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우지니 2023. 10.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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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양원 근무중에는

많이 웃는 편입니다.

 

내가 웃지 않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 있냐?

물어올 정도로 엄청 밝고 즐겁게

근무를 하는 편이죠.

 

물론 근무를 하면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가능하면 웃으면서 해결하려고 하죠.

 

수다스러운 동료들은 그날 함께

근무하는 다른 동료의 뒷담화를 하지만,

여자들의 세상에서는

당연하게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그러려고 넘어가죠.

 

우리 요양원의 다른 지점에서

병동 책임자까지 맡아서

일을 했었지만,

그곳에서 왕따인지 모를 일을 당해서

밀려나듯이 쫓겨났다던

체코 출신의 간호사, L.

 

https://jinny1970.tistory.com/3807

 

외국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

얼마전, 외국인 실습생이 저에게 하소연을 해왔습니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실습생이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자신과 근무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현지인 직원이 자신의 평가서를 작성했으며,

jinny1970.tistory.com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근무중 수다를 심하게 떨어 대지만,

(현지인) 동료들은 무시하는 그녀를

나는 그래도 우리 팀의 리더로서

존중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녀가 왜

동료 들에서 밀려서 쫓겨났는지 알게 됐죠.

 

L은 매번 이미 일어난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꼭 누구를 콕 집어서 그 사람 때문에

라는 뉘앙스를 아주 크게 부여하죠.

 

함께 근무하던 그날 아침에도

철야 근무를 한 직원 탓을 했었습니다.

 

철야 근무한 N는 밤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조용한 밤이라고 했었는데,

아침 약을 드리려고 각 방에

들어가서 보니 여러 군데의 방

어르신이 밤새 큰 일을 보신 상태라

이불도 잠옷도 다 떵철갑 이라

부산 했다던 아침.”

 

철야 근무는 짝수 날은

21조로 근무를 하고,

홀수 날은 혼자서 근무를 하는데,

그날이 홀수 날이라 N은 혼자서

근무를 했던 날이었죠.

 

 

병동네 근무표는 이렇게 직원들의 이름표가 달리죠.

 

혼자 철야 근무를 하면서

잠옷, 침대보, 이불 등의

떵철갑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침에

근무자들이 더 오니 N은 그 일은

낮 근무자들에게 미뤄 놨던 모양인데,

각 방에서 일어난 떵철갑 이야기

쏙 빼고는 그냥 평안했던 밤이었다고

해서 화가 났던 것인지..

 

그렇게 아침부터 철야 근무를 했던

N의 탓을 하던 간호사 L

정오 쯤에는 여름 한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온 17살 여자아이에게

한마디를 합니다.

 

점심을 다 나눠주고 난 음식 카트는

정오가 되기 전에 빨리 지층에 있는

주방에 갖다 줘야 하는데

이미 15분이 지났잖아.

빨리 안 갖다 주고 뭐하고 있어?”

 

보통 어르신들 점심 배식이

끝나면 정오이고,

직원들도 먹을 것을 조금씩

챙길 수 있게 카트를 잠시 둔 후에

직원들도 후다닥 점심을 해치운

다음에야 카트를 아래층으로

가지고 가면 보통은 12시는 훌쩍 넘는데

그걸 넘겼다고 알바생을 잡는 L.

 

점심 배식이 끝나면 음식 카트는

늦어도 정오에는 아래층에

갖다 줘야 한다는 것을

요양원 근무 8년차인 나는 모르는데,

입사 2년도 채 안된 간호사는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정보를

얻은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던 순간!

 

 

야간의 조용한 병동 복도

 

그동안은 몰랐는데,

L은 자기 눈에 거슬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듯 합니다.

 

병동 책임자를 오래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자기의 통제하에

두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것이 갑질이란 건

그때는 생각지 못하고,

"그저 왜 사소한 걸로 다른 직원을

잡는 걸까?” 뭐 이런 생각만

잠시 했었죠.

 

시간은 흘러 저녁 배식 시간!

 

나는 식사를 혼자 못하시는

어르신의 방에 음식을 가지고 들어가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어르신의

저녁 알약을 식사 전에

먼저 입에 넣어드리고,

물을 마시게 해 드렸는데,

약을 잘 넘기셨나 싶었던 순간에

어르신이 모든 것을 다 토 해내십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계셨던

분이시라 음식도 소량으로 드셨었는데,

내가 드렸던 약이 너무 독해서인지

아니면 이미 속이 안 좋으셨던 것인지

알길은 없고..

 

 

 

일단 간호사 L에게 가서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약을 드셨는데, 다 토하셨어.

일단은 옷이랑 이불보랑 갈아야 해.”

 

옷과 이불보를 갈아드려야 하니

함께 갈 직원이 필요했고,

이왕이면 간호사 L이랑 함께 가서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했음

하는 마음에 말을 했었는데,

나에게 짜증으로 답하는 간호사.

 

왜 약을 줘서 이 사단을 만들어?”

 

무슨 말이야?

식사 전에는 항상 어르신 옆에

놓인 약을 드리는 것이 지금까지

해온 루틴인데, 무슨 약을 줬냐니?”

 

어르신의 상태가 안 좋아서

내가 약을 뺄까 했었는데..”

 

그랬다면 약을 거기에 놓아둔

자기 탓을 해야지,

왜 당연하게 해야하는 일을 하는

날 탓하는 것인지..

 

간호사 L은 다른 직원과 함께

내가 나온 방에 들어가서

어르신을 다시 씻겨드리고,

새로 옷을 갈아 입혀 드리고,

이불보도 새로 갈았는데

그 모든 것을  지니 때문이라고..”

