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삼주가 지나갑니다.

 

오스트리아의 회사는 근무하던 회사에서 나갈 때 챙겨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Arbeitszeugnis 아르바이츠조익니스 (근무 평가서)"

 

새로운 회사에 갈 때도.. 내가 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발행한 근무평가서가 서류에 첨부되어야 합니다.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은 없을 테니 말이죠.

 

이 “근무 평가서”는 일종의 “추천서”가 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동료들과도 유대감이 좋고 등등등.”

 

제가 지금까지 받았던 근무평가서는 3장.

전부다 제가 얼마나 성실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알려주는 증명서입니다.^^

 

이번에 요양원 사직서를 내면서 처음으로 쓰게 된 “사직서.”

 

인터넷에서보고 그대로 베껴서 길게 썼는데,

간략하게 수정하면서 손을 보던 남편이 나를 부릅니다.

 

 

 

“당신 이 말의 뜻이 뭔지 알아?”

“뭐? qualifiziertes Arbeitszeugnis 퀄리피지어테스 아르바이츠조익니스(근무평가서)?”

“응, 여기서 qualifiziertes(퀄리피지어테스)가 어떤 의미로 쓰인 줄 알아?”

 

이 단어는 영어에도 있는 단어죠.

qualification 퀄리피케이션.(자격, 권한, 증명)

 

“긍정적인 근무평가서를 써달라는 이야기잖아.”

 

다른 회사에 취직할 때 내야하는 근무평가서이니 아주 잘 써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수정해 준 사직서를 가지고 요양원에 가서 직원관리를 맡고 있는 S에게 갔습니다.

내가 낸 사직서를 읽는 걸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사직서를 읽던 S가 씩 웃습니다.

 

거긴 거죠.

“긍정적인 근무평가서”를 써달라는 부분

 

처음에는 당연히 내가 열심히 일했으니 근무평가서도 잘 나올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땡땡이치는 일이 없이 일을 하니 말이죠.

 

그. 런. 데

생각 해 보니 내 “근무평가서”가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는 건 맞지만..

난 그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사오정.

 

뭔 소리래? 하시는 분은 클릭하시라~

 

“일은 열심히 하지만,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힘들고..”

이런 식의 근무평가서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독일어 발음이 이상해서 어르신들이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고,”

“근무시간에 너무 오버하는 경향도 있는 거 같고,”

(지나치게 쾌활한 것이 정신이 살짝 나간 듯이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왜 하루 종일 웃고 다니냐?“는 질문을 어르신께 받습니다.

 

“어르신, 내가 힘들다고 인상 쓰고 다니면 보실 때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어차피 출근해서 하루 근무하는데 힘들어도 내가 웃어야 보시는 분들도 기분이 좋아지실거 아니에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래 네 말이 옳다.”하시지만 뒤돌아서는 “미친..”하실수도 있지 싶습니다.

“요양원에서 냄새나는 (뒷)동네나 닦으러 다니면서 뭐가 그리 즐겁다고...쯧쯧쯧^^;”

 

“일하는 동안 너무 서두르는 경향도 있고,”

(방에 가서는 어르신들께 “천천히 하시라”고 하지만, 저는 복도에서 뛰어다닙니다. 급하게 뭔가를 챙겨야 하는 경우 (어르신을 혼자 두면 안되는데 나올때는 더) 빨리 어르신이 있는 방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복도에서 전속력으로 뛰기도 합니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근무를 했었는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같이 일하기 쉽지 않는 직원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됐습니다.

 

정말 진상이 아니라면 근무평가서는 긍정적으로 써주던데..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3장은 그랬다는 이야기죠.^^

 

채용하지 않으면 후회할거 같은 그런 엘리트 직원이었는데..

이번에 받게 될 근무평가서에도 “엘리트 직원”으로 평가가 될지 살짝 걱정이 됩니다.

 

직업교육 받고 나서는 거의 팽겨 쳐놨던 독일어.

 

근무하면서 모르는 단어들은 잽싸게 스마트폰의 독어사전을 뒤져서 찾기도 했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의 사전이 먹통이 되면서 더 걱정스러운 수준이 되어버린 내 독일어.^^;

 

이제 한 달반이면 퇴직을 하니 이번에 망친 독일어는 그냥 둬버리고..

 

다시 돌아와 취직준비를 하거나, 다시 요양원에 일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로 공부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독일어 완전정복을 해볼까 싶습니다.

