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나의 이유 있는 반항

프라우지니 2019. 1.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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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들어와서 살지 이제 5년차.

 

처음에는 딱 2년만 살 생각으로 들어왔었고, 우리 짐을 풀어놓을만한 공간도 없어서, 우리 이삿짐들은 7년 전 우리가 그라츠를 떠날 때 포장 해 놓은 그 상태로 우리 건물의 지하실이나 엄마네 건물 창고에 보관 중이죠.

 

시댁에서 사는 기간이 불만만 쌓입니다.

그중에 제일 큰 불만은 “내 공간”이 없다는 것!

 

우리가 일상을 살 때는 침실, 거실, 주방이 있었죠.

 

그래서 마눌은 주방, 남편은 거실에서 서로 컴퓨터를 하고 놀다가 잠은 침실에서 잤습니다.

서로 깨어있는 동안은 다른 공간에 있다가 자고 싶은 사람이 아무 때나 침실로 갔죠.

 

하. 지. 만!

지금 우리는 침실, 주방뿐입니다.

 

우리의 침실은 남편이 침실 겸 거실로 쓰고 있는지라,

제가 일찍 잠자리에 들면 남편이 보는 TV소리를 들으면서 자야합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건 내가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우리가 사는 공간은 시부모님이 젊으실 때 사셨던 공간으로..

인테리어가 참 할머니스럽습니다.

 

이 집을 물려받을 시누이가 가끔 다니러 오는 정도이니 인테리어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우리가 사는 동안에도 고장 나서 못쓰는 것도 아닌데 바꾸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누이가 “내(가 물려받을)집”이라 행동하는지라 잠시 사는 오빠네 부부가 인테리어를 바꾼다고 나서는 것도 그렇죠.

 

이 할머니스런 주방, 반쪽의 테이블이 제가 하루를 보내는 곳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곳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죠.

 

 

 

내 유일한 공간인 이곳에 내짐을 완전히 비워야 하는 때가 일 년에 몇 번 있습니다.

 

시누이가 사람들을 불러서 파티를 하면 주방에 있는 내짐을 다 내려야 합니다.

내 전용 회전의자까지 내려야 하는 아주 번거로운 작업이죠.^^;

 

요가매트, 라디오에 스탠드까지

내짐을 싹 빼줘야 시누이만의 주방이 완성되니 말이죠.

 

지난 11월말에도 시누이가 생일파티 때문에 내짐을 내렸다 올리는 이사 아닌 이사를 했었는데.. 시누이가 오래 머무는 연말 연휴에 남편이 주방을 비워주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위에서 말하는 “연말 연휴”는 얼마나 될까?

크리스마스 전주부터 1월 첫째 주까지, 대충 2주정도의 시간임.

 

내가 주방에서 죽치고 있으면 시누이가 주방을 이용하는데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친절한 오빠가 내린 결정인데, 주방을 비워줘야 하는 당사자는 오빠가 아닌 올케인 나죠.

 

원래도 좁아터진 집 때문에 시시때때로 심통을 부리는 마눌인데,

남편이 이렇게 나오니 더 삐딱하게 나가는 마눌이 됩니다.

 

 

 

가끔 다니러 오는 시누이가 머무는 그녀의 공간입니다.

 

침실은 안에 있고, 이렇게 거실도 있죠.

특히나 내가 부러운 건 이 거실입니다.

 

이 거실은 침대로 변형이 가능한 소파가 2개나 있는지라 파티를 하면 자고 가는 사람도 있고! 시누이가 집에 다니러 오면 대부분의 시간은 이곳에서 보내는 모양입니다.

 

아플 때 특히나 차를 많이 마시는 시누이는 이 공간에 물을 끓이는 전기주전자도 있죠.

 

TV가 없는 시누이는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지 내가 주방에 있으면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나는 시누이가 오면 노트북에 이어폰을 꼽는데..

시누이는 밖에 소리가 다 들린다는 걸 모르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함께 쓰자는 우리방의 테이블은 둘이 쓰기에는 좁습니다.

 

“싫어, 나 주방에 있을 거야.”

“왜? 방에 와서 나랑 같이 테이블 같이 쓰면 되잖아.”

“내가 옆에서 글 쓰면 계속 귀찮게 할 거고 TV도 시끄럽게 틀어놓을거잖아.”

“안 그럴게 내려와!”

“싫어. 왜 나만 내 공간이 없는 거야? 엄마도 거실에서 TV와 함께 하시고, 아빠도 2층에 TV가 있는 공간이 있고, 시누이도 안에 들어가면 침실에 거실까지 있고, 당신도 방에 TV가 있는데, 나만 없어.”

“....”

“나도 내 공간이 필요해. 집을 하나 얻어야겠어. 나도 TV가 있는 내공간이 필요해!”

“....”

 

마눌이 안 내려오겠다고 반항을 해봤지만, 마눌이 원하는걸 남편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곳에 얼마나 더 살게 될지, 올해는 어떤 계획으로 움직일지 아무도 모르죠.

 

계획을 세웠다고 섣불리 입 밖으로 내는 남편도 아니고, 세워놨던 계획도 다시 변경할 수 있으니 마눌이 짜증을 내고, 반항을 해도 남편은 침묵합니다.

 

전에는 시누이가 오던가, 가던가, 마눌이 주방에서 살던가 말든가 신경도 안 쓰던 남편이었는데.. 연휴에 다니러 온 시누이가 독감 걸렸다니 배려하는 것인지!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든 생각!

 

“혹시 독감 걸린 시누이랑 같은 공간에 있다가 나도 옮을까봐?”

 

바로 옆에 있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남편, 나보고 방으로 내려오라고 한 것이 시누이가 아파서야?”

“응”

“마눌이 시누이한테 독감 옮을까봐?”

“아니, 아픈 시누이가 주방 맘대로 사용하라고..”

 

남편이 마눌이 독감을 옳을까봐 내려오라고 한 줄 알고 감동할 뻔 했습니다.

마눌이 아닌 자기 여동생을 위한 오빠의 친절한 배려였네요.^^;

 

내가 아닌 동생을 위해 공간을 비우라고 한 것이라니..

앞으로도 저의 반항은 계속 이어지지 싶습니다.

우리가 이집을 떠날 때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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