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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이 원하는 접시 선물, 그문드너 도자기

by 프라우지니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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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오스트리아산 유명한 도자기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대부분의 가정에서

하나쯤 아니, 한 세트 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스트리아 국민 도자기,

 

Gmundner Keramik 그문드너 케라믹.

 

제 시어머니도 특별한 날은 꼭

이 그문드너 도자기를 꺼내서 점심을 차리시죠.

 

손님이 오셨을 때 꺼내 놓기도 하시니

어떤 의미에서는 전시용(?) 접시입니다.

 

그문드너 도자기를 주변에서 하도 보다 보니

살림에도, 그릇에도 관심이 전혀 없는

저 같은 날라리 가정주부도

그문드너 도자기는 알아차릴 정도죠.

 

우리 요양원에도 복도에

제법 큰(비싼?) 꽃병 그문드너 제품이 놓여져 있죠.

 

어느 분이 가지고 계셨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돌아가셨으니 복도에 장식하느라

내놓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오래전에 선물 받은

그문드너 도자기가 집에 하나 있습니다.

 

10년도 훨씬 전의 이야기 같은데,

그라츠 살 때 다니던 독일어 학원, ISOP.

 

 

 

 

2012.02.11 - [도움이 되는 정보] - 그라츠에 있는 독일어 학원.

 

그라츠에 있는 독일어 학원.

그라츠는 인구 25만이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랍니다. 이곳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부설 독일어학원으로 가지만, 학생 신분이 아닌 상태에서 이곳에 온 사람

jinny1970.tistory.com

 

저는 이솝에서 독일어의

알파벳부터 시작해서 중급까지 마쳤죠.

 

싼 것이 비지떡은 아닌 곳이었습니다.

전 여기서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그때 만났던 선생님 중 한 분이신데,

이분은 교사로 정년퇴직을 하신 후에

소일거리를 찾아서 이솝으로 오신 분이셨죠.

 

외국인들에게 독일어를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가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하셔서

 

1주일이 한 번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얻게 됐다고 좋아하셨죠.

 

이분이 (월급을 받는) 다른 선생님과 다른 점은

수업 전에 학생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일일이 말을 붙여 주신다는 것!

 

어느 언어나 마찬가지지만 학생 중에는

다른 학생들보다 수준이 조금 더 나은 사람들도 있고,

 

이런 사람들은 꼭 수업시간에

자기만 말하려는 경향이 있죠.

 

수업시간에는 어쩔수 없다고 쳐도

자원봉사 선생님은 수업 전후로

 

평소 수업시간에는 실력이 딸려서

말을 전혀 안하는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곤 하셨죠.

 

그렇게 우리와 3달 과정을 마친 자원봉사 선생님이

더 이상 수업을 못하게 됐다고 하신 날

 

가져오신 건

그문드너 도자기 한 보따리

 

외동딸이셨던 선생님은 자신의 아버지가

암으로 10년 넘게 투병하시는 걸

본인이 직접 간병해서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남편 분이 암 진단을 받아서

이제는 남편 간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셨죠.

 

이건 나중에 선생님 댁에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들은 그녀의 개인사입니다.

 

교사로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 간병까지 하는 삶이

절대 쉽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산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신다고!

 

이제는 남편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니

다른 이를 돕는 자원봉사도 좋지만,

내 가족을 위해서 시간을

써야할 거 같다고 하셨죠.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가지고

계셨었다는 그문드너 도자기들.

 

조금 연식이 있는 그문드너 제품이라

어찌 보면 골동품 값어치도 있을 거 같은..

 

이런 건 팔아도 꽤 가격을 쳐서

받을 수 있는 것들인데

선생님은 우리 반에 풀어놓으셨죠.

 

접시나 컵 등 다른 것도 많았는데,

그때 내 눈에 콕 와서 박힌 것은 바로 이 녀석.

 

이것이 설탕을 담은 용도인지는

알 길이 없고,

 

뚜껑도 있어서 다른 도자기들에 비해

엄청 고급져보였죠.

 

이 도자기를 받으면서

밑면의 도자기를 주시는 선생님의 사인을

해 달라 부탁드렸습니다.

 

살다보면 내 기억은 희미 해지겠지만,

이 그릇을 주신 분이 남겨주신 서명은

볼 때마다 그때가 생각날 테니 말이죠.

 

그렇게 내가 선물로 받아 놨던 이 그릇이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그문드너 도자기.

 

 

 

그릇에 관심 없는 아낙의 주방은 이렇게 소박합니다.

 

잠시 머물러 왔던 시댁이라

대부분의 그릇들은 다 포장된 상태이고,

 

우리가 많이 쓰는 것들 위주로

꺼내놓은 것이라 몇 개 되지 않지만,

이중에 내가 산 것은 하나도 없네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온 시집이어서

애초에 혼수 같은 건 아예 안했고,

 

그릇도 우리가 결혼식하고 집들이식의

가벼운 식사 초대에 오셨던 한국 분이 주신

이케아 그릇 세트

필요할 때마다 이케아에서 사온 용기 몇 개.

 

그리고 시어머니가

몇 년 전에 주셨던 2인용 접시 세트.

 

내가 마음먹고 거금을 들여서 산

폼 나는 접시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 집에 손님이 자주 오는 집도 아니니

전시용으로 사놓은 그릇같은 것도 애초에 없죠.