 

한다고 해놓고 안한 것이 더 수두룩한 내 인생.

아시죠? 저는 “작심삼일”파 입니다.^^;

 

다시 돌아오면 그때는 정말로 독일어 공부한다고 여러분께 말씀 드립니다.

 

내가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인간형이니..

이렇게 까지 말해놓고 안하는 일은 없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어떤 근무평가서를 받게 될지 궁금합니다.

상, 중, 하???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근무평가서 상에 해당하는 엘리트 직원”이지만..

상사나 동료들에 눈에 비친 나는 “조금 덜 떨어진 외국인 직원”일수도 있겠지요?

 

어떤 수준의 근무평가서를 받던 간에 나를 그대로 평가한 것이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조금, 많이 긍정적인 평가였음 좋겠습니다.^^

 

---------------------------------------------------------------------

이상하게 올해는 자주 안 나가게되는 강변 자전거 타기.

올해 처음으로 남편과 한번 나갔던 라이딩.

 

우리동네 자전거 도로와 내가 위험하다고 했던 그 도로의 실체를 알려드립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8.01 00:00

 

 

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외국인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외모적으로 차이가 나는 동양인이나, 피부색이 다른 경우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지만, 같은 백인들인 유럽 사람들은 발음에서 완벽하다면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발음에서 오는 원어민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굳이 묻지 않아도 외국인임을 구분하죠.

이것도 살다보니 생긴 노하우인거 같습니다.^^

 

다른 병동에는 외모적으로 구분이 되고, 발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외국인이 꽤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같은 요양보호사로는 나 말고는 아프가니스탄 남자가 있습니다.

그 외 가끔 바뀌는 청소부가 외국인이죠.

 

몇 달 전에 들어온 청소부는 루마니아 여자입니다.

평소에는 유니폼을 입고 병동의 이방 저 방을 쓸고 닦고 다니는 그녀.

 

처음에 왔을 때는 다른 (요양보호사)직원들한테 말도 못 걸더니..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대화도 하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직원“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잘 차려입고 와서 그녀를 보는 직원마다

”오~ 너무 달라보여.“ 했었습니다. 하이힐에 검정색 파티의상을 입고 왔었거든요.

 

평소에 청소부 유니폼만 입은 그녀를 봐온 직원들이 놀랄 말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보고 말한 직원들 중에는 비꼬는 뉘앙스로 말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 제일 말단직에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제일 근사하게 차리입고와?”

 

이렇게 시샘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는 그냥저냥 평범한 옷 입고 왔는데,

미모도 뛰어난 젋은 아낙이 삐까번쩍하게 차려입으니 완전 여배우 같았거든요.

 

그 파티 이후에 요양원에서 보는 그녀는 항상 유니폼 입은 청소부.

외국인들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직업이 말이 필요 없는 “청소일”입니다.

 

저도 오스트리아에 처음 와서 한일이 바로 청소였거든요.

얼마 전에 그녀에게 “직업교육”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소말고 직업교육 받아서 하임힐패(도우미)나 요양보호사가 될 생각은 없어?”

“그럴 생각은 있는데..”

“그럼 도우미 직업교육을 받아봐, 넌 이미 이 회사의 직원이니 직업교육을 받으면 청소가 아닌 도우미 일도 할 수 있을거야. 월급도 훨씬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고)..”

 

물론 괄호 안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외국인인 그녀도 알았을 겁니다.

 

외국인이여서 청소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직업교육을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길이며, 이 나라에 정착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같은 외국인으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한번 해준 적이 있었죠.

 

오전 10시, 15분간의 휴식시간!

이 시간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는 시간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면 배가 고픈 시간이죠.

사무실에 간식을 챙기러 왔던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해옵니다.

 

 

 

아마도 현관에 붙어있는 5월의 회사야유회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본 모양입니다.

 

“너 5월에 회사 야유회 가?”

“응”

“나도 가고 싶은데 래프팅 하는 건 무서워서, 그리고 내가 아는 직원도 없고.”

“내가 체스키 크롬로프 오가면서 그 강을 봤는데, 래프팅 할 정도로 센 물길이 아니야,

그냥 보트타고 물 길 따라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야.”

“나는 아는 직원도 없어서.. 그래서 안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가라고 하네.”

 

외국인들의 특징입니다. 괜히 주눅이 드는 거죠.

