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요양원에 10명 내외의 실습생이 있습니다.

 

2년 혹은 3년간의 직업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실습요양원이 있어야 합니다.

요양원에서는 저렴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 실습생이 오겠다고 하면 대환영이죠.

 

실습생중 절반은 3년 과정의 간호사 직업교육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2년 과정의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데...

 

실습생들이 들어온 시기도 다양해서 직업교육이 끝나가는 사람도 있고, 중간쯤인 사람도 있고,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습생 시절에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합니다.

 

지정된 멘토외에도 함께 근무하면서 직원들이 실습생의 일하는 태도 등등을 관찰하고, 일하는 태도가 영 아니다 싶으면 직업교육중에 실습생을 잘라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업교육을 이어갈 수 없는 거죠.

 

내가 발음이 튀는 외국인 직원이라 동료 직원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날 은근히 대놓고 무시하는 듯 한 태도를 취하는 실습생들은 쳐다봐도 인사도 안하고 그냥 쓱 지나칩니다.

 

(나는 그들의 멘토도 아니니 그들이 나에게 인사를 안한다고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현지인들도 어려워서 중도 포기하는 그 직업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외국인인) 내가 그들(실습생)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기 싫은 걸까요?

 

저도 2년 동안 실습생 생활을 하고 정 직원으로 넘어온지라..

실습생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나름의 노하우도 알려줍니다.

 

사실 노하우까지는 살짝 귀띔을 해준 거죠.

 

무조건 몸 사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

우리병동에서 직업교육 중에 탈락시킨 실습생이 이미 둘 있으니..

 

이 정도의 귀띔이면 굉장히 큰 정보입니다.  실습생 주제에 어설프게 몸 아끼면서 일하다가는 직업교육 중간에 고생만 하다가 그만두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니 말이죠.

 

몇 되는 실습생 중에 하나인 J.

내 귀띔 때문인지 직원들 사이에 일을 참 잘하는 실습생으로 칭찬을 듣습니다.

 

실습생인데도 자기 몸 아끼려고 이리저리 일을 피해가는 정직원보다 훨씬 일을 잘합니다.

 

요새는 예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직원이 근무를 하는데, 실습생이라도 하나 같이 일하게 되면 직원들은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해야 하는 일은 나눠서 할 수 있으니 말이죠.

 

물론 직원들 중에는 자기들은 수다만 떨어대고, 호출 벨이 울리면 실습생을 뺑뺑이 돌리는 왕재수들도 있지만, 이런 것들도 실습생이 다 겪어야 하는 일중에 하나죠.

 

J와 근무를 하는 날이었는데..

근무 중 잠시 짬이 나서 그녀의 학교생활을 물어봤습니다.

 

제가 나온 카리타스 학교를 다니고 있고, 내가 배웠던 과목의 선생님도 같다는 그녀시험이 낼 모래인데 아이가 아파서 돌봐야했고, 요양원에 실습도 와야해서 공부를 못했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일 열심히 하는 J가 내 맘에 들었던지라 그녀에게 약간의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제일 어렵다고 하는 과목의 (내가 봤던 답이 있는)시험지를 보내줬죠.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우리 반에 이런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한 두 학기 더 빨리 시작한 (선배)반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이미 본 시험지를 얻어옵니다.

 

게으른 선생님들은 매번 다른 시험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한번 낸 문제들을 반복해서 내니 선배 반에서 얻어온 시험지에 나온 답만 알고 있음 시험을 수월하게 볼 수 있거든요.

 

그렇게 컨닝하면 따로 공부할 필요 없이 점수가 잘 나오겠지만, 나중에 졸업을 앞두고는 더 힘든 거죠.

 

졸업시험은 제비뽑기로 내가 풀 문제를 내가 뽑는데, 머릿속에 든것이 없이는 불가능한 시험이죠.

 

선배 반들을 돌면서 시험지 구걸을 다니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난 선배의 시험지 도움도 없이 매번 죽도록 외워서 시험을 봤습니다.

 

그렇게 내 노력과 시간이 들어있는 시험지는 직업교육이 끝난 지금도 소중하게 가지고 있죠.

