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곳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죠.

죽어서야 떠날 수 있는 곳, 요양원입니다.

 

인간이 삶이 끝나가는 지점쯤에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 생각했습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진리가 하나 있죠.

 

“사람이 악하면 죽어서 지옥 간다.”

 

착한 일을 했다고 천당에 간다는 확신은 없지만..

악한 일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 걸 죽어봐야 아는 건 아니죠.

 

그래서 삶의 마지막에 서있는 사람들은 더 선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혹시나 다른 문화여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른 것들이 있을 때는 질문을 해야죠.

그래서 저는 동료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합니다.

 

어느 날 뜬금없이 동료직원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은 사람이 선행을 하면 천당에 가고, 악행을 하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데 여기는 아니야?”

“아니야, 여기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왜 우리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은 끝까지 나쁜 짓을 해?”

“그러게 말이야.”

 

 

www.bing.com에서 캡처

 

낼 모래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산다면 조금 더 착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중증치매였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계신 할배 방에는 담배가 가득합니다.

할배의 부인이 서랍마다 사다놓으신 담배랑 과자 같은 걸 채워놓으셨었죠.

 

자기 돈으로 담배 사피우기는 아까운 P 할배(70대 중반)는 시시때때로 그 방에서 담배를 가져다가 피우십니다. 도둑질인거죠.

 

P할배는 자기보다 10살은 많은 할매 랑도 친하게 연인(?)사이로 지내면서 그 할매의 담배를 다 뺏아피우십니다. 일종의 삥인거죠.

 

오죽했으면 P할배의 연인이었던 할매가 P할배랑 어울리는 것을 살짝 피할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답배 값이 너무 많이 들어서.”였습니다.

 

담배 한 값에 5유로인데 하루에 두세갑씩 피워대는걸 감당하시기 힘드셨던 거죠.^^;

 

P할배는 휠체어에 앉아서는 두발로 휠체어를 운전하십니다.

(장애가 있어서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고, 걷는 것도 자유로우신 분이죠)

 

그렇게 휠체어에 앉아서는 두발로 열심히 걸어서 가시는 술 쇼핑.

 

P할매는 알코올 중독에 골초라 폐도 않 좋아서 방에서는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사시죠.

그런 양반이 술 쇼핑을 끝낸 후에 숨넘어가는 기침 한방이면 구급차 출동.

 

P할매는 술쇼핑을 나가시면 매번 택시가 아닌 구급차를 타고 귀가를 하십니다.

구급차는 택시처럼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이용하시는 거죠.^^;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던 P할배!

 

침대에 누우면 죽는다고 3일 동안이나 휠체어에 앉아서 밤을 세우시더니만..

결국 가셨습니다. 죽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세상은 살만 하셨나 봅니다.^^;

 

직원들 사이에 찍힌 할매가 한 분 계십니다.

M할매는 직원들을 때리기도 하고, 또 막 말을 해서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죠.

 

어느 날 M할매가 크로아티아 출신의 할매가 같이 요양원 건물1층에 있는 카페에 가셨습니다.

 

요양원에 같이 살아도 외국인들은 현지인들과는 조금 다른 취급을 받습니다.

현지인들의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또 끼려고 하지도 않죠.

 

현지인 M할매가 크로아티아 출신의 L할매와 카페에 갔다?

평소에 둘이 어울리지도 않는 사이인데 뜬금없이 카페 동행이라니..

 

웬 뜬금없는 일인가 했었는데, M할매의 행동을 잘 아는 직원이 하는 말.

 

“M할매가 이번에는 L할매한테 붙은 겨”

“뭘 붙어?”

“M할매는 카페에 갈 때마다 누군가에게 얻어먹거든.”

“왜? 돈이 없어?”

“아니, 돈이 있는데도 그렇게 돈 있는 사람한테 붙더라고!”

 

요양원에 사시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서류상으로 재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나라(의료보험 조함)에서 2,000~2,500유로정도 되는 요양원 비용을 내주고 있죠.