가도 개밥에 도토리가 될 것 같고, 혹시나 못 어울리고 혼자 튈까봐 걱정도 되죠.

 

“야유회는 1년에 딱 한 번 갈 수 있고, 그날은 야유회를 가지만 일한 걸로 시간처리가 돼. 그리고 야유회 가면 점심 값도 따로 20유로 챙겨줘. 그걸 왜 안 가? 가야지.”

“그래도 모르는 직원들이랑 가는 것이...”

“야유회를 간다고 꼭 직원들이랑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어.”

“응?”

“나 작년 5월에 잘츠부르크 갔다 왔는데, 중간에 자유 시간에 나 혼자 돌아다녔어.”

“왜?”

“담배 피우는 직원들은 어울려서 담배 피우러 카페로 가는데, 담배도 안 피는 내가 거기 따라가서 간접흡연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랬어. 같이 갔다고 해서 같이 뭉쳐 다닐 필요는 없어. 그냥 너대로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그러는 거야?”

“네가 담배를 피우면 같이 어울려서 카페로 갈수도 있겠지.”

“담배 안 피는데..”

“그럼 그냥 자유 시간에는 너대로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야유회는 다른 지점의 직원들도 함께 가는 거라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야.”

“그래?”

“시간이 되면 굳이 빼지 말고 가! 나도 이번에 가니까.”

 

 

 

휴게실에 걸려있는 올해 야유회 일정을 그녀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에 있는 일정표보고 맘에 드는 야유회 신청해. 그런데 알지? 몇 달 전에 그날 야유회 가겠다고 일정표에 적어놔야 다른 (청소부)직원들이랑 겹치지 않고, 야유회를 갈수 있어.”

“그래?”

“그럼, 다른 직원이 그날 희망휴무나 야유회를 가겠다고 이미 써놨으면 너는 기회가 없지. 그날 일을 해야 할 테니...”

“아, 그럼 빨리 확인해야 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5월 야유회가 안 되면 9월에도 있고, 12월에도 있으니 그날 야유회를 갈수 있게 미리 신청해.

“알았어. 고마워!”

 

그녀는 대화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챙긴 후 청소부들이 쉬는 곳으로 갔습니다.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그녀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외국인이여서!”

 

이런 생각으로 산 세월이 꽤 됩니다. 직원들과 일할 때는 내가 튀지 않고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배려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소심한 행동은 안하는 거 같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되는 것이고..

나랑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솔직히 야유회를 가도 나랑 취향도 안 맞는 직원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담배 피는 것이나,

뭐 사는 직원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내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고!

 

어떻게 보면 “독불장군”혹은 “나 혼자 산다.”식의 방식이 살다보니..

이것이 제일 편한 외국인이 살아가는 방식인거 같습니다.

 

나와의 대화가 그녀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처럼 “내가 외국인이여서”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외국인 직장인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8 00:00

 

 

우리요양원에 10명 내외의 실습생이 있습니다.

 

2년 혹은 3년간의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실습요양원이 있어야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저렴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실습생이 오겠다고 하면 대환영이죠.

 

실습생중 절반은 3년 과정의 간호사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2년 과정의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데...

 

실습생들이 들어온 시기도 다양해서 직업교육이 끝나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쯤인 사람도 있고,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습생 시절에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지정된 멘토외에도 함께 근무하면서 직원들이 실습생의 일하는 태도 등등을 관찰하고, 일하는 태도가 영 아니다 싶으면 직업교육중에 실습생을 잘라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업교육을 이어갈 수 없는 거죠.

 

내가 발음이 튀는 외국인 직원이라 동료 직원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날 은근히 대놓고 무시하는 듯 한 태도를 취하는 실습생들은 쳐다봐도 인사도 안하고 그냥 쓱 지나칩니다.

 

(나는 그들의 멘토도 아니니 그들이 나에게 인사를 안한다고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현지인들도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는 그 직업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외국인인) 내가 그들(실습생)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기 싫은 걸까요?

 

저도 2년 동안 실습생 생활을 하고 정 직원으로 넘어온지라..

실습생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나름의 노하우도 알려줍니다.

 

사실 노하우까지는 살짝 귀띔을 해준 거죠.

 

무조건 몸 사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

우리병동에서 직업교육 중에 탈락시킨 실습생이 이미 둘 있으니..

 

이 정도의 귀띔이면 굉장히 큰 정보입니다.  실습생 주제에 어설프게 몸 아끼면서 일하다가는 직업교육 중간에 고생만 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니 말이죠.

