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478-낯 안 가리는 독일아이, 소이

by 프라우지니 2014. 2. 12.
반응형

 

아이들을 예뻐하는 편인 저는 아이들이 쳐다보면 웃어주고, 손도 흔들어 주고 합니다.

 

제가 이러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면 남편은 꼭 한마디씩 합니다.

 

"아이 쳐다보고 웃고, 손 흔드는 거 하지 마!  아이의 부모가 싫어해!"

 

 

"내 아이 예쁘다고 하는데 누가 마다할까?" 싶지만..

서양에서는 남의 아이한테 함부로 눈길주면 안 된답니다.^^;

 

사생활에 민감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놀고 있는 아이들이 이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아이들의 할매가 저한테 쫓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 손주들 사진을 찍었수?"

 

사진이 맘에 안 들어서 지운 상태인지라..

"찍었던 사진은 지웠는데요.."로 해결이 됐지만..

외국에서는 초상권침해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이럴 때 마다 남편이 한마디씩 합니다.

 

"제발 남의 아이들한테 관심을 갖지 마!

 

웃지도 말고, 손도 흔들지 말고, 과자나 초코렛도 주지 마!

 

아이 부모들이 자기아이들한테 과자 주는 것도 안 좋아해! 단거먹고 살찌고, 이빨 썩는다고!

 

옆에 와서 아이가 말 걸어도 대꾸 하지 마!"

 

한국 사람인 저에게는 조금 힘든 요구사항입니다.

예쁜 아이가 날보고 웃어주면 나도 자동적으로 웃게 되는데 말이죠!

 

아무튼 서양에서는 남에게 관심을 안 갖는 것이 살아가는데 편합니다.

그것이 아이가 됐건, 성인이 됐던 간에 말이죠!

 

그렇게 남의 아이들에게는 눈길도 안주고 살려고 노력하는 저에게 일이 생겼습니다.

 

저희가 잠시 머물렀던 오카리토 라군에서 있었던 일이죠!

바로 며칠 전에 말이죠!

 

남편과 안디가 카누를 타러 갔었나? 그래서 제가 혼자서 노트북을 가지고 오카리토의 캠핑장 주방에 전원을 연결해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주방으로 여자아이가 하나 들어오더니 내 옆에 소파에 책을 들고 와서는 앉아서 놉니다.

 

남의 아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남편한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옆에 나란히 앉아있으니 자연히 눈길이 가고, 날 쳐다보니 살짝 웃어줬습니다.

 

그렇게 둘이 나란히 앉아서 저는 글을 쓰고, 아이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찾아서 주방까지 왔습니다.

 

아이에게 같이 해변으로 가자고 했지만, 주방에서 그냥 있겠다고 우기니..

옆에 있는 저에게 자기의 아이를 부탁하고는 사라졌습니다.

 

원래 서양인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아이 부탁 같은거 안 하는디..

참 특이한 아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부탁을 받았으니 아이를 챙겨야 하는거죠!

이 가족은 독일에서 뉴질랜드로 4달동안 여행을 왔다고 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성인들은 어린 아이들과 대화가 힘들답니다.

 

아이들의 발음이 부정확하고, 내 아이가 아닌 이상은 그 말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기 힘들고, 외국인인 저는 상대편에서 제대로 된 표준발음을 해줘야 알아듣거든요,

 

아이들이 쓰는 언어는 그래서 알아듣기가 조금 힘듭니다.

그것이 독일어가 됐건, 영어가 됐건 말이죠!

 

아이 옆에 앉아서 아이와 몇 마디(독일어로) 대화를 했고,

눈이 마주치면 살짝 웃어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무슨 말인가를 하는디, 외국인인 저와 대화할 정도로 정확한 문장 전달은 아직 안되는 나이인지라, 아이가 하는 얘기를 대충 알아들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랑 뉴질랜드에 놀러왔고, 자기는 영어는 잘 못하지만, 조금 알아듣고..등등등"

 

20여분 뒤에 아이의 엄마가 돌아온 뒤에..

아이를 넘겨주고는 저는 주방을 떠나서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그랬는데..

 

해변에 안 가겠다고 버티던 아이가 해변으로 가는 내 뒤를 졸졸 따라옵니다.

(내가 맘에 든겨?^^)

 

남의 아이를 부모의 허락도 없이 데려가면(따라 온거지만) 유괴죄로 걸릴 수가 있죠!

 

"엄마한테 가서 해변에 나 따라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와!"

 

내 뒤를 따라오는 아이를 엄마에게 보냈습니다.

 

내가 돌려보내자 캠핑장으로 잽싸게 뛰어갔던 아이는 금새 되돌아 왔습니다.

 

"엄마한테 말하고 왔어!"

(원래 서양인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 아이를 안 맡기는디...^^;)

 

 

 

 

내 뒤를 졸졸 따라서 해변을 산책했던 "소이"를 여러분께 소개드립니다.

 

아이의 이름이 "소이"라고 해서 Soy(콩)인가?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키위(뉴질랜드 사람)아이들처럼 이제는 맨발로 다니는 것이 더 익숙해진 아이입니다.

 

여행 중에 샌드플라이에게 물어뜯긴 다리는 온통 상처투성이여서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샌드플라이에게 물리고 나면 가려움이 상상초월이거든요.