 

어르신들은 당신들 앞으로 들어오는 연금이나 장애등급에 따라 나라에서 지금 되는 간병비도 다 나라(의료보험 조합)에서 관리를 하게 되고, 어르신들에게는 당신들이 받으시는 수입의 20%정도가 매월 용돈으로 지급되죠.

 

그러니 한 달에 적어도 100~200유로 정도의 여유는 있다는 이야기죠.

 

이제 돌아가시면 싸가지도 못할 돈인데, 그 돈으로 카페에 가서 맥주도 사서 드시고, 커피나 맛있는 케이크도 사서 드실만한데 왜 매번 남에게 신세를 져서 손가락질을 당하시는 것인지..

 

당신도 이 사실을 아시는지 어느 날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지갑을 안 가져가서 L부인이 맥주 값을 냈거든. 내가 나중에 돈 갚았어.”

 

조금 당황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당신이 고맙다고 생각하시면 팁을 주겠다고 5유로를 들고 나오시는 m할매.

m할매는 거식증이 있으셔서 몸무게 37kg정도로 뼈만 남은 어르신이십니다.

 

이 어르신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포스팅 한 적이 있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1649

자식보다 나은 존재,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주는 돈을 받으면 안 되니 매번 주셔도 매번 거절하지만..

m할매가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니 그 마음만 받죠.

 

어느 날 m할매가 감사함을 표현하던 그 5유로를 N할매한테 줬다고 합니다.

돈을 주니 N할매는 날름 받아버린거죠.

 

“아니, N할매는 돈이 많잖아. 그런데 왜 돈 없는 할매의 돈을 받아가?”

“그러게 말이야. 사람이 왜 그리 탐욕스러운 것인지..”

 

N할매는 몸무게 100kg가 넘는 큰 덩치로 하루 종일 먹는 대식가죠.

 

자신이 받는 연금이 꽤 되고, 그걸 자신의 아들이 관리한다고 했었고,

엄마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엄마의 전화 한통이면 아들이 항상 바리바리 싸들고 옵니다.

 

이 분의 이야기의 여러분이 이미 아시지 싶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2938

나를 당황하게 만든 어르신의 발언

 

m할매가 아무리 가지라고 내밀었다고 해도 N할매가 그렇게 넙죽 받아갈 돈이 아닌데!

m할매가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5유로의 용도였는데, 그걸 가져가버리다니..

 

잠 자다가 (너무 뚱뚱해) 코마상태에 빠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가 3박4일만에 돌아와도 전혀 변하지 않는 m할매의 욕심. 언젠가는 그 넘치는 욕심을 내려놓는 날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어르신도 있네요.

낼 모래 100살을 앞두고 계신 할매.

 

심심하면 직원을 중상모략하시는 거짓말을 하십니다.

 

분명히 그 방에 직원이 들어가서 오전 간병을 다 마치고 나왔는데 하시는 말씀.

“아무도 내 방에 안 왔다.”

 

그 방에 들어간 직원이 확실하게 있다고 말씀을 드리면 하시는 말씀.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나갔다.”

 

그 방에 들어간 사람이 직원이 아니고 실습생 같은 경우는 큰일입니다.

 

실습생은 일하는 동안 평가를 받게 되는데, 근무 태만으로 찍히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죠. 심한 경우는 잘릴 수도 있습니다.

 

직업 교육 중에 실습 요양원에서 잘렸다?

이렇게 되면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도 끼칠 수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 외 여러 어르신을 봐도 “내려놓은”분은 안 계십니다.

 

악행을 하면 지옥에 간다는데..

하늘 갈 시간이 다가오니 그런 것이 무섭지 않은 막가파가 되는 것인지!

 

사람은 선행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아야 다음 생이 조금 더 편하다고 하던데..

 

이건 한국인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13 03:37
  • 2019.08.13 04:0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13 06:28 신고 EDIT/DEL

      그럴지도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는 생각보다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들인 모양입니다."

