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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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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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조금씩 변해 가는 듯 합니다.

 

내가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는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사실은 변해 가는 것인지 적응중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무를 끝내고 탈의실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는데..

내 옆 캐비닛을 쓰는 직원이 퇴근하면서 입었던 유니폼을 벤치 위에 놓고 갔습니다.

 

전에 “나” 같으면 나오면서 다른 직원이 놓고 온 유니폼도 들고 나왔을 텐데..

 

그 옷을 보면서 약간의 갈등을 했습니다.

 

“옷을 세탁실에 가져갈까?”

 

“아니야, 그냥 놔두자. 옷 안에 뭐가 들어있었는데, 내가 가져 다 주는 과정에 없어졌다고 하면 어떻게 해? 그냥 놔두는 것이 최고야.”

 

이것이 아마도 남편에게 그동안 받는 교육의 효과인거 같습니다.

 

마눌이 오지랖 넓은 한국아낙인지라..

그동안 남편의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었습니다.

 

“길에 뭐가 떨어졌다고 해도, (그걸 주어서 주인을 돌려줄 생각이더라도,)

절대 줍지 마.”

 

“남의 일은 모른 척 해라. 너는 선의로 한 행동이지만, 그걸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보다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더 좋아.”

 

이런 말들 외에도 끊임없는 잔소리들을 듣고 살았습니다.

다 오지랖 넓은 아낙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교훈이지만 말이죠.

 

그러고 보니 저도 얼마 전에 퇴근하면서 양말 한 짝을 떨어뜨리고 갔었던 모양인데..

그 양말은 1주일 후에 내가 출근 할 때까지 벤치아래에 떨어진 모양 그대로 있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졌음 주워서 벤치에 올려놓을 만도 했겠지만..

아무도 그걸 벤치에 올려놓아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예 손대지 않고, 주인이 올 때가지 그래도 놓아뒀던 거죠.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발 벗고 도와주는 한국사회와는 달리,

여기는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뜨고 보면서도 모른 척 합니다.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이런 마음이 있는 것도 같고..

사실은 도와달라고 해도 거절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시간도 없고, 그걸 해줄 여유도 없고....어쩌고저쩌고..”

 

도움을 필요해서 요청을 했지만, 상대방이 안 도와준다고 해도 할 말은 없는 거죠.

 

이곳의 문화가 도와달라는데 안 도와줬다고 상대방을 욕하지는 않거든요.

 

“넌 시간이 없어서 날 도와줄 여유가 안 된다니 할 수 없지.

다른 사람에게 부탁 해 보지..”

 

대체로 이런 식인 거죠.

 

물론 얼마나 가깝냐에 따라서 상대방의 거절 때문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성질을 내거나 상대방에게 “실망”따위를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죠.

 

“남의 일”을 구분하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저도 이제 “남의 일”을 구분 하는 거 같습니다.

 

도움도 상대방이 요청하면 도와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그냥 지나치는 거죠.

 

쉽게 말해서 “개인주의”성향이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니 신기합니다.

 

30년 한국에서 살면서 배우고 몸에 익혀온 것들이 한국을 떠나 15년 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이렇게 많이 바뀌어 있었네요.

 

“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쓰고,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았던 나였는데..

지금은 “우리”가 아닌 “내 혹은 나의”를 이용해서 말을 합니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가 아닌 내 (시)엄마, 내 (시)아빠.

우리 남편이 아닌 내 남편.

(내 남편이 (누구랑) 우리 남편이 되면 곤란한 거죠.^^;)

 

이렇게 내가 변한 것이 남편이 그동안 교육시킨 “개인주의”인 것인지, 아님 (남편의 교육과는 별개로) 그동안 이곳에 살면서 내가 학습한 결과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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