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꾸미는 것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옷도 있는 거 그냥 입고 다니고, 화장은 선크림만 바르는 정도죠.

 

사는 곳이 한국이 아니고, 꾸미고 갈 데가 없는 삶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여기는  왔다가 사라지는 “유행”같은 것도 감지를 잘 못하겠습니다.

 

집에서 입던 허접한 원피스 입고 동네 대형 쇼핑몰을 가도, 나보다 더 허접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밖을 나가면서도 내 옷차림을 잘 쳐다보지도 않게 되죠.

 

아! 그런 적이 있었네요.

상대방의 옷차림에 비해서 내가 너무 초라해서 살짝 피했던 사건!

 

우리 동네 쇼핑몰에 있는 Interspar 인터슈파 슈퍼마켓의 동양인 직원.

 

나와 너무 닮은 외모라 말을 걸었는데, 그녀는 티베트(인가?)에서 온 난민이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렸다는 그녀.

 

내가 물건을 산후에 계산하려고 섰던 줄에 그녀가 근무를 하면, 계산하면서 한 두 마디 말을 섞은 적이 있었고, 난 한 개만 필요한데, 빵도 2개, 음료도 2개 묶음으로 구입을 해야 해서 계산하면서 그녀에게 한 개씩 준 적도 있었네요.

 

처음에는 이름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이름은 이미 오래 전에 까먹었고, 그저 오가다 만나면 웃으면서 “잘 지내지요?”하는 정도의 안면만 있던 그녀!

 

평소의 그녀는 슈퍼마켓 유니폼을 입고 계산대에 앉아서 근무를 하고, 평소의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편한 반바지 차림으로 장을 보러 다니죠.

 

 

 

 

어느 주말 남편과 장을 보러 그 슈퍼마켓에 갔는데, 카운터가 아닌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그녀를 봤습니다.

 

남편과 장보면서도 그녀와 몇 번 만난 적이 있어서 남편도 알던 그녀.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그녀를 보고는 남편이 가서 아는 척하라고 내 옆구리를 찌릅니다.

 

“저기 당신 친구 있다. 가서 인사해!”

“내 친구 아닌데? 그냥 가벼운 안부만 묻는 정도인데 뭘 굳이 가서 인사를 해?”

 

이렇게 말하고는 살짝 그녀를 피해서 쇼핑을 마저 했습니다.

 

남편에게 말한 것처럼 나와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인데 굳이 인사할 필요가 없는 것도 맞았지만, 사실은 그녀의 옷차림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내가 싫어서 피했죠.

 

근무할 때는 유니폼 티셔츠를 입던 그녀인데 유니폼을 벗은 그녀는 완전 달랐습니다.

 

화려한 모양의 미니 원피스에 커다란 귀걸이 & 목걸이 뾰쪽 구두에 화려한 가방! 그리고 풀 메이크업한 얼굴!

 

그녀의 옷차림이 럭셔리하고는 거리가 약간 있었지만 블링블링하기는 했습니다.

 

화려한 옷차림의 그녀와는 달리 나는 동네 슈퍼에 온 차림이라 반바지, 운동화에 머리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죠.

 

 

 

한 번도 내 옷차림에 대해서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상대가 너무 블링블링하니 내 자신이 너무 초라 해 보인다는 생각에 그 자리를 피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유행이나 옷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옷을 안 사는 것은 아닙니다.

 

맘에 드는 디자인이나 관심이 가는 건 신경 써서 보기도 하고 또 구입도 하죠.

 

하지만 내가 생각 없이 덥석 물건을 살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내 눈을 멀게 하는 저렴한 가격!

 

간만에 쇼핑을 했습니다.

 

그날이네요. 내가 치과에 갔다 오면서 3유로짜리 케밥을 먹었던 날!

(오늘 여러분이 보시게 될 부록영상은 이날 케밥을 먹는 영상입니다.^^)

 

치과에 갔다가 오면서 케밥까지 먹고 부른 배를 안고 집에 직행하는 대신에 동네 슈퍼마켓부터 들렀습니다.