 

몇 되는 실습생 중에 하나인 J.

내 귀띔 때문인지 직원들 사이에 일을 참 잘하는 실습생으로 칭찬을 듣습니다.

 

실습생인데도 자기 몸 아끼려고 이리저리 일을 피해가는 정직원보다 훨씬 일을 잘합니다.

 

요새는 예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직원이 근무를 하는데, 실습생이라도 하나 같이 일하게 되면 직원들은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해야 하는 일은 나눠서 할 수 있으니 말이죠.

 

물론 직원들 중에는 자기들은 수다만 떨어대고, 호출 벨이 울리면 실습생을 뺑뺑이 돌리는 왕재수들도 있지만, 이런 것들도 실습생이 다 겪어야 하는 일중에 하나죠.

 

J와 근무를 하는 날이었는데..

근무 중 잠시 짬이 나서 그녀의 학교생활을 물어봤습니다.

 

제가 나온 카리타스 학교를 다니고 있고, 내가 배웠던 과목의 선생님도 같다는 그녀시험이 낼 모래인데 아이가 아파서 돌봐야했고, 요양원에 실습도 와야해서 공부를 못했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일 열심히 하는 J가 내 맘에 들었던지라 그녀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제일 어렵다고 하는 과목의 (내가 봤던 답이 있는)시험지를 보내줬죠.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우리 반에 이런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한 두 학기 더 빨리 시작한 (선배)반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이미 본 시험지를 얻어옵니다.

 

게으른 선생님들은 매번 다른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낸 문제들을 반복해서 내니 선배 반에서 얻어온 시험지에 나온 답만 알고 있음 시험을 수월하게 볼 수 있거든요.

 

그렇게 컨닝하면 따로 공부할 필요 없이 점수가 잘 나오겠지만, 나중에 졸업을 앞두고는 더 힘든 거죠.

 

졸업시험은 제비뽑기로 내가 풀 문제를 내가 뽑는데, 머릿속에 든것이 없이는 불가능한 시험이죠.

 

선배 반들을 돌면서 시험지 구걸을 다니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난 선배의 시험지 도움도 없이 매번 죽도록 외워서 시험을 봤습니다.

 

그렇게 내 노력과 시간이 들어있는 시험지는 직업교육이 끝난 지금도 소중하게 가지고 있죠.

 

그녀가 필요한 과목의 시험지를 보내주니 그녀는 시험지에 없는 다른 기출문제를 요구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느라 일부러 컴퓨터 파일을 다 뒤져야 했지만...

애초에 내가 먼저 주겠다고 한 도움이여서 감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나는 일부러 찾아서 보내줬는데,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정보만 챙겨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죠. 요양원에서 봐도 나와 근무가 같은 층에 걸리지 않는 한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하지는 않습니다.

 

오가다 얼굴이 마주치면 안녕~하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요양원에서 봐도 별 말을 안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 (제 성입니다. 친하지 않는 몇몇 동료들은 절 이렇게 부르죠.)

 

너 혹시 트롬보제(혈전증), 콘트락투어(경직), 체온에 관한 정보(기출문제)있니? 우리 시험이 있어서.

 

나에게 뭘 맡겨놓은 사람처럼 요구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문자를 보내서 보내줘!하면 보내줄 만큼 친하지도 않는데..

 

나는 아이가 아파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그녀를 도와줄 생각으로 한번 준 도움인데, 그녀는 지금 나에게 달라고 손을 벌리네요.

 

내가 전에 보내준 기출문제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없더니만,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기출문제를 달라니..

 

그녀가 얄미운 것도 있었지만, 공부는 직접 해야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있는 거죠.

그래서 없다고 답변을 보냈죠.

 

미안해. 컴퓨터 파일들을 다 지워버렸어.

 

J는 아쉽다는 답변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동안 카리타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다시 보고, 또 봐야하는 것들입니다. 까먹는 것들은 다시 찾아보고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모든 기출문제나 책들은 버릴 수가 없는 자료들입니다.

 

아마 그녀도 알지 싶습니다.

내가 자료가 없어서 안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부는 누구에게 의지해서 하는 것이 아니죠.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고 다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 있는 것이고!

