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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요양원이야기15

요양원에는 도둑이 산다 오스트리아의 요양원은 대부분 1인실이라 그 방을 자기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자기 방이니 외출을 할 때는 문을 잠그고 열쇠는 목에 걸고 다니죠. 물론 직원들이 가지고 다니는 열쇠로 모든 방을 다 열수는 있지만, 문을 잠그고 나가셨던 어르신이 오셔서 문을 직접 여실 때까지 직원들은 기다려드립니다. 어르신들의 방은 집에서 사용하시던 가구들을 가지고 와서 세팅하는 경우도 있고, 거실을 통째로 가지고 와서 집에서 살던 그대로 인테리어를 해놓고 사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2인실을 사용하시는 경우도 자기만의 옷장이 있고, 방의 절반은 자기 공간이니 자신이 집에서 사용하던 소파나 개인적인 물건들을 놓아두시죠. 2인실을 사용하시는 병실에서는 가끔 “도둑질”이야기가 나옵니다. 치매 할머니가 당신과 같은 방을 쓰시.. 2023. 9. 5.
나의 첫 요양원 철야 근무 한국의 요양원은 어떤 식으로 근무를 하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오스트리아에 있는 요양원은 다양한 근무 체계가 있고, 내가 근무하는 곳은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고, 직원들은 2교대 체재죠. 요양원에 따라서 모든 직원들이 주, 야간 근무를 정해주는 대로 무조건 해야하는 곳도 있지만, 우리 요양원은 희망자만 철야근무를 합니다. 철야 근무는 약간의 추가 수당이 지급되지만, 낮에는 5~6명이 근무하는 병동을 밤에는 혼자서 다 커버해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 나는 철야 근무는 하지 않았죠. 혼자서 밤새 50~60여명의 어르신을 관리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밤사이 낙상하신 분이나 치매로 건물 밖을 나간 어르신이 계신다면 그날 철야 근무는 그야말로 헬이 되는 거죠. 나는 추가 수당도 관심이 없고, 또 혼자서.. 2023. 8. 12.
나의 빡셌던 요양원 근무, 2시간 오스트리아의 요양원들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이 제각각입니다. 다른 요양원은 8시간 근무로 3교대를 한다고 하던데, 우리 요양원은 하루 10시간 근무로 2교대 체제입니다. 아침 (7시/ 7시30분/8시/9시)에 출근에서 점심시간 포함 11시간 후인 저녁에 퇴근하는 낮 근무가 있고, 저녁 (8시)에 출근해서 아침 (7시)에 퇴근하는 밤(철야)근무가 있죠. 다른 요양원 같은 경우는 철야근무도 꼭 해야 한다고 하던데, 다행히도 우리 요양원은 원하는 사람만 철야근무를 합니다. 철야근무를 하면 30유로 정도 추가 수당이 붙는다고 하지만, 혼자서 밤을 새면서 50~60여명의 사람들을 책임진다는 것도 부담이 되고! 혹시나 낙상을 했거나 요양원을 탈출(?) 하신 분이 계시면 경찰서나 구급차를 불러야 하는 일들도 있고, 사망.. 2023. 5. 11.
요양원은 처음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우리 요양원. “오고 가는” 의미는 다 아시겠죠? 인생의 마무리를 하는 요양원이다 보니 집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운 사람들은 오고, 삶을 다한 사람들은 하늘로 가는 거죠. 최근에 몇 분이 돌아가시고, 방이 비자 마자 바로 들어오신 T할배. 어눌한 말씨와 음식을 먹을 때 흘리시는 걸 보니 뇌의 혈관에 문제가 있으셨던 분! 요양원에 새로 어르신이 오시면 저는 그분들의 병명을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내가 하는 일이 어르신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드리는 일이니, 어르신께 “당신은 무슨 병이냐?” 여쭙는 일은 없죠. 물론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에는 병동 어르신들의 모든 신상이 있습니다. 나는 읽어도 모를 전문 용어로 쓰여진 병부터 나도 아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까지. 재밌는건 어르신들이 가.. 2023. 4. 19.
연방 정부에서도 준비하는 정전사태, Blackout블랙아웃 5개월간의 장기 휴가를 떠날 날이 코앞이지만, 그래도 직원이라 한두달에 한번씩 있는 직원 회의에 참가를 했습니다. 직원 회의에서는 요양원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직원들이 알아야 하는 일들과, 조심해야하는 공지들이 주로 언급되죠. 우리 요양원 주변은 요새 아주 소란스럽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요양원 옆의 공원 부지에 새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은 이미 발표된 상태였지만, 러시아 전쟁으로 모든 것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라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공사비가 30% 이상이 더 든다고 해서 당분간 새 건물을 짓는 공사는 안 하는줄 알았는데, 애초에 계획했던 날짜보다는 몇 달 미뤄졌지만, 2년 계획의 새 요양원 건물 공사가 드디어 시작됐죠. 가을에는 노란 낙엽이 떨어진 공원을 보는 것이 근무중 즐길 수 .. 2022. 10. 20.