 

슈퍼마켓 전단지에 나오는 물건이라고 해도 평소에 관심 있게 보는 것이 아니어서 사고 싶었던 물건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어째 이날은 운이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야채/과일만 사들고는 후딱 슈퍼마켓을 떠나는 장보기인데, 이날은 장을 보러 온 곳이 아니라 부른 배가 꺼질 때까지 산책 삼아서 간 슈퍼마켓이라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 발견한 원피스.

 

“맞다! 이 원피스가 괜찮은지 보러 오려고 했었지?”

 

슈퍼마켓의 기획 상품들은 때로는 옷가게 옷들보다 훨씬 더 품질도 좋고, 디자인도 예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나 빨간색 꽃무늬 원피스는 눈이 가는 디자인이었죠.

 

허리에 고무줄도 들어있고, 또 길이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서 살 의향은 있었습니다.

일단 편안 해 보이는 원피스가 찜!!

 

“이런 원피스는 다기능이죠. 저녁에 입으면 잠옷, 여름에는 원피스, 날씨가 추워지면 안에 쫄 바지 입고 입으면 되고!”

 

내가 사고 싶은 원피스는 빨간색 꽃무늬!

전에는 빨간색은 안 사던 색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빨간색이 마구 땡깁니다.^^;

 

슈퍼마켓은 탈의실이 없지만 그렇다고 옷을 못 입어보는건 아니죠.

저는 제가 입고 있는 옷 위에 입어봅니다.

 

빨간색은 내가 사려고 했던 옷이지만 그래도 입어봐야죠.

옷의 사이즈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니 입어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내 사이즈는 38. 옷이 작게 나오는 경우는 40을 입을 때도 있죠.

다행이 이 원피스는 조금 넉넉한 사이즈라 38을 입으니 딱입니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원피스를 자신의 몸에 대보는 걸로 대충 치수를 확인하는 아낙들도 있지만...

 

내가 재킷을 벗고는 원피스를 입어보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은 것인지 내 옆에서 원피스를 입어보는 아낙들도 몇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에 나오는 기획 상품은 가격대비 품질이 꽤 뛰어난 수준이라 물건은 금방 동이 납니다.

 

상품이 나오는 날 오전에 이미 다 팔리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운이 좋아서 오후에 갔음에도 내 사이즈를 살 수 있었죠.

 

내가 애초에 사고 싶었던 옷은 빨간 원피스였는데..

내 옆에서 파란 원피스를 입어보는 아가씨를 보니 의외로 괜찮아 보여서 나도 착용!

 

파란색 땡땡이 원피스인줄 알았는데, 무늬는 땡땡이는 아니고!

입어보니 파란색도 받는 거 같아서 이것도 그냥 집어 들었습니다.

 

사실 슈퍼에서 팔리는 원피스의 가격은 6,99유로.

단돈 7유로짜리 편안한 디자인의 옷입니다.

 

내가 옷을 입어보는 동안 내 옆에 모여든 아주머니들.

나보다 덩치가 작은 아주머니가 36사이즈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 대 보는데 한마디 했죠.

 

“내가 지금 입은 것이 38사이즈거든요.

당신은 나보다 덩치가 작으시니 36이면 딱이예요.”

 

나의 이 말에 그분은 자신의 몸에 대보던 원피스를 챙겨서 카운터로 가셨죠.

 

여기도 내가 옷을 입어보고 있으며 지나가면서 “그 옷이 어울린다”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순간이죠.^^

 

슈퍼에서 원피스 2개를 사들고는 이번에는 동네 쇼핑몰로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쇼핑몰에 가는 건 엄두도 안냈었는데..

부른 배도 잠재울 겸해서 “다 같이 돌자! 쇼핑몰 한바퀴!”를 했죠.

 

치과에 간다고 오전 11시경에 집을 나간 마눌이 오후가 되어도 안 들어오니 남편이 걱정스러운지 전화를 해왔지만 받지는 않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면 남편이 해올 첫 마디.

 

“당신 미친거야? 코로나가 극성인데 사람들 모이는 쇼핑몰에는 왜 간 거야?”

 

 

 

 

그냥 심심해서 한 바퀴 돌아보던 중에 내 눈에 띈 첫 번째 물건은 바로 겨울 패딩잠바.

뉴질랜드는 겨울인데 가지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 찜했습니다.