 

그녀가 필요한 과목의 시험지를 보내주니 그녀는 시험지에 없는 다른 기출문제를 요구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느라 일부러 컴퓨터 파일을 다 뒤져야 했지만...

애초에 내가 먼저 주겠다고 한 도움이여서 감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정보를 나는 일부러 찾아서 보내줬는데,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정보만 챙겨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죠. 요양원에서 봐도 나와 근무가 같은 층에 걸리지 않는 한 일부러 찾아와서 인사하지는 않습니다.

 

오가다 얼굴이 마주치면 안녕~하는 정도입니다.

그렇게 요양원에서 봐도 별 말을 안 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 (제 성입니다. 친하지 않는 몇몇 동료들은 절 이렇게 부르죠.)

 

너 혹시 트롬보제(혈전증), 콘트락투어(경직), 체온에 관한 정보(기출문제)있니? 우리 시험이 있어서.

 

나에게 뭘 맡겨놓은 사람처럼 요구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문자를 보내서 보내줘!하면 보내줄 만큼 친하지도 않는데..

 

나는 아이가 아파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그녀를 도와줄 생각으로 한번 준 도움인데, 그녀는 지금 나에게 달라고 손을 벌리네요.

 

내가 전에 보내준 기출문제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인사도 없더니만,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기출문제를 달라니..

 

그녀가 얄미운 것도 있었지만, 공부는 직접 해야 머릿속에 남는 것도 있는 거죠.

그래서 없다고 답변을 보냈죠.

 

미안해. 컴퓨터 파일들을 다 지워버렸어.

 

J는 아쉽다는 답변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동안 카리타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다시 보고, 또 봐야하는 것들입니다. 까먹는 것들은 다시 찾아보고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모든 기출문제나 책들은 버릴 수가 없는 자료들입니다.

 

아마 그녀도 알지 싶습니다.

내가 자료가 없어서 안 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부는 누구에게 의지해서 하는 것이 아니죠.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고 다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이 있는 것이고!

 

타인의 친절(도움)을 감사하게 받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그녀가 나의 첫 번째 친절에 감사를 표시했고, 문자를 보낼 때도 내 성이 아닌 이름을 써서 조금 더 친근함을 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랬다면 내 마음을 움직였을수도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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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 12. 12. 00:00
  • Germany89 2018.12.12 03:04 ADDR EDIT/DEL REPLY

    요즘 지니님 인간 관계에 대한 포스팅이 자주 올라오네요~
    그것때문에 근래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얄미운 사람들이긴 하지만, 기브앤 테이크만 알아도 서로가 불편할 일이 없을텐데요.
    유감스러운 일들입니다ㅠ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2.12 05:02 신고 EDIT/DEL

      세상살이가 give &Take 임을 깨닫고 사는 사람들은 현명하게 세상을 살지 싶습니다. 세상에는 오로지 받으려고만 하는 사람들도 꽤,아주 많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heesook15.tistory.com BlogIcon 오틸이 2018.12.12 12:03 신고 ADDR EDIT/DEL REPLY

    요즘은 좀 잘해주면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서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적정선을
    유지하는게 좋은것 같아요.
    그게 잘 되지는 않지만...^^;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2.12 17:18 신고 EDIT/DEL

      그러게요. 상대방의 호의에 감사를 제대로 표현할줄만 알아도 인맥을 쌓아가는 일이라는걸 요새 느낍니다.^^

  • 호호맘 2018.12.12 14:33 ADDR EDIT/DEL REPLY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들이 있지요
    하나를 알면 열을 안다고 저런부류의 사람들하곤 애당초 엮이지 않는게 최선이란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2.12 17:19 신고 EDIT/DEL

      나는 하루종일 실습생을 데리고 다니는 멘토가 아니라 실습생과 엮일일이 없는데... 괜한 호의가 오히려 서로에게 악이 될수도 있다는걸 알았습니다.^^;

  • theonim 2018.12.12 23:26 ADDR EDIT/DEL REPLY

    ㅎㅎ,지니님이 보낸 독일어 답글에서 냉랭함이 느껴지네요,
    알았겠죠,정말 지운 게 아니란걸.
    그래도 어쩌겠어요,자기 행동이 불러 온 결과
    인 걸.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12.13 01:52 신고 EDIT/DEL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자기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더이상 호의는 베풀지 않죠.^^;

 

남편은 결혼 전 자기만의 계획이 뚜렷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의 오랜 친구 이야기를 들어봐도..