 

타인의 친절(도움)을 감사하게 받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그녀가 나의 첫 번째 친절에 감사를 표시했고, 문자를 보낼 때도 내 성이 아닌 이름을 써서 조금 더 친근함을 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랬다면 내 마음을 움직였을수도 있었을텐데..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2.12 00:00

 

우리 병동에 새 직원이 들어왔습니다.

 

보통은 직업교육을 시작하면서 실습생으로 요양원에 발을 들여서 2년 동안 실습을 마치고,

졸업과 동시에 정직원이 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녀는 그런 과정이 없이 낙하산처럼 뚝 떨어졌습니다.

 

처음 그녀 이야기를 들을 때는 별로 신경을 안 썼던지라,

나뿐아니라 내 동료들도 그녀를 실습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배우는 과정이 “노인 전문”이 아닌 “장애우 전문”인지라,

“왜 장애우 과정을 배우는 학생이 (노인들이 거주하시는)요양원에 실습을 온 것일까?”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실습생이 아닌 정직원라는 것도 알게 됐죠.

 

그녀도 나와 같은 외국인인지라 그녀가 더 신경이 쓰여서 내가 그녀에게 해준 충고!

 

“외국인이여서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으니 어르신들과의 대화도 녹녹하지 않다.

그냥 열심히 해라, 뭐든지 열심히 해야 인정도 받고, 살아 남는다.“

 

남미, 페루에서 왔다는 그녀는 내 (어린)또래이고, 또 나와 같은 외국인인지라..

이런저런 조언들도 많이 해줬습니다.

 

나야 실습생으로 들어와서 2년을 버틴 후에 정직원이 됐으니 그래도 적응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실습과정이 없이 정직원으로 들어온 그녀는 나보다 더 열심히 해야 동료들이 인정 해 줄거 같아서 말이죠.

 

장애우 전공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인 과정(간호조무사)은 똑같고,

나중에 심화학습으로 들어가서 조금씩 다른 것을 배우는지라,

간병을 하는 일은 다 같은데 그녀는 유난히 일이 서툴렀습니다.

 

정직원이면 그만큼 자기 몫의 일을 해줘야 하는데,

그녀는 실습생같이 정직원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일을 하고!

 

내 눈에는 그녀가 오히려 실습생보다 더 많이 묻고, 더 일도 못합니다.

 

전혀 모르는 분야라 처음에는 직원들을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우는 것이 맞지만..

 

생초짜 실습생들도 한 3주 정도 직원 뒤를 따라다니면 그 후 부터는 혼자 다니며 일을 하는데, 그녀는 3주가 넘어도 항상 누군가와 동행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근무에 들어가면 나도 열심히 일을 찾아서 하러 다니고,

그녀와 근무를 해도 그녀는 다른 직원과 함께 다니는지라..

 

대충 그녀가 “ 자기 몫“ 을 아직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실망한 것은 이날이었습니다.

 

 

 

우리 요양원에는 꽤 많은 행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여름에 열리는 바비큐 파티.

 

오후에 어르신들을 다 밖으로 모시고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으로 바베큐한 음식을 먹는 행사입니다.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 대부분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으십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지팡이나 보조기구를 이용하시는 것은 기본이고, 하체만 불편하신 분들도 계시고, 반신불수 혹은 거동자체가 안되지는 분들은 다 휠체어에 의존하시죠.

 

이런 날은 오후에 추가로 근무를 들어오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저도 이날 오후 근무로 파티를 위한 추가 직원이었습니다.

 

 

사진은 작년 행사 사진인지라 고인이 되신 분들도 보이네요.^^;

 

이런 행사를 하면 죽어나는 것은 직원들입니다.

 

요양보호사, 웨이츄레스, 댄서, 웨이츄리스 그리고 다시 요양보호사.

시간에 맞게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야 합니다.

 

젤 처음에는 요양보호사!

 

어르신들을 다 밖으로 모셔야 하니 침대에 누워계신 분들을 다 휠체어에 앉히는 작업도 해야 하고, 모든 분들을 다 밖으로 옮기는 일도 해야 하죠.

 

되도록 빠른 시간에 이 일을 끝내야 하는지라 땀도 나고,

숨도 차고 참 정신없는 시간입니다.

 

그 다음은 웨이츄레스.

 

밖에 나오신 어르신들을 위한 음료를 날라야 합니다.

혼자서 못 드시는 분들은 마실 수 있게 먹여드리는 일도 겸해야 하죠.

