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는 심리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나는 그런 스타일의 성격이 아니거든요.

 

그리 많지는 않는 연애를 할 때도 좋으면 그냥 대놓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짝사랑은 못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해서 상대방이 받아주면 사귀는 것이고..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아도 일단 내 마음을 털어놨으니 만족했습니다.

 

“가슴 속에 묻어놓고 혼자 하는 속앓이=짝사랑” 하는 것보다는...

차이더라도 내 속이 편한 것이 더 중요한 인간형이었죠.

 

나이가 든 지금도 “좋다”, “싫다”이지 상대방의 심리를 말을 바꾸는 이상한 심리전은 하지 않는데..

 

제 남편은 마눌과 하는 “심리전”이 재미있는지 시시때때로 날 피곤하게 합니다.

 

어떻게 마눌을 피곤하게 하냐구요?

 

마눌이 “착하마눌”모드일 경우에는 남편은 “발톱을 들어낸 호랑이“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마눌을 심리상태에 상처 내려고 이리저리 시도를 하죠.

 

결국 마눌이 소리를 지르는 “못된 마눌” 모드로 한 번에 팍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남편이 “발톱 드러낸 호랑이“에서 ”급 귀여운 고양이“가 됩니다.

 

마눌이 뭐라고 해도 눈 내리깔고는 “나 죽었소~” 하면서.. 주인(마눌)의 무릎 위에 폴짝 뛰어 올라와서는 눈 내리깔고 쓰다듬어 달라고 엎드린 고양이 같은 행동을 취하죠.

 

마눌은 매번 같은 말을 합니다.

“우리 제발 편하게 살자! 왜 매번 내가 화를 내야 그렇게 ”착한 남편모드“가 되누?”

 

마눌의 감정을 이용하는 남편 때문에 심리적 안정이 힘든 내 생활^^;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다 내 남편같이 마눌의 기분을 이용한 심리전을 펼치지는 않겠지요

?

“심리전”은 집에서 남편하고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디...

오늘은 요양원에서 고객과 이런 짜증나는 심리전을 해야 했습니다.^^;

 

제 글에 몇 번 등장한 나를 “천사”라 부르시는 96세(인가?) K 할매.

 

오늘 K어르신 부부가 목욕하는 날인데 나랑 같이 근무를 들어온 동료 P가 하는 말.

 

“난 최소한 K부부는 안 맡고 싶어.”

 

P와 나중에 한명은 목욕탕에 들어가야 하는데, P가 대놓고 K할매는 싫다고 하니 내가 당첨.

 

저에게는 “천사”라고 칭하는 K할매는 사실 직원들에게 눈총을 받은 할매이십니다.

불평, 불만도 많고, 조울증이 있으신지 감정의 변화도 엄청 심하시죠.

특히나 다른 직원의 흉을 자주 보십니다.

 

내가 들어가면 다른 동료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지 말씀(흉)을 하십니다.

“당신은 나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해주는데, 당신 동료들은 다 불친절하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말씀을 들었는데, 매번 부정적인 말이 계속 반복되니 싫었습니다.

 

나 스스로 “부정적인 인간형”인지라, 내 주변에 “긍정적인 말”을 하고 “긍정에너지”를 품어내는 사람들이 많았음 좋겠는데..

 

그리고 내 동료직원이 어떤지는 할매보다 내가 더 잘 알죠.

같이 근무하는 동료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하는 사람은 나니까 말이죠.^^;

 

내 동료들 중에 일을 못하는 인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동료의 흉을 매일 듣는 것이 사실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내 동료들 중에는 대놓고 K할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쫌 있습니다.

P도 그런 부류여서 대놓고 할매를 목욕시켜드리는 것이 싫다고 한거죠.

 

목욕시켜드릴 분은 보통 하루에 4명.

오늘도 4명.

할매는 3번째로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목욕탕에 모시고 가기 전에 목욕용품이랑 목욕 후 갈아입을 옷들을 다 챙깁니다.

 

 

이것이 혈전용 압박스타킹-인터넷에서 캡처

 

팬티, 바지, 속옷셔츠(일면 런닝구), 티셔츠, 양말 K할매 같은 경우는 혈전 때문에 허벅지까지 오는 압박스타킹에 팬티 안에 작은 (요실금용)패드까지 준비해야 하죠.

 

목욕하는 날은 입었던 옷들도 다 세탁통에 넣어버리고, 목욕 후에는 새옷을 입는데..

 

목욕탕에서 할매가 입고계신 잠옷을 벗겨드리고 그 옷을 목욕탕 바닥에 놨더니만,

할매가 마구 성질을 내십니다.

 

“그거 이틀밖에 안 입었는데...”

“목욕하시고 오늘 저녁에는 다른 잠옷 입으세요.”

“다른 잠옷이 없다구!”

 

나보고 항상 천사라고 하시더니만, 지금 천사에게 마구 역정을 내십니다.

