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요양원에는 외국인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라고 해도, 외모적으로 차이가 나는 동양인이나, 피부색이 다른 경우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지만, 같은 백인들인 유럽 사람들은 발음에서 완벽하다면 잘 모를 때도 있습니다.

 

발음에서 오는 원어민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로 굳이 묻지 않아도 외국인임을 구분하죠.

이것도 살다보니 생긴 노하우인거 같습니다.^^

 

다른 병동에는 외모적으로 구분이 되고, 발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외국인이 꽤 있는데..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는 같은 요양보호사로는 나 말고는 아프가니스탄 남자가 있습니다.

그 외 가끔 바뀌는 청소부가 외국인이죠.

 

몇 달 전에 들어온 청소부는 루마니아 여자입니다.

평소에는 유니폼을 입고 병동의 이방 저 방을 쓸고 닦고 다니는 그녀.

 

처음에 왔을 때는 다른 (요양보호사)직원들한테 말도 못 걸더니..

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대화도 하고 합니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직원“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잘 차려입고 와서 그녀를 보는 직원마다

”오~ 너무 달라보여.“ 했었습니다. 하이힐에 검정색 파티의상을 입고 왔었거든요.

 

평소에 청소부 유니폼만 입은 그녀를 봐온 직원들이 놀랄 말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를 보고 말한 직원들 중에는 비꼬는 뉘앙스로 말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우리 요양원 제일 말단직에서 청소나 하는 주제에 제일 근사하게 차리입고와?”

 

이렇게 시샘어린 눈길로 쳐다보는 직원들도 꽤 있습니다.

 

자기는 그냥저냥 평범한 옷 입고 왔는데,

미모도 뛰어난 젋은 아낙이 삐까번쩍하게 차려입으니 완전 여배우 같았거든요.

 

그 파티 이후에 요양원에서 보는 그녀는 항상 유니폼 입은 청소부.

외국인들이 제일 처음 시작하는 직업이 말이 필요 없는 “청소일”입니다.

 

저도 오스트리아에 처음 와서 한일이 바로 청소였거든요.

얼마 전에 그녀에게 “직업교육”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청소말고 직업교육 받아서 하임힐패(도우미)나 요양보호사가 될 생각은 없어?”

“그럴 생각은 있는데..”

“그럼 도우미 직업교육을 받아봐, 넌 이미 이 회사의 직원이니 직업교육을 받으면 청소가 아닌 도우미 일도 할 수 있을거야. 월급도 훨씬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이고)..”

 

물론 괄호 안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외국인인 그녀도 알았을 겁니다.

 

외국인이여서 청소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직업교육을 제대로 된 직업을 찾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길이며, 이 나라에 정착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같은 외국인으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한번 해준 적이 있었죠.

 

오전 10시, 15분간의 휴식시간!

이 시간에는 사무실에 들어와서 간식을 먹는 시간입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너무 이른 시간에 먹으면 배가 고픈 시간이죠.

사무실에 간식을 챙기러 왔던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해옵니다.

 

 

 

아마도 현관에 붙어있는 5월의 회사야유회 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본 모양입니다.

 

“너 5월에 회사 야유회 가?”

“응”

“나도 가고 싶은데 래프팅 하는 건 무서워서, 그리고 내가 아는 직원도 없고.”

“내가 체스키 크롬로프 오가면서 그 강을 봤는데, 래프팅 할 정도로 센 물길이 아니야,

그냥 보트타고 물 길 따라 간다고 생각하면 되는 정도야.”

“나는 아는 직원도 없어서.. 그래서 안 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가라고 하네.”

 

외국인들의 특징입니다. 괜히 주눅이 드는 거죠.

가도 개밥에 도토리가 될 것 같고, 혹시나 못 어울리고 혼자 튈까봐 걱정도 되죠.

 

“야유회는 1년에 딱 한 번 갈 수 있고, 그날은 야유회를 가지만 일한 걸로 시간처리가 돼. 그리고 야유회 가면 점심 값도 따로 20유로 챙겨줘. 그걸 왜 안 가? 가야지.”

“그래도 모르는 직원들이랑 가는 것이...”

“야유회를 간다고 꼭 직원들이랑 같이 붙어있을 필요는 없어.”

“응?”

“나 작년 5월에 잘츠부르크 갔다 왔는데, 중간에 자유 시간에 나 혼자 돌아다녔어.”

“왜?”

“담배 피우는 직원들은 어울려서 담배 피우러 카페로 가는데, 담배도 안 피는 내가 거기 따라가서 간접흡연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그랬어. 같이 갔다고 해서 같이 뭉쳐 다닐 필요는 없어. 그냥 너대로 그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야.”

“그러는 거야?”

“네가 담배를 피우면 같이 어울려서 카페로 갈수도 있겠지.”

“담배 안 피는데..”

