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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요양원8

내가 처음 겪은 내 고객의 낙상. 요양원 근무는 매번 다릅니다. 많은 일이 일어나서 다이나믹 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감사한 날도 있죠. 나 혼자 근무하는 지층. 다른 층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근무를 하니 무슨 일이 생기면 동료와 의논을 하거나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층은 뭐든지 나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요양원 근무를 하면서 그동안 많은 어르신들의 낙상을 목격했고, 낙상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낙상을 하신 어르신의 맥박을 재는 등의 일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같이 했었죠. 낙상도 여러 종류라 그냥 미끄러지듯이 가볍게 넘어지는 경우도 있고,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어딘가가 심하게 찢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가장 심한 낙상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방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하.. 2023. 7. 25.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오스트리아의 요양원 수준. 어느 날 유튜브에 로그인을 하니.. 이상한 알고리즘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실버타운”관련된 영상들이 주르르 ~ 궁금증에 한번 클릭 해 봤는데, 그 이후로 아주 다양한 종류의 “실버타운” 관련 영상들”이 나를 향해 달려옵니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어 “한국의 럭셔리 실버타운은 다른가?”하는 생각에 한번 클릭 해 봤었죠. 흑수저로 태어나서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른 세계로 보여지는 한국의 럭셔리한 실버타운들. 금수저들은 태어날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렇게 그들의 세계에서만 머물다가 가는 것인지.. 도대체 한달에 얼마를 내고 들어오라는 이야기인것인지.. “럭셔리 실버타운”에서 즐기고 싶은 노후가 손하나 까닥 안하는 삶인가요? 청소 해 주고, 밥 해 주고, 빨래까지 해 주니,.. 2023. 6. 25.
임종을 지켜주는 나의 상사 오늘 또 한 분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어르신 부부가 나란히 한 방을 사용하셨는데, 할배(93세)가 3일 전에 먼저 가셨고, 오늘은 할매(88세)가 가셨죠. 할배는 특별한 지병이 없으셨지만, 할매는 피부암을 앓고 계셨던 분이시라 할배보다는 할매가 더 먼저 가실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할배가 먼저 가셨죠. 돌아가시기 전, 할배는 한동안 식사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요양원에서 제공하는 삼시세끼 대신에 할배가 즐겨 드시는 크래커를 몇 개로 하루를 버티시느라 기운은 없으셨지만, 그래도 직원이 “화장실을 가시자”하면 없는 기운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시곤 하셨는데, 할배는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고! 할배가 생전에 드시던 크래커와 럼이 들어있는 초콜릿은 다 직원들 차지가 됐습니다. 럼 초.. 2023. 6. 16.
내가 요양원에서 가져오는 물건들 나는 가끔 요양원에서 뭔가를 들고 옵니다. 들고 오는 것이 어르신들이 주신 소소한 초콜릿이나 사탕일 때도 있고, 조금 부피가 나가는 것일 때도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소소한 것들이라는 것! 남편은 “선물”이라는 이름이 아니라면 마눌이 요양원에서 들고 오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눌이 요양원에서 가져왔다고 하면 “훔쳐왔다”라 표현하죠. 남모르게 가지고 왔다면 훔쳐온 것이 맞겠지만, 한번도 그런 적은 없었는데 왜 날 도둑으로 모냐고? 마그네슘은 영양제가 맞지만, 그 옆에 있는 건 건강보조제 같은 가루죠. 차가운 물이나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면역을 높여준다나 뭐라나? 여러가지 과일 가루에 여러가지 비타민이 첨가된 쥬스가루? 이건 전부 요양원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근무중에도 가끔 득템하는 기.. 2022. 3. 8.
한국의 요양보호사와 외국의 요양보호사는 뭐가 다를까? 내 직업이 요양보호사이다 보니 가끔 유튜브에서 한국의 “요양보호사” 관련 영상이 올라오면 한번씩 보게 됩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정말로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은 아닌데..” 요양보호사는 집으로 불러서 일을 시키는 도우미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요양보호사 (특히 방문요양)가 도우미처럼 집안 일까지 하던데, 요양보호사가 파출부보다 더 비용이 저렴해서 파출부 대신에 요양보호사는 부르는 걸까요? 오스트리아의 요양보호사의 주된 업무는 간병이 필요하신 분의 신체를 접촉하는 일이죠. 오스트리아에서는 방문 요양도 세개의 직업군이 움직입니다. 간호사, 요양보호사, 도우미가 제각기 하는 일이 다르죠. 간호사는 집을 방문해서 (어르신이 드시는) 약 관련된 것을 확인하고, 몸에 난 상처를 봐주고, 필요한 것들을 확인하고 .. 2021. 12. 29.
동료에게 해준 나의 진심 어린 조언 나는 근무를 들어가기 전에 항상 그날 나와 근무할 직원의 이름을 살핍니다. 어떤 직원은 함께 일하기 편하고 좋은 직원이지만, 어떤 직원은 이름만 봐도 한숨이 나오죠. 상대가 외국인, 내국인을 떠나서 일을 하는 직원의 근무 태도에 따라 내 근무가 편해지기도 하니, 근무하는 날 꽤 중요한 것이 내가 어떤 직원과 근무하느냐이고, 또 몇 명이 근무 하느냐에 따라서 근무 환경이 달라집니다. 보통 층마다 근무하는 직원의 수의 차이가 있거든요. 12명이 사는 1층에는 요양보호사 한 명이, 18명이 사는 2층에는 간호사 1명에 요양보호사 2~3명. 26명이 사는 3층에는 간호사 1명에 요양보호사 3~4명. 직원이 5명이나 되니 근무가 조금 편했던 날. 같이 근무하던 아프가니스탄 아저씨, A가 계속해서 동료 직원 M에 .. 2021. 12. 11.
놀라운 그녀의 생존력 지층(한국의 1층)에 근무를 하는 날은 혼자서 12분을 케어 해야 합니다. 오전에는 간병을 하느라 방마다 누비고 다녀야 하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의 1시간의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근무에 복귀하면서 어르신들께 드릴 커피랑 떨어진 물품들을 챙겨서 다시 지층으로 내려가죠. 점심시간을 마치며 지층에 가져갈 물품들을 카트에 담았습니다. 궁디를 닦을 물수건도 몇 팩 챙기고, 그외 어르신들께 나눠드릴 커피 & 우유와 주스를 마실 컵 등도 챙기고 내가 사용하는 수술용 장갑도 챙기고.. 여러가지 물품을 챙기면서 지층에 가져갈 과일도 조금 챙겼습니다. 과일 바구니에 담아놓으면 어르신들이 오가시다가 드실 수 있게 말이죠. 문제는 내가 카트를 놓은 곳이 우리 병동의 식탐 여왕 N여사가 지나가는 길목. N부인 이야기.. 2021. 7. 14.
요양원에 사는 여왕의 하루 사람들은 요양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버려진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곳” “직원들이 노인들을 마구 학대하는 곳” 세상은 넓고, 또 요양원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수도없이 많으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요양원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근무를 하는 요양원은 그런 곳은 아닙니다. 우리 요양원에는 특이하게 여왕님이 사시죠. 아니, 요양원에서 어떻게 여왕의 삶을 살 수 있는지 의아하시겠지만.. 그녀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정말 여왕입니다. 자기 손하나 까닭 안하고 직원들을 자기 몸종 부리듯이 하죠. 최근에는 제가 그 여왕님께 한마디 했었습니다. “N부인, 방귀를 뀌는 건 자연적인 현상이라 피할 수 없지만, 최소한 작은 공간(화장실)에서 직원을 옆에 두고 방귀를 꼈으면 “실례합니..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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