 

“어르신, 내가 새 옷 꺼내면서 옷장에서 새 잠옷 봤어요. 그거 찾아드릴께요.”

“나는 옷이 없다고!”

 

할매는 역정+짜증에 소리까지 지르셨습니다.

 

할매의 성격이 이리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내가 69살 인줄 알아? 나 96살이야!“ 한 이후 두 번째입니다.

 

당신 옷을 내가 목욕탕 바닥에 놓아서 빈정이 상하신 모양인데.. 세탁 망에 넣어 보내질 것을 바닥에 놓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일하는 중이라 시간을 절약해야 해서 따로 어디에 보관하고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목욕 후 할매등에 연고를 발라드려야 해서 방에 연고를 가지러 간 김에 옷장에 있는 할매의 새 잠옷을 꺼내다가 할매 눈앞에 보여드렸습니다.

 

“여기 새 잠옷 보셨죠? 여기 옷 있네요.”

 

새 잠옷을 보여드리니 할매는 어깨를 으쓱하더니만 조용합니다.

내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짜증을 냈는지 할매께 여쭤봤습니다.

 

왜 소리를 지르셨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그랬더니만 할매가 갑자기 우십니다.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았을 겁니다.^^;)

 

왜 우시냐고 여쭤보니 하시는 말씀.

“나는 아무도 없어.”

 

당신은 요양원에 사는 “불쌍한 늙은이”라는 걸 말씀하시고 싶은 거 같으신데..

불쌍으로 따지면 할매보다 제가 더 불쌍하죠.

 

“어르신, 어르신은 여기에 남편도 계시고 딸도 있잖아요. 저는 외국인이에요.

우리 집은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가야해요. 저야말로 아무도 없죠.”

 

표면적으로 보면 내가 더 불쌍한거죠. 집에서 멀리 떠나와서는 하는 일도 남들은 안하려고 하는 3D에 해당하는 직종이죠. 일도 힘들고, 냄새도 나고 이 나라 사람들도 안 하려고 하는 일.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할매는 안 들린다는 식으로 제스처를 하십니다.

 

요양원 어르신들의 특징입니다.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귀가 어두워서) 당신 말 안 들려” 혹은 “당신이 말하는 (외국인이 하는)독일어 못 알아들어.”

 

목욕하는 동안 할매는 우셨고, 그 다음에는 내 눈치를 보셨습니다.

내가 화가 난거 같으니 눈치를 살피신거죠.

 

목욕을 하고, 어깨에 오일을 발라서 마사지를 해 드리고, 등에 연고를 발라드리고,

압박스타킹을 신겨드리고 하는 동안에도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목욕을 다 끝내고 방에 모셔다 드리니 배시시 웃으시면서 한마디.

“고마워요.”

 

오늘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인간에 대한 실망이라고 해야 하나요?

내가 항상 웃으니 그렇게 짜증을 맘대로 내도된다고 생각하신 것인지..

 

내가 웃지 않고 일만하니 그때부터는 내 눈치를 살피시는 것이 더 짜증났습니다.

 

집에서도 내 기분이 좋아 보이면 시시때때로 날 약 올리는 남편 때문에 피곤한데,

직장에서도 내 기분을 봐가면서 이렇게 심리전을 펼치는 고객이 계시다니..

 

요양보호사가 고객의 짜증까지 받아줘야 하는 그런 직업은 아닌데..

당분간 K할매 방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사람을 데리고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또 연세가 그만큼 드신 분이 그러신다는 것 자체도 짜증이 나서요.

 

이제 하늘가는 길목에 사시는 분들은 마음을 다 내려놓고 착하게 살 거라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못된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남을 이용합니다.

 

“천당”과 “지옥”의 개념이 이곳에는 없는 것인지..

이제 “하늘 가는 길목이니 조금 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은 없는 것인지..

 

죽을 때까지 이기적인 것이 인간인거 같습니다.

참 씁쓸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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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1 00:00

 

우리 요양원에 계신 분들 중, 요 며칠 새에 몇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르신들의 생이 다하는 순간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오죠.

 

어르신들도 심하게 땀을 흘리시거나, 설사를 한 이틀 하면서 탈수가 오는가 싶으면..

아주 짧은 순간에 돌아가십니다.

 

우리요양원에 영화의 주인공 같은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혹시 영화“말레나”를 아시나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왔었죠.

 

너무 아름다워서 여성들의 시샘을 받던 여성이 전쟁 중에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팔아야만 했는데.. 적군이 물러가고 마을의 아낙들은 이 아름다운 창녀의 머리를 다 뜯어서 마을에서 쫓아내죠..

 

뭐 이렇게 영화가 흘러갑니다.

 

전쟁 중에 먹고 살기 위해서 몸을 팔아야만 했던 현실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었는데.. 우리 요양원 한 어르신의 서류에서 “말레나”를 봤습니다.