"네 남편은 아마 앞으로 10년 아니, 평생 계획도 다 해놓고 살껄???"

 

우리가 무자식 부부가 된 이유도 남편의 계획 때문이었죠.

 

30대 후반의 늦은 결혼을 하고도 2세 계획을 미루자고 했던 남편.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그때부터는 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야하고 아이들 위주로 살아야하니,

자신이 세워놨던 계획이 무산 될 수 있다는.."

 

어찌 보면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남편은 워낙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인간형이고,

마눌도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혹은 "아기가 갖고 싶어서 미치겠다."가 아니어서 그의 뜻을 받아들였죠.

 

그렇게 남편의 계획 아래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남편은 2009년쯤에 1년 6개월의 장기휴가를 한번 냈었고,

사직을 불사하겠다는 마음으로 2012년(인가?) 또 2년간의 장기휴가도 얻어냈었고,

그 시간의 상당한 부분을 부부는 뉴질랜드 길위에서 보냈었습니다.

 

남편이 뉴질랜드에서 계획했던 일들도 이뤘고, 2년의 시간도 보낸지라,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남편이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때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몸담고 있던 (개발)부서는 다른 회사에 팔려,

전 동료들은 다 남의 회사 사람이 되어있었고..

 

남편도 다시 근무하게 될 회사의 새로운 지사를 찾아서,

여기저기 인터뷰를 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눌이 린츠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를 잡은지라,

남편도 린츠 근처에 있는 지사에서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남편이 전에 하던 일과는 다른 종류이지만,

어디든지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죠.

 

그 와중에 남편에게 위로가 됐던 것은 "월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른 지사이지만 같은 회사이다 보니 남편은 장기휴가 가기 전 월급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남편 동료의 말에 의하면.. 남편은 처세술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마눌의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남편의 다른 부분입니다.)

 

연봉협상도 뛰어난 실력으로 하는지라,

"박사학위를 가진 동료보다 월급이 더 쎄다."고 하니 그런가 부다..했었죠.

 

 

 bing.com에서 업어왔습니다.

 

그렇게 생천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근무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테고,

또 전에 하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계통인지라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간도 있었을 텐데..

 

남편은 한 번도 마눌에게 새 업무가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없습니다.

 

원래 우리가 다시 떠나려고 했던 시점은 마눌의 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이었는데..

이래저래 그 기간을 2년이나 흘려 보냈습니다.

 

마눌과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미뤄진 것도 있고,

지금도 부부가 사소한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라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잠시 살러왔던지라 불편해도 감수했던 시댁살이가 길어지니 마눌은 짜증을 내고..

"다시 떠나지 않으면 이사라도 나가자"고 하니 이래저리 마음이 불편했던 것인지..

 

어느 날 저녁 남편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한 3개월 휴가 갈까?"

"응?"

"나는 3개월 휴가를 내고, 당신은 퇴사를 하고 떠나면 되잖아."

"뭔 3개월? 퇴사할거 아니었어?"

"퇴사하고 다시 입사하면 지금 받는 월급은 다시 못 받게 될 거 같아서.."

"그럼 3개월 정도 휴가는 가능할거 같아?"

"응."

"그럼, 우리 이사 나가자."

"3개월 여행 간다는데 웬 이사야?"

"내가 여기서 계속 살게 되면 이사 나가자고 했잖아. 그럼 3개월 갔다 와서 이사 가남?"

"....."

"우리가 엄마네 들어온 것은 당분간이라는 전제로 왔었어. 알지?"

"....."

"더 있게 되면 이사를 나가야지."

"...."

 

"휴가가자"는 말을 "이사 나가자"로 받아치는 마눌에게 침묵으로 대응하는 남편.

