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자전거!

 

남편이 타던 것을 물려받아서 거의 15년 된 할배자전거!

 

남편도 10년 넘게 타던 자전거가 내 할배자전거의 연세는 30살이 넘으셨습니다.^^

30년탔음 완전 고물이 됐을 세월이지만, 워낙 관리를 잘 받아 아직 멀쩡하시죠.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할배를 타고 동네 슈퍼 한 바퀴 길을 나섰는데.. 이상하게 다른 날보다 페달 밟기가 너무 힘들어 무슨 일인가 내려서 확인해보니 바람이 빠진 뒷바퀴.

 



사실 할배자전거의 타이어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었습니다.

 

내가 남편에게 물려받아서 15년탈동안 타이어 한번 바꾼 적이 없었죠.

타이어 마모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타는데 지장이 없으니 잘 타고 다닌 거죠.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8월에 남편이랑 2박3일 “도나우 자전거 투어”를 했었습니다.

할배자전거로 말이죠.

 

총 221km일 3일 동안 달리는 여정이었는데..

그중에 이틀은 거의 100km를 달려야 했었죠.

 

만약 그 기간에 타이어가 펑크가 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급하게 자전거 가게 수배하고, 타이어를 바꾸고 하느라 여정에 지장이 있었겠지요?

 

그저 출퇴근하고 장보는 일상 속에 장렬하게 전사하신 할배께 감사를!!^^

 

 

바람이 없으니 페달을 밟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고 당연히 밟아도 나가지 않았던 거죠.

어차피 나선 일이라 일단 장보러 슈퍼는 갔습니다.

 

바람이 없어서 뒷바퀴는 바닥에 철퍼덕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걷게 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장보기이니 그냥 펑크 난 자전거 타고 다니기.

 

장봐서 오는 길에는 길 가던 사람이 나를 일부러 부르는 것도 들었습니다.

일부러 서서 그 사람을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왜 부르는지는 알 수 있었죠.

 

아마도 “저 아낙이 자전거가 펑크 난걸 모르면서 타고 다니나?” 싶었나 봅니다.

 

자전거에 바람이 없으면 페달 밟기가 얼마나 힘든데 모를 리가 있나요?

알면서도 이왕 나온 길이니 허벅지가 근육이 빵빵해지도록 힘을 주고 밟은 거죠.^^;

 

장봐서 집에 오니 마당에 계신 아빠!

(아빠가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에 일입니다. 지금은 병원에 계시죠.)

 

펑크 난 자전거를 보여드리니 며느리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십니다.

그래서 아빠의 당구장이 있는 창고로 따라갔습니다.

 

 

 

아빠는 며느리에게 창고에 걸려있는 자전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십니다.

 

벽에 걸려 있는 건 아빠가 가지고 계신 여러 자전거 중에 유난히 바퀴가 가는 경륜자전거.

바퀴가 얇아서 다른 자전거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자전거죠.

 

갑자기 며느리에게 왜 경륜자전거를 보여주시냐 여쭤보니 그 옆을 가리키십니다.

경륜자전거 옆에 나란히 걸려있는 건 바로 새 타이어.

 

아빠는 여행 때 가지고 다니시는 반으로 접는 자전거 2대(한대는 엄마것)외에 대여섯 대의 자전거를 더 가지고 계십니다.

 

물론 다 탈수 있는 자전거로 자전거마다 약간의 용도는 다르겠지만,

일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며느리는 설명 해 줘도 모를 자전거의 종류입니다.

 

아! 내가 타고 다니는 할배 자전거가 "산악자전거“이니 산악자전거는 압니다.^^

 

여러 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계신 아빠는 새 타이어도 가지고 계시네요.

 

자전거 타이어 펑크 났다는 며느리에게 새 타이어를 보여주시니..

“주시려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내미는 독감에 걸려서 방안에 누워있으니..

이왕이면 아빠가 (며느리) 타이어 가는데 도움도 주시려나? 하는 상상을 잠시!!^^

 

이때 아빠가 한 말씀 하십니다.

 

“나 저 타이어 XX가게에서 샀다. 거기가 쇼핑몰보다 더 싸더라.”

“.....”

“쇼핑몰에 가면 타이어를 다 접어놓고 팔잖냐, 근데 XX 가게는 저렇게 편 상태로 판다.”

“......”

 

아빠는 며느리에게 어디서 타이어를 사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며느리의 유일한 교통편인 자전거가 펑크 났으니,

빨리 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거겠죠.

 

 

 

독감에 걸러 하루 종일 침대에서 코만 풀어대던 남편이 마눌의 펑크 난 자전거를 확인했죠.

 

이미 마모가 심했던 자전거 타이어는 앞, 뒤 2개를 다 교체하는 걸로 했는데..

문제는 남편이 아픈 상태로 자전거 타이어 교환을 바로 할 수 없다는 것.

 

거기에 타이어도 없었습니다.

 

아빠가 “이거 먼저 쓰고, 나중에 사다오”하셨다면,

나라도 남편의 코치를 받아서 바로 교환했을 거 같은데..

 

타이어도 없고, 남편도 아픈지라 일단 타이어 주문만 들어갔죠.

 

하필 자전거가 펑크 난 그 다음날은 연이어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 근무.

남편은 아프고, 자전거는 없고, 저는 이틀을 걸어서 출퇴근 했습니다.

 

걸어서 30분이 약간 넘게 걸리는 거리에 있는 요양원에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려면 집에서 늦어도 6시 15분에는 나가야 해서 아직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후레쉬가 필요했습니다.

 

아픈 남편은 “전차를 타고 가라!”했지만,

전차를 타도 20여분 걸리니 그냥 걷는 것이 편했죠.

 

운동도 되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남편은 “아빠 자전거 중에 하나를 빌려달라고 이야기를 해 보라“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멀쩡한 자전거를 5대 이상 가지고 계시면서도 동네 슈퍼에 갈 때는 정말로 제일 낡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거든요.

 

버려도 벌써 오래전에 버렸을 그런 비주얼을 자랑하는 걸로 말이죠.

당신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전거를 다 아끼신다는 이야기죠.

 

며느리 자전거 타이어 펑크가 나서 못타고 다닌다는 것은 보셔서 아실 테고,

자전거를 빌려주실 마음이 있으셨음 먼저 말씀을 하셨겠죠.

