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부부와 함께 카약을 타러 다니는 커플이 있습니다.
연상연하 커플로 동거 25년차(인가? 들어도 자꾸 까먹는다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것만 같은 시간입니다.
어떤 커플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셔야 할 듯..
http://jinny1970.tistory.com/3171
강한 여자, 행복한 여자
남편과 이 친구의 사이를 소개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합니다.
남편이 그라츠에 있는 회사를 다닐 때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고, 지금도 회사는 같은데, 그 친구는 그라츠에, 남편은 린츠 근처의 회사를 다니고..
지금도 같은 회사이기는 한데 완전 다른 방향의 일을 하죠.
그래도 같은 회사이니 동료는 아직도 맞고, 남편보다 5살 정도가 많은 독일 친구죠.
이 친구를 T 라고 하겠습니다.^^
독일 친구 T가 자신도 카약을 구입했고, 크로아티아 쪽으로 가는 여행에서도 카약을 가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함께 타는 것이 어떨까?”하는 제의를 했죠.
그렇게 우리 두 커플이 만나서 카약을 몇 번 탔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서 카약을 탄 건 지난 6월, 아직은 초여름이라 물이 차가웠죠.
우리부부가 카약을 탈 때는 완전 한여름이 아니라면 “잠수복”을 입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강물은 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물이 차갑거든요.
카약의 노를 젓다보면 배 안으로 물이 자꾸 들어오는 구조라, 한여름에는 수영복만 입고 있어도 상관이 없지만, 초여름이나, 초가을 같은 경우는 잠수복이 필수죠!
카약을 타러 갈 때면 언제나 챙겨 입는 잠수복!
거기에 저는 항상 구명조끼까지 챙기죠.
T 커플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우리는 잠수복을 챙겨 입었습니다.
잠수복을 입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것이 그냥 쉽게 입을 수 있는 종류의 옷은 아니죠.
잠수복 안에 내 몸을 차곡차고 접어 밀어 넣어야 하는 과정 때문에..
잠수복을 입을 때 약간의 시간이 합니다.
몇 시간씩 카약을 타다보면 부득이하게 볼일도 봐야하는데, 볼일을 보려고 잠수복을 벗었다 입는 것은 혼자서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이걸 입어야 추위를 느끼지 않죠.^^
우리부부가 잠수복을 입고 있으니 T의 여친, E가 부러워합니다.
“너희는 완전 프로 같아.”
T 커플은 이제 카약을 사서 탄지 몇 번 안 된 상태라 잠수복 같은 건 아예 생각도 못했던 모양입니다.
“물이 차가운 곳에서는 잠수복을 입어야 카약을 타는 동안 몸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이거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아.
호퍼(슈퍼마켓) 에서 기획 상품으로 나올 때 산건 한 30유로 줬나?”
"그래? “
“여름이니 조만간 또 나오지 싶은데, 이번에 하나 장만해!”
멀리서 찍은 T와 E
T의 카약은 우리 카약보다 앉는 위치가 높았음에도 끊임없이 물이 들어오니 E의 궁디는 내내 젖은 상태였나 봅니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잠시 쉬는 시간에는 입고 있던 젖은 쫄바지를 벗어서 돌 위에 올려놓는 E를 보니 조금 짠했습니다.
그녀는 낼 모래 환갑인데 활동적인 연하 남친을 둔덕에 몇 시간씩 궁디가 젖은 상태에서도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하는 젊은 할매죠.
그녀는 카약의 앞에 앉아서는 내내 노를 저어야 했고, 뒤에 앉은 T는 오히려 가끔씩 노를 저으면서 그녀가 어느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하는지 지시를 했습니다.
반면에 나는 손 하나 까닭 안하고는 입으로만 카약을 운전했죠!
남편은 앞에 앉은 마눌에게 “노를 저어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를 가지고 타도 내가 노를 젓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E는 이날 나를 참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넌 좋겠다, 잠수복 입어서 나처럼 궁디가 차가울 일이 없으니..”
난 잠수복도 짧은 거, 긴거 2개나 있는디..
그럼 더 부러워할까봐 말하지 않았습니다.
“넌 좋겠다, 노를 젓지 않아도 되고!
나는 뒤에서 T가 얼마나 잔소리를 하는지 하루 종일 노를 정말 부지런히 저어야 한다니깐, 나도 너처럼 앞에 앉아서 물 속에 있는 바위나 나무 같은 거 있다고 알려주기만 해 봤으면 좋겠어.”