  • Favicon of https://jeongsd.tistory.com BlogIcon 미스터 정 2019.08.13 08:58 신고 ADDR EDIT/DEL REPLY

    사람이 나이가 들어 거치는 코스가 요양원이 되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13 16:16 신고 EDIT/DEL

      자기집에서 인생의 끝을 맞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그런 꿈(?)을 이루는 사람은 드물어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cilantro3 2019.08.13 09:18 ADDR EDIT/DEL REPLY

    인간의 본성이 어디갈까요? 한 번 빈대는 영원한 빈대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08.13 12:56 신고 ADDR EDIT/DEL REPLY

    리스트에 예약글로 뜨는데 보이네요 ?? 지금 12시54분 ?!!

    암튼. 사람은 죽음을 바로 앞둔 상황에도 안바뀐다. 개과천선은 드믈다라는걸 느낍니다. 지옥간다 천국간다 개념은 종교 외에도 있고. 어느 영화처럼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 하나 없게되는게 더 슬픈일 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13 16:19 신고 EDIT/DEL

      여행가기전에 예약으로 올려놨었는데, 사진이 업로드가 안되서 비밀글로 나뒀다가 풀었더니만, 이상하게 예약글이 떡 하니 박혀서 안 풀리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puppetfox.net BlogIcon Jason H. 2019.08.14 20:43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렇군요.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군요.

  • Favicon of https://btouch.tistory.com BlogIcon 내로라하다 2019.08.15 16:35 신고 ADDR EDIT/DEL REPLY

    헐 저러면 안 되는데. 근데 일이백 유로면 손주들 용돈 주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끝나지 않을까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15 22:48 신고 EDIT/DEL

      손주들 용돈을 주는 어르신은 없는데, 돈뜯으러 오는 손주들은 있는거 같더라구요. 하긴 부모앞으로 나오는 그 작은 금액도 매번 뜯어가는 자식들이 있으니...^^;

    • Favicon of https://btouch.tistory.com BlogIcon 내로라하다 2019.08.16 12:23 신고 EDIT/DEL

      ㅜㅜ 슬픈 광경이네요.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심리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나는 그런 스타일의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리 많지는 않는 연애를 할 때도 좋으면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짝사랑은 못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해서 상대방이 받아주면 사귀는 것이고..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아도 일단 내 마음을 털어놨으니 만족했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놓고 혼자 하는 속앓이=짝사랑” 하는 것보다는...

차이더라도 내 속이 편한 것이 더 중요한 인간형이었죠.

 

나이가 든 지금도 “좋다”, “싫다”이지 상대방의 심리를 말을 바꾸는 이상한 심리전은 하지 않는데..

 

제 남편은 마눌과 하는 “심리전”이 재미있는지 시시때때로 날 피곤하게 합니다.

 

어떻게 마눌을 피곤하게 하냐구요?

 

마눌이 “착하마눌”모드일 경우에는 남편은 “발톱을 들어낸 호랑이“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마눌을 심리상태에 상처 내려고 이리저리 시도를 하죠.

 

결국 마눌이 소리를 지르는 “못된 마눌” 모드로 한 번에 팍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남편이 “발톱 드러낸 호랑이“에서 ”급 귀여운 고양이“가 됩니다.

 

마눌이 뭐라고 해도 눈 내리깔고는 “나 죽었소~” 하면서.. 주인(마눌)의 무릎 위에 폴짝 뛰어 올라와서는 눈 내리깔고 쓰다듬어 달라고 엎드린 고양이 같은 행동을 취하죠.

 

마눌은 매번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 제발 편하게 살자! 왜 매번 내가 화를 내야 그렇게 ”착한 남편모드“가 되누?”

 

마눌의 감정을 이용하는 남편 때문에 심리적 안정이 힘든 내 생활^^;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다 내 남편같이 마눌의 기분을 이용한 심리전을 펼치지는 않겠지요

?

“심리전”은 집에서 남편하고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디...

오늘은 요양원에서 고객과 이런 짜증나는 심리전을 해야 했습니다.^^;

 

제 글에 몇 번 등장한 나를 “천사”라 부르시는 96세(인가?) K 할매.

 

오늘 K어르신 부부가 목욕하는 날인데 나랑 같이 근무를 들어온 동료 P가 하는 말.

 

“난 최소한 K부부는 안 맡고 싶어.”

 

P와 나중에 한명은 목욕탕에 들어가야 하는데, P가 대놓고 K할매는 싫다고 하니 내가 당첨.