 

괜히 아빠가 아끼시는 자전거를 빌려 타고 요양원에 출근했다가 혹시 자전거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더 문제가 커지니 아예 말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시가족‘도 가족이고 ”우리“라는 개념으로 생각을 해서 기대하는 일도 많았고,

그만큼 실망하는 일도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일이 종종 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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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비엔나 2박3일 자전거 투어"

할배 자전거가 씽씽했던 날의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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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2 00:00
  • 2019.10.12 04:4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2 04:53 신고 EDIT/DEL

      우리가 생각하는 "식구"의 개념이 전혀 다르고, "우리"라는 개념이 없는 곳에서 살다보니 나도 조금씩 변하는거 같아요. 물론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당연이 이정도는 해주겠지? 하는 기대로 없어지고 있는거 같구요.^^

  • 2019.10.12 04:5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9.10.12 06:15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3 05:54 신고 EDIT/DEL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타이어가 도착해서 남편이 새로 싹 갈아줬습니다. 정말 여기서는 남편이 유일한 내 보호자라는걸 실감합니다. 남편이 아빠요, 친구요, 오빠이면서 남동생이고 내 유일한 편인거 같아요.^^

  • 호호맘 2019.10.15 00:29 ADDR EDIT/DEL REPLY

    악동처럼 장난을 치고 가끔 지니님을 화나게 한다고 하는 남편이지만
    세상 자상한 남편이네요
    부럽기 까지 합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5 04:26 신고 EDIT/DEL

      저를 보살필때 보면 아빠가 딸 대하듯이 합니다 물론 호통칠때도 눈물이 쏙 빠지게..문제는 호통칠때죠. 나는 딸이 아니거든요. ㅠㅠ

 

 

가끔 뉴스에 셀카 찍다가 사망한 사람들의 기사가 나옵니다.

사진 한 장과 바꾼 그들의 목숨.

 

그저 멋진 사진 한 장 찍고 싶었을 뿐인데..

이제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죠.ㅠㅠ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그런 아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조금만 욕심을 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죠.

 

자! 오늘의 이야기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원래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려고 했던 휴가였는데..

저희부부만 4박5일간의 짧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휴가지는 우리가 자주 가는 크로아티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가는 곳에 한국인은 없습니다.

 

우리는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거든요.

우리가 가는 곳이 대도시가 아니어서 그럴테지만 말이죠.

 

이번 여행에 우리는 자다르 근처의 지역으로 갔습니다.

 

2박은 Novigrad 노비그라드 지역에서 하면서 보트를 바다에서 보트를 탔고,

2박은 Pag 섬에 머물면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여행계획은 다 남편이 짜서 나는 대충 어디쯤으로 가는 것만 알고 출발했죠.

 

우리의 두 번째 여행지였던 팍섬.

우리부부가 전에 한번 갔던 섬입니다.

 

그때는 차로 섬의 구석구석을 봤었는데..

이번에는 자전거로 섬을 둘러보게 됐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왔다면 자전거까지는 싣지 못했을 텐데..

캠핑 대신에 숙소를 잡으니 차에 자전거를 실을 여유가 있었던 거죠.

 

달랑 2박3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자전거로 섬의 여러 지역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 섬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있죠.

팍섬은 우리나라의 제주도 같습니다.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에는 바람, 돌, 여자가 유명하죠.

팍섬을 크로아티아의 삼다도라 해도 될 거 같습니다.

 

여기도 제주도만큼 바람이 세고, 돌도 많고, 여기는 여자 대신에 치즈.^^

팍섬도 바람과 돌담이 존재하는 지역이죠.

 

돌담의 형태도 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이 지역의 돌로 만들어 놓은 그런 담입니다.

 

특히나 바람은 얼마나 쎈지..

무게 꽤 나가는 중년아낙도 흔들거릴 정도입니다.

 

 

 

우리가 두 번째 날 오전에 갔던 섬의 끝.

 

장정인 남편도 옆에 돌을 잡고 서있어야 제대로 균형을 맞출 정도의 바람이 불었던 날.

 

자전거를 타기는 돌들이 너무 뾰족하고 가팔라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데..

바람 때문에 뒷바퀴가 계속 옆쪽으로 밀리는 현상이 있었죠.

 

우리가 오전에 갔던 이 지역은 바위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작은 해변이 많은 곳.

 

이 지역에 나체족들이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머물던 숙소에서 들었었는데..

우리가 자전거 타고 이쪽으로 달릴 때 차에서 내려 작은 해변으로 가던 할배를 봤었습니다.

 

할배의 차 번호판이 “잘츠부르크”라 남편에게 “오스트리아에서 오셨네” 했었죠.

 

연세가 꽤 있으신 할배 한분이 주차를 하는걸 보고 지나쳤는데..

저녁에 아래층 사람과 잠시 이야기를 하러갔던 남편이 와서 하는 말.

 

“아침에 우리가 섬의 끝으로 갈 때 주차하던 할배 있지. 기억나?”

“응, 차 번호판이 잘츠부르크였잖아.”

“그 할배 해변으로 가다가 넘어져서 다 깨지고 난리 나셨더라.”

 

이쯤에서 위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시라~

 

돌도끼로 사용해도 뭐든지 다 절단날거 같은 그런 뾰족한 돌들입니다.

이런 곳에서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면 온몸이 다 까졌다는 이야기죠.

 

다음날 아침 뷔페에서 만난 할배는 이마가 심하게 까진 상태이셨고,

할배가 말씀 하시는 걸 들어보니 휴가를 접고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십니다.

 

차는 가져가지 못할 거 같아서 차를 두고 가신다고 말이죠.

 

(다음날 우리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에야 남편이 “아차!” 했습니다.

“할배를 우리가 오스트리아로 모시고 갈수도 있었는데..”하고 말이죠.)

 

이곳의 바람이 그렇게 심했다는 이야기죠.

사람이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로 센 수준!

 

 

 

오전에 섬의 끝에서 센 바람을 맞았던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섬의 다른 쪽을 보러 갔습니다.

 

염전이 있는 지역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로 했죠.

마침 호텔서 만난 오스트리아 아저씨도 우리에게 이 길을 추천해주셨거든요.

 

아저씨가 추천해주신 길을 따라 달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만,

남편은 자전거 도로를 달려서 산을 넘어서 그 너머에 있는 동네까지 볼 계획을 세웠죠.

 

오르막이지만 심하지 않다는 조언을 듣고 보니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차들이 다니는 도로라고 해도 통행이 잦지 않은 곳이라 부담 없이 간 거죠.

 

 

남편에게 우측으로 서라는 신호를 보내느라 오른손을 핸들에서 떼었던 순간.

 

오르막까지는 잘 올라갔는데..

다시 우리가 출발했던 마을로 돌아오는 방법은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합니다.

 

이곳은 섬을 오가는 차들의 통행이 엄청난 도로라 조심을 해야 하지만..

그래도 다시 되돌아 가는 건 너무 시간이 걸리니 짧게 달려보기로 했죠.

 

그래서 도로에서 차들이 조금 덜 오는 순간을 기다려서 도로를 탔습니다.

 

옆으로는 계속해서 차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이 길을 달려야 내려갈 수 있는 마을이니 정신 집중해서 달렸습니다.

 

내리막길에 있는 팍섬의 전망대.

뒤따라오는 남편에게 오른쪽의 주차장으로 가자는 손짓을 하고 이곳에 도착!

 

 

 

산의 거의 정상에 있는 위치답게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팍“마을은 근사합니다.