내가 하지 못한 신문 심부름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가끔 직원들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십니다.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부탁하는 얄미운 경우도 있고, 당신이 하실 수 없는 일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고수하고 있는 태도는 “나 몰라라~” 근무 시간인 경우에 어르신을 모시고 밖에 나가는 건 근무중이니 가능하지만, 근무를 하지 않는 개인시간에 어르신의 심부름을 해주는 직원은 드물죠. 어르신의 가족이 하나도 없는 경우에는 필요한 물건을 위해 직원이 자신의 쇼핑을 할 때 물건을 사오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외는 어르신의 가족이나 어르신의 법정대리인에게 이야기를 하는 정도죠. 가족이 없는 경우도 법적으로 대리인이 있어서 어르신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만 하면 사다 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의 돈만 탐내는 친자식보다 .. 2022. 9. 15.
떠나갈 사람들 이승에서의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는 곳, 요양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사시는 곳이라, 어르신중 한 분이 하늘나라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별로 놀랍지 않죠. 오랫동안 와상환자셨다면 “잘 가셨네.” 가 직원들의 반응. 보통은 한 분씩 가시는 하늘나라인데, 이번에는 두 분이 가실 준비를 끝내셨죠. 두 분은 정말로 삶의 끝에 도착을 하신 상태라 숨만 쉬고 계신 상태. 그중 한 분은 지난 7년동안 나와 자주 산책을 다니셨던 중증장애 H할배. 세계 2차 대전 중에 히틀러는 유태인 뿐 아니라 외국인, 집시, 3주이상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자국민 동성애자들과 순수혈통이지만 장애를 가진 자국민도 가차없이 다 수용소의 가스실로 보내 버렸죠. 위 설명 중 “외국인 노동자”는 독일에 일하러 온 이주 노동.. 2022. 9. 9.
요양원 직원이 주는 작은 보상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듯이 요양원도 그렇습니다. 두 손 멀쩡해서 느리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요양보호사를 몸종 부리듯이 부리는 어르신들이 태반이죠. 먹는 건 “드시라” 소리 안 해도 눈 앞에 보이는 건 다 입으로 가져가는 거구의 I부인. 아래 이야기에 나오는 감자칩 할매가 바로 I부인이시죠. http://jinny1970.tistory.com/3544 요양원을 방문하는 이런 자식, 저런 자식 요양원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을 보게 됩니다. 본다기 보다는 관찰이라는 표현이 맞겠네요. 특히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의 자식이나 친척들이 어르신을 방문해서 그분들 jinny1970.tistory.com I부인께 화장실에 가시자고 하면 변기 앞에 가만히 서서는 두 손.. 2022. 7. 14.
요양원에서 주인 없는 물건을 만났다 혼자서 11명의 입주민을 책임져야 하는지층 근무. 어르신들의 몸을 씻겨드리는 오전 간병을 끝내고, 점심을 먹을 식사용구를 준비하면서 똑같이 생긴 수저들 사이에 조금은 다른 수저를 만났습니다. 그 수저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수저의 주인이 우리 요양원에서 사시다 가셨지..” 몇 년 전에 보스니아 출신의 어르신 내외가 우리 요양원에 들어오셨었습니다. 할배는 오스트리아에서 돈을 버셔야 했으니 그나마 독일어로 의사소통을 가능한데, 집에서 살림만 하셨던 할매는 독일어로 의사소통의 거의 불가능한 상태. 내외분이 한방에 계시니 아쉬운 대로 할배가 할매를 대신해서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해주셨는데, 할배는 1년을 넘기지 못하시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요양원에 오실 때 “온몸에 암이 전이된 상태라 시한부 .. 2022. 6. 20.
참 헷갈리는 오스트리아의 코로나 정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with Corona”시대. 백신 주사는 꼭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리 병동의 한 어르신은 “우리가 실험실의 토끼냐?” 하시길래 백신주사를 거부하시려나 보다 했었는데, 백신주사를 젤 먼저 맞아서 나에게 배신감까지 안겨주시기도 했었죠. 몸이 불편해서 직원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지만, “실험실의 토끼”가 되서라도 오래 살고 싶으신가부다..로 이해를 했었습니다. 내 주변에는 백신주사를 3차까지 맞고도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한번 감염된 직원은 내성이 있을텐데도 계속해서 두어 번 더 확진 판정을 받아서 집에서 격리를 하는 직원도 있죠. 백신주사를 맞아도 코로나 감염이 안되는 건 아니니 어떻게 보면 “맞으.. 2022. 4. 5.