 

"피곤해서 쉬고 싶어?"

"응"

"그런데 퇴사하기는 쫌 그래?"

"응"

 

남편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극비에 해당하는 것들이고,

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쉬고 싶은데 장기휴가는 불가능할거 같으니,

짧은 휴가라도 내서 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3개월이면 우리 동남아 갈까?

태국,캄보디아을 거쳐서 돌려면 3개월은 턱없이 부족한데.."

"...."

 

마눌은 햇볕은 쨍쨍은 나라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러니 동남아보다는 유럽아 더 좋을 거 같죠?

 

"우리 그럼 당신차 안에서 잘 수 있게 개조해서 유럽을 돌까?"

"유럽은 겨울이라 여행은 힘들텐데."

"그럼 동남아밖에 없네."

"……."

"휴가 가겠다는 말은 했어?"

"아니"

"언제 말하려고?"

"……."

 

원래 남편의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편이 뉴질랜드를 가기로 해 놓고 안 간다고 해서..

마눌은 "왜 안가냐고?"따지지 않습니다.

 

뉴질랜드는 지도 없이도 어느 도시가 어디쯤에 있는지 다 알아서,

다시 간다고 해도 뉴질랜드는 우리부부에게 "여행지"는 아닙니다.

 

남편은 전국의 강을 찾아다니면서 "낚시"를 할 테고, 마눌은 낚시 나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내는 조금은 지루한 일상이니 말이죠.

 

뉴질랜드를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마눌은 남편이 현실과 타협하는 걸 이해합니다.

 

뉴질랜드는 볼만큼 봤고, 자연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

우리가 몇 년늦게 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죠.

 

남편이 어떤 결정을 해도 마눌은 조용히 따를 예정입니다.

 

계획대로 살아온 남편이 계획을 수정하고 싶을 정도로 현실은 녹녹치 않고,

또 남편도 퇴직을 하고나면 불투명해질 미래와 타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마눌은 그저 한마디만 외칩니다.

 

"나는 어디에 살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우리가 계속 오스트리아에 살게 되면 이사는 꼭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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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 8. 18. 02:03
  • 푸른해아 2018.08.18 02:45 ADDR EDIT/DEL REPLY

    지니님 이사하시는 날, 여기 오는 모든 분들이 한 마음으로 축하할 듯 합니다.

  • 1234 2018.08.18 05:46 ADDR EDIT/DEL REPLY

    남편은 주관이 확고한 모양입니다....
    제가 남편이라면 투자용 집이라도 샀을텐데...
    이사 나가게 되면 더 바랄 일이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8.18 06:22 신고 EDIT/DEL

      저는 똥고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말하는걸 들을줄도 알아야하는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귀를 막죠. 오래전에 그라츠에서 집을 산 동료네 갔었는데, 집을 산후에 4만유로나 집값이 뛰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건 그냥 흘려듣는것인지..^^;

  • Favicon of https://wolf.tistory.com BlogIcon 안교 2018.08.18 08:45 신고 ADDR EDIT/DEL REPLY

    일년반, 이년휴가를 받아내시고 다시 똑같은 월급을 받아내시다니 확실히 협상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 유럽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보통 직장인들이 한달이라도 쉬고 싶어할텐데~ 쉬고 싶을 때 2-3개월이라도 어디인가요~ 일본 북해도도 넓고 볼거리도 많아서 여행지로 고려해보심 어떨까 싶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8.18 18:48 신고 EDIT/DEL

      남편이 퇴사하면 (그동안 프로젝트를 한 경력을 가지고) 경쟁회사에 갈 확률이 높으니 그것도 막아야하고, 그렇다고 긴 기간 휴가를 주는것도 쉬운일이 아니고... 남편의 상사가 남편때문에 꽤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2년동안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알려주셨죠. 아쉽게도 지금은 부서전체가 팔리는 바람에 다른 회사에 종사중이십니다. 남편이 지금 회사에서 퇴사하면 그쪽으로 갈 수도 있는 확률은 있지만..낼 모래 50이고, 다른 회사에 가서도 사실 경력직이면서 제대로 된 월급을 받는것이 쉽지 않는 모양입니다.^^;

 

처음에 시댁에 올 때는 제 직업교육을 받는 2년 동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랬는데.. 직업교육이 끝나고도 한참인데...