 

팍섬의 대부분은 돌산이라 하얀 돌산과 파란바다의 조화가 꽤 근사한 지역입니다.

 

산정상이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대는 전망대에서 폼도 잡고,

사진도 찍으며 관광객 티를 팍팍 내고!

 

이제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할 시간!

 

그냥 서있는 것도 조금 버거울 정도의 센 바람인데..

우리는 이런 바람을 맞으면서 내리막을 달려야 합니다.

 

 

 

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길.

온정신을 집중하고 두 손은 핸들을 꼭 잡고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정신을 집중해도, 바람 때문에 자전거가 몇 번 휘청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핸들을 꼭 쥐어 잡았죠.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는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 근사합니다.

 

내가 차고 있는 액션캠의 단추 하나만 누르면 되는데...

자전거 핸들에서 손만 잠깐 떼면 되는 일인데..

 

손을 뗄까, 말까 자전거를 달리면서 갈등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바람에 자전거는 휘청거리는 순간도 있었죠.

 

지금 내가 달리는 이 순간을 영상에 담으며 좋을 텐데..

그러면 꽤 현실감 있고, 멋진 풍경이 담긴 여행 영상이 될 텐데...

 

몇 번을 생각해봐도 바람에 휘청이는 이 순간 핸들에서 손을 떼는 건 너무 위험한일.

 

내가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나를 추월하려고 가까이 접근했던 차들의 나를 치고 갈수도 있는 일이고, 차가 오지 않는 순간이었다고 해도 내리막길에 속도를 내고 달리다가 넘어지면 꽤 큰 부상으로 이어지죠.

 

“출발하면서 내가 왜 액션캠의 촬영단추를 누르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해가면서도 뒤따라오는 차들 때문에 입술이 바짝 말랐던 시간들.

 

바람 불고 가파른 내리막 길이 지도로 보면 그리 길지 않지만..

나에게는 정말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꽤 위험한 시간이었습니다.

 

구독자 157명 가진 초보 유튜버가 영상 욕심내다가..

넘어져서 사고로 이어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곳을 무사히 내려오고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서 벗어나자마자 남편이 마눌에게 물었던 한마디.

 

“영상 찍었어?”

“아니”

“아니, 그걸 안 찍으면 어떻게 해?”

“달리면서 핸들에서 손 떼었으면..당신은 두 번째 마누라 얻을 기회가 있었어.”

“....”

“앞에 달리는 내가 바람에 몇 번 휘청이는거 못 봤어?”

“봤지.”

 

내가 영상 욕심에 핸들에서 손 떼었으면 사고로 이어졌을거라는걸 알고 있는 남편이지만..

마눌의 유튜브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편도 찍었다면 근사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숨 돌리기가 무섭게 이런 말을 했겠죠?

 

“이번에 못 찍었으니 다음번에?“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지 싶습니다.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 날 이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온몸으로 겪어봤으니 말이죠.

 

다음번에 다시 이곳으로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그때는 우리가 달렸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는 선택을 하지 싶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던 도로 중에 가장 위험한 도로 경험은 한번으로 족하니 말이죠.

 

그 위험했던 순간의 영상은 없지만..

그 순간 전, 후의 영상은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여러분께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5월 여행(부다페스트/체코 회사 야유회) 영상을 편집중이라, 9월 여행은 쪼매 오래 기다리셔야 할 듯..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자전거를 타는 건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운전자들의 양보와 배려가 있어서 자전거들이 도로를 달리는 것인데,

모든 운전자들이 다 선직국형 매너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이 이곳 운전자들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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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가 자전거 여행이라 자전거 타는 영상을 하나 업어왔는데..

극박하고 위험했던 오늘의 자전 자전거과는 상반된 평안한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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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0 00:00
  • 딜라이트 2019.10.10 01:25 ADDR EDIT/DEL REPLY

    오늘 못찍은거 남편분이 드론으로 찍으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지니님은 위험한거 굳이 안하셔도 되잖아요 드론이 있는데 있는거 써야지 하는 생각이들어서요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10.10 06:43 신고 ADDR EDIT/DEL REPLY

    순간의 실수가 영원이 될수도 있지요.
    영상보단 사람이 더 중하니까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0 18:49 신고 EDIT/DEL

      맞습니다. 그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하늘로 직행을 타고 갈수도 있으니 욕심만 조금 덜 내면 내 명대로 살지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0 18:50 신고 EDIT/DEL

      구독자가 몇만명이고, 영상에 욕심에 많은 사람이라면 잠시 잘못된 판단을 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재미 있어서 찍는 영상이고, 또 나중에 내 추억이 될거 같아서 만드는 영상이라 그저 만족합니다.^^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10.10 10:04 신고 ADDR EDIT/DEL REPLY

    ㅋㅋ 맞아요 사고는 항상 욕심 내다가 나오는것 같아요. 위험한 순간을 잘 판단 하셔서 다행입니다.
    좋은. 풍경은.... 또 오면 되죠.. ^^

  • 호호맘 2019.10.10 19:07 ADDR EDIT/DEL REPLY

    촬영하기 위험한 영상보단 언젠가 지니님이 찍어 보겠노라 말씀하셨던
    시어머님이 젊은시절의 앤틱 식기구가 가득 놓여있다는 지니님 방의 옛날 진열장을 찍어주세요
    제 친정엄마가 젊은시절 사용하였던 장미무늬 문양의 오래된 본차이나 커피잔이나
    시절별로 변해갔던 냄비며 보고 있으면 재미나기도 하더라구요
    오스트리아 일반 가정집의 옛날 집기들이 궁금해지는걸요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11 05:19 신고 EDIT/DEL

      며칠전 우리방에 있는 그 오래된 컵들이 있는 장식장 열었다가 전쟁났었습니다. 그 안에 있는 아주 작은 유리 코끼리(인가) 3형제가 있는데 그것이 떨어져서 깨졌었거든요. 그걸 남편이 돋보기로 봐가면서 본드로 붙여놨는데, 그런것들이 망가질까봐 허걱^^; 한거죠. 내가 보면 참 유치하기 그지없는 쪼맨하고 조잡하게 까지 보이는 작은 것인데 마눌보다 그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그런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ㅠㅠ 다음에 남편 없을때 한번 찍어보겠습니다. 먼지가 잔뜩 앉아있는 그 안을 말이죠.^^

  • 지니님매력에푹빠진 2019.10.11 02:17 ADDR EDIT/DEL REPLY

    지니님! 여행을 참 멋지게 즐기며 다니십니다
    부럽습니다~

  • Favicon of https://rich-smile.tistory.com BlogIcon 부자미소 2019.10.11 05:56 신고 ADDR EDIT/DEL REPLY

    다음부턴 그냥 처음부터 영상키 누르는걸로!
    편집은 한번더 하면되지만
    아찔했던순간을 한번더 맞을순 없는거니깐요~
    현명한선택하셨네요!
    잘하셨어요~^^

 

 

같이 근무하던 직원 하나가 요양원을 떠나게 됐습니다.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던 서른 살 터키 아낙, N이 최근에 부모님이 사시는 쪽으로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할 때 2시간이나 걸려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말로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럼 그 근처에 있는 요양원을 알아보면 되겠네.”

