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남편님.
때때로 아빠같이 딸같은 마눌을 챙기죠.
그래서 마눌이 아직도 철이 안 들고 딸내미 마냥 구는 모양입니다.^^;
남편은 어디가 아파도, 병원을 가도 웬만해서는 마눌에게 말을 안 합니다.
마눌이 남편이 병원에 가는걸 알았다고 해도 마눌의 동행은 사양!
지난 번에는 남편이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간만에 남편 차타고 시내에 갈 욕심에 마눌도 가겠다고 했었죠.
“나도 데리고 가!”
“나 병원 갔다가 출근해야 해!”
“그럼 나 병원까지 따라 갈 테니 당신이 출근할 때 버리고 가!”
린츠에서 돌아다니다가 알아서 집에 오겠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남편은 매정하게 한마디만 했습니다.
“안 돼!”
마눌이 병원 갈 때 남편은 조퇴까지 하면서 따라오면서 왜 마눌은 안 되는지..
“왜 안 돼? 나도 갈래!”
“안 돼, 집에 있어.”
“내가 병원 갈 때 당신은 매번 따라 오잖아.”
“그래도 안 돼!”
어차피 병원에 가도 남편이 의사랑 만날 때 마눌은 대기실에 있어야 하죠.
그리고 남편은 마눌의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편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건 순전히 꿈보다 해몽이 좋은 마눌의 생각.^^)
이번에 떠나기 전에 검진차원에서 이런 저런 예약을 해놨었습니다.
유방암 검사는 지난달에 끝냈고, 건강검진, 안과, 치과, 산부인과까지!!
이번에 가야 하는 곳은 치과!
깨진 앞니를 5년 전쯤 오스트리아에 돌아와서 때웠었는데..
다시 나가기 전에 그것이 잘 붙어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어금니 쪽에 금으로 씌운 곳(크라운)이 가끔씩 신경 쓰이는 상태.
겸사겸사 치과를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필리핀에서도 때운 부분이 참 금방도 떨어져 나갔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지난 5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내 치과기록에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940
깨진 앞니에 대한 3개국 의사의 치료비와 견해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다음날 치과 예약이 잡혀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나 내일 치과 예약이 있어서 가야해!”
남편도 알고 있지만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었는데..
마눌을 방으로 급하게 부르는 남편!
남편은 마눌을 눕혀놓고 치과의사 놀이를 시작합니다.
이마에는 등산용 후레쉬를 장착하시고 마눌에게 하는 말.
“아~ 해!”
아무리 마눌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남편이라고 해도 꼭 이래야 하는지..
가끔은 남편이 가지고 노는 인형이 되는 느낌도 팍팍 받습니다.
아닌가? 마루타인가?
마눌 입 안의 이 곳, 저 곳을 살피면서 하는 말.
“따로 치료할 만한 곳은 없는데...”
“당신이 의사야?”
“의사가 혹시 어디 갈거나 해야 한다고 하면 남편이 치료할만한 곳은 없다고 했다고 해!”
“당신이 의사냐고?”
언제부터 내 남편이 내 주치의 이었던고???
그리고 언제는 뭐든지 나 혼자 하라며, 왜 전화를???
남편의 치과의사 놀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장비 덕분.
몇 년 전 어금니 쪽의 안 보이는 부분을 보려고 사놨던 녀석들인데..
부부는 시시때때로 입안의 잘 안 보이는 부분들을 볼 때 이용합니다.
최근에 린츠에 사시는 한국분이 제가 다니는 치과를 문의해주셔서 그분께 알려드린 것이 있습니다. 이곳에 제가 다니는 치과죠.
이번에 가서는 의사샘을 만나서 대화만 하다가 왔습니다.
“네, 잘 붙어있는데요. 누가 했는지 잘 했네요.”
“이거 5년 전에 선생님이 해 주신 건데요.”
“아, 그래요?”
자신이 한걸 알면서 (농담처럼) 그렇게 말씀하신 것인지..
아니면 정말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을 못하시는 것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
선생님이 진단 해 주신 내 입안의 상태는..
“이곳의 치과는 앞니는 잘 붙어있고, 어금니 쪽에도 이상이 없다.“
고로 “치료를 요하는 부분은 없다.”
남편의 의사놀이보다 훨씬 더 짧은 진료였습니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남편이 물어온 첫마디.
“치과의사가 뭐래? 치료 한 거 있어?”
“아니, 앞니도 괜찮고, 치석만 제거하고 왔어.”
“그래, 내가 그랬잖아, 치료할거 없다고!”
남편의 진단이 진단한것이 거의 맞았으니..
앞으로도 남편의 치과 의사놀이는 계속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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