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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며느리가 무리를 한 시어머니 생신선물?

by 프라우지니 201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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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빠도 며느리는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바쁜 일상 중에 맞이하게 된 시어머니의 생신!

 

하루종일 학교수업을 받느라 집에 오면 저녁이 되지만, 그래도 시어머니의 생신이 다가오니 며느리는 슬슬 신경이 쓰였습니다.

 

장남이자 외아들인 남편이 몰라라하니 더 걱정이 됐었습니다.

 

“난 다 가지고 있으니 아무것도 필요 없다.”

 

제 시어머니의 18번이십니다.

 

항상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하시는 분!

그래서 더 선물하기가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이죠!^^;

 

비엔나에 살고 있는 시누이에게 SOS을 쳤습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뭐야? 아이디어 제공 요망!”

 

그리 문화생활을 즐기시는 분이 아니신데, 왠 뜬금없이 음악회 예약권을 운운합니다.

 

“에이~ 엄마를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아는디. 그건 아닌디..”

 

이번에는 아빠께 SOS를 쳤습니다.

“생각 해 보고 알려주시겠다”고 하신 시아버지.

 

이틀후쯤 마당에서 시어머니 몰래 만나서 여쭤보니 하시는 말씀!

 

“느그엄마 꽃 좋아하잖냐. 문 앞에서 여름내내 줄기를 틀면서 올라가던 꽃이 올해는 죽었다.  그 꽃을 사면 좋을 거 같다.“

 

나중에 아빠가 보여주시는 화원 전단지에 그 꽃의 이름과 가격이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시어머니 생일 바로 전날에 세일이 들어갑니다.^^

원래 가격이 13유로인데, 세일해서 10유로. 흐흐 2개사면 6유로가 굳네요.^^

 

 

 

그래서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길에 화원에 들려서 남편이 드리는 선물로 샀습니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생일임에도 무신경한 아들은 마눌이 사다놓은 꽃 화분 2개로 땡 칠 모양인지라, 꽃 선물로 결정을 하고, 며칠동안 남편의 귀에 못이 박히게 잔소리를 했습니다.

 

“당신은 엄마 생신이 낀 주말에 가족외식을 쏘겠다고 해.

화분 2개에 가족 외식(한 100유로정도?)이면 충분한 선물인거 같아.”

“과하다!”
“인간아~, 엄마가 살아 계실 때 잘해. 계실 때 팍팍 써야지.  나중에 엄마 가시고 난 뒤에 ”내가 울엄마 생신때 식사 한 끼도 못 사 드렸다.“고 후회하지 말고!”
“....”

“부모님 앞에서 당신이 직접 가족 초대한다고 해! 알았지?”

“당신이 말해.”

“내가 말하면 부모님이 안 믿으셔. 내가 주최해서 한다는 걸 다 아신단 말이야. 그러니 당신 입으로 두 분을 초대해야 (조정은 뒤에서 며느리가 하지만) 공식적으로 되는 거야.“

“....”

“당신이 직접 말해라~ 잉? 안 그럼 재미 없다.(지금 협박중)”

“당신이 말해!”

“까불어요(는 한국말로 합니다). 부모님 앞에서 ”함께 밥 먹으러 가요!“ 말도 못하냐?  부끄러워? 돈내기 싫음 내가 나중에 줄께. 그러니 당신 입으로 제발 말만이라도 해줘!”

 

그렇게 부탁에 협박을 했건만, 결국 부모님 앞에서는 벙어리가 된 남편!^^;

 

시누이라도 있었음 시누이를 시켜서 근처 식당을 예약해서 식사를 확약 했을텐데.

시누이도 감기로 못 온다고 하고..^^;

 

 

결국 며느리가 말을 해야 했습니다.^^;

 

“부모님, 당신 아드님이 엄마 생신 기념으로 온가족을 함께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하는데요?”

“아니다. 내가 주말에 하려고 사다놓은 고기들이 많아. 토요일에는 칠면조 다리를 오븐에 굽고, 주일에는 햄구이에 샐러드해서 먹으면 될 거 같다. 가족외식은 4월에 니신랑 생일때 함께 하도록 하자.

“엄마, 엄마생신이신데 당신이 직접 요리하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요?

제가 거든다고 하지만 저는 옆에서 보조밖에 못하잖아요.^^;”

 

“아니다. 어차피 니 시누이도 아파서 못 온다고 하니 나중에 함께 하도록 하자.”

 

며느리가 두 분 앞에서 열심히 떠들었지만 일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시댁에 살면서 맞는 시어머니의 생신이라 며느리인 저는 따로 시어머니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시어머니 생신때 며느리는 당근 거나하게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거죠. 몇십만원짜리 상품권 혹은 여행상품권 같은? (아닌가요? 너무 쎈가요?)

 

며느리인 저는 조금 더 나은걸 선물해야 할 거 같아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난 생각!

 

“울 엄마 수영복이 몇 년째 같은거였는디...”

 

제가 학교에서 서로를 목욕시켜 주는데 수영복이 필요하고 비키니밖에 없다고 하니 “이건 어떠냐?”하고 보여주시는 꽃무늬 수영복.

 

시어머니가 전에 입으셨던거 같은데 지금은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작은 사이즈의 수영복.

올해 시어머니가 휴가를 가시기 전에 멋진 수영복을 사시면 좋을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빳빳한 현금 100유로와 함께 생일카드를 썼습니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동봉한 돈으로 올해 멋진 수영복 사셔서 시아버니 형제분들과 여름 휴가 가시면 자랑(이거 울 며늘이 내 생일에 선물 한거야!) 하시면서 입으세요. 항상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며느리가 시어머니 생신에 현금 15만원은 사실 약소한거죠.

그런데도 엄마는 “니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큰 금액을..”운운하셨습니다.^^;

 

제가 선물한 돈으로 정말 시어머니가 수영복을 사 입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성의없게 돈으로 줬다는 생각만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어머니 생신때 한식으로 미역국 끓이고 잡채하고 해서 해 드리자니 바쁜 며느리가 시간도 없었지만, 외국음식을 좋아라 하시는 분들이 아니신지라 괜히 음식으로 고문하는 일이 될까봐 그저 마음만 가져봤습니다.^^

 

내년에는 제가 시간이 얼마나 날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엄마가 감동하실만한 선물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선물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여~ 정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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