 

일 하려고 차를 1시간씩이 타고 오는 건 조금 아닌 거 같았거든요.

요양원은 동네마다 하나씩 있고, 어디든 직원은 필요한 상태이니 취업은 바로 될 테고!

 

우리 요양원은 오스트리아 연방주에 속한 요양원으로 지점10여개 중에 하나입니다.

 

다른 지역에도 우리 요양원과 같은 본사를 둔 요양원이 있어서,

굳이 퇴직을 하지 않고 요양원 지점만 옮겨가는 방법도 있죠.

 

근처에 부모님이 계시면 아이를 맡길 수도 있고, 여러모로 편해서 이사를 가기는 했는데..

출근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그녀는 결국 우리 요양원을 떠납니다.

 

나처럼 주 20시간 일하는 직원이라 받는 월급도 많지 않은데..

출퇴근 2시간 하면서 지출해야 하는 기름 값도 부담이 됐지 싶습니다.

 

 

 

그녀는 부업으로 “허벌라이프” 판매를 하는데, 터키사람들에게는 아주 인기가 있는 것인지.. 그녀는 부업으로도 꽤 돈을 벌어들인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에도 허벌라이프에서 나오는 쉐이크를 판매하고,

나에게도 제품을 이야기하기도 했었네요.

 

나도 이 회사를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갔다가 사촌오빠가 밥 사준다고 해서 갔다가 얼떨결에 ‘강의’라는 걸 들었었죠.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372

사촌오빠의 “피라미드 회사”로의 초대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그녀가 허벌라이프에서 하는 행사도 열심히 다니고,

아주 섹시한 모습으로 허벌라이프 제품을 들고 포즈도 취하고 있는디..

 

같이 근무할 때 보면 그녀는 그리 날씬하지 않습니다.

나처럼 옆구리 살도 접히고, 몸매 관리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는 아낙이죠.

 

그녀가 나에게 제품을 팔려고 시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 허벌라이프 알아, 한국에서는 여기 회원가입하려면 물건 6백만원어치 사야한다고 하던데..”

“여기는 아니야, 물건 안사도 바로 가입이 돼!”

 

그녀가 말하는 그 “가입”이 판매를 목적으로 도매가격으로 살수 있다는 조건이 된다는 것인지는 관심이 없어서 묻지 않았습니다.

 

계속 말을 했다가는 아침에 먹는 십몇만원 한다는 쉐이크를 나에게 안길 거 같아서 말이죠.

 

그렇게 요양보호사 주 20시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허벌라이프” 판매하면서 살고 있던 그녀.

 

그녀도 나처럼 실습생으로 우리 요양원에 들어와서 직업교육을 마치고 정직원으로 근무를 했죠.

 

내가 실습생으로 처음 요양원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직업교육이 끝나가고 있는 실습생이었으니.. 그녀는 실습생 기간 2년을 포함해서 총 5년 5개월을 근무했답니다.

 

그렇게 따지다 보니 나는 내년 2월이면 딱 5년이 되네요.

실습 2년에 정직원 3년으로 말이죠.^^

 

 

 

오늘은 두어 달에 한 번씩 있는 직원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9월까지 근무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 회의에 그녀도 왔네요.

“그런가 부다”했었는데..

 

그녀는 직원들이 다 모이는 회의에 작별인사를 하려고 일부러 참석했답니다.

근무는 9월까지지만 나머지 기간은 휴가를 냈으니 이제 더 이상 근무는 없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오스트리아에서는 퇴직을 할 때 정해진 날까지 근무하는 대신에,

쓰지 않는 휴가를 이용합니다.

 

9월30일까지 근무를 한다고 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휴가를 이 기간에 쓰는 거죠.

 

휴가가 4주 있다면 9월 한 달을 다 휴가처리 해버리면 실제로는 8월말까지만 일하면 되고, 남은 휴가가 2주라면 9월 둘째 주까지만 일하면 되는 거죠.

 

작별인사를 하면서 그녀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면서 떠나게 되는 서운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너희들은 직장동료이면서 내가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줬던 사람들이야.”

 

뭔 힘? 네가 자궁외 임신 했을 때 동네방네 소문내고 네 뒷담화 했던 거?

그녀는 나와는 다르게 동료들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고 사생활까지 훌러덩 털어놓고 지냈던 모양인지..

 

그녀가 나에게도 그녀의 이야기를 한 적은 있습니다.

 

그녀에게 역시 남자는 자신과 같은 문화를 가진 터키남자가 최고라는 이야기도 했었고,

자궁외 임신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네요.

 

하지만 사생활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는 아니죠.

 

나도 최근에 그만둘 뻔 한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그녀처럼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앗싸라~ 이제는 더 이상 일 안해도 되고, 진상 동료들 안 봐도 된다~”

 

이런 마음에 신이 났었습니다.

 

물론 나를 챙겨주고 잘해준 직원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내 맘을 나눠준 적은 없거든요.

 

나는 직장에서 개인적인 대화는 잘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을 하는 정도지 먼저 내 신상에 대한 이야기는 안합니다.

 

사실 근무할 때는 모여앉아 수다를 떨 시간이 없습니다.

그럴 시간에 한번이라도 더 어르신 방을 찾아다니는 것이 낫죠.

 

오늘 곰곰이 생각 해 보니 나는 동료들에게 내 마을을 열지 않은 거 같습니다.

마음을 열지 않았으니 특별히 친한 사람도 없고, 그러니 통곡 할 정도로 슬프지 않은 거죠.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N처럼 독일어가 모국어 수준이 아닌 외국인이라 그녀 같지 않은 걸꺼라고..”

 

모르죠, 나도 동료들의 사투리를 다 이해하는 수준의 독일어를 구사했다면,

동료들과 밖에서도 만나고 내 고민도 털어놓는 그런 친구가 가능할지도!

 

동료들이 사투리 할 때 나는 알아듣지 못하니 사오정이 되고,

가끔은 내가 왕따라는 걸 나도 느끼니 말이죠.

 

하긴, 나에게는 친구기능을 하는 여러분이 계시니 나는 친구가 필요 없네요.

 

오늘 통곡하는 N를 보면서 나도 눈물이 찔끔 났고, 30여명이 넘는 직원들 하나하나 안아주는 그녀를 보면서, 또 그녀를 안아주는 직원들이 태도를 보면서 그들이 내가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의 행동으로 보아서 그들은 정말로 마음을 주고 받은 듯이 보였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오스트리아 사람은 “일본인 기질”이 있어서 마음에도 없는 행동을 곧잘 하지만 말이죠.

