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지내는 3주 동안 가깝게 지내던 칼&아델이 떠납니다.
떠나기 전에 초대해서 함께 저녁이나 먹을까 싶었는데, 반대로 저희가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생전 처음으로 프랑스 사람들의 저녁에 초대가 됐습니다.
사실 커플중 아델과는 그동안 많이 친해진 상태였습니다.
국적을 떠나서 여자들끼리의 대화는 비슷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는 이야기죠.
함께 사는 칼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아델이 저에게만 살짝 해 줬습니다.
“그걸 칼한테도 이야기 했어?”
“아니, 내가 유산 받은 거 있다는 건 비밀이야. 그리고 백패커 이야기도 비밀이고..”
“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어?”
“같이 산지는 한 3년 됐지.”
“그래도 비밀이 있어?”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해변에 조개 캐러 가서는 이런 여자들만의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제 남편에게도 하지 않았었습니다. 여자들만의 이야기였으니 말이죠.^^
아델은 남아있는 재료로 3가지 코스의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아델이 만든 프랑스식 호박스프입니다.
남편이 만든 것 하고는 조금 다른 호박죽이지만 나름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델이 직접 만든 반죽으로 만든 음식입니다.
이름은 들었는데 까먹었는데 살짝 익힌 야채들을 넣고 달걀, 생크림을 섞어서 부으면 되는 겁니다. 일종의 파이라고 할 수 있죠. 야채파이?
이들의 저녁에 초대된 사람은 저희부부와 목공소 주인인 스티브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패디는 목공소 주인이 아니라 동업자겸 일꾼이었던 모양인데, 오늘 저녁에는 초대되지 못했습니다. 모르죠, 다른 일이 있어서 거절했는지도...
메인요리에 곁들인 샐러드는 홀리데이파크 주인인 샌디가 뒤에서 키운다는 샐러드를 가져온 듯 했습니다. 더 이상 “무료”로 드린다는 안내는 없지만, 관계자가 먹을 만큼은 있었던 모양입니다.
초대된 사람들이 배가 부르도록 먹어야 초대한 사람으로서 흐뭇한 법이지만..
그건 우리식인거죠. 서양인들은 절대 배부를 때까지 먹을 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한 접시 먹고 나면 메인메뉴는 끝~~~
한 조각씩 덜어 가면 남는 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
“더 먹겠다”는 말은 그냥 나 혼자 만의 중얼거림으로..^^;
우리는 손님 초대하기 전에 모든 음식을 끝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서양식은 손님이 오면 요리를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델도 마찬가지로 후식은 메인메뉴를 먹고 약간의 수다를 떤 후에야 미리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반죽으로 크레페를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크레페에 버터와 설탕을 뿌려서 먹는다고 했지만,
전 그냥 꿀을 발라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3코스로 나오는 프랑스 음식을 잘 먹기는 했는데..
맛을 물어보신다면.. “정의” 하기는 참 힘이 듭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먹어왔던 음식이랑은 조금 차이가 있는지라 맛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거나한 저녁초대를 한 후 그 다음날 칼과 아델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다들 얼굴이 부석하지만, 떠나기 전에 기념사진 한 장 남겼습니다.
조금 넉넉하게 한 음식을 나눠먹으니 이렇게 인연이 만들어지는 거 같습니다.
함께 지내는 3주 동안 제가 음식을 할 때마다 둘을 챙겼었거든요.
칼은 어제 남편에게 나무로 만든 선물을 가지고 왔었습니다.
삶은 달걀을 올릴 수 있는 작은 컵으로 높이 30cm미터로 만든지라 목이 긴 샴페인 잔 모양이었죠. 아침에 달걀을 자주 먹는 남편을 기억해서 만들어준 고마운 선물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목공 직업교육을 마치고, 여행 왔던 칼은 여가시간에 아히파라에 있는 동네 목공소에 기술이나 배운다고 다니더니 둥글게 나무모양을 잡는 것을 배웠다고 컵 여러 개를 만들어 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남편의 선물도 있었던 거죠.
사실, 칼은 그동안 다녔던 목공소에서 함께 일 하자는 제안을 받았었습니다.
의미인 즉은, 워킹비자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거죠.
하지만 남은 세계여행의 일정이 남은 그들은 미련없이 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2017년 현재.
그들은 프랑스로 돌아간후에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만들어서 다시 뉴질랜드에 입국, 1년간 머문후에, 캄보디아를 거쳐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아직 아델에게서 백패커에 대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걸 봐서는 아직 그녀의 계획은 여전히 계획으로 남아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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