 

이 날은 요양원 어르신들 뿐 아니라 그분들의 가족들도 참가하는 행사인지라,

쟁반에 음료를 담아서 끊임없이 사람들 사이를 누벼야 합니다.

 

빈 잔을 새 잔으로 바꿔 주는 일도 내일이고,

쟁반에 없는 맥주를 가져다 달라는 가족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합니다.

 

 

저도 사진상 잘 안 보이는 저 뒤쪽에서 함께 춤을 췄습니다.^^

 

음료로 목을 축였다 싶으면 댄서로 활동한 시간!

 

요양원에서 섭외한 DJ이면서 가수 겸 사회자가 등장하면 춤도 춰야 합니다.

 

직원들이 음악에 맞춰서 춤도 추고, 기차놀이 하듯이 줄줄이로 음악에 맞춰,

행진하면서 어르신들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니죠.

 

몇몇 직원은 나름 활동이 자유로우신 어르신과 부르스 비슷한 춤도 춥니다.

흥을 돋우는 시간이니 직원들이 그 임무를 충실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이지만, 일어나서 맘대로 춤을 추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인지라, 휠체어에 앉아서 직원들이 춤추는 걸 구경만 하십니다.

 

이렇게 춤을 추다 보면 저녁이 나오는 시간!

혼자 못 드시는 어르신 옆에 앉아서 음식을 먹여드려야 하니 다시 요양보호사!

 

대부분의 직원들은 시간에 맞게 자기 임무를 바꿔가면서 열심히 일을 하는데..

 

페루에서 온 새 직원은 한 어르신 옆에서 그 분의 손을 잡고는 앉아서는,

다른 직원이 가져다주는 음료를 받아 마시면서 꼼짝도 안합니다.

 

그 옆에는 새로온 실습생도 나란히 앉아서 말이죠.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동료 직원들이 음료 쟁반을 들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다니면 알아서 일어나겠구먼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자기보다 나이도 더 많고, 경력도 더 많은 직원들이 바쁘게 다니는데,

생글거리며 한 어르신 옆에만 앉아있는 그녀를 보다 못해서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지금 다른 직원들 다 쟁반 들고 다니면서 그렇게 앉아만 있으면 어떡해?

우리는 이 행사에 그렇게 앉아있어도 되는 손님이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하는 직원이야,

 

더군다나 네 옆의 어르신은 혼자서 음식을 드실 수 있는데..

그렇게 손잡고 있을 필요는 없지!“

 

내 한마디에 그녀 옆의 실습생은 벌떡 일어나서 뭔가를 하려는 행동을 취하는데..

그녀는 나의 말에도 끄떡하지 않고 저녁때까지 그렇게 앉아서 삐쳤습니다.

 

제가 조금 그렇습니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데, 내 옆에서 노는 꼴을 절대 못 보죠.

 

내가 열심히 하는 만큼 내 동료도 열심히 하기를 바라고, 내 동료들이 나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면 나도 거기에 맞추려고 더 열심히 하는 인간형입니다.

 

그녀는 같은 외국인이고 신입인지라,

더 잘해야 다른 직원들이 동료로 받아들인다고 귀띔까지 해줬건만,

 

일어나서 서빙을 하라는 나의 말을 맛있게 씹어 드신 그녀는 그렇게 내 눈밖에 났습니다.

 

한번 밉게 보면 계속해서 그 사람의 미운점만 보이는 법인데..

같은 외국인이고, 내 또래라고 신경 쓰려고 했던 나의 마음은 접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 근무를 하는 오후!

근무한지 한 달이 넘도록 일에 대해 너무도 모르는 그녀에게 실망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어르신들을 각방의 침대에 모셔다드릴 시간!

나와 근무는 처음이라 그녀가 어디까지 할 줄 아는지 몰라서 물어봤습니다.

 

“너 H부인 침대에 모셔다 드릴 수 있어?”

“응”

“그럼 H 부인 침대에 모셔드리고, 잠자리 봐드려!”

 

그렇게 그녀에게 지시하고 난 다른 어르신들을 침대에 모셔다 드리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녀가 일을 잘했는지 싶어서 그녀가 모셔다 드린 H부인 방에 가보니 잠옷이 아닌 옷을 입고 계십니다.

 

"아니, 왜 옷을 입고 누워 계세요?“

“....”

 

직원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너 침대에 모셔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어?”

“응? 아니”

“방에 오면 화장실에서 잠옷으로 갈아입혀 드리고, 틀니도 닦고, 기저귀도 야간용으로 갈아드린 다음에 침대에 눕혀드려야지.”