 

이곳에 살면서 제가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참 정이 많고, 마음도 잘 주고, 잘 울고 그랬던 나인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정도 마음도 주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도 몰랐던 저를 알게 되네요.

 

그렇다고 슬픈 건 아닙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친구도 되고 마음도 나누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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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뜬금없는 영상하나 업어왔습니다.

 

오스트리아에서 한국쌀을 구하기는 쉽지않지만, 그나마 비슷한건 찾을수 있죠.

제가 애용하는 쌀은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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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8 00:00
  •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0.08 05:18 신고 ADDR EDIT/DEL REPLY

    타인을 아니면 상대방을 통해서
    나를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사는 거겠죠...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10.08 13:52 신고 ADDR EDIT/DEL REPLY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많이 배우게 됩니다. 나는 당연히 이쪽인데 다른 사람들은 저쪽인게.. 앗! 하기도 하니까요

  • 2019.10.09 06:18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9 19:24 신고 EDIT/DEL

      아빠 수술은 잘하셨습니다. 오늘 오전에도 병원에 다녀왔어요. 아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계속하시는것이 누군가 옆에 있으시면..싶은거 같더라구요. 엄마가 오후에 가신다고 해서 후딱 사과파이 만들고 있습니다.^^

  • 호호맘 2019.10.09 16:10 ADDR EDIT/DEL REPLY

    저도 오랜시간 직장생활을 해 왔지만 늘 느끼는건
    직장 동료는 동료일뿐 친구가 될수 는 없다 입니다.
    친구로 다가가면 언젠가는 상처를 받게 되더라는 겁니다
    기대치가 달라서 그런거겠죠
    그래서 저도 누군가 같이 일하다 떠나가도 슬퍼 해 본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9 19:25 신고 EDIT/DEL

      나는 슬픈건 아니었는데, 떠나가는 직원이 펑펑우니 나도 덩달아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정말로 정이 많이 들어서 떠나기 싫어하는 그녀의 감정이 전달됐던 모양이에요. 저또한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내 일터에서 내 친구를 만들생각은 안하고 있습니다. ^^

 

사람들은 말합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상에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

 

아닙니다, 손해 보는 장사는 있습니다.

“결혼”은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결혼 안하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 여행도 잘 다니는 시누이는 정말 현명한 여자입니다.

 

팔자 좋아서 부잣집에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여자들.

 

실제로는 그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고 있죠.

파출부로 일하면 돈이나 벌지만, 가정주부들은 무보수로 일을 하죠.

 

그러면서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야 하는 말!

“네가 집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남편 출근할 때 아침 챙겨, 남편이 입을 옷 챙겨, 남편이 입었던 옷 빨아, 남편이 자고 나간 침대 정리해, 남편이 밥 먹고 나가면 정리하고 설거지 해!

 

거기에 아이들까지 있다면 아이들 뒤치다꺼리까지.

자신만의 시간을 내기 힘든 것이 “가정주부”인 것을...ㅠㅠ

 

나는 아이가 없어서 아이를 낳은 고통까지는 겪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내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절실하게 느낍니다.

 

나는 주 20시간만 일하는 가정주부.

일을 적게 하는 대신에 월급도 작죠.

 

하지만 주 40시간 일하는 남편이 마눌에게 “옜다~”하고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네 돈은 네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죠.

 

보통 다른 집은 남편이 집세, 공과금을 부담하고 마눌은 식료비를 부담하는 오스트리아.

마눌에게 “식료비”를 부담시키지 않는 것을 대단히 큰일처럼 생각하는 남편.

 

그러면서 마눌이 뭔가를 사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

“그건 내가 안 낼 거야.”

 

생활비라고 목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마눌이 한 달 생활비 지출 한 거 영수증이랑 리스트 작성해서 올리면 겨우 그거 결제(?) 해주면서 뭘 그리 통 크게 쓴다고 생색인지..

 

남편이 “(마눌이 지출한 식료비)돈 안 준다”할 때마다 마눌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어디 가서 하루 1시간씩만 청소를 해도 시간당 10유로, 한 달이면 300유로야,

이 돈이면 충분히 나 혼자살수 있는 집 하나는 구할 수 있거든!”

 

맞는 말입니다. 몰래 바이트는 시간당 10유로는 더 받죠.

 

여기서 말하는 몰래 바이트란?

 

가정집 같은 곳에 한두 시간 청소하는 일 경우는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고 당사자 간에 이루어지죠. 결국 불법이니 몰래 바이트라 칭하겠습니다.

 

남편 잘 만나서 주 20시간만 일하는 팔자 좋은 아낙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집에 있다고 해서 하루 종일 땡자거리면서 놀지는 않습니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을 챙겨야 하고, 샌드위치에 과일, 야채까지 영양까지 생각해서 골고루 도시락도 챙겨야 하고, 거기에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시부모님과 시시때때로 대화도 해야 하고!

 

생각만큼 그렇게 시간이 많지도 않다는 이야기죠.

주 20시간은 돈을 벌지만, 나머지 20시간은 집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거죠.

 

뭔 일이 있었길레 결혼은 미친 짓에 손해 보는 장사라고 하냐구요?

지난 주말에 남편이 저를 홀라당 뒤집어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별로 큰일은 아닌데, 남편이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가끔 마눌 약을 살살 올리면서,

마눌이 하는 일에는 딴지를 걸어대죠.

 

남편이 뜬금없이 주말에는 “그릴/바베큐”를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기를 사야 한다나요?

그리고 슈퍼에 갔는데 아무 생각 없는 마눌에게 하는 말!

 

“간 고기를 사서 당신은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그걸 그릴해서 같이 먹는 거야!”

 

보통 간 고기를 사서 양념을 해서 구우면 “햄버거 스테이크”가 되죠.

햄버거 패티를 만들라고 해서 “체밥치치”를 할 모양인 가부다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Cevapcici체밥치치”라고 불리는 요리가 유럽에는 있습니다.

간 고기를 손가락 모양으로 만들어서 구우면 되는 간단한 요리죠.

 

전 유고슬라비아의 음식이었는데, 나라가 분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로 입성하면서 그들의 식문화도 더불어 퍼진 것이지 싶습니다.

 

매년 크로아티아 쪽으로 휴가를 가니 체밥치치는 익숙하고, 간 고기에 양념만 하면 되는 요리니 한 번도 집에서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걸 생각했습니다.

 

고기 두어 가지 굽고, 체밥치치를 구워서 샐러드랑 한 끼를 먹나부다 했었는데..

뜬금없이 남편이 날리는 한마디.

 

“햄버거 빵을 사서 그냥 햄버거를 할까? 햄버거 빵을 사자!”

 

어쨌거나 간 고기 1kg를 샀습니다.

그걸 두 가지 양념으로 패티를 만들려고 말이죠.

 

하나는 불고기양념으로 하고, 또 하나는 그냥 눈에 보이는 거 다 때려 넣고 만든 양념!

 

뭘 그렇게 때려넣었냐구요?