 

저에게는 “천사”라고 칭하는 K할매는 사실 직원들에게 눈총을 받은 할매이십니다.

불평, 불만도 많고, 조울증이 있으신지 감정의 변화도 엄청 심하시죠.

특히나 다른 직원의 흉을 자주 보십니다.

 

내가 들어가면 다른 동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지 말씀(흉)을 하십니다.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는데, 당신 동료들은 다 불친절하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말씀을 들었는데, 매번 부정적인 말이 계속 반복되니 싫었습니다.

 

나 스스로 “부정적인 인간형”인지라, 내 주변에 “긍정적인 말”을 하고 “긍정에너지”를 품어내는 사람들이 많았음 좋겠는데..

 

그리고 내 동료직원이 어떤지는 할매보다 내가 더 잘 알죠.

같이 근무하는 동료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은 나니까 말이죠.^^;

 

내 동료들 중에 일을 못하는 인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동료의 흉을 매일 듣는 것이 사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내 동료들 중에는 대놓고 K할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쫌 있습니다.

P도 그런 부류여서 대놓고 할매를 목욕시켜드리는 것이 싫다고 한거죠.

 

목욕시켜드릴 분은 보통 하루에 4명.

오늘도 4명.

할매는 3번째로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목욕탕에 모시고 가기 전에 목욕용품이랑 목욕 후 갈아입을 옷들을 다 챙깁니다.

 

 

이것이 혈전용 압박스타킹-인터넷에서 캡처

 

팬티, 바지, 속옷셔츠(일면 런닝구), 티셔츠, 양말 K할매 같은 경우는 혈전 때문에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스타킹에 팬티 안에 작은 (요실금용)패드까지 준비해야 하죠.

 

목욕하는 날은 입었던 옷들도 다 세탁통에 넣어버리고, 목욕 후에는 새옷을 입는데..

 

목욕탕에서 할매가 입고계신 잠옷을 벗겨드리고 그 옷을 목욕탕 바닥에 놨더니만,

할매가 마구 성질을 내십니다.

 

“그거 이틀밖에 안 입었는데...”

“목욕하시고 오늘 저녁에는 다른 잠옷 입으세요.”

“다른 잠옷이 없다구!”

 

나보고 항상 천사라고 하시더니만, 지금 천사에게 마구 역정을 내십니다.

 

“어르신, 내가 새 옷 꺼내면서 옷장에서 새 잠옷 봤어요. 그거 찾아드릴께요.”

“나는 옷이 없다고!”

 

할매는 역정+짜증에 소리까지 지르셨습니다.

 

할매의 성격이 이리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내가 69살 인줄 알아? 나 96살이야!“ 한 이후 두 번째입니다.

 

당신 옷을 내가 목욕탕 바닥에 놓아서 빈정이 상하신 모양인데.. 세탁 망에 넣어 보내질 것을 바닥에 놓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일하는 중이라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 따로 어디에 보관하고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목욕 후 할매등에 연고를 발라드려야 해서 방에 연고를 가지러 간 김에 옷장에 있는 할매의 새 잠옷을 꺼내다가 할매 눈앞에 보여드렸습니다.

 

“여기 새 잠옷 보셨죠? 여기 옷 있네요.”

 

새 잠옷을 보여드리니 할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만 조용합니다.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짜증을 냈는지 할매께 여쭤봤습니다.

 

왜 소리를 지르셨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그랬더니만 할매가 갑자기 우십니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았을 겁니다.^^;)

 

왜 우시냐고 여쭤보니 하시는 말씀.

“나는 아무도 없어.”

 

당신은 요양원에 사는 “불쌍한 늙은이”라는 걸 말씀하시고 싶은 거 같으신데..

불쌍으로 따지면 할매보다 제가 더 불쌍하죠.

 

“어르신, 어르신은 여기에 남편도 계시고 딸도 있잖아요. 저는 외국인이에요.

우리 집은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가야해요. 저야말로 아무도 없죠.”

