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신문에는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극성입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주고, 돈을 나눠줬던 혼자 사시는 어르신 댁에 자기네 그룹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짚시인지라 자기네 그룹과 함께 살죠!)과 함께 와서 어르신을 때려눕히고, 집을 싹쓸이로 털어갔다는 뉴스도 본적이 있구요.
제 시어머니도 “전에는 안전했는데, 요새는 아니야. 집안에 혼자 있을 때도 현관문은 잠그도록 해!하고 주의를 주십니다.
대문이 잠겨있음에도 낮은 담장이다 보니 마당으로 들어오는 건 쉽고, 바로 옆 견물에 시부모님이 계신대도, 현관문이 열려있다면 그들을 초대하는 격이니 문단속에 주의를 주십니다.
저 또한 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다른 외국인들 특히, 난민으로 오스트리아에 와서 하루 종일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젊은 청년들은 무섭습니다.
전차에서 눈을 번득거리면서 누군가를 찾는 듯 한 그들의 눈빛도 싫고 말이죠.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고 있는 한사람의 외국인인데..
제가 오해를 살만한 일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시댁은 단독 주택을 나란히 서있는 형상으로 오래전에 형성된 단지 안에 있습니다.
시아빠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이 80년이 넘은 건물이라고 하시니 아마도 시댁이 있는 주택단지도 그쯤 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도 이곳에서 태어났고 말이죠.
아빠는 대부분의 단지 내의 사람들을 아시는 듯 합니다.
“전보다는 단지가 많이 커졌고, 살던 사람이 돌아가셔서 집이 팔리고,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전처럼 단지 내의 모든 사람들을 알지는 못한다.”고 하시지만, 모퉁이에 누가 사는지, 언제 돌아가셔서 조카가 그 집을 물려받아서 이사를 왔다든지..
뭐 이런 정보는 다 알고계십니다.
제가 버스 정거장이나 쇼핑몰을 갈 때 지나치게 되는 집이 하나 있습니다.
할매가 혼자 사시는 듯 한 집이죠!
어떻게 아냐고요?
날 좋은 날에는 허리가 심하게 구부러진 할매가 마당을 쓰시던가, 정원을 가꾸시는 것을 본적도 있고, 외출을 하시는 날에는 택시가 앞에서 어르신을 모셔가려고 기다리는 것을 본적도 있고, 누군가가 장을 본 듯한 쇼핑백을 현관 앞에 둔 것을 본적도 있거든요.
할매는 자전거를 타고 후딱 지나가는 검은머리의 외국인아낙을 모르시겠지만, 매일 그곳을 스쳐지나가는 아낙은 할매를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까지 추적거리고 오는 날!
저는 검은 우산에 배낭을 메고, 무거운 책이 들어있는 보조가방을 들고, 오는 길에 장 본 검정 장바구니까지 들고 걸어서 이곳을 지나치는데, 마당 문에 꽂혀있는 열쇠를 발견했습니다.
사실 담이라고 할 것도 없는 높이이고, 도둑이 들어오려면 가뿐하게 타 넘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열쇠가 있으면 마치 내 집인 듯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있으면 유용할거 같고, 열쇠를 잃어버리면 사는 사람은 불편하니 없어지면 안 되는 거죠!
비까지 오는지라 사람을 불러도 나올 거 같지 않고, 결국 저는 마당 문에 꽂힌 열쇠를 빼서 마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살며시 현관문 앞에 놓인 정원작업용 장갑 아래에 열쇠를 두고 돌아서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면서 할매가 나오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었고, 마치 잘못한 일을 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저는 얼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말을 얼버무렸죠!
주절거리면 얼른 대분을 빠져 나왔는데.. 집에 오는 내내 뒤통수가 간지러웠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얼른 시부모님께 달려갔죠!
“엄마, 아빠! 저기 모퉁이에 혼자 사시는 할매 있잖아요!”
“응, 그 양반 몇 해 전에 남편 돌아가시고 혼자 살지.
그 양반 직업이 선생님이였다.90살도 넘었을걸?”
열쇠 때문에 들어왔다고 얼버무렸는데, 그 할매가 혹시 도둑이라고 오해하시지는 않을까요? 그 할매는 저를 모르실테니 말이죠.”
“니가 우리 단지 내에 사는걸 알지 않을까?”
“모르실껄요? 자전거타고 후딱 지나가는 사람을 어찌 아시겠어요.”
좋은 의도로 했던 행동인데,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서 뭘 훔쳐가려고 온 외국인아낙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묘했습니다.
제가 그 할매의 입장 이였다고 해도 쉽게 이해 될 거 같은 현장은 아니었습니다.
“검은 머리의 아시안 아낙이 배낭을 메고, 가방 한 개는 팔에 끼고, 한 개는 손에 들고, 우산까지 쓴 상태로 우리 집 현관 앞에서 등을 돌리고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죠.
생각에 따라서는 “뭘 많이 훔쳐가나? 할 수도 있는 짐의 부피이고 말이죠!
나중에 시간이 나고, 마당에서 일을 하시고 계시는 할매를 만난다면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할 거 같기는 합니다.
그때 그 검정보따리 몇 개 들고 있는 아낙이 저였노라고!
물건을 훔치려 들어갔던 것이 아니라 대문에 꽂혀 있던 열쇠를 안전하게 안에 놓고 가려고 들어갔었노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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