일단 소금, 후추 들어가고, 고춧가루도 넣고, 우리 집에 보이는 종합 말린 허브도 넣고, 생각가루도 보이길레 넣고, 또 뭐 넣어나? 고춧가루를 한수저 이상 듬뿍 넣었는데 생각보다 맵지는 않았죠.

 

그렇게 두 가지 맛의 패티를 만들어서 햄버거 4개를 만들어서 서로 다른 맛 반반씩 먹을 생각이었죠.

 

그래서 간고기 1kg로  햄버거 (두가지 맛의) 패티 6장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수제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가 200g이라고 하는데..

나는 1kg로 패티 6장을 만들었으니 200g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괴물크기!

 

내 손 크기만큼 크고 넓적하게 햄버거 패티를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딴지를 걸어왔습니다.

 

“그렇게 크고 얇으면 그릴기에 올리는 즉시 철망 아래로 쑥 빠질걸?“

“아니야, 고기는 구우면 두꺼워져서 이렇게 얇아보여도 두툼해져!”

“내 것은 그냥 주먹처럼 동그랗게 해줘!”

“그렇게 하면 서로 다른 맛을 맛 볼 수가 없잖아.”

 

 

제가 만드는 수제 햄버거 비주얼 (쫌 큽니다.)

 

나는 두 가지 패티 맛의 햄버거를 반반씩 접시에 세팅할 예정이었는데.. 남편 몫의 패티를 둥그런 감자처럼 만들어버리면 이건 햄버거 패티가 아닌 햄버거 스테이크죠.

 

이때부터 부부사이에 불꽃이 튀었습니다.

 

고기보다는 햄버거 패티가 익어야 햄버거를 만들 수 있으니 일단 패티부터 구워야 하는데..

만들어놓은 패티를 갖다가 구우면 되겠구먼, 너무 얇아서 자기는 손댈 수 없다는 남편.

 

결국 햄버거 준비하다가 패티를 가지고 나가서 그릴기 위에 올렸습니다.

 

생고기 패티가 철망 위에 올라가니 밑으로 약간 쳐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남편이 얇다고 했던 패티는 남편의 생각대도 철망 밑으로 빠지지 않고 잘 익어갑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패티가 아래로 빠지지 앉자 약간 머쓱해진 남편.

 

“뒤집을 때 다 망가질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뒤집개를 이용해서 패티를 뒤집었습니다.

반쪽은 이미 익은 상태라 패티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뒤집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햄버거 패티를 완성하고, 남편이 고집한 감자스러운 남편의 패티도 완성!

그렇게 서로 다른 맛의 햄버거들을 완성해서 접시에 세팅이 끝이 났습니다.

 

시부모님은 약간 다른 맛이 나는 햄버거 2종류를 반반씩 놓아드렸지만,

 

우리부부는 남편의 억지 때문에 나는 불고기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남편은 또 다른 양념을 했던 주먹만하게 뚱뚱해진 햄버거 패티가 접시에 담겼죠.

 

시부모님과 마눌은 널찍한 햄버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두 손으로 잡고 먹는데..

남편은 칼과 포크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애초에 마눌이 말렸습니다.

"내가 햄버거를 만들면 굳이 고기를 구울 필요가 없어. 햄버거 하나먹으면 배부를걸?“

 

마눌의 이 말을 흘려듣고는 자기 고집대로 고기를 구운 남편!

 

비싼 소고기 스테이크와 양고기까지 추가로 구웠지만,

햄버거 드시고 이미 배가 부른 시부모님은 쳐다보지도 않으셨죠.

 

이날 남편의 똥고집 때문에 며느리가 심히 기분이 상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햄버거를 다 준비해서 시부모님 주방에 들어갈 때는 얼굴이 경직된 상태였죠.

 

남편 때문에 성질이 났는데, 시부모님 앞에서 거짓 웃음을 짓는 그런 위선적인 행동은 하기 싫었습니다.

 

화가 목까지 치밀어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그래도 점심은 책임져야 하니...^^;

 

햄버거 담긴 접시를 보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뭔가 한마디 하실 거 같았습니다.

 

인원수에 딱 맞는 요리보다는 푸짐하게 해서 남는 것이 더 낫다고 한국 문화를 설명 해 드렸지만, 며느리가 요리를 할 때마다 매번 이런 말씀을 하시죠.

 

오늘의 요리는 햄버거지만, 빵도 대형에 안에 들어간 패티도 대형.

오늘도 엄마가 이 말을 하셨다면 제대로 되받아칠 뻔 한 엄청 열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어떤 말?

“아니, 뭘 이렇게 많이 했니, 우리는 늙어서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내가 되받아쳤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었겠죠?

“엄마는 접시에 있는 거 매번 다 드시면서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못 먹는다, 양이 많다!” 하시면서도 당신 몫은 다 챙겨 드시는 엄마.

 

한 번은 화가 나신듯이 목소리를 높여서 “양이 많다”하시니...

아빠가 “그거 많으면 내가 조금 먹을까?" 하셨습니다.

 

그랬더니만 엄마가 하시는 말!

”무슨 소리야, 내 것은 내가 다 먹을 수 있어.“

 

왜 엄마는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는 엄마의 위선적인 행동도 이런 날은 짜증스럽게 다가옵니다.

 

이래저래 짜증만 나서 햄버거 접시에 머리를 박고는 묵묵하게 내 몫을 먹고는 내 접시를 들고는 벌떡 일어나서 나왔습니다.

 

나중에 남편이 희죽거리면서 하는 말.

 

“당신이 말한 대로 반반 햄버거를 먹을걸. 그랬어. 내건 맛이 없었어.”

 

남편의 주먹만 한 햄버거 패티는 햄버거가 불가능한 햄버거 스테이크라 남편은 고기 따로, 빵 따로, 야채 따로인 양식을 먹었는데, 그것이 햄버거보다는 맛이 더 못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은  다음날 아침상을 봐놨습니다.

 

우리가 싸운 날 저녁에 남편이 하는 전형적인 행동입니다.

 

뮤슬리 통에 티백을 넣은 찻잔과 찬물이 들어갈 컵 하나.

거기에 소금과 후추, 뮤슬리 먹을 수저와 도시락 쌀 빵을 썰 칼까지!

 

남편이 스스로 이런 준비를 한다는 건,

마눌의 다음날 아침이나 도시락을 싸줄리 없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남편 때문에 열 받은 오늘과는 별개로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은 안 싸줄 생각이 아니었는데..

남편이 이렇게 까지 준비(?)를 하시면 마눌은 삐딱선을 타고 갑니다.

 

그.래.서.

다음날 남편이 출근할 때 마눌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눌이 일어나지 않으면 남편은 알아서 일어납니다.

혼자서 과일 없는 뮤슬리 먹고, 빵에 햄이나 치즈만 덜렁 끼워서 자신의 도시락을 싸죠.

 

이렇게 혼자 출근준비를 다하고는 출근하면서도 마눌에게 인사는 청합니다.