“그럼 그냥 자유 시간에는 너대로의 시간을 즐겨, 그리고 야유회는 다른 지점의 직원들도 함께 가는 거라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 투성이야.”

“그래?”

“시간이 되면 굳이 빼지 말고 가! 나도 이번에 가니까.”

 

 

 

휴게실에 걸려있는 올해 야유회 일정을 그녀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저기에 있는 일정표보고 맘에 드는 야유회 신청해. 그런데 알지? 몇 달 전에 그날 야유회 가겠다고 일정표에 적어놔야 다른 (청소부)직원들이랑 겹치지 않고, 야유회를 갈수 있어.”

“그래?”

“그럼, 다른 직원이 그날 희망휴무나 야유회를 가겠다고 이미 써놨으면 너는 기회가 없지. 그날 일을 해야 할 테니...”

“아, 그럼 빨리 확인해야 되겠네.”

“그렇지, 그리고 5월 야유회가 안 되면 9월에도 있고, 12월에도 있으니 그날 야유회를 갈수 있게 미리 신청해.

“알았어. 고마워!”

 

그녀는 대화를 마치고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챙긴 후 청소부들이 쉬는 곳으로 갔습니다.

 

사회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그녀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을 봤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내가 외국인이여서!”

 

이런 생각으로 산 세월이 꽤 됩니다. 직원들과 일할 때는 내가 튀지 않고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배려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소심한 행동은 안하는 거 같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되는 것이고..

나랑 함께 할 사람이 없으면 그 시간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으면 되는 것이고..

 

솔직히 야유회를 가도 나랑 취향도 안 맞는 직원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에 앉아서 담배 피는 것이나,

뭐 사는 직원들 뒤를 따라다니면서 내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고!

 

어떻게 보면 “독불장군”혹은 “나 혼자 산다.”식의 방식이 살다보니..

이것이 제일 편한 외국인이 살아가는 방식인거 같습니다.

 

나와의 대화가 그녀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나처럼 “내가 외국인이여서”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외국인 직장인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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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 4. 18. 00:00
  • Favicon of https://korea6.tistory.com BlogIcon 호건스탈 2019.04.18 00:59 신고 ADDR EDIT/DEL REPLY

    프라우지니님 외국인이다 보니 현지인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는 것 같습니다.프라우지니님적극적으로 도와 주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프라우지니님언제나 파이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8 03:29 신고 EDIT/DEL

      외국인과 현지인사이에는 언제나 벽이 있더라구요. "외국인은 그저 일만 열심히 하는것"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 알려줬습니다. 괜히 잘못 수다떨면 구설수에 오르기도 쉬운것이 여자들 많은 직장의 특징이거든요.^^;

  • 2019.04.18 02:1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8 03:31 신고 EDIT/DEL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별거 안되는것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고, 도움받는것이 당연한듯 생각하는 경우에는 일부러 안 도와줍니다. 자신이 노력도 안하고 주변사람들이 당연히 도와줄거라고 생각하는 인간형들도 많거든요.^^;

  • 시몬맘 2019.04.18 04:47 ADDR EDIT/DEL REPLY

    저도 외국인이니까.. 라는 생각때문에 시도조차 않했던것이 많았던것같아요.. 괜히 소심해지고요.. 자국인들 사이에서도 주눅들지않고 묵묵히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쪄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4 신고 EDIT/DEL

      외국인이라 소심해질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기네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면 내말을 알아들어놓고도 (내 발음 혹은 내가 사용한 비슷한 의미의 다른 단어때문에) 내말을 못 알아듣겠다고 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

  • BlogIcon 선경 2019.04.18 05:59 ADDR EDIT/DEL REPLY

    요즘 얼마 안되는 오스트리아 생활에서 가끔 섭섭함과 감사함을 오가며 이게 차별인가 싶기도하다가 나의 자격지심인지 혼자 마음 고생을 오가다 이글을 보니 괜한 나의 고민이었나 나만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 하고 위로가 되는 글입니다. 이제 첫걸음 나아가는 앞으로 더 많은 날이 남은 저에게 이곳생활에 지침서 같은 이야기로 많은 의지가 되어서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2월말경에 보낸 이삿짐이 어제 린츠에 도착했지만 부활절 연휴로 다음주에나 받는 ...저희는 사실 두달 가까이를 침낭과 간단한 캠핑 용품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저희 남편도 만만치 않은 깍쟁이거든요. ㅋㅋ 이번주말 다음주 수요일이 남편생일이어서 저의 비상금으로 타이푼으로 외식하러 나갑니다. 항상 감사하며 지니님을 응원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6 신고 EDIT/DEL

      타이푼에 가보시면 만족하실꺼예요. 단 9,90유로짜리 뷔페는 월~금요일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고, 주말이나 저녁시간에는 재료를 갖다주면 프라이팬에 볶아다가 갖다주는 럭셔리 뷔페밖에 없으니 참고하시구요.^^