 

표면적으로 보면 내가 더 불쌍한거죠. 집에서 멀리 떠나와서는 하는 일도 남들은 안하려고 하는 3D에 해당하는 직종이죠. 일도 힘들고, 냄새도 나고 이 나라 사람들도 안 하려고 하는 일.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할매는 안 들린다는 식으로 제스처를 하십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특징입니다.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귀가 어두워서) 당신 말 안 들려” 혹은 “당신이 말하는 (외국인이 하는)독일어 못 알아들어.”

 

목욕하는 동안 할매는 우셨고, 그 다음에는 내 눈치를 보셨습니다.

내가 화가 난거 같으니 눈치를 살피신거죠.

 

목욕을 하고, 어깨에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 드리고, 등에 연고를 발라드리고,

압박스타킹을 신겨드리고 하는 동안에도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목욕을 다 끝내고 방에 모셔다 드리니 배시시 웃으시면서 한마디.

“고마워요.”

 

오늘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라고 해야 하나요?

내가 항상 웃으니 그렇게 짜증을 맘대로 내도된다고 생각하신 것인지..

 

내가 웃지 않고 일만하니 그때부터는 내 눈치를 살피시는 것이 더 짜증났습니다.

 

집에서도 내 기분이 좋아 보이면 시시때때로 날 약 올리는 남편 때문에 피곤한데,

직장에서도 내 기분을 봐가면서 이렇게 심리전을 펼치는 고객이 계시다니..

 

요양보호사가 고객의 짜증까지 받아줘야 하는 그런 직업은 아닌데..

당분간 K할매 방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사람을 데리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또 연세가 그만큼 드신 분이 그러신다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나서요.

 

이제 하늘가는 길목에 사시는 분들은 마음을 다 내려놓고 착하게 살 거라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합니다.

 

“천당”과 “지옥”의 개념이 이곳에는 없는 것인지..

이제 “하늘 가는 길목이니 조금 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없는 것인지..

 

죽을 때까지 이기적인 것이 인간인거 같습니다.

참 씁쓸한 날입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1 00:00
  • 2019.04.21 05:47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1 21:20 신고 EDIT/DEL

      참 쉽지않은 인생살이같아요. 나이가 들면 더 현명해지는줄 알았는데, 오히려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더 많이 봅니다.^^;

  • 김유경 2019.04.21 08:47 ADDR EDIT/DEL REPLY

    사람이 중생의 마음을 갖고 살것인지 부처의 마음을 갖고 살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나이와 상관없지 싶어요.슬프게도.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1 21:23 신고 EDIT/DEL

      그저 살아가면서 "기본"만 하고 살려고 하고, 상대방에게도 "기본"만 바라는데.. 가끔은 내 기준에 못미치니 실망스러운 모양입니다.^^;

  • 청아한 새소리 2019.04.21 17:16 ADDR EDIT/DEL REPLY

    수고많으신 날이었군요

  • 호호맘 2019.04.21 17:27 ADDR EDIT/DEL REPLY

    그냥 그할머닌 신세 한탄할 대상이 필요 했던거고 평소 자신에게 호의적이던 지니님이
    젤 편하다 보니 만만하게(?)생각이 들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직장 동료 사이에서든 또 고객(환자)사이에서나 중간을 지키기가 젤 힘든거 같아요
    인간관계가 그런거 같아요
    잘해 주면 만만하게 여기고 까칠한 대상한테는 눈치를 보며 대하게 되잖아요
    때론 지니님도 꺼려지는 환자방은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빠져 보세요
    싫고 좋고에 따라 누군 거부하고 누군가가 그몫을 채워야되고 하는 불합리한
    업무 분담을 전 젤 싫어하는 지라 맘좋은 동료로 남기보단 전 객관적 분담을 좋아하거든요
    외국인 신분으로 감수 하고 인내 해 내야 해야 되었던 신입시절은 벗어났으니
    이젠 자기 소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이젠 내게 상처로 남을 수 있는
    필요 이상의 호의(직원이든 환자에게든)나 친절은 지니님이 그만큼 힘들어 질거 같으니깐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1 21:24 신고 EDIT/DEL

      안그래도 오늘은 일부러 그방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선배 몇사람에게도 조언을 구했구요. 인간에 대한 실망을 하고 나니 그분앞에서는 안 웃게 되네요.^^;

  • 2019.04.22 00:0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2 06:44 신고 EDIT/DEL

      오늘은 선배 2명한테 상담을 받았습니다. 둘다 전혀 다른 방법으로 방법을 제시하더라구요. 내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다친 상태라 시간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우리 요양원에 계신 분들 중, 요 며칠 새에 몇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생이 다하는 순간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오죠.