 

내가 가진 패딩은 모자가 없는데, 반값할인해서 단돈 10유로라니 얼른 집어 들었습니다.

“이건 거기서 입다가 버리고 와도 되겠다”싶었죠.

 

주머니에 넣으면 작은 침낭정도의 부피가 되니 여행용으로는 딱!

오늘 내가 사들인 원피스도 패딩도 다 떠날 때 가지고 가려고 산 물건들입니다.

 

이 물건들을 살 당시만 해도 아직 항공권은 예매 전이었지만, 곧 떠난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니 슬슬 준비한다는 생각이었죠.

 

오후 4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전화도 안 받았다고 뭐라 하지만 나도 준비한 거짓말이 있기에~^^

 

“치과에서 오다가 시청 앞에서 미유키를 만나서 같이 케밥도 먹고 수다도 떨었지.”

 

뻥이죠.

미유키를 전에 거리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아니죠.

 

누군가를 만났었다고 하니 아무소리 안 하는 남편.

남편의 잔소리를 살짝 피하는 나만의 노하우입니다.

 

내가 누구를 만났거나 말았거나 내가 케밥을 먹은 건 맞거든요.^^

 

마눌이 동네 쇼핑몰까지 갔었던 것을 남편이 알았지만 웬일로 No 잔소리.

남편이 잔소리를 안하시니 신이 나서는 오늘 사온 물건들을 공개합니다.

 

 

패딩을 입고 모자까지 쓴 상태로 남편 앞에 짠!

 

“봤지 봤지? 이거 뉴질랜드 갈 때 가져가려고! 거기는 지금 춥잖아.

당신 것도 사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없더라.

이거 반값세일해서 10유로야 엄청 싸지?”

“난 오리털 패딩 가지고 갈 거야.”

“난 이거 입고 가서 올 때 버리고 오려고 하지, 내 거위털 패딩은 안 가져 갈꺼거든.”

“그럼 거기 가서 사면되지!”

“거기는 다 비싸잖아. 이거 입고 가서 버리고 오면 돼!”

 

10유로짜리 패딩은 안에도 파란색이고 가벼워서 좋고,

작은 주머니에 넣으면 아쉬운 대로 베개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패딩을 벗어던지고는 이번에는 원피스 패션쇼우~~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남편 앞에 서니 남편이 나쁘지 않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이것도 가지고 가려고 샀어.“

 

빨간색 원피스를 후다닥 벗어던지고는 이번에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

 

“당신은 어떤 색이 더 맘에 들어? 빨간색 아님 파란색?”

“파란색!”

“알았어, 그럼 당신이 파란색 원피스 값을 내도록 해!”

“응?”

“파란색은 당신이 주는 선물로 할께!”

“....”

“그냥 당신이 두개 다 선물로 주는 건 어때? 한 개에 7유로 밖에 안 해. 2개에 14유로네.”

“아니, 나는 그냥 한개만 하는 걸로 할께!”

“알았어. 그럼 파란 원피스는 당신이 주는 선물이야. ”

 

 

 

참 기분 좋은 날입니다.

저렴하면서도 맘에 드는 옷을 3개나 만났는데, 그중에 하나는 남편의 선물.ㅋㅋㅋ

 

내 맘에 드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만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한 쇼핑이라 간만에 느껴보는 “쇼핑한 날의 만족감입니다.^^

 

쇼핑이 이리 기분 좋은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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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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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우리동네 케밥가게"영상입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 8. 2. 00:00
  • 비엔나코피 2020.08.02 00:39 ADDR EDIT/DEL REPLY

    오랜만에 글을 보고 푸하하 터졌어요
    어쩜 그리 위트와 유머 넘치시게 선물을 받으시는지 저도 그런 센스를 본받고 싶습니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에 지니님 글 읽고 유쾌한 기분이 되어 저녁하러 갑니다~