  • 가을여행 2019.04.18 09:01 ADDR EDIT/DEL REPLY

    저의 여동생도 20여년전쯤 호주로 유학갔다가
    싱가폴 유학생과 국제결혼하여
    지금은 15년전에 싱가폴에서
    정착해서 외국인으로 살고 있어서
    국제커플 블로그보면 남의 이야기 같지않습니다
    나이먹어 한국이 그리운지 1년에 한번은
    무조건 오더라고요^-^
    여동생은 블로그하지 않지만
    국제커플 블로그보며 같은 고민을
    했겠구나 싶어요.. .
    요즘 동영상에 푹 빠져 사는데
    거의 1번타자로 보는것같아요.
    지니님 동영상 올리면 바로 알림 울리게
    해놔서요 ㅋㅋ
    완손 사용하는거보고 감탄했어요
    명이나물 지니님 화이팅~~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8 신고 EDIT/DEL

      제가 양손잡이입니다. 글씨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당연히 왼손으로 썼지만, 그당시에만 해도 왼손을 쓰면 "찐다"라는 인식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끝까지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게 만드셨죠. 그리고 가위도 왼손잡이용이 없어서 오른손을 사용하고요. 그외에는 다 왼손을 쓰는거 같아요.^^

  • Favicon of https://keijapan.tistory.com BlogIcon 일본의 케이 2019.04.18 09:26 신고 ADDR EDIT/DEL REPLY

    그러게요,,외국에서 살면,,다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9.04.18 11:25 신고 ADDR EDIT/DEL REPLY

    한국에 사나 외국에 사나
    사람은 다 거기서 거깁니다.
    맡은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일하러 온건지 놀러온건지 헷갈리는
    사람도 있고...
    찾을때마다 자리에 없는 사람
    도대체 근무시간에 어디가서 뭘하는지 미스터리라는...
    그저 나는 내 갈길간다!!!
    하는 맘으로 내 일만 열심히 합니다.
    지니님도 저랑 같은과 같네요.ㅎㅎ
    .
    .
    그리고 유투브 중국뷔페식당에 가신것 봤는데 아이스크림 담아서 찹쌀도너츠 가지러 가실때 뻥취기를 본것 같은데
    혹시 맞다면 다음엔 아이스크림 뻥튀기에 발라서 먹어보세요.맛있어요.ㅋㅋㅋ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19 신고 EDIT/DEL

      그건 중국식당에 가면 다 있는 그런 새우맛(인가? 안 먹어봐서..) 튀긴 과자인거 같은데, 저는 안먹는 종류거든요. 다음에 한번가면 오틸이님의 조언대로 한번 먹어볼께요.^^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9.04.19 11:07 신고 EDIT/DEL

      새우맛은 노~노~~ㅠㅠ
      한국 쌀뻥튀기라야 맛나요.ㅎ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20 05:32 신고 EDIT/DEL

      그러니까요. 그래서 제가 중국식당에 나오는 기름에 튀긴 뻥튀기를 안 좋아합니다.^^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04.18 13:11 신고 ADDR EDIT/DEL REPLY

    일본에 있으면 외향이 비슷해서 제가 외국인인것을 자주 잊습니다. 근데 거기는 확 차이가 나니까 좀 더 외로움 같은 소외감 같은게 더 생길거 같아요. 저도 문득 내가 외국인이어서? 라는 느낌이 올때가 있으니까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21 신고 EDIT/DEL

      제가 제일 부러웠던것이 백인처럼 생긴 외국인입니다. 러시아,동유럽쪽에서 온 사람들은 생긴것이 비슷하니 입만 열지 않으면 현지인인줄 알죠. 저 에어차이나타면 승무원들이 중국어로 말겁니다. 생긴것이 똑같으니 말이죠.ㅋㅋㅋㅋ

  • 호호맘 2019.04.18 13:39 ADDR EDIT/DEL REPLY

    댓글에 지니님 말씀 하신것처럼 선의로 도움의 손길을 보냈지만
    정작 받는 당사자 본인은 권리로 아는 경우가 있죠
    참 어이없는 경우더라구요
    낯선 직장에서 외로웠을 직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신
    지니님 심성이 참 따뜻하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04.19 05:22 신고 EDIT/DEL

      선의도 적당히 상대방이 "부탁"같은 뉘앙스를 풍길때 혹은 말할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주는것이 좋겠더라구요. 괜히 먼저 나섰다가는 고맙다는 소리도 못듣고, 오지랖넓은 인간이라 낙인 찍힙니다.^^;

  • Favicon of https://dreambig1215.tistory.com BlogIcon dbig1215 2019.04.20 18:57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 너무 잘 쓰세요. 잘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dreambig1215.tistory.com BlogIcon dbig1215 2019.04.21 03:25 신고 ADDR EDIT/DEL REPLY

    전 이제 시작했답니다. 언제나 이런 경지에 오를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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