외국인 실습생의 위험한 자존감 요새 우리 병동 직원들의 입에 제일 많이 오르는 사람은 실습생,F. 자신이 아직은 배우고 있는 실습생이라는 걸 망각한것인지 초보 정직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도하고, 또 안해도 되는 말을 하고 다녀 구설수에 휘말려 있죠. 많고 많은 소문 중에 가장 현실적인 것은 그녀의 “독일어 실력” 외국인이라 발음이 새는 건 어쩔수 없다쳐도 어휘력도 딸리니 자연히 그녀가 할수 있는 대화도 짧을 수밖에 없고, 그녀의 발음을 못 알아듣는 어르신도 많지만, 그녀가 말할 때마다 “뭐라고?”하는 동료들도 있죠. 본인은 이제 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이라 당연히 정직원으로 계속해서 일을 할거라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녀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동료들이 꽤 많죠. 저녁 8시까지 하는 늦은 근무라 같이 근무하.. 2022. 3. 30.
나도 궁금한 외국인 실습생의 미래 요즘 우리 병동 사람들은 모이면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나도 외국인 신분이라 남의 일 같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그녀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가 내 생각보다는 심히 심각합니다. 요즘 말이 많은 사람은 우리 병동의 한 실습생, F죠. 실습 1년차가 넘으면서, “간호조무사 시험”까지 치뤘고, 이제 곧 직업교육을 마치는 모양인데, 그 실습생을 직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동료들이 꽤 회의적입니다. 나의 실습생 시절 나의 멘토 이자 선생님이기도 했던 안드레아. 지금은 동료로 근무를 하지만, 나에게는 영원한 멘토이죠. 원래 남의 이야기를 잘 하지않는 그녀에게서 처음 듣게 된 F 이야기. (안드레아가 다른 동료들이랑 하는 이야기를 그 옆에 있는 내가 주어 듣게 된거죠) “난 F와 함께 근무를 하라면.. 2022. 1. 27.
내가 들어줘야만 하는 부탁 살다 보면 참 다양한 종류의 부탁들을 내가 하게 되고, 또 들어주게 되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요새 많이 받는 건 근무를 바꿔달라는 요청. 내가 흔쾌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들도 있지만, 나는 싫은데 어쩔수없이 해 줘야 하는 경우도 있죠. 애초에 근무를 바꿔줄 마음은 없었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근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기분 좋게 바꿔준 경우는 몇 번 있습니다. “딸내미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온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런 방문을 하겠다고 하는데, 멀리 사는 딸이 엄마에게 간만에 손주를 보여주겠다는 기회를 뺏을 수는 없죠. 이런 경우는 근무를 바꿔줍니다. 그냥 대놓고 근무를 바꿔 달라고 해서 그날 당사자의 근무표를 보면 자기가 일하기 싫은 층이나 힘든 층에 배정된 경우 바.. 2022. 1. 13.
3주만의 출근 그리고 돌아가신 분들. 어제 우리 병동의 책임자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병동의 전화번호가 찍히는 전화라면 대부분은 “근무를 해 줄 수 있냐는 부탁!” 역시나 예상대로 “내일 근무가 가능하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근무할 직원이 없으니 나에게 전화를 해 온 거죠. 누군가 부탁을 해오면 바로 대답하지 말라는 남편의 조언이 있었으니 약간의 시간을 달라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죠. 남편에게 “내일 근무를 가야할 거 같다”고 하니 결사반대!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근무도 아닌 날 굳이 갈 필요가 있나? 하루라도 더 늦게 근무를 가는 것이 좋은 거 아니야?” 남편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병동에 근무할 직원이 없으니 나에게 부탁을 해온 것일텐데.. 하는 마음에 근무를 가겠다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3주하고 이.. 2021. 10. 11.
누구를 위한 과일일까? 우리 요양원에는 매일 어르신들께 배달되는 아침메뉴 카트에 과일이 실립니다. 사과, 배, 키위, 오렌지, 포도등 계절에 따라 과일들이 실리기는 하지만, (어르신들이 특별히 요구하지 않는 한) 과일을 어르신께 드리지는 않습니다. 생각 해 보니.. 우리가 각방의 어르신께 아침메뉴를 말씀 드릴 때는 과일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흰빵/검은빵/통밀빵중 어느 것을 드실래요?“ “버터와 잼을 드릴까요? 아님 발라먹는 스프레드(치즈, 간, 초코)를 드릴까요?” “커피와 차중 어느 것을 드릴까요?” “커피에 설탕과 우유는 넣어드릴까요?” “오늘은 삶은 달걀/슬라이스 치즈/ 햄이 있는데 추가로 드릴까요?” 매일 하는 질문중 과일에 대한 질문은 없습니다. 사실, 이런 통 과일을 드려도 그냥 드시지는 못합니다. 최소한 썰거나,.. 2018.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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