  • 징검다리 2020.08.02 02:30 ADDR EDIT/DEL REPLY

    ㅎㅎㅎ 재미있는 날이 었네요.
    지니님 이글 읽으면서 미소가 저절로 나와요,
    소박한 요구지만 그 요구를 채울수 있어서 성취감에 즐겁네요.
    엄지척을 여기선 어떻게 하죠 ? 여기다 하고 싶은데.... 카톡에선 할줄 아는데:)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18 신고 ADDR EDIT/DEL REPLY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소액의 총을 쏩니다. ㅋㅋㅋ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20.08.02 05:12 ADDR EDIT/DEL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나도 지니 2020.08.02 09:48 ADDR EDIT/DEL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2020.08.02 18:3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예진맘 2020.08.02 22:18 ADDR EDIT/DEL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늦은 오후에 마당에서 시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시어머니는 하루 종일 집안에 계시다가 햇살이 조금 수그러지는 오후가 되면 마당에 잠시 나오십니다.

 

아빠는 뜨거운 땡볕아래 웃통을 벗고 마당에서  짧은 핫팬티 하나만 입고 일을 하시니 아빠는 여름에는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시지만, 엄마는 햇볕을 안봐서 하얀 백인이십니다.

 

마당에 시어머니만 계시고 시아버지는 안 계신 거 같아서 여쭤봤습니다.

“아빠는 어디 가셨어요?”

 

내 얼굴표정에서 뭘 보신 것인지 엄마가 한마디 합니다.

“아빠가 너한테 짜증냈다고 하더라.”

 

오전에 마당에서 만났던 아빠의 반응이 짜증이었군요.

 

나의 말에 퉁명스럽게 말을 받아치시기에 “왜 저러시나?”하고는 그냥 지나쳤었는데..아빠가 작정하고 며느리한테 화를 내셨던 거였군요.

 

아빠가 자정이 다된 시간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셔서 3일 만에 퇴원하신 것이 저번 주.

고열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고 감기 증상이었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죠.

 

여름이라고 해도 올해는 비가 오는 날도 많고 흐린 날도 많아서 그리 덥지도 뜨겁지도 않는 여름날의 연속이었는데, 간만에 온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낮에는 36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땡볕인데 아빠가 마당의 잔디를 깎고 계셨습니다.

 

세탁한 빨래를 마당에 널고 있는 짧은 순간에도 내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아빠는 땡볕 아래에서 잔디깍는 기계를 이리저리 이동중이십니다.

 

남편 점심의 같이 낼 샐러드에 넣을 루콜라와 토마토를 몇 개 따면서 잔디를 깎고 있는 시아버니께 한 말씀 했습니다.

 

“아빠, 더운데 왜 이 시간에 잔디를 깎으세요.”

“그럼 누가 깎냐?”

“나중에 해가 조금 진 다음에 깎으셔도 되잖아요.”

“....”

 

아빠의 퉁명스런 대답에 “내가 토마토 몇 개 땄다고 마음이 불편하셨나?”했습니다.

 

보통은 아빠가 따먹으라고 하신 다음에 토마토를 따는데, 올해는 엄마가 이미 말씀을 하셨길레 토마토를 땄었거든요.

 

토마토를 씨 뿌려, 모종으로 가꾸고,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어서 물 줘서 키운 건 아빠이신데..아빠가 보는 앞에서 토마토를 따는 것이 “못 마땅하신 가부다..“생각했죠.

 

그리곤 방에 가서 남편에게 아빠와의 상황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한테 너무 뜨거울 때 잔디를 깍지 마시라고 했더니 아빠가 "그럼 누가 깍냐?" 하시더라. 나는 잔디깍는 기계를 못 다루거든.

 

설마 내가 잔디를 안 깎아서 역정을 내신 건 아니시겠지?

 

그리고 엄마는 집안에 계시고, 당신은 낮에 일하는데 결국 잔디는 아빠가 깍으셔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이 집이나 마당은 다 아빠꺼잖아.”

 

남편은 대답이 없습니다.

 

 

 

우리가 시댁에 살고 있지만 마당은 온전히 시부모님 소유이십니다.

 

우리는 이 집에서 침실겸 거실인 방 하나를 사용하고, 우리 식기보다 여기에 살지 않는 시누이의 식기가 더 많은 시누이의 주방과 욕실 & 화장실을 사용하는 임차인이죠.

 

마당은 내가 심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심고, 뭘 심게 땅을 달라고 해도 코딱지만큼 주시면서 잔디까지 깎는 임차인을 기대하신 것인지..