저희는 아직 이곳에 있습니다.

 

좁아터진 우리 집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771

가끔씩 짜증나는 내 환경

 

이 글을 쓴 것이 2016년 2월이었으니..

벌써 2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네요.

 

좁아터진 집이 나는 몰랐는데 엄청난 스트레스였나 봅니다.

며칠 전에는 꿈까지 꿨답니다.^^;

 

내 꿈은 이랬습니다.

뜬금없이 엄마가 우리부부의 철지난 옷을 우리 방에 내려놓으며 하시는 말씀.

 

"이 옷을 걸때가 없다. 이건 너희가 알아서 간수해야겠다."

 

엄마네는 침실의 한 벽면이 다 붙박이장이라 넣을 공간이 엄청 많으신 데도,

안 입는 옷들을 2층에 손님방으로 있는 옷장에 한가득 걸어놓으셨습니다.

 

우리의 철지난 옷들도 2층의 그 옷장에 틈을 만들어서 같이 걸어놨었는데..

시어머니가 우리 옷 때문에 공간이 부족하시다고 우리 옷을 들고 오신 겁니다.

 

옷 하나 넣어놓을 옷장하나 제대로 없는 우리 방을 모르실리 없는 시어머니가 옷을 들고 오신 걸 보고 며느리가 훌러덩 뒤집어졌습니다.

 

남편에게 어머니가 들고 오신 옷을 집어던지면 한바탕 난리를 쳤습니다.

 

"내가 이사 나가자고 했지? 뉴질랜드 안 갈꺼면 일단 이사 나가자고 했잖아.

이게 뭐냐고? 내가 언제까지 좁아터진 집에서 살아야 하냐고?"

 

평소에는 참 만만한 마눌인데 마눌이 이렇게 헐크가 되면 수습불가이니 남편은 눈치만 살핍니다.  옆 건물에 시부모님이 사셔도 마눌이 헐크 되면 누구도 못 말립니다.

 

성질이 나면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소리를 질러대고, 문도 쾅소리 나게 닫아버리고..

 

(물론 이런 일은 극히 드물게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남편이 착한(?)마눌을 시험에 들게 하다가 나오는 상황인지라, 남편은 감당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내 직업교육이 끝나는 2017년 2월쯤부터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뭔데? 하시는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292

조금 연기된 남편의 뉴질랜드 장기휴가

 

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금은 2018년 6월.

유럽의 여름을 사랑하는 남편은 여름은 꼭 이곳에서 지내고 싶어 하죠.

 

이러면서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또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좁아터진 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꽤 있었나 봅니다.

그것이 꿈으로 승화돼서 나타난걸 보면 말이죠.^^;

 

그 꿈을 꾸고 나니 평소에는 "그러려니."했던 일들이 다 짜증납니다.

 

 

우리 욕실에 있는 시누이 세탁물통.

 

세탁할 옷가지 등을 넣어두는 통인데,

이건 시누이가 없어도 붙박이장처럼 우리 욕실에 있습니다.

 

자기가 없을 때는 자기 방에 살짝 치워놨다가 자기가 머물 때 갖다놓아도 되고,

다 세탁하고 빈 통이면 침실에 갖다놔도 될 텐데..

 

자신의 오물을 여기저기 뿌려서 냄새로 자기 구역을 알리는 동물도 아닌데,

이리 세탁통을 붙박이처럼 좁아터진 욕실에 놔서 자기 구역을 알리고 싶은 것인지..

 

오빠내외가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니고 월세까지 내고 살고 있구먼.

여전히 이집은 시부모님께 물려받을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짜증이 날 때는 이런저런 것들이 다 속이 터집니다.

나 같으면 오빠내외를 위해서 내가 없을 때는 내 물건은 치워주겠구먼. 시누이는 자기가 없어도 우리 타월과 나란히 자기 타월도 항상 걸어놓고, 세탁통도 제자리에.