 

어르신들도 심하게 땀을 흘리시거나, 설사를 한 이틀 하면서 탈수가 오는가 싶으면..

아주 짧은 순간에 돌아가십니다.

 

우리요양원에 영화의 주인공 같은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혹시 영화“말레나”를 아시나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왔었죠.

 

너무 아름다워서 여성들의 시샘을 받던 여성이 전쟁 중에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팔아야만 했는데.. 적군이 물러가고 마을의 아낙들은 이 아름다운 창녀의 머리를 다 뜯어서 마을에서 쫓아내죠..

 

뭐 이렇게 영화가 흘러갑니다.

 

전쟁 중에 먹고 살기 위해서 몸을 팔아야만 했던 현실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었는데.. 우리 요양원 한 어르신의 서류에서 “말레나”를 봤습니다.

 

“전쟁 중 몸을 팔아서 생계를 이었고, 남편과는 이혼을 했고...”

 

아무리 현실이 그래도 이런 사실은 숨기고 싶은 역사인데..

이런 진술은 이 어르신의 (친척)조카가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어르신은 말을 안 하십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어서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시는 분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말을 못하시는 줄 알았었는데...

어느 날, 이 어르신의 방에 들어가서 아침인사를 했습니다.

 

“Guten Morgen 굿텐 모르겐(좋은 아침)”

 

평소에는 인사를 하면 쳐다보고 그냥 웃기만 하셨었는데..

이날은 날보고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굿텐 모르겐~”

 

깜짝 놀랐습니다.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동안 안 하신 거네요.

 

밖에 나가서는 “로또”맞은 사람처럼 신이 나서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저 방에 계신 XX부인이 말을 하셔, 말을 하신다고~”

“몰랐어? 그 양반 가끔 말씀 하셔.”

 

저만 몰랐습니다.^^;

이분이 기분 날에는 이렇게 짧은 말씀을 하신다는 것을!!

 

치매가 있으신지라 자기만의 세상에 사셨던 분.

그분의 세상은 힘든 시기였던 그 전쟁 중에 머물러 계시지는 않으셨기를..

 

제 직업교육의 마지막 과정에서 저는 어르신 몇 분들과 “냄새(향기)에 관련된 (살아온) 기억”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이때 우리 요양원의 연상연하 커플인 95세 할매/89세 할배 부부와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냄새(음식/허브/양념)와 관련해서 들었습니다.

 

95세 할매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딸이 셋 있었는데, 하나는 20살 때 로터리 교통사로로 죽고, 또 하나는 30대 후반에 병으로 죽고 지금은 딸 하나만 남았어. 그 딸이 1남1녀를 두고 있지.”

 

이렇게 시작된 두 분의 역사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2차 대전이 있었던 그 시절까지 갔습니다. 할배는 10대의 나이에 전쟁터에 끌러갔어야 했답니다.

 

“나는 전쟁에 징용되어 러시아까지 가서 싸워야 했어.

거기서 적군에 잡혀서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지.”

 

할매는 린츠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살았었는데..

 

“우리가 살던 지역에 연합군의 일원인 이탈리아군이 주둔하고 있었거든,

군인들이 매일 여자를 겁탈하러 찾아다녔어.

 

내가 실제로 목격한 것은 길거리에서 배부른 임산부를 성폭행하는 것을 봤고,

내 학교동무였던 아이는 이탈리아군에 끌려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돌아가면서 성폭행하다가 죽여버린거지.

 

그리고 우리 집에 날(20대 초반) 찾으러 왔던 이탈리아군이 날 못 찾으니 우리엄마를 죽이고 갔어. 거기 더 있으면 내 목숨이 위험해서 그 지역을 벗어나 린츠근처에 와서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해서 자리를 잡았지.”