 

무슨 이야기냐구요?

제가 작년인가에 마당의 여기저기에 옥수수를 심는 것이 어떤지 여쭤본 적이 있죠.

 

옥수수를 심어놓으면 저절로 자랄 테니 따로 신경이 쓰이지 않을 거 같아서 말씀드렸었는데..

 

“마당에 옥수수가 자라면 그 옆에 있는 것들이 못 자란다.”

 

뭐 이런 비스 무리한 답변을 하셨습니다.

당신의 마당에 옥수수 몇 개 심는 것이 싫다는 말씀이셨죠.

 

내가 사는 환경이 어찌됐건 간에 나는 며느리.

가끔 까칠하게 댓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친절모드죠.

 

하지만 시부모님은 내가 만만한 며느리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시때때로 까칠해지십니다.

 

 

 

마당에서 만났는데, 날 보고도 안 보이는 척 지나치실 때도 있죠.

그런 날은 “내가 뭘 잘못했나?”할 때도 있지만 그냥 지나칩니다.

 

한 집에 살아서 불편한건 시부모님도 그러시겠지만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외출에 제한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런 불편함은 더해갔죠.

 

내가 장을 보러갈 때마다 시부모님은 무엇이 필요한지 여쭤봐야 합니다.

 

나는 남편처럼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서 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짐의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집 장만 볼 때도 사과 2kg (한 봉지), 양파 2 kg (한 봉지) 에 과일 한 두개(1~2kg) 사면 내 배낭은 이미 6~7kg이 되서 내가 메고 오기도 힘든 무게가 되죠.

 

우리 집 장만 봐도 무거운데 시어머니가 사다달라는 것이 있으면 내가 살 것을 줄이고라도 시어머니가 부탁한 물건을 사야하죠.

 

내가 물건을 사와도 내가 사온 물건에 대한 계산은 해 주시지 않습니다.

말로는 “내가 얼마주면 되냐?” 하셨지만 그때마다 “됐어요.” 했었죠.

 

두어 달 정도 우리 부부가 사다드린 식료품 가격을 시아버지는 얼마 전에 남편의 계좌로 이체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나한테 그 말을 안하시려고 하셨습니다.

 

“네 남편 계좌로 400유로 넣었으니 확인해보라고 해라.”

“무슨 돈을 넣으셨는데요?”

“으음, 그냥 좀 줄것이 있었다."

 

 

 

며느리에게는 그 돈의 용도는 말씀 안하시던 시아버지.

 

남편이 왔길레 아빠가 계좌이체 하셨다는 400유로 이야기를 하니 남편이 물었습니다.

 

“뭔 돈?”

 

며느리가 여쭤볼때는 말씀 안 하시던 아빠가 남편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십니다.

 

“그동안 네가 우리 집 식료품 사다준거 얼추 계산해서 넣었다.”

 

영수증은 드린 적이 없으니 대충의 가격을 예상해서 400유로 넣으셨다고 하더라구요.

 

물건은 나도 사다드렸는데, (내가 사용한 생활비 영수증은 나중에 남편에게 환불받는다고 해도 일단 내 주머니에서 나간 돈인데..) 물건을 사다준 며느리에게 물건 값을 환불 해 주는 것이 맞는것 같은데도 며느리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아빠와 아들간의 계산으로 끝냈죠.

 

내가 시부모님께 사다드린 식료품의 갯수와 가격보다는 남편이 차를 몰고 가서 사오는 물품의 수나 가격이 훨씬 더 많고, 금액도 더 큰 것은 맞지만, 그래도 며느리를 배재하고 주고받는 물건 값에 대해서는 섭섭했습니다.

 

원래부터 나는 왕따인 것을 알지만..

특히나 금전에 관한 일이면 더 배제되는 기분이죠.

 

남의 집은 며느리한테 시어머니가 무슨 보석 선물도 물려주고, 따로 용돈도 쥐어주고 한다는데 우리 집은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뭘 주고 싶은 마음, 한마디로 마음이 가난하신 분들이십니다.

 

 

 

그래도 나는 며느리이니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어도 남편에게 한마디 하는 걸로 끝을 냅니다.