눈 맞추고 웃으면서 “잘 다녀와!”하는 인사를 듣고 싶어 하는데..

이 날은 그런 인사 없이 그냥 출근했습니다.

 

남편이 생각하기에도 이번에는 마눌의 화가 보통 이상이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편이 스스로 아침상을 준비하는 날은 일부러 일어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마눌이 차려주던 아침이나 점심을 혼자서 해봐야 마눌의 해주는 일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될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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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튜브에 나름 최근에 올린 동영상 하나 업어왔습니다.

바로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눌이 차리는 남편의 아침과 도시락"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적이 있지만,

제 유튜브는 블로그의 글과는 별개로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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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7 00:00
  • Favicon of https://fumikawa.tistory.com BlogIcon 후미카와 2019.10.07 00:37 신고 ADDR EDIT/DEL REPLY

    시집 스트레스는 전 세계 공통. 일본이던 유럽이던 차이는 없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7 06:35 신고 EDIT/DEL

      사랑은 여자에게 있어서는.."자신의 일생을 저당 잡히는 일"이고, 남자에게 있어서는 "평생 날 위해서 일해줄 무료 일꾼하나 구하는 일"입니다. ㅠㅠ

  • Favicon of https://futureindustry.tistory.com BlogIcon 아웃룩1000 2019.10.07 07:26 신고 ADDR EDIT/DEL REPLY

    마눌님께 충성하도록 할게요.

  • 2019.10.07 07:53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7 19:41 신고 EDIT/DEL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 글을 보신다니..왠지 즐거운 일만 써야할거 같은걸요. 하지만 이렇게 내속을 털어놓아야 저는 또 살아갈 새힘을 얻으니.. 내가 한 선택이니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 스마일 2019.10.07 13:22 ADDR EDIT/DEL REPLY

    아내말을 잘 들으면 죻은일만 있을텐데요 ㅜㅜ
    어짜겠읍니까?
    여기도 쇠고집남편있음돠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7 19:43 신고 EDIT/DEL

      세상의 (말 겁나 안듣는 막내)아들 기능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모시고 사시는 아내분들! 힘내십시오~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 Favicon of https://dreamlover2425.tistory.com BlogIcon 드림 사랑 2019.10.07 20:00 신고 ADDR EDIT/DEL REPLY

    글에서 화남과 스트레스가 묻어나오내요 ㅠㅠ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7 20:03 신고 EDIT/DEL

      그걸 이렇게 털어버려서 지금은 다시 정상모드입니다.^^ 오늘도 출근하는 남편 아침과 점심을 챙겼죠.^^

  • 충청도 2019.10.08 20:22 ADDR EDIT/DEL REPLY

    가족을 위해 일찍 일어나 정성껏 아침을 쨍기는 아내 어머니는 세상의 주인입니다. 돈버는 노동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8 23:56 신고 EDIT/DEL

      돈버는 노동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것이 감사한것이 아닌 "당연히 네가 하는 일'로 치부해버리면 섭섭해지죠.ㅠㅠ

  • 호호맘 2019.10.09 16:40 ADDR EDIT/DEL REPLY

    나이가 들수록 여자말을 들으면 손해 볼일 없을터인데
    남편들은 언제나 깨닫게 될까요
    그리고 그 손해 보는 장사 ....그부분을 지니님과 제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어도 시간이 모자랄거 같습니다
    저도 정말 그 무료 가사노동에 희생자라 ㅎ ㅎ ㅎㅎ
    남편한테 졸혼(이혼이 절대 아님)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잘
    하라고 해야 될듯 합니다
    또한 부엌일은 여자가 혼자 해야지 같이 하면 반드시 의견차로 싸우게 됩니다
    요리를 자주 하신다는 지니님 남편이시니 어쩔수 없지만 요리를 하려거든
    혼자 온전하게 하라고 하세요
    메뉴를 뭘 정하든 요리의 재료를 뭘 선택하든 지지고 볶고 혼자 만들어
    완제품으로 대령하라 하시면 싸우지 않을거 같네요^^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9 19:27 신고 EDIT/DEL

      제 남편은 요리는 해도 설거지는 안하는 관게로 남편이 요리하고 나면 주방에 산더미만한 설거지는 다 내몫으로 남지요.^^ 그러려니..하면서 사는데 가끔 울화가 치밀어서 살며시 "이혼"을 꿈꿔봅니다. 나 혼자 살면 시간도 많고 잘살수 있을거 같아서 말이죠.^^

  • Favicon of https://wpflska.tistory.com BlogIcon 제리남 2019.10.09 22:56 신고 ADDR EDIT/DEL REPLY

    잘보고 갑니다^^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남편.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고 크고, 배도 더 많이 나온 남편!

아! 나보다 돈도 더 버는군요. ^^;

 

참 건강해 보이는 남편인데..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님 이 나라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1년에 한두 번 길게 병가를 내죠.

 

짧으면 3주, 길면 한 달도 넘게 회사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 짱 박힙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삼식이가 되면 마눌만 피곤하죠.^^;

 

여기서 잠깐!

삼식이란? 집에서 (마눌이 챙겨주는)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챙겨먹는 인간!!!

 

물론 멀쩡한 남편이 삼식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을 나가지 못할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거든요.

 

남편은 1년에 한두 번 독감을 앓습니다.

 

남편이 앓던 그 “독감”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를 때는 침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코만 풀어대면서 “이것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하는 남편은 마구 구박 했더랬습니다.

 

나는 통뼈라서 남편이 앓는 그 “독감”따위는 절대 안 걸릴 줄 알았었는데..

몇 년 전에 “세상이 빙빙 도는 골 아픔과 고열”이 동반하는 독감을 제대로 영접했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앓던 독감이 나에게 살짝 옮겨준 것이었지만 말이죠.^^;

 

올해는 춥지도 않고, 아직 쌀쌀하지도 않았던 9월 중순!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던 남편이 점심때 청소하느라 바쁜 마눌 앞에 등장했습니다.

“뭔일”로 이리 일찍 퇴근했냐고 물어보니 날리는 남편의 한마디.

 

“나 아파, 병가 냈어.”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남편이 아프다니 뻥인 줄 알았는데..

그날 저녁부터 남편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아프기 시작했다”는 표현은 조금 그런데..

다음 날부터 방에 남편이 코 풀어댄 휴지가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코를 하도 풀어서 헐어가는 코밑에는 유기농 코코넛오일까지 발라가면서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죠.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은 간병하기 엄청 까다로운 환자가 되었습니다.^^;

 

“차 끓여 달라”하면 얼른 차를 끓여서 갖다 바쳐야 하고!

“스프가 먹고 싶다”하면 얼른 끓여다가 바쳐야 하죠.

 

문제는 마눌과 남편의 “요리하는 법”이 아주 다르다는 겁니다.

 

남편은 뭔가를 요리하면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확인해가며 정석으로 요리를 하지만..