“내가 오후 근무는 자주 안 해서..”

“이건 오후 근무를 하고 안하고는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넌 저녁에 자러 갈 때 낮에 입은 옷 그래도 입고 자니? 이도 안 닦고?”

“....”

 

참 어이없는 그녀와의 근무는..

내가 추가로 각방을 찾아다니면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동네 사람인지라 저는 그녀를 요양원이 아닌 곳에서 자주 마주칩니다.

 

동네 쇼핑몰에서도 예쁘게 차려입고 남편과 손을 잡고 다니는 그녀를 보기도 하고,

강아지 산책시키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기도 하고,

동네 슈퍼에서 남편과 장보러 온 그녀의 뒷모습을 목격합니다.

 

매번 그녀를 봐도 저는 모른 척 하고 그냥 지나칩니다.

나와는 다른 인간형인지라 별로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요.

 

처음에는 같은 외국인이고, 또래인지라 친구정도는 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근무하는 모습을 나에게 보였더라면..

행사장에서 내가 한 조언을 듣고, 벌떡 일어나서 다른 직원들이 하는 일을 도왔더라면..

하는 이런 저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근무하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제가 친구를 사귈 기회는 이렇게 저에게 왔다가 갔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0.05 00:00

 

 

저는 외모도 다르고, 발음도 다른 외국인 직원입니다.

그래서 요양원내에서 직원들뿐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차별 혹은 무시를 당합니다.

 

불평하시는 어르신에게 왜 그런지를 설명하고 있으면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닌지라) 어르신은 한마디로 내 입을 닫습니다.

 

“나는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발음이 엉성해서) 못 알아들어.”

 

이런 반응을 하는 어르신들은 “내가 외국인 직원”이여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외국인이어도 좋아 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시력이 약해) 잘 안 보이는 지라 바로 앞에 가야 알아보시는 분들은 나임을 확인하면 손을 잡아주시면서 아는 체를 하십니다.

 

그동안 어디 갔었냐고 묻기도 하시고, 매일 오라고도 하시고!

 

나를 보면 감사하다며 작은 사탕봉투를 주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원래 선물을 안 받지만, 아주 소소한 금액의 선물이고, 또 너무 감사해서 꼭 주시고자 하시는 열망이 강하시면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아 나오기도 합니다.

 

 

내가 받은 목캔디

 

주시는걸 너무 사양하면 그것도 실례가 되는지라,

받아서 사무실이나 휴게실에 놓아 오가는 직원들이 먹게 두기도 합니다.

 

솔직히 나에게 사탕 선물(=뇌물)을 주신 할매는 신경을 더 쓰게 됩니다.

아프시다는 무릎 마사지도 다른 직원이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들어갑니다.

 

할매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나서 말이죠.

 

“다른 직원들은 통증 오일만 바르고는 그냥 나가버려, 당신처럼 성의 있게 발라서 여러 번 문질려서 흡수시킬 때까지 마사지 해주는 직원은 없어.”

 

이런 말씀을 다른 분들께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당신처럼 바르고 제대로 몸이 느낄 수 있게,

제대로 마사지 해주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방에 연고나 오일 등을 발라드리러 내가 들어가면,

어르신들이 아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방에 들어갔는데, 날보고 퉁명스럽게 바라보는 어르신보다는 내 얼굴을 확인하고 활짝 웃으면서 날 반겨주시고, 손을 잡아주시는 어르신들이 더 많으신지라 감사합니다.

 

파킨슨성 치매가 깊어지면 언어장애도 더해집니다.

 

가끔 공격적으로 변하는 할배 한분!

 

내가 복도를 오가면서 웃고, 손도 잡아드리고 한지라..

나만 지나가면 그분도 덩달아 웃으십니다.

 

저녁에 퇴근할 준비를 하면서 할배의 손을 살짝 잡아드리니 할배가 말씀을 하십니다.

 

“당신, 언제..”

“내가 언제 또 오냐구요?”

“그래.”

“저는 이번 주 말고 다음주말에 다시 출근해요.”

 

내 대답을 들으신 할배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셨습니다.

항상 유쾌한 직원이 한참이 지난 뒤에 다시 출근한다니 많이 섭섭하신 모양이십니다.

 

내가 외국인 직원이고, 나름 신경 써서 독일어 발음을 해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일 텐데도..

