 꽃이
자라는 시기라서 헷갈릴 수 있지만..
두 가지를 구분할 줄 알고, 명이나물은
수북하게 한 곳에서 자라는지라 구분도 쉽습니다.
젝켄을 손등에서 발견했다는 남편 말을 들어보면
젝켄은 나무에 있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무가 없는 곳으로 골라서 열심히 다녔죠.
(그런데 틀렸습니다. 젝켄은 보통 풀 숲에 있다고 합니다.
나무 위가 아닌 잔디에 있다는 이야기죠.^^;)
숲이라고 해서 외진 곳, 산길을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유럽의 숲은 그냥 평지거든요.
도로 옆에 나란히 자리하거나 주택단지 옆으로 자리하고 있죠.
저도 저기 보이는 찻길 옆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아주 조금 안으로 들어온 상태입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는 상태인데,
명이나물 철이 지난 것인지 슈퍼에서 팔지도 않고,
사실 판다고 해도 100g에
2유로(2400원?)씩이나 주고서 사지는 않죠.
명이나물 만난 김에 왕창 뜯어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젤 먼저 한 일은..
혹시나 내 몸 어디에 붙어있을지도 모를
젝켄을 열심히 찾은후에 바로 샤워를 했고,
입고 있었던 옷은 바로 세탁기에
다 넣고 40도의 물에 세탁을 했습니다.
남편이 며칠 전에 젝켄을 봤다고 하니
조심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나서 뜯어온 명이나물을
잎 하나하나 꼼꼼히 씻었습니다.
씻어놓은 명이나물은..
퇴근한 남편의 꼼꼼한 검증을 거쳤습니다.
명이나물이 짓이겨서 냄새 맡아보고,
명이나물이 독성이 있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물어보고,
와중에 마눌에게 협박도 했습니다.
“이거 혹시나 명이나물이 아닌 독성 있는 풀이여서
잘못되면 한국으로 보낸다.”
이런 말 하지 말라고 몇 번 충고를 했는데,
그때마다 잘못했다고 하면서도..
매번 잊는 모양입니다.
이런 류의 협박이 얼마나 재수 없는지를!!
그렇게 명이나물 피클은 완성됐습니다.
간장+식초 물은 인터넷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간장, 물, 식초, 설탕을 1:1:1:1/2 넣고 끓인 후에
미지근해지면 씻어놓은 명이나물에 부으면 완성.
3일정도 지난 후에 다시 물만 따라내서
한 번 더 끓인 후에 식혀서 부어주면 완성.
온 주방에 간장+식초를 끓인 냄새가 진동했지만,
올해는 웬일인지 남편이 냄새 난다고 구박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절여진 명이나물을 병에 옮기면서
남은 한 병 분량의 간장식초물이 남았는데,
무서움에 떨면서 다시 숲에 가서
명이나물을 뜯어야 할지,
다른 야채를 넣고 피클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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