마눌은 눈에 보이는 재료들은 다 때려놓고 요리를 합니다.

 

그래서 마눌의 요리는 매번 다른 맛을 내는 특징이 있죠.^^

 

아픈 남편이 마눌에게 스프를 해 달라고 합니다.

 

냉장고에 아빠가 주셨던 호박이 남아있어서 “호박 크림스프”를 해줄까 물었더니만..

지하실에 있던 (아빠가 주신) 파프리카를 종류대로 다 들고 와서는 하는 말!

 

“호박이랑 파프리카 넣고 스프 끓여줘!”

 

남편이 멀쩡했다면 직접 해 먹었을 스프인데, 아프니 마눌에게 부탁을 합니다.

해 달라는데 안 해주면 나쁜 마눌이죠? 그래서 했습니다. (난 착한 마눌^^)

 

들통에 오일 듬뿍 넣고 양파를 지글지글 볶다가, 설탕을 넣어서 카라멜화를 시킨 다음에..

 

거기에 파프리카를 넣고, 호박을 넣고 볶다가 물을 붓고는 푹 끓인 다음에..

들통에 들어있는것을 통째로  갈아서 생크림 넣으면 끝~

 

남편이 원한 건 이렇게 하는 거였는데..

눈에 보이면 다 집어넣는 마눌이 이대로 할리는 절대 없죠.

 

파프리카 넣으면서 냉장고에서 놀고 있는 겁나게 매운 고추도 넣었고..

냉장고에 “(내가 마당에 바질 따다가 만들어놨던) 바질페스토도 보이길레 넣었고..

마당에 허브 말린다고 종류대로 따왔다가 한 움큼 남겨놓은 파슬리도 넣었습니다.^^

 

거기에 내 요리의 특징은 “싱겁다.”

 

물론 내 딴에는 나름 양념을 세게 한다고 하는데,

뭐든지 “소태”로 먹는 이 집안 입맛에는 절대 못 따라 가죠.

 

 

 

마눌이 갖다 바친 파프리카(호박) 크림스프.

크리미하고 예쁜 색의 크림스프랑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비주얼.

 

한 요리하는 남편 눈에는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프”.

“뭘 넣었는데 스프 위에 뭐가 이리 둥둥 떠 있어?”

“파슬리 넣었는데..”

“스프 색은 왜이래? 이건 (노랑/빨강)파프리카랑 호박이 들어간 색이 아닌데..”

“냉장고에 바질페스토가 보이길레 두어 수저 넣었는데..”

“.....”

 

남편이 싫어하는 잡탕 스프를 해다가 바친 마눌입니다.

거기에 간도 약간 싱거운 상태!

 

남편이 알아서 먹으라고, 허브소금과 후추까지 살짝 옆에 놓고는 얼른 방을 떠났습니다.

그리곤 주방에 와서 내가 해 놓은 스프를 먹어봤습니다.

 

(제가 은근히 입맛이 까다로운지 어지간해서는 “맛있다”는 표현을 잘 안 합니다.)

 

바질페스토가 넉넉히 들어갔지만 바질 향은 안 나는거 같고!

겁나 매운 고추 한 개가 들어가서 뒷맛은 약간 매콤한 거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이게 뭐래?” 하는 맛입니다.

그런데 두어 번 먹다보면 “중독”이 되는 것인지 맛있어 집니다. ㅋㅋㅋ

 

스프 한 대접을 떠나 바친 남편이 있는 방에다 대고 남편한테 외쳤습니다.

 

“스프 더 줄까?”

“응”

 

흐흐흐 웬만해서는 절대 2번 먹지 않는 남편이 더 달라고 하니 맛이 있는 모양입니다.

남편에게 두 번째 대접을 갖다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건 네 영혼의 파프리카 스프야!”

 

아프면 “영혼의 치킨스프”를 먹는다는데..

우리 집에는 치킨 스프 대신에 파프리카 스프를 먹었습니다.

 

반 들통 끓인 파프리카 스프를 남편은 그 다음날도 먹었습니다.

 

음식을 1번 이상은 잘 안 먹는 남편인데...

스프가 맛이 있어서 먹은 것인지,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은 것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만!

 

내가 만든  (잡탕)파프리카 스프가 남편의 영혼(감기가 아니고?)을 치료했다고 믿습니다.

 

파프리카(호박)스프가 맛있었다고 다음에 또 만들어달라고 할까봐 살짝 걱정도 되지만..

 

그때는 또 다른 재료들이 들어간 전혀 다른 조합의 새로운“영혼의 파프리카 스프”를 만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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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브로컬리 크림스프"입니다.

 

남편이 하는 식으로 만든 "마눌이 직접 만든 스프"죠.

우리집 크림스프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궁금하신 분은 영상을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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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5 05:26
  • 호호맘 2019.10.05 15:35 ADDR EDIT/DEL REPLY

    독감 예방접종은 맞지않나봅니다
    뭐 접종 받고도 걸리기는 합니다
    예방접종덕에 약하게 지나간다고는
    하더라구요^^

    생크림이 참 독특한 용기에 담겨서 파네요
    아이들 음료수같기도 하고 ㅎ ㅎ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5 18:04 신고 EDIT/DEL

      우리 요양원에 독감예방주사를 놓는다는 안내가 떴습니다. 10월과 11월에 정해진 시간이 오면 맞을수 있다고 하는데..직원들이 하는말 "난 그거 맞아도 소용이 없더라. 난 그거 맞고 오히려 독감을 더 크게 앓아다니.." 남편 반응도 신통치 않아서 맞아볼까 하다가 그냥 안 맞기로 했습니다. 물론 남편도 독감예방주사따위는 맞지 않습니다. 이번에 갑자기 걸린 독감에 대해서 물어보니..동료가 독감을 앓고 있었다고..참 면역력 약한 남편입니다. ^^;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10.06 09:33 신고 ADDR EDIT/DEL REPLY

    대부분이 아프면 입맛이 없는데 이웃님이 만든 스프가 아주 맛이 있었나 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6 23:34 신고 EDIT/DEL

      남편은 평소에도 맛없는건 절대 안먹는 입맛이죠. 역시 이것저것 보이는거 다 집어넣으니 들어간 여러가지 맛이 섞여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

  • 스마일 2019.10.07 13:14 ADDR EDIT/DEL REPLY

    영혼의맛 파프리카 스프 맛 보고 싶어요
    저도 여러가지 때려넣었다 욕만 얻어 먹었어요 ㅠㅠ

  • 2019.10.09 19:0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jinny1970.tistory.com BlogIcon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9.10.09 19:29 신고 EDIT/DEL

      제가 요리하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처럼 고민하고 연구하고 하는걸 전혀 안합니다. 대충 눈에 보이는건 다 때려넣는데 맛은 먹을만한가 봅니다. 마당에 언제나 갖다 먹을수 있는 야채가 있는것도 제가 가진 장점중에 하나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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