 

“아니, 내가 사다준 물품에 대한 돈은 나한테 줘야하지 않냐고?

 

우리가 사다준 물건에 대한 돈은  안주셔도 된다고 했는데..

당신한테는 주시면서 왜 나한테는 안 주시냐고???”

“.....”

 

며느리한테 짜증을 내셨고 당신도 스스로 “짜증을 냈다”고 하셨던 날. (엄마의 증언)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아빠는 나한테 사과를 하셔야 할 거야! 며느리가 땡볕에 일하시니 걱정이 되서 한말인데 왜 화를 내시냐고? 그것이 화 낼 일이냐고?

 

내가 잔디를 깎아본 적이 없는데 어찌 깍냐고? 그리고 며느리는 재택근무 하는 아들 점심 차려주느라 바빴는데 왜 나한테 화를 내시냐고?”

“.....”

“아빠는 나한테 왜 그러시냐고?”

“사람이 나이가 들면 괘팍해지잖아. 가끔씩 그렇게 심술이 나나부지.”

“당신은 안 늙었는데 왜 괘팍한데?”

“......”

“내가 제일 만만하냐고?”

“당신이 이해해~”

“뭘 이해해? 아빠는 나한테 사과를 하셔야 한다고!”

“.....”

 

아빠는 당신이 잘못하신걸 알아도 절대 사과를 하시는 분이 아니시죠.

엄마가 아빠한테 평생 들어보지 못하신 말 중에 하나가 “미안하다.”

 

 

며느리한테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그걸 사과하실 분은 절대 아니신데..

 

“내가 며느리한테 화를 냈다”고 어머니한테 말씀하셨다는 사실이 당신의 잘못을 인정하신 거죠.

 

다음날 오전에 남편 몰래 배낭을 메고 슈퍼에 장보러 나갔습니다.

마당에서 뭔가를 하시는 아빠를 봤으니 일단 인사는 해야죠.

 

"할로~ 파파! (=아빠 안녕!)“

 

그러고는 나가기 전에 문이 열려있는 엄마네 가서 엄마를 불러봤습니다.

장보러 가니 “필요한 것이 있으시냐?” 여쭤볼 생각이었죠.

 

평소 같으면 마당에 있는 아빠한테 “엄마가 뭐가 필요하시데요?”하고 여쭤봤는데.. 괜히 아빠랑 말 섞기 싫어서 엄마만 살짝 불러보고는 장보러 다녀왔습니다.

 

당분간 저는 까칠 모드 며느리로 지낼 생각입니다.

 

아빠가 마당에서 뭔가를 하셔도 안 보이는 척 그냥 지나칠 생각입니다.

걱정해서 말씀드려봤자 괜히 짜증내시면 나만 섭섭해지니 말이죠.

 

며느리는 동네북이 아닙니다.

며느리도 화나면 성질 낼 줄 아는 까칠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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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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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지난 5월 우리집 마당의 풍경입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 8. 1. 00:00
  • 체사리아 2020.08.01 00:33 ADDR EDIT/DEL REPLY

    저도 시부모 두분 모시고 살아서 그맘 이해 합니다. 아무리 잘해 드려도 며느리는 남이라는게 알게 모르게 느껴지더군요. 가끔 보면 지니님께서 보살 같다는것도 느낍니다.
    며느리가 사준건 돈이 아닌거고 아들이 사주는건 갚아야하는 돈 인것 같네요. 어여 린츠를 그 작은집을 떠나셔야할 시간이 다가 오는것 같네요. 같이 살다보면 어르신들이 더 아쉬울때가 많은걸 아셔도 그 자존심 때문에 가끔은 오해도 생기더군요. 저도 성질 괴팍한 시아버님 때문에 맘고생 해서 지니님 그 상황 이해가 되네요. 시누 다섯에 시어른 두분 모시고 살아도 두분다 돌아가신 지금은 어른들 계실적 질서가 좋았구나 싶더라고요. 얼마전 시아버님 제사 8주기 였는데 음식 만들면서 아버님의 미웠던 기억보다 웃었던 기억이 더 많아서 깜짝 놀랐네요. 첫 손녀 임신 했다고 자두 만 먹었는데 자두를 한 다라이 사오신거며 그랬던 기억만 나더군요. 이제는 추억이라 부르네요. 멀리서 부산에서 지니님의 유투브 목소리 듣고 기운내 봅니나. 어여 좋은 소식 이사 소식 이라도 들리길 기대합니다. 그때는 랜선 집들이 해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30 신고 EDIT/DEL