 

우리가 생각하는 2차 대전은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켰으니..

독일/오스트리아는 전쟁 중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다 피해자인거 같습니다.

 

남자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터에 끌러가야만 했고, 여자들은 적군들에게 성폭행 후, 죽임을 당하거나, 생계를 위해서 매춘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죠.

 

혹시 이런 농담 아닌 농담을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독일처녀들이 들에서 일을 하는데,

연합군들이 지나가다가 독일처녀를 겁탈하려고 마구 쫓아왔습니다.

 

독일처녀가 도망가면서 “Nein, Nein 나인, 나인(아니요)”하니,

갑자기 연합군들이 한 줄로 섰다고 합니다.

 

연합군들은 독일어 Nein 나인(아니요) 를 nine(아홉)으로 알아들은지라 9명이 일렬로 줄을 선거죠.

 

이건 정말 농담인줄 알았었는데, 전쟁 중에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거죠.

 

우리 요양원에는 싱글인 할매가 몇 분 계십니다.

전쟁 중에 당한 성폭행 휴우증으로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거였죠.

 

그래서 남자직원이 새로 오면 항상 주의를 줍니다.

 

“XX부인한테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걸 자재해라. ”

 

어르신들의 머무시는 방의 곳곳에는 아직도 2차 대전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나치 장교 옷을 입은 군인 사진이 벽의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어르신의 젊어서의 모습이겠지요.

 

나는 오늘도 그분들의 역사 속을 걸어 다닙니다.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살아있는 증언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고,

방의 곳곳에 걸려있는 나치장교의 사진들과 나치관련 물품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계신지라 그분들만의 세상에 계시니..

어르신 중 몇 분은 오래전 전쟁이 있던 그 시절에 머물러 계시지 싶습니다.

 

역사는 지나간 흔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있는 이곳은 아직 그 역사 속에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 그 힘겨운 역사 속에서 계속 머물러 계시지 싶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4.30 00:00
  • 2018.04.30 01:0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5.04 04:37 신고 EDIT/DEL

      맞습니다. 전쟁에서 이겨도, 져도 마음속에 상처와 좋지 않는 기억들은 평생을 따라다니죠. 서로 총칼을 겨누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 Favicon of https://jutopista.tistory.com BlogIcon Utopista 2018.04.30 10:50 신고 ADDR EDIT/DEL REPLY

    안슐르스 이전의 오스트리아는 분명 독립국가 였으니 2차대전의 가장 첫번째 희생자 들이 오스트리아의 반 나치주의자들 이었죠..
    전쟁의 피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살아있는 한 그 영향력에서 벋어날 수 없는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잘 보살펴 주고 계시니 님은 복받으실 겁니다.^^

  • Favicon of https://maozzn.tistory.com BlogIcon 마오찌엔 2018.04.30 22:29 신고 ADDR EDIT/DEL REPLY

    큰어머니가 다 큰딸을 잃으시곤 힘들어하셨어요 한두세달후 기운차리시기에 주위에서 참 다행이다 생각하며 20년을 보냈는데 얼마전
    치매초기 진단받으시고 종종 그때 잃은 언니른 찾으시더라구요 저를 언니로 착각하시기도하고..
    잊는다고 잊혀지는게 아닌가봐요 멀쩡히 보여도
    가슴이 본인도 모르게 매일 리셋하는듯이..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5.04 04:42 신고 EDIT/DEL

      치매는 책꽃이에 빡빡하게 꽃혀있던 책들같은 기억들이 중간에 듬성 빠져나간 상태라고 표현을 합니다. 가장 최근것( 중,노년)들을 제일 먼저 잊는지라 어떤이는 아주 어릴때, 어떤이는 젊었을때,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아픔이 있는 시절의 기억을 남기는거 같습니다. 혹시 언니라 생각하시면 굳이 "나야, 나"하면서 본인을 밝히시지 말고,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그분으로 계셨음 합니다. 어머니가 먼저 떠나보내서 하시지 못한 말들과 일들을 하실수 있게 말이죠.^^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