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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놀라운 그녀의 생존력

by 프라우지니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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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한국의 1)에 근무를 하는 날은

혼자서 12분을 케어 해야 합니다.

 

오전에는 간병을 하느라

방마다 누비고 다녀야 하고,

 

오후 1시부터 2시까지의

1시간의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근무에 복귀하면서

어르신들께 드릴 커피랑

떨어진 물품들을 챙겨서

다시 지층으로 내려가죠.

 

점심시간을 마치며 지층에 가져갈

물품들을 카트에 담았습니다.

 

궁디를 닦을 물수건도 몇 팩 챙기고,

그외 어르신들께 나눠드릴 커피 & 우유와

주스를 마실 컵 등도 챙기고

내가 사용하는 수술용 장갑도 챙기고..

 

여러가지 물품을 챙기면서

지층에 가져갈 과일도

조금 챙겼습니다.

 

과일 바구니에 담아놓으면

어르신들이 오가시다가

드실 수 있게 말이죠.

 

 

 

문제는 내가 카트를 놓은 곳이

우리 병동의 식탐 여왕

N여사가 지나가는 길목.

 

N부인 이야기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https://jinny1970.tistory.com/3426

 

요양원에 사는 여왕의 하루

사람들은 요양원에 대해 오해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버려진 불쌍한 사람들이 사는 곳” “직원들이 노인들을 마구 학대하는 곳” 세상은 넓고, 또 요양원은 나라마다, 도시마다, 마을마다

jinny1970.tistory.com

 

혹시나 지나가다가

과일이 보이면 가져갈까 싶어서

 

과일이 담긴 통은 앞에서는

잘 안 보이게 카트의

뒤쪽으로 감춰뒀습니다.

 

옆에서 보일까 싶어서

과일 통의 좌우로는

비닐장갑 통으로 담을 쌓았고,

 

앞에도 접근이 쉽지 않도록

빨강& 파란 주머니까지 배치해서

 

꼭 갖고야 말겠다는

강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꺼낼 엄두도 낼수없게

철통 방어를 했습니다.

 

이 정도로 잘 감춰 놓으면

아무리 식탐여사라도 해도

못 찾을 줄 알았었는데..

 

제가 N여사를

너무 가볍게 봤었습니다.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할매를

가볍게 봤다가 큰 코를 다쳤죠.)

 

N부인이 지나가고 난 다음에 보니

내가 감춰뒀던 과일통이 앞에

쑤욱~ 나와있습니다.

 

이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인디..

 

그곳을 스쳐 지나간 N부인을 따라가보니

역시나 그녀의 손에 복숭아가 들려 있습니다.

 

“N부인 카트에 있던 복숭아 가지고 왔어?

이거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해?

이건 내가 지층 어르신들 드리려고

준비 해 놓은 것인데..

말도 없이 그냥 가져가 버리면 안되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도

카트를 가져가려고 다 담아놓은 걸

한눈에 보면 알 수 있는데,

 

안 깊숙이 있는 과일 통을 꺼내서

그걸 꺼 내가는 마음은 어떤 것인지..

 

 

 

각 층에 놓여있는 과일들은

디저트로 나온 것들을 어르신께 나눠드리고

남은 것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N여사도 하나씩 받았던 종류인데..

 

오며 가며 집어가는 과일들도

먹지 않아서 방에는 말라 비틀어진 과일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면서

 

N여사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감춰놓은 과일까지 찾아내서 들고

방으로 가다가 나에게 딱 걸렸던거죠.

 

어떻게 보면 참 무안한 상황인데도

N부인은 미안하다는 말도

지층에 가져갈 것인지

몰랐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나의 닦달을 견뎠죠.

 

물론 손에 쥔 복숭아는

가지고 퇴장을 했습니다.

 

N부인을 대놓고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어도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끝없는 그녀의 욕심을 보고나니

(붙은 정도 없지만) 조금 정이

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가져 갈수 있게

접시에 담아 놓은 것과,

따로 챙겨 놓은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그녀에게는 그 차이의 경계가 없는 것인지..

 

 

 

 

하루 세끼에 간식을 먹고,

저녁에 자려고 누워서도,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침대 옆의 간이테이블에는

항상 먹을 것이 있고,

 

동료들이 농담처럼

그녀는 24시간 먹는다고 하죠.

 

먹다가 너무 졸려서 자는건

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인데..

 

N여사는 먹다가, 자다가,

자다가 먹다가를 반복합니다.

 

100kg이 넘는 몸매를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많이 먹어야 하겠죠.

그리고 많이 마셔야 하겠죠!

 

하루에 5리터가 넘는 음료를 마시고,

쉬는 시간없이 하루 종일 꾸준히

먹는다는 걸 동료들에게 듣고,

 

때로는 내가 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저 음식에 대한 욕심이 과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숨겨놓은 물건도 찾아내는

그녀를 보면서 음식에 대한

단순한 탐욕이 아닌

 

탐욕 이상의 생존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깟 복숭아 하나 때문에

N부인에게 너무 무안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스스로 반성을 했지만,

 

나의 닦달에도 아무런 반응없이

앞만 보고 있었던 N부인의 모습도

나에게는 꽤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그랬냐?”몰랐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어도 됐을테고..

 

복숭아를 돌려주면서

아래층 사람들을 위한 것인줄

알았으면 안 가져왔을꺼다하고

대충 얼버무릴수도 있었을텐데..

 

N부인은 끝까지 복숭아를 놓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미안한 태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죠.

 

그녀와 나중에 누가 더 도를

지나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탓을 하기 보다는

다음에는 구석에 잘 감춰뒀다가

가져가야지하는 걸로

이번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단순한 탐욕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깟 복숭아 하나

안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아무도 나를 챙기지 않는 요양원생활을 하는

 

그녀의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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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간만에 나간 린츠 시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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