 

 

 

그문드너 사진에 보이는 2인용 세트의 가격이 152유로.

 

나는 관심도 없었던 그문드너 도자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 집에 놀려왔던

남편의 친구 커플 때문이었죠.

 

그문드너 도자기 공장이 있는

트라운 호수 쪽에서 짧은 휴가를 즐기면서

물건을 조금 저렴하게 살수 있다는

전시장에 구경을 갔던 모양인데,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랐다는 이야기였죠.

 

물건에 조금씩 하자가 있는 2등품이라고 해도

세트에 500유로가 넘어서 사지 않았다고 했죠.

 

그 커플은 여자는 중학교 선생님이고,

남자는 박사학위 엔지니어에 자식도 없어서

 

돈 쓸데가 없다고 하면서도

몇 년째 낡은 옷을 입고 다니고,

그릇이 비싸다고 안 사는 걸 보면

절약이 몸에 밴 사람들인 거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 커플이 사고 싶어도

비싸서 안 샀다는 그 그문드너 도자기

 

애초에 그릇에 관심이 없으니

그런 가부다..”하고 지나쳤었는데..

 

 

 

내가 아는 그 “그문드너 도자기”를

슈퍼마켓에서 한동안

특가 상품으로 팔았죠.

 

큰 접시는 하나에 8유로,

디저트 접시는 하나에 5유로.

 

케이크를 담는 디저트 접시는

보통 아침을 먹을때 사용하는 접시이기도 하죠.

 

슈퍼에서 이것을 팔 때는

, 그문드너! 한 개 살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남편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기에

그냥 지나쳤었죠.

 

그릇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샀을텐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죠.

 

 

내가 산 접시가 사진속의 가장 왼쪽 제품.

 

슈퍼마켓에서 하나에 5유로에 팔던 제품의

정가 28유로였다는건 나중에 알았죠.

 

물론 인터넷에서 정가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에 비해서 수작업으로 색칠을 한 것들이

조금 삐뚤거릴 수도 있고,

균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접시를 사용하면서 어디가 잘못됐는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사람은 없으니

오케이~

 

다른 그문드너 제품이 비해서

어찌 보면 소박하게 까지 보이는

이 제품의 이름은 트라운 호수

 

접시 테두리로 파랑과 초록색 줄이

트라운 호수와 그 곁의 숲을

형상화 한 듯한데..

 

이건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생각이죠.

 

그렇게 잊고 있었던 그문드너 도자기를

우리동네 슈퍼마켓의 구석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큰 슈퍼마켓에서는 이미 다 팔린 듯 했는데,

동네여서 그런지 아직 꽤 남아있는 재고.

 

2개만 샀습니다.  

마침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접시중

두어 개가 깨져버려 접시가 부족한 듯한

시점인 것도 한몫을 했죠.

 

 

 

접시를 사와서 내가 남편에게

물어본 것은 딱 한마디.

 

접시 값 10유로 당신이 낼래 아님 내가 낼까?”

 

내가 사는 식품비를 영수증 첨부해서 주면

환불 해 주는 남편이 심심하면 하는 말은

그거 내가 안 낸다.”

 

몇 푼 안되는 돈인데도

시시때때로 마눌을 훌러덩 뒤집은 용으로는

참 잘 먹히는 한마디죠.

 

접시는 부식비가 아니니

일단 물어봤습니다.

 

남편이 낸다고 하면 영수증을 첨부하고 되고,

안 낸다고 하면 내가 내면 되니

남편의 잔소리를 따로 들을 필요가 없죠.

 

내가 낼께혹은

당신이 내 하면 되는 답변인데

 

남편의 뜬금없는 말 한마디.

 

고마워!”

 

두 번을 물어봤지만

두 번 다 같은 대답을 하는 남편.

 

그래서 접시 두개는

남편이 마눌에게 받고 싶은 선물

처리했습니다.

 

남편이 마눌에게 뭘 사달라고 하는 타입도 아니고,

사준다고 해도 대답만 해 놓고는

자기가 결제하는 인간형인데,

 

이 접시는 마눌한테 받고 싶은가부다

하는 마음에 아무 날도 아니지만

남편에게 주는 선물이 됐죠.

 

요즘 남편은 아침을 먹을 때도

그외 다른 것을 먹을 때도

이 그문드너 트라운 호수접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일을 담아 놔도 예쁘고, 빈 접시를 봐도 예쁘고,

5유로의 값어치를 뛰어넘는 소비였습니다.

 

사서 써보니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또 고급진 그문드너.

 

 

 

 

 

며칠 후 다시 가서

접시 4개를 추가로 샀습니다.

 

이건 남편 몰래 잘 감춰뒀습니다.

 

이건 나중에 한국에 가게 되면

가져가려고 말이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도 잘 산

그문드너 도자기.

 

물건을 산 나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걸 선물 받은 남편은 나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아침이 될 거 같습니다.

 

매일 이 기분이 좋아지는 접시에

아침을 챙겨먹고 있으니 말이죠.^^

 

다음 번에 슈퍼마켓에서 또 세일을 하면

그때는 조금 더 큰 접시를 살 예정입니다.

 

그문드너 도자기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고 있지만,

 

난 이 트라운 호수접시를 샀으니

앞으로 계속 이 시리즈로

다양한 접시나 컵을 구매 해 볼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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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바로 그 "그문드너 접시"를 사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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