나는 여자이니 당연히 남편에게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모든 남자에게 있는 기능은 아니었나봅니다.^^
T커플과 함께 카약을 타고 며칠 후!
동네 슈퍼마켓에 기획 상품 전단지에서 “잠수복”을 봤습니다.
환갑을 코앞에 둔 E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제품 같았는데..
전단지를 챙겨와서는 남편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거 사진 찍어서 T에게 보내줘! 슈퍼에서 판매하는 기간에 가서 사라고!”
내가 전에 샀던 잠수복보다 더 저렴한 것이 두께의 차이가 있지 싶지만..
그냥 쫄바지 보다는 아무래도 잠수복 재질이 물에 젖어도 체온이 금방 내려가지는 않죠.
슈퍼에서 나오는 기획 상품 전단지도 무심코 지나치면 못 볼 수도 있으니..
혹시 그럴까 싶어서 잠수복 세일을 알려주고 싶었죠.
남편이 T와 통화를 할 때도 “잠수복 판매”에 대해서 알려줬고,
또 사진까지 찍어서 T에게 보냈다고 했습니다.
기획으로 나오는 제품들은 종류에 따라서 물건이 나온 날 오전에 매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꼭 사고 싶은 제품이라면 가능한 오전에 가는 것이 물건을 살 확률을 높이죠.
잠수복이 나오는 날, 나도 우리 동네 슈퍼에 가봤었는데..
이른 오후시간이었는데 잠수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진이 된 거죠.
우리 동네는 오후시간에 가서 매진이 된 거지만..
T는 이날 일찍 가서 물건을 샀겠거니 했습니다.
다음번에 만나면 E도 잠수복을 입고 나타나겠구먼 했었는데..
T와 통화중인 남편에게 “잠수복”을 샀는지 물어보라고 하니 못 샀다고 합니다.
내가 일부러 물건이 판매되는 날도 알려줬는데 왜 그걸 못 산 것인지..^^;
그리고 며칠 후에 우리 동네 슈퍼에서 잠수복을 만났습니다.
매진이 되었던 상품이 보인다는 건 누군가 사갔다가 반품한 제품이죠.
일단 T가 잠수복을 못 샀다고 하니 그를 위해 “구매를 해줄까?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E가 나와 거의 비슷한 체형이고, 마침 잠수복이 내 사이즈니 딱이죠.
일단 우리 동네 슈퍼에 가서 잠수복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우리가 T 커플을 만나서 카약을 탈 때 만나서 주려고 말이죠.
남편은 잠수복의 사이즈까지 재서 T에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마누라는 잠수복을 사고, 남편은 잠수복 사이즈까지 재서 알려주고!
부부가 쌍으로 오지랖을 떨고 있는 것인지..
정작 물건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 조치도 안 하는데..
옆에서 너무 소란을 떤거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라면 자신들이 인터넷에서 살수도 있는데 말이죠.
“남편, 우리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뭐가?”
“내가 잠수복 판매 개시일을 미리 알려줬잖아. 그래도 T는 물건을 사러 가지 않았잖아.”
“시간이 없으니까 못 간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살 물건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가야지.”
“언제 시간을 내?”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아님 중간에 휴식시간에!”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시간이 많은 줄 알아?”
“시간이 없으면 출근하면서 가면되지.”
“출근하는 사람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나도 출근하면서 장 볼 때도 있는데?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거면 시간을 내야지.”
“T랑 E는 그럴 시간이 없었데.”
정말 시간이 없어서 못간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있는데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판매 기간을 지나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전자라고 믿고 있죠.
내가 사온 잠수복 값은 남편에게 받았습니다.
영수증도 첨부해서 주니 E의 몸에 맞지 않으면 알아서 환불 하겠지요.
평소에는 마눌 혼자 떠는 오지랖이었는데..
이번 남편도 동참한 오지랖이 됐습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한 남편이 나와 살면서 오지라퍼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남편도 원래 그런 끼가 있었던 걸까요?
우리부부는 이렇게 오지라퍼 커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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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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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에 카약이 나와서 작년 크로아티아의 카약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작년에는 9월에 늦은 여름휴가를 갔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일단 국외는 힘들고!
국내도 엄청 조심하느라 올해는 아예 휴가는 생각도 안하고!
하루 나들이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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