      저는 시부모님과 살아도 사실 그리 스트레스는 받지 않습니다. 시부모님 뒷담화는 남편한테 와서 바로 풀거든요. 마음에 담아놓지 않고 바로 털어버리니 나름 스트레스는 안 받는거 같아요. 단순한 아낙이죠? ㅋㅋㅋ

  • Favicon of https://lovelyesther.tistory.com BlogIcon Esther♡ 2020.08.01 01:00 신고 ADDR EDIT/DEL REPLY

    오스트리아 시아버님도 까칠하실 때가 있군요.^^
    많이 속상하셨죠?

  • 색동이 2020.08.01 04:42 ADDR EDIT/DEL REPLY

    며느리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러셨을까요?
    사이좋게 지내려면 서로 만만하게 보아서는 않된다는걸 왜들 모르시는건지
    지니씨 당분간 까칠모드 잘하셨어요
    저는 시어머니 와 동년배 지만
    그나라 분들이 서양인이도 우리니라 시부모보다 더 보수적인 분들이 많은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34 신고 EDIT/DEL

      시아버지는 외국인을 대놓고 싫어하시는 분이세요. 정당도 외국인 적대당을 대놓고 지지하시죠. 나같으면 “내아들과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 정도 한번은 할만한테 두분다 절대 안하시더라구요. 남편 친구들중에는 “테오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한것이 기적이고 로또잭팍이다”라고 하거든요. 그말을 시어머니께 했더니만 안 들린다는듯이 행동하시더라구요.ㅋㅋㅋㅋ 남편 성격이 한마디로 ♫♫♪이라 친구들도 여자를 만나서 13년 넘게 잘 살고 있는것이 신기한거죠. ㅋㅋㅋ

  • BlogIcon 곰순 2020.08.01 04:51 ADDR EDIT/DEL REPLY

    다음부터 시장 본 값이 얼마냐고 물으시면
    대답해드리고 꼭 받으세요
    셈은 정확해야 서로 기분 상할 일이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38 신고 EDIT/DEL

      어차피 나는 남편에게 나중에 받거든요. 그래도 표면적으로는 내가 사다드린 것이 되지만 말이죠. 남편에게도 “부모님이 필요하신거 사다드린거는 돈 받을 생각하지마~” 했었는데, 남편은 또 주시는걸 군소리없이 받더라구요. ^^;

  • cilantro3 2020.08.01 09:38 ADDR EDIT/DEL REPLY

    아마도 도와드릴까요.라던가 덕분에 정원이 아주 보기 좋아요 구리빛 피부가 건강해 보이세요 며늘은 걱정해서 한소리지만 더운데 일하는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 있지요 찬수건이나 시원한 음로수 한잔을 드렸다면?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45 신고 EDIT/DEL

      제가 할수 있는 일이 아니라 “도와드릴까요?” 하는 말은 할수가 없었습니다. ^^; 저도 배려가 부족한 타입이라 말씀하시는것처럼 못했어요. ^^;

  • Favicon of https://smokeham.tistory.com BlogIcon 연기햄 2020.08.01 19:36 신고 ADDR EDIT/DEL REPLY

    절대 공감가는 글이네용^^ 화이팅 하시구 하트 꾸욱 누르고 갑니당!

  • Ge 2020.08.01 23:58 ADDR EDIT/DEL REPLY

    와 진짜.... 그집 식구들은
    성격들이 왜저렇게 베베 꼬엿는지.... 며느리 분 정신병오겠어요. 왜저렇게 가스라이팅 하고 괴롭히지 ..예전에 뭐 시러머님이 삐치셔서 인사 무시햇다는것도 너무 충격이었는데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20.08.02 03:40 신고 EDIT/DEL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가끔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고, 가끔은 남편에게 이야기 해서 풀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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