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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건강한 우리 집 고부관계

by 프라우지니 2020.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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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 댁에 내가 만든 스프를 갖다 드렸는데 냄비를 돌려주시지 않고 그냥 집안에 두셔서 냄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 집에서 약간의 불편이 있었습니다.

 

짜증이 난 날이라 글 한 편 올렸다가 1주일동안 엄청난 댓글 몰매를 맞았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던가...(악플은 사양합니다. 가슴이 벌렁거려요.^^;)

 

http://jinny1970.tistory.com/3166

이해가 안 되는 시어머니의 행동

 

그때 가장 많이 달렸던 댓글 중에 이런 것들이 있었죠.

 

“누가 달라고 했어? 왜 줘놓고 냄비 안 준다고 짜증이야?”

“당신이 많이 해서 다 먹기 힘드니 음식쓰레기 준거잖아.”

“당신 같은 며느리 만날까봐 무섭다.”

 

정말 세상에 무서운 며느리는 감정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안 보면 되는 시부모님인 것을 왜 짜증을 내리오?

 

읽으면 마음이 불편한 댓글들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거 하나!

“정말 나는 시부모님이 원하지도 않는 음식들을 퍼다 달랐던 걸까?”

 

음식을 해서 옆 건물에 계신 시부모님께 드리면서 한 번도 생각 해 보지 않았었죠.

 

가끔은 드실 의향이 있는지 여쭤볼때도 있었습니다.

 

“아빠, 햄버거 하는데 드실래요?”

“엄마, 호박스프 해서 갖다 드릴게요.”

 

특히나 지난 가을 시부모님이 산에 버섯을 따러 가셔서 늦은 오후에 귀가 하신 날.

며느리가 퍼다 준 따듯한 스프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도 들었었죠.

 

여자들은 아실 거 같아요.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서 또 저녁을 준비해야하는 상황!

 

그때 며느리가 갖다 준 따뜻한 스프에 빵으로 때우는 저녁.

금방해서 맛도 있고, 또 따끈한 음식으로 몸까지 데울 수 있어서 좋고!

 

평소에는 며느리의 음식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시는 시부모님이신데..

스프를 드린 다음날은 두 분이 입을 모아서 말씀하셨죠.

 

“어제 네가 만들어서 갖다 준 스프가 정말 맛있더라.”

 

아마도 고픈 배과 고단한 몸에 딱 맞는 맞춤 스프였던 모양입니다.^^

 

 

 

댓글 때문에 앞으로는 시부모님네 음식을 갖다드리는걸 자제 해야 하나 할 때 즈음.

우리 집 현관에 오셔서 우리 집의 요란한 초인종을 누르시는 시어머니.

 

“따르릉~”

 

우리 집은 “딩동”이 아닌 요란스러운 “따르릉“입니다.

짜증이 날 때는 벨을 누르는 사람을 때려버리고 싶을 정도의 소음이죠.

 

얼른 후다닥 내려가니 문 앞에 냄비를 들고 계시는 엄마.

 

“이거 호박 크림스프인데 넉넉하게 했다. 너희도 주려고!”

 

보통은 시어머니네 주방에 식사를 하러 가는 편이고.

시어머니가 음식을 하셔도 우리 집에는 접시에 담아서 주시는데...

 

엄마는 며느리가 스프를 퍼오듯이 냄비에 담아서 가지고 오셨습니다.

스프에 건더기도 넣어서 먹으라고 빵으로 만드신 크루통까지 담아오셨습니다.

 

“앞으로 계속 시어머니네 음식을 갖다드려야 하나?“

 

이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이렇게 냄비째 스프를 가지고 오신 건..

며느리가 가끔 배달 해 드린 음식에 대한 시어머니의 마음이니 말이죠.

 

엄마도 냄비째 가지고 온 스프가 데우기 쉬운걸 아시게 된 거죠.

 

며느리가 “드시겠냐?” 묻지 않고 스프를 갖다드리듯이 엄마도 묻지 않고 가지고 오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음식의 등장이지만 당신의 아들에게는 맛있는 엄마 음식!

 

“테오 오면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네요. 좋아할꺼예요”

“왜 테오만 먹어? 너도 먹어라. 꼭~”

“네,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며느리에 인사에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서시는 엄마.

 

엄마의 스프를 냄비째 받고 보니..

며느리 음식을 받으시는 엄마 마음을 알겠습니다.

 

예상 밖의 음식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왜 줘?”싶지는 않네요.

 

감사한 마음과 함께 든 생각.

“엄마가 스프를 하셨다고 우리에게 맛보라고 가지고 오셨구나!”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다 못 먹으면 버릴 거 같으니 음식쓰레기 되기 전에 준겨?”

 

생각지도 못한 음식이기는 하지만 우리를 생각해서 가지고 오셨구나.

 

그리고 든 생각!

“우리를 챙기시는 구나!”

 

 

 

며느리가 양파를 퍼다 드린 날은 "굴라쉬를 해서 갖다 줄게!" 하시더니..

정말 굴라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굴라쉬를 주시려면 해서 바로 주시니 왜 얼려서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저렴한 양파 드렸는데 비싼 고기까지 넣어 요리해서 주시니 감사!

 

우리 집은 이렇게 며느리는 엄마께, 엄마는 며느리에게 음식을 갖다 나릅니다.

 

“먹을래?” 묻지 않고 가져오는 음식이지만 “이걸 왜 줘?”하시는 않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서로에게 100% 만족하며 살지는 않죠.

 

특히나 나보다 손윗사람이 시어머니께 내가 못마땅하다고 대놓고 맛짱 뜰 수는 없습니다.

그저 입 대빨 내밀고 뒤에서 궁시렁 거리면서 내 안의 평안을 찾는 거죠.

 

내가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은 남편에게 쏟아 놓는 법도 있지만,

남편과 동시에 글로 쏟아내면 내 안의 평안은 아주 쉽게 찾아지죠.^^

 

그래서 저는 시시때때로 시어머니에 대한 불편함을 아들 앞에서 툴툴거리면서 쏟아놓습니다. 그렇게 한번 쏟아놓고 나면 마음에 쌓인 것이 없으니 다시 엄마를 보면 또 방가 방가!

 

또 그런 마눌의 성격과 마음을 알기에 남편은 매번 듣기만 합니다.

 

“너 왜 내 엄마한테 그래?”하면서 반기를 들지 않죠.

 

“내 마눌이 오늘은 그것 때문에 뿔났구나..”

 

뭐 이런 마음인지 마눌이 툴툴거릴 때 마다

“그랬쪄?”하는 표정으로 궁디톡톡을 하죠.

 

알려드립니다. 저는 절대 남편도 모르게 여기( 내 블로그)에 시부모님의 뒷담화를 하지 않습니다.

 

엄마에 대한 불편함은 그때그때 바로 털어버리니..

삐딱한 마음, 삐딱한 시선으로 엄마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남편 덕에, 그리고 제가 글로 쓰는 수다 덕에,

우리 집 고부관계는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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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시어머니께 드렸던 "양파"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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