 

“전쟁 중 몸을 팔아서 생계를 이었고, 남편과는 이혼을 했고...”

 

아무리 현실이 그래도 이런 사실은 숨기고 싶은 역사인데..

이런 진술은 이 어르신의 (친척)조카가 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어르신은 말을 안 하십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어서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시는 분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말을 못하시는 줄 알았었는데...

어느 날, 이 어르신의 방에 들어가서 아침인사를 했습니다.

 

“Guten Morgen 굿텐 모르겐(좋은 아침)”

 

평소에는 인사를 하면 쳐다보고 그냥 웃기만 하셨었는데..

이날은 날보고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굿텐 모르겐~”

 

깜짝 놀랐습니다.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그동안 안 하신 거네요.

 

밖에 나가서는 “로또”맞은 사람처럼 신이 나서 동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저 방에 계신 XX부인이 말을 하셔, 말을 하신다고~”

“몰랐어? 그 양반 가끔 말씀 하셔.”

 

저만 몰랐습니다.^^;

이분이 기분 날에는 이렇게 짧은 말씀을 하신다는 것을!!

 

치매가 있으신지라 자기만의 세상에 사셨던 분.

그분의 세상은 힘든 시기였던 그 전쟁 중에 머물러 계시지는 않으셨기를..

 

제 직업교육의 마지막 과정에서 저는 어르신 몇 분들과 “냄새(향기)에 관련된 (살아온) 기억”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이때 우리 요양원의 연상연하 커플인 95세 할매/89세 할배 부부와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냄새(음식/허브/양념)와 관련해서 들었습니다.

 

95세 할매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딸이 셋 있었는데, 하나는 20살 때 로터리 교통사로로 죽고, 또 하나는 30대 후반에 병으로 죽고 지금은 딸 하나만 남았어. 그 딸이 1남1녀를 두고 있지.”

 

이렇게 시작된 두 분의 역사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2차 대전이 있었던 그 시절까지 갔습니다. 할배는 10대의 나이에 전쟁터에 끌러갔어야 했답니다.

 

“나는 전쟁에 징용되어 러시아까지 가서 싸워야 했어.

거기서 적군에 잡혀서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지.”

 

할매는 린츠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살았었는데..

 

“우리가 살던 지역에 연합군의 일원인 이탈리아군이 주둔하고 있었거든,

군인들이 매일 여자를 겁탈하러 찾아다녔어.

 

내가 실제로 목격한 것은 길거리에서 배부른 임산부를 성폭행하는 것을 봤고,

내 학교동무였던 아이는 이탈리아군에 끌려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돌아가면서 성폭행하다가 죽여버린거지.

 

그리고 우리 집에 날(20대 초반) 찾으러 왔던 이탈리아군이 날 못 찾으니 우리엄마를 죽이고 갔어. 거기 더 있으면 내 목숨이 위험해서 그 지역을 벗어나 린츠근처에 와서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해서 자리를 잡았지.”

 

우리가 생각하는 2차 대전은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켰으니..

독일/오스트리아는 전쟁 중에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다 피해자인거 같습니다.

 

남자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터에 끌러가야만 했고, 여자들은 적군들에게 성폭행 후, 죽임을 당하거나, 생계를 위해서 매춘을 해야만 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죠.

 

혹시 이런 농담 아닌 농담을 들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독일처녀들이 들에서 일을 하는데,

연합군들이 지나가다가 독일처녀를 겁탈하려고 마구 쫓아왔습니다.

 

독일처녀가 도망가면서 “Nein, Nein 나인, 나인(아니요)”하니,

갑자기 연합군들이 한 줄로 섰다고 합니다.

 

연합군들은 독일어 Nein 나인(아니요) 를 nine(아홉)으로 알아들은지라 9명이 일렬로 줄을 선거죠.

 

이건 정말 농담인줄 알았었는데, 전쟁 중에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거죠.

 

우리 요양원에는 싱글인 할매가 몇 분 계십니다.

전쟁 중에 당한 성폭행 휴우증으로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거였죠.

 

그래서 남자직원이 새로 오면 항상 주의를 줍니다.

 

“XX부인한테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걸 자재해라. ”

 

어르신들의 머무시는 방의 곳곳에는 아직도 2차 대전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나치 장교 옷을 입은 군인 사진이 벽의 곳곳에 걸려있습니다.

어르신의 젊어서의 모습이겠지요.

 

나는 오늘도 그분들의 역사 속을 걸어 다닙니다.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살아있는 증언을 하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고,

방의 곳곳에 걸려있는 나치장교의 사진들과 나치관련 물품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치매를 앓고 계신지라 그분들만의 세상에 계시니..

어르신 중 몇 분은 오래전 전쟁이 있던 그 시절에 머물러 계시지 싶습니다.

 

역사는 지나간 흔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있는 이곳은 아직 그 역사 속에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 그 힘겨운 역사 속에서 계속 머물러 계시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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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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