 

집을 물려준다고 시부모님이 말씀을 하셨어도..

 

"부모님께 일(병)이 생겨 돈이 필요하면 이 집은 언제든 팔아서 두분이 필요한데 사용하셔야 한다."

 

는 아들의 생각과는 달리 딸내미는 이미 물려받은 "자기 집"처럼 행동합니다.

 

시누이가 조금만 더 우리를 배려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비어있는 그녀의 방에 넘쳐나는 공간들을 볼 때입니다.

 

가끔씩 시누이의 빈방과 거실에 창문단속을 해야 하는 지라 들어가 보면..

혼자 사는 그녀에게 공간은 참 많이 넉넉합니다.

 

 

그중에 내가 가장 부러운 것은 옷장이 2개나 있는 그녀의 침실.

 

시누이의 주거지는 비엔나이고, 이곳은 주말이나 긴 연휴 때만 내려와 머무는지라,

실제로 이곳에 있는 옷이나 짐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넓은 시누이의 침실과 거실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엄마가 시누이에게 "이 건물(우리와 시누이가 사는)은 오빠네 주고, 우리(시부모님)가 사는 건물을 네가 갖는 건 어때?"하고 물어보셨다고 했었는데,

그때 시누이가 싫다고 했답니다.

 

그때 시누이가 흔쾌히 "그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 이 집을 통째로 우리가 쓰면서 나름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곳에 머문 시간은 항상 좁아터진 집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숨어있는지라,

앞으로도 우리가 시댁에서 머물렀던 시간들이 그리 즐거운 추억은 안 될 거 같습니다.

 

두 명의 집주인(시아버지와 시누이)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기간이니 말이죠.

 

남편의 말했던 대충의 계획에는 이 겨울이 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는 거셨는데..

계획을 세우면 뭔가 명확해지기 전에는 말을 안 하는 남편에게 저는 요새 묻습니다.

 

"우리 언제 뉴질랜드 가?"

"...."

"뉴질랜드 안가면 우리 이사 나가야 하는 거 알지? 난 좁아터진 집에서 더 이상 못산다."

"...."

 

시댁에 와서 거의 4년 정도를 살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떠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멀리 떠나던, 가까이 떠나던 이 집은 이번에 꼭 탈출하고 싶습니다.

 

뉴질랜드 길 위에서 2년 동안 살았던 봉고 밴은 좁아터지는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만의 공간이라 참 편안했는데..

 

지금 사는 이곳은 방에 부엌에 욕실까지 있지만 마음은 항상 불편합니다.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하는 공간이고, 우리 옷 하나 마음 편히 걸어놓을 공간이 없는 것이.. 무의식중에 내 신경을 항상 건드렸던 모양입니다.

 

앞으로 다시 린츠에 들어오게 된다고 해도 웬만하면 시댁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싶습니다.

 

월세 절반이라고 정말 싼 것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도 딱 절반에, 2명의 집주인(시아버지, 시누이) 눈치를 봐야하는지라 스트레스는 배로 받는 시집살이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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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 7. 17. 00:00
  • 2018.07.17 00:3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7.17 02:24 신고 EDIT/DEL

      첨 흔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아빠 흉은 엄마랑 보기도 하고, 나름 할말은 하고 사는 며느리같아도..사실 며느리는 며느린인지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말도 있고, 짜증나는 일도 있고, 시댁에 사는 일상은 한국과 비슷한거 같아요. 결혼 10년차가 되셨다니 저랑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신 모양입니다. 결혼은 제가 늦게했으니 저보다는 훨씬 더 어리시겠죠?^~

  • Favicon of https://mcrot.tistory.com BlogIcon 당근짱조아 2018.07.17 03:36 신고 ADDR EDIT/DEL REPLY

    오옹..결혼생활을 글로 또 배워갑니다..'-'♡

  • 2018.07.19 18:3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8.07.20 06:32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7.20 16:50 신고 EDIT/DEL

      생각하시는것처럼 수입이 되지는 않습니다. 방문객이 많다고 그것이 다 수입으로 연결되는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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