 

피가 날 때까지 긁게 만드는 그 가려움을 아이들은 참아내기 힘들죠!

 

결국 종아리에는 긁어서 피가 난 상처들이 이제는 아물어 가고 있습니다.

 

 

 

 

샌드플라이에게 물린 후에 긁어서 피가 난 상처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준비했습니다.

 

샌드플라이에게 물리고 나면 가려움이 상상을 초월하는지라 긁게 됩니다.

긁어도 만족스럽지 못하니 계속 긁게 되고, 그러면 피가 나는 상황이 되죠!

 

이 종아리의 주인공도 가려움이 참지 못하고 긁어서 피부병을 앓는 사람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뉴질랜드의 멋진 자연 속에서는 샌드플라이같은 복병만 조심하면 되는디..

 

그래서 저는 파스를 잘라서 샌드플라이한테 물린 곳에 바로 붙여줍니다.

그럼 가려움에서 해방이 되죠!^^

 

(우째 얘기가 또 딴데로 샜는디...^^;)

 

 

 

 

 

소이네 가족을 폭스 그래이셔의 매터슨 호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동해안에서 서해안으로 혹은 서해안에서 동해안으로 도는 여행을 하는지라, 같은 방향이라면 여행 중에 몇 번 마주치게 되어 있거든요.

 

소이네 가족도 저희가 비슷한 코스로 돌고 있는 중이라 다시 만난거죠!

 

소이는 아는 얼굴(저죠~^^) 만났다고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소이 엄마도 반가워합니다.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니 저를 보고 활짝 웃어줍니다.^^

(근디 사진을 보내줄 이멜 주소를 안 받았네요..^^;)

 

제가 기억하는 소이엄마는 낯선 사람에게 자기 아이를 맡긴(비록 짧은 시간이였지만, 무슨 일이던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죠!) 이상한 엄마이고, 소이는 처음 보는 동양아낙을 따라나선 아직은 낯선 사람을 경계할 줄 모르는 아이입니다.

 

한국에서라면 남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고, 자기를 예뻐하는 어른을 따르는 아이들이 당연한일인데, 서양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없는지라, 한국식으로 행동하는 이 가족이 제게는 아주 다른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 어린 소이동생은 사진에는 잘 안 나왔지만, 이마에 샌드플라이에게 물렸다가 아물고 있는 상처가 열 댓개도 넘게 있습니다.

아직 자기 의사표현도 못하는 아이에게 샌드플라이 가려움증은 감당하기 힘들텐데..

 

아이들의 가려움쯤이야 부모님의 관심밖이고..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 이 가족은 뉴질랜드로 이민 올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에 완전 매료된거죠!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진화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 완전 뉴질랜드의 매력에 푹빠져서 뉴질랜드에서 살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한다.

 

2단계: 이미 이민 와 있는 자국의 사람들을 접촉해서 여러 가지 조언을 구한다.

 

3단계: 이민에 필요한 서류들을 알아보면서 실제적인 정착조건을 모색한다.

 

4단계: 아름다운 자연환경과는 달리 실제로 뉴질랜드에서 살아가기는 쉽지않음을 자각한다.

 

5단계: 정신 차리고 여행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뉴질랜드로 이민(취업,투자등의)온 조건이 안 되는 사람은 위의 5단계를 거치게 되며..

조건이 되는 사람들은 3단계에 이미 서류들을 준비해서 이민준비를 하게 되죠!

 

소이네 가족도 뉴질랜드에 이민 올 조건은 안되는 거 같았습니다.

조건이 안되니 더욱더 간절해지는 마음인거죠! 아름다운 뉴질랜드에서 정착하고 싶은..

 

(워째 얘기가 또 딴데로 샐거같은...^^;)

 

뉴질랜드 이민에 관해서는 남편도 할 말이 많은지라..

"이민와서 어떻게 살 것 인가?"하는 생각없이 뉴질랜드 이민만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면 남편은 꼭 얘기를 합니다. 뉴질랜드가 그리 살기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뉴질랜드에 제대로(월급 많이 주는) 된 직장이 있다면 살만한 곳이지만..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에 와서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힘들뿐더러..

뉴질랜드가 생각보다 그리 살아가기에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거죠!

 

뉴질랜드는 딱! "여행하기 좋은 나라"이니 그냥 여행만 하고 가는 편이 좋다고!!

 

남편의 말에 동의를 하는걸 보니..

소이네 가족도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서 다시 삶을 살게될 거 같았습니다.

 

긴 얘기를 마치고 헤어질 쯤에 소이가 제게 와서 푹 안겼다가 뛰어갑니다.

 

서양아이들도 한국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 앞에서는 수줍어서 가까이 오지 못하고 쳐다만 보죠!

(가끔씩은 자기 엄마뒤로 가서 숨어 버린답니다. 부끄러워서.)

 

조금 시간이 지나고 얼굴이 익으면 웃어주고, 가까이 오고, 손도 잡아보고...

제 품으로 뛰어와서 작별인사를 하고 간 소이는 오랫동안 기억하게될 거 같습니다.

 

저를 이렇게 좋아한 서양아이는 지금까지 없었거든요.^^

 

제 글을 읽어주시고,View 추천버튼을 눌러주시면, 제가 글을 쓰는데 아주 큰 힘을 주신답니다.

제 블로그가 맘에 드셔서 구독+을 눌러주시면 항상 문 열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