다른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간호사 L의 입에서

지니 때문에라는 말이 나오니

화가 나면서 죄책감도 들었습니다.

나 때문에 죽음의 문턱에 계신 어르신을

더 힘들게 해드린 거 같아서 말이죠.

 

 

 

내 뒤에서 내 이야기를 하면서

내 탓으로 돌리는 L에게

바로 가서 따졌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데?

왜 내가 죄책감을 들게 만들어?”

 

내 뒤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앞에 와서 따지니 할말이

없었던 것인지 L

엉성한 대답을 합니다.

 

약을 주기 전에

나에게 물어봤어야지.”

 

어르신 옆에 놓여진 약은

식사 전에 당연히

우리가 드리는 것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일을 했잖아.”

 

그래도 물어봤어야지.”

 

그럼 모든 어르신 식사 드릴 때

그 약을 드려야 하는지

매번 물어봐야 하나?

언제부터?”

 

“……”

 

금방 돌아가실 분이시고,

식사도 거의 못하시니 약을 줄이거나,

빼도 되는 약은 미리 빼야 했는데,

그걸 생각만 했었는지

약이 통째로 놓여있으니

나는 당연히 드렸던 것이죠.

 

내가 따져 물으니

왜 소리를 지르냐고 엉뚱한 핀잔으로

마무리를 한 간호사 L.

 

 

 

목소리로 따지면 나도 크지만,

나 못지않게 큰 목소리의 소유자가

나에게 소리를 지르냐니

참 뜬금없는 대답을 들으며

퇴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간호사 L과 다른 층에서

근무를 했는데, 중간에 간식 시간에

만나도 아는체를 하지 않은 그녀.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그녀가 나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하는데

안면 까기를 실천하는 그녀.

 

생각 해 보니 그녀는 알바생뿐아니라

그녀보다 근무 경력이 더 오래된

나에게도 갑질을 한거였습니다.

 

당해보니 알게 됐죠.

그녀가 오래 근무한 요양원에서

쫓겨난 이유를!

 

병동의 책임자라는 사람이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면

누가 그 팀에서 일을 하고 싶을까요?

결국 모두 일을 안하겠다고 하니

자신이 쫓겨나듯이

다른 지점으로 온거였죠.

 

워낙 수다스러운 L이라

우리 병동의 책임자 C에게

어떻게 이야기가 전해질지 몰라서

내가 먼저 C를 찾아가서 L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식사를 드리기 전에

놓여있는 약을 드리는 것이

당연하잖아.

그런데 자기한테 안 물어보고

약을 드렸다고 짜증을 내는데..

약을 드리지 않을 상황이면

약을 거기에 놓았으면

안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맞고, 간호사 L

이상하게 반응을 했다며 병동 책임자

C가 무심코 한마디를 했습니다.

 

“L이 직원들과 문제를 자꾸 일으키네.”

 

L과 문제가 있는 직원이

나뿐만 아니었군요.

 

L과 문제가 생기니

출근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한 번 싫어지니 그녀와 마주치는 것

자체도 피하고 싶었죠.

 

한동안 나는 그녀와 근무가

겹치지 않았습니다.

함께 근무하게 되면 서로가 껄끄러우니

다행이라 생각을 했었는데,

몇 주 만에 근무에서 만난 L.

 

그녀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나도 그녀를 본체만체 했지만,

그녀 또한 나에게 살벌한

안면까기를 제대로 보여줬었는데,

간만에 근무에서 만난 그녀는

나를 살갑게 대합니다.

 

한 번 건들어 봤는데,

내가 큰 목소리로 따지고 덤비니

아차싶었던 것인지,

우리 사이에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는 간호사 L.

 

 

 

그녀의 반응이 예상외라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에게는 갑질을 하면 안되는

동료로 인식한 거 같아서

안심은 됩니다.

 

병동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업군들.

간호사, 요양보호사, 도우미, 청소부.”

 

여러 개의 직업군 중에

젤 위에 있는 간호사가

한국식으로 생각 해 보자면

아래 직업 군을 관리하는 것이

맞지만, 여기는 별개의 일을 한다는

생각이 강하죠.

 

그러니 간호사가 다른 직업군에게

뭘 하라고 시킨다거나,

명령 혹은 일을 안했다고

화를 낼 수있는 상황도 아니죠.

 

물론 어느 방의 바닥이 더럽다면

청소부에게 그 방을 청소해야

한다고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그 방 가서 치워!”하는 명령식이 아닌

시간 있으면 그 방에 한번 가볼래?

바닥이 조금 더럽더라. 부탁해

식으로 부드럽게 말을 해야합니다.

 

청소부에게 명령했다가

네가 내 보스냐?

왜 나에게 하라 마라 명령질이야?”

하며 열 받은 청소부가 싸우자고

대들수도 있으니 말이죠.

 

상대방이 나보다 직급이 낮다고

무시하지 말고 같은 팀 멤버로

대우를 해줘야 상대방도 나를

존중해주고 편하게 일을

할 수 법인데..

 

 

 

지금까지는 성실하게

일 잘하고 동료들을 챙기는

간호사라 생각했던 L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자기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

 

팀 동료는 직급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해줘야 함께

일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운 법인데,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혹은 자기 직급을 이용해서

큰소리 치고, 아랫사람을 부리듯이

이야기해서 상대방을 기분 상하게

하는 것이 과연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인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사실을 항상 웃으면 근무해서

순둥인줄 알았던 나로 인해

간호사 L이 깨닫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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