내가 출근한 날을 기다리시고,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시는 어르신이 있어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일을 해도 날 싫어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들끼리 눈빛을 교환하고, 날 차갑게 쳐다보는 눈빛.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대번에 알아챕니다.

 

이 기능이 아이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죠.

저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그들의 눈빛과 행동으로 압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직원이랑 일을 하게 되는 날은 출근부터 신납니다.

 

힘들어도 서로, 함께, 힘을 모아서 하니 재밌는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요.

반면에 나를 싫어하는 직원이랑 근무를 하면 괜히 주눅이 듭니다.

 

내가 방에서 오래 있음 땡땡이 치느라 오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간병이라는 것이 어르신이 바지에 큰일(?)을 안 보셨으면 몇 분에 끝나지만,

큰일을 거나하게 보신 경우는 그걸 다 정리(?)하느라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다행스럽게 우리 요양원은 저를 좋아 해 주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일 열심히 한다, 어르신께 잘한다, 부지런하다, 항상 유쾌하게 웃어서 좋다.“

 

근무하는 중에 음악이 나오면 제가 춤도 춥니다.

갑자기 두 손을 허공에 올리고 외치죠.

 

“모두 두 손을 위로! 오른쪽으로 흔들고! 왼쪽으로 흔들고!”

 

항상 앉아계신 어르신들인지라 팔 운동을 시킬 요량으로 이런 행동을 곧잘 합니다.

 

나의 이 심하게 유쾌한 성격이 처음에는 거짓으로 보였나봅니다.

처음 실습을 가서 받았던 “실습 판단/결과서”에 저를 이렇게 서술해놨습니다.

 

“상당히 친절하고 일을 잘 하는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행동이 위선같이 보였었나봐.”

 

하긴 이틀 근무를 하는 동안 실습생의 성격을 얼마나 파악했겠냐마는..

그들의 눈에 심하게 유쾌한 실습생의 행동이 거짓으로 보였었나 봅니다.

 

저는 그 거짓으로 보였던 심하게 유쾌한 행동을 3년째 잘하고 있습니다.^^

 

복도를 걸을 때는 팔운동을 할 요령으로 양팔을 휘휘 저으며 걸어 다니고,

(나비냐? 비행기냐?)

 

음악이 나오면 복도를 걸으면서도 두 팔을 휘휘 저어가며 춤을 줍니다.

 

제가 요양원 근무 시에는 참 특이하고 발랄한 캐릭터입니다.

입에 오면 입 대빨 내미는 심술쟁이 마눌이 되지만 말이죠.^^

 

일을 입으로만 하면서 나를 대놓고 무시하고, 사소한 실수를 커다랗게 부풀려서 내 뒷담화를 만들어 나를 깔아뭉개려는 직원들도 있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내가 존경하는 동료들이 나를 “그들이 함께 일하면 좋은 동료직원”으로 인정 해 주고, 같이 일해서 즐겁다고 해주고,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을 해내고 있는지 알아주고!

 

누군가 내 뒤에서 뒷담화를 하면 나서서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도 해 주고,

내가 얼마나 어르신께 살갑게 하는 직원인지, 내가 얼마나 필요한 직원인지도 알아줍니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여전히 힘든 것들도 많지만. 감사한 것들이 더 많습니다

 

나를 (외국인 이전에) 한사람의 직원으로, 동료로, 인간으로, 전문 직업인 요양보호사로 알아주고, 치켜주고,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얼마 전까지 나를 멀뚱거리면서 보고, 퉁명스럽게 대하던 직원이 갑자기 친절해졌습니다.

전에는 봐도 웃지도 않고,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었거든요.

 

“날 싫어하는 부류”였고, “내가 대하기 불편한 직원”중에 한명이던 그녀가..

이제는 날 보면 먼저 웃고, 인사를 할 때 내 이름을 부르면서 지나갑니다.

 

내가 근무를 바꿔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줘서 잠시 친절모드인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그녀도 저를 “함께 일하면 즐거운 직원”으로 생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해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직원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직원이 더 많아서 감사합니다.

 

나를 무시하는 어르신들보다, 나를 인정해주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내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남편이 뒤에 버티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래도 감사한 일이 더 많은 요즘을 살고 있습니다.^^

 

 

다녀가신 흔적은 아래의 하트모양의 공감(♡)을 눌러서